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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수정 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안밀
작품등록일 :
2020.03.27 08:37
최근연재일 :
2020.04.18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9
추천수 :
3
글자수 :
76,461

작성
20.04.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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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DUMMY

문제는 재진이었다.

난 모든 걸 알고 있었으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송채은에게 숨겨진 연인이 있으며, 자신에게는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몰랐다.

하물며 그 숨겨진 연인이 우리가 그토록 쫓아다닌 박유철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그와 내가 악독한 연놈들 손에 죽을 운명이라는 것도 몰랐다.

아 진짜···. 주인공이 뭐 이래?!!


[아니···. 네가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거란 생각은 안 하냐?]

“그렇긴 하지만···. 답답하다 진짜.”

[박유철이 곧 움직일 거야.]

“뭐?”

[넌 지금 형사가 아니지만, 김재진과 함께 박유철을 쫓게 될 거고.]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진이 날 찾아오겠다 했다.

카톡으로 그에게 집 주소를 보내다 아차 싶었다. 지금 재진은 내가 송채은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느릿한 머리보다 손이 더 빨랐다.

현관 벨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재진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가 샀다는 건물이···. 이거야?”


필사의 연기가 필요했다.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채은이가 사는 곳인데···.”

“그것도 알아. 심지어 만나도 봤지.”

“뭐···? 뭐라고? 나 없이 둘이···. 만나?!”


작가. 백스페이스 안 되냐?


[어. 안돼. 네가 수습해.]


빌어먹을.

재진은 단단히 오해한 듯 눈을 커다랗게 키웠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뭐 그런 전개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되어 버린 거 다 까보자.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왜냐면 그 여자가 날 엄청 싫어하거든.”

“싫어한다고?”


재진은 굉장히 미심쩍다는 듯 날 보았다.

설득해야만 한다.


“내가 막 아는 척하니까 싫어하더라.”

“네가 내 친구라고 말했어?”

“아니.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어. 왜냐면 그 여자가 딴 남자 차에서 내리는 걸 몇 번 봤거든.”

“뭐···. 뭐라고?!!”


몹시도 충격을 받았는지, 재진은 잠시 휘청였다. 난 그를 소파에 앉힌 뒤 뜸을 들였다. 자까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재진에게 부비적거렸다. 자까 너마저 주인공이 좋았던 거냐.


“그래서 내가 너한테 연락 없이 송채은 찾아가보라고 했던 거야. 해 봤어?”

“시간이 있어야 하지···. 며칠째 집에도 못 갔다가 이제 겨우 나온 거야. 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건지···. 딴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재진이 평범한 여자친구를 사귀었더라면, 날 볼 시간에 여자친구나 보러 가라고 쫓아냈겠지만···. 재진을 송채은에게 일부러 보낼 필요는 없었다. 박유철을 돕기만 했던 송채은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은 심증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어.”

“또 뭐!!!”


내가 그를 너무 몰아붙이는 걸까.

재진은 괴로운 얼굴을 하고선 소리쳤다. 자까가 깜짝 놀랐는지 크게 짖었다.

손을 내미니 자까가 내게 왔다. 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차분히 말했다.


“박유철을 봤어.”

“뭐?”

“박유철.”


여자친구의 외도 소식에는 발만 동동 구르던 놈이, 연쇄 살인마 박유철 소리에는 벌떡 일어났다.


“미친!!! 그럼 바로 나한테 연락했어야지!!! 너 이 새끼 옷 벗었다고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진정해.”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어디야!! 어디서 봤냐고!!!”

“바로 앞에서 봤어. 송채은이랑 함께 있던 남자가 박유철이었거든.”


귀를 의심하는 걸까.

재진은 멍하니 날 보았다.

한 번 더 못 박아 말했다.


“송채은이랑 같이 있던 남자가 박유철이야. 쌔끈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더라. 그냥 아는 사람 아니냐고, 네가 잘못 본 거 아니냐고 물어볼까 봐 하는 소린데···. 요즘은 친구 사이에 껴안고 키스한다고 하면 뭐···. 내가 오해한 거겠지.”


너무 많은 걸 쏟아 놓긴 했다.

로또 맞은 친구가 여자친구가 사는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심지어 친구와 여자친구가 일면식이 있다.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

오랫동안 쫓아다니던 연쇄살인마가 나타났다.

여자친구의 다른 남자가, 그 연쇄살인마였다.


이쯤 되니 재진에게 미안해진다.


[나도 좀 미안하긴 하다···.]


이 정도는 괜찮은 건가?

나 이렇게 많이 말해도 돼?


[인과율은 지켜줘. 악역의 손에 죽는다는 이야기는 하면 안 돼. 지금의 너도 김재진도···. 그건 절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럴 일은 없으니, 말할 것도 없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이게 도대체···. 하······.”


재진은 마른세수를 했다.

남자 김재진이 괴로워하느라, 형사 김재진은 영 힘을 못 썼다.

내가 살기 위해선, 형사 김재진이 열일해야했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

“대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뭘 뜻하는지 알잖아. 박유철이 제보자를 다시 납치해 죽인 게 벌써 세 네달 전 이야기야. 경찰들을 가지고 노는 새끼잖아. 너랑 송채은은 어떤데? 그 잘난 연애 한지 얼마나 됐냐고.”

“씨발···.”


평소 반듯한 언행을 일삼던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의 사랑을 방해해서 미안했지만, 애초에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첫 이야기에서도 그랬고, 리메이크 중인 이 스토리에서도 그랬다.

김재진과 송채은의 만남은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제 재진은 거의 절망에 가까운 눈으로 날 보았다.

그는 눈으로 제발 닥쳐달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지금 내 말에서···. 뭔가 이상한 걸 못 느꼈냐?”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우리가 알고 있는 박유철 신상. 말해봐.”


재진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마지못해 읊기 시작했다.


“34세. 서울 구로구 구로4동 거주. 무직. 과거 편의점 및 PC방 위주로 알바를 했으나 손님과 잦은 트러블로 인해 일주일도 채 못 가고 잘리는 경우가 대다수. 검은 볼캡을 즐겨 썼으며, 호리호리한 체형.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180cm가 넘는 장신으로 추정.”

“첫 살인으로 추정되는 대림동 피해자가 나온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함. 맞지?”

“···. 네가 더 잘 알겠지.”


첫 제보자가 아니었더라면, 경찰들은 박유철의 이름도 나이도 몰랐을 것이다.

목숨을 건 용감한 신고로 신상을 확보해 집 주소까지 알아냈지만, 경찰은 그의 뒷꽁무늬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죽음을 경험했던 내가 1년 전으로 회귀하고, 경찰 옷을 벗으니 그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박유철을 봤다고. 그 새끼가 스포츠카를 타고 있었다니까? 이상하지 않아?”


그제야 재진은 두 눈을 키웠다.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놈이 무슨 수로 그런 걸 몰아?”

“내 말이!!”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대체···. 하···.”

“이때까지 경찰들이 엄한 곳을 쑤시고 있었다는 거야. 박유철은 이제 구로동에도 없고, PC방과 편의점에도 없어. 번지르르한 차를 몰고 다니고, 인플루언서인지 뭔지 유명한 여자를 끼고 유유자적 살고 있네? 이게 뭔 소릴까?”


갑작스러운 신상의 변화.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제대로 못 했던 놈에게 거액의 재산과 여유가 주어졌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쪽으로 생각이 흐르기 마련이었다.

재진 역시 그랬다.


“새끼···. 로또 맞은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진 않았을 거야.”

“너도 됐는데 왜···.”


피식 웃었다.

조연의 로또 당첨은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박유철은 주인공 김재진과 대립하는 악역이었다. 작가가 그런 그에게 치트키와 다름없는 로또 당첨을 선물했을 리 없다.


“그건 아닐 거야. 됐다 쳐도 어떻게 당첨금을 수령할 거야. 어찌 됐든 쫓기고 있는 몸이잖아.”

“그럼···.”

“무직 34세 박유철에게도 드디어 직업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직업?”


형사. 회사원. 사업가. 예술가. 자영업자. 등등···.

이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하지만 사회 부적응자 박유철은 평범한 아르바이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이었다.

그런 박유철이 피 맛을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영악하기까지 했다.

경찰을 따돌리는 법과 손에 피를 묻히는 법을 체득한 박유철.

서른 넘어서 찾은 적성과 새로이 배운 잡기술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대림동 놈들에게 물어봐.”

“뭘?”

“분명···. 급 부상한 업자가 있을 거야. 순한 맛이라면 인신매매에서 그칠 거고, 매운맛이라면 통나무 장사꾼까지 뒤적여 봐야 될 것 같아. 제발 안 맵길 기도해보자고···.”

“하···. 이 씨발 새끼를 대체 어떻게 족쳐야···.”


재진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 재진을 보며 자까는 낑 소리를 내며 내게 더 파고들었다.

우리의 대화를 알아 들은 걸까.


“그리고 송채은은 아무 일 없는 듯 그렇게 지내야 될 거 같아.”

“너 같으면!! 너 같으면 이 모든 걸 알고도 그게 되겠냐고!!”


물론 힘들 것이다.

어찌 됐든 김재진과 송채은은 연인사이니까.


“해야 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네 여자친구가 널 죽이려 한다고. 그거에 비하면 지금 내가 말한 것들은 별거 아니지 않냐며.

하지만 그건 작가와 나만의 비밀이었다.


“···. 박유철을 잡을 수 없으니까.”


결국 재진은 우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쫓고 있던 연쇄살인마가 자신에게 보낸 여자친구.

한때는 사랑이라 생각했으나, 다분히 의도적인 접근임을 알아버렸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 대비 할 수 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재진.

난 무거운 심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죽을 만큼 괴로운 게 진짜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




그날 이후로 재진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먼저 연락을 해볼까 했으나, 그에게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 그만두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흘러갔고, 헬스장을 다시 오픈한다는 문자가 왔다.


일주일 만에 헬스장에서 보는 오정혁.

그가 날 반기니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운동 쉬었으니까, 오늘은 몸풀기 겸 살살 가볼게요.”


그 말을 홀라당 믿은 내가 바보였다.

오늘은 등이었다.

오정혁은 참 독한 놈이었다. 일에 치여 운동을 놓은 지는 꽤 됐으나, 경찰대 출신인 나는 일반인보다는 운동에 친숙한 몸이었다.

그런 나를 운동에 학을 떼게 했다.

한 시간 뒤, 나는 등에서 날개가 돋아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만신창이가 된 나는 러닝머신에 올라와 아주 낮은 속도로 터덜터덜 걸었다.

그랬더니 오정혁이 다가왔다.


“아. 형님. 뭐하십니까.”

“유산소.”

“에이 이건 뭐 하나마나죠! 그래도 간만에 왔으니까 경사는 안 건드릴게요.”


오정혁은 자비 없는 손길로 속도를 올렸다.

경사까지 올렸더라면 난 정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죽상으로 뛰기 시작하니, 그제야 오정혁은 만족한 모양이었다.


“형님 근데···. 요 밑에서 죽은 회원님들 어떻게 됐답니까?”

“몰라! 저리로 가!”


숨 가빠 죽겠는데, 오정혁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난 손을 저으며 그를 내쫓으려 했으나, 오정혁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춰 물었다.


“범인 잡았대요?!”

“안 물어봤어!! 말 시키지 마!!”

“아니···. 거기 뭐 그때 온 형사님한테 뭐 들으신 거 없어요?”

“응 없어! 속도 좀 낮추면 안 될까?”

“네. 안 돼요.”

“속도 낮춰 주면 물어볼게!!”

“진짜요?”

“어!!!”


잠시 잠깐 고민하던 오정혁.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이씨!!!”

“아 형님! 운동하러 오신 거잖아요! 굴려 달라고 PT 끊으신 거면서, 이러시면 안 되죠. 저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요!”

“너 가!!!”

“근데 진짜 궁금하다···. 범인이 빨리 잡혀야 할 텐데···. 정말 들은 거 없어요?”

“없어!! 없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오정혁은 계속해서 내게 일의 진척을 물었다.

하지만 형사가 아닌 나는 재진을 통해서만 사건에 접근 할 수 있었기에,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내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오정혁은 심드렁한 얼굴로 속도를 더 높였다.

아마도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라커룸에 있는 내 핸드폰에 재진의 이름이 뜬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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