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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안밀
작품등록일 :
2020.03.27 08:37
최근연재일 :
2020.04.18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8
추천수 :
3
글자수 :
76,461

작성
20.04.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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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변화

DUMMY

재진을 만났다. 그는 날 보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말이 맞았어···.”


내심 틀렸길 바랐던 걸까.

그의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그 기분의 원인은 회귀 전의 박유철과 지금의 박유철이 다르다는 것일 거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라면, 그에 맞게 행동하면 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와 재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진짜로 맞다니까 조금 무섭네.”

“이 새끼가···. 통나무 장사에 손을 댔나 봐. 조선족 애들 몇 명 들쑤셔보니까 바로 나오더라. 요즘 일 잘하는 놈이 하나 있다며···.”

“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취미가 직업이 되어 버린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박유철이 딱 그짝이었다.

재진과 내가 매일 죽쳤던 박유철의 허름한 집은 텅 비어버린 지 오래일 것이다.

차를 바꿨는데 집이라고 안 바꿨을까.

경찰은 이때까지 빈집을 들쑤시고 다녔던 것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도 삽질을 멈출 수 있는 것이다.


“어쩌기로 했어?”

“인신매매랑 맞물리다 보니···. 2팀 애들이랑 공조하기로 했어. 앞으로 바빠질 것 같아. 지금도 잠시 들른 거야. 너한테는 꼭 말해줘야겠다 싶어서.”

“전화로 하면 되지 뭘 굳이···.”

“네가 알아낸 거니까.”


피식 웃었다.

내가 알아냈다 한들, 주변 사람들과 이 글을 보는 독자는 재진의 활약으로 알겠지.

재진과 내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그게 퍽 씁쓸했다.

하지만 이쯤 오니 재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두 어깨에 잔인한 스토리를 짊어진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송채은은?”

“···.”

“야!!!”


시선을 피하고, 입을 꾹 다무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니 또다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 연락은 하고 있어. 연락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절대 놓으면 안 돼. 알았어?”

“하···. 미치겠다 진짜···.”

“그 여자가 끄나풀이야. 네가 눈치챈 것 같으면 금방 잠수탈 거라고! 박유철 놓치고 싶어?”


재진이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




내 신분은 민간인이다.

하지만 박유철의 손에 나자빠지면 민간인이고, 건물주고 다 끝장나는 거다.

기껏 얻은 두 번째 삶. 허무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송채은의 집을 털어볼까?”

[전직 형사님이 그러면 쓰나.]

“박유철은 김재진이 쫓고 있을 테지만···. 송채은은 못그럴 거 아냐. 내가 대신 뒤 좀 캐고 하면 안 될까?”

[네가 열심히 움직여주면 나는 개꿀인데, 그렇다고 막 나가면 안 되지.]

“그럼 지금 이건 괜찮고?”

[이 정도는 오케이.]


오늘의 일정. 송채은 미행하기.

내 껌딱지 자까도 두고 나왔다.

혹여나 중요한 순간에 자까가 크게 짖으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헬스장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 차를 대두고선, 송채은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차 안에 죽치고 있는 게 벌써 두 시간째다.

허리가 뻐근했지만, 형사 짬밥 어디 안 간다.

이 정도면 할만하지.


“야. 작가. 그거 하나만 말해주면 안 되냐?”

[응. 안돼.]

“아 진짜! 들어보지도 않고!!”

[내가 네 속을 모를까. 지하주차장에서 죽은 여자들, 송채은이 죽인 거냐고 물어보려 했잖아.]

“소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머릿속에서 목소리만 내는 작가. 그는 날 종종 소름 끼치게 했다.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내 머릿속에서 떠드는 네가 익숙해지면···. 정신과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낄낄 웃어댔다.


[송채은이 죽인 거 맞아.]

“헐!! 말 안 해준다며!!”

[정신과 이야기가 나오니 하는 말이야. 내가 정답을 가르쳐준다 한들, 넌 그 누구한테도 송채은이 범인이라고 말 못 하겠지. 왜냐?! 증거가 없거든!!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한 새끼가 그랬어요! 이러려고?]

“나쁜 새끼···.”

[네가 추측한 게 맞아. 송채은 SNS 들어가 봤지? 보기에 어떻든?]


송채은이 SNS 유명인이라는 이야길 들었을 때, 진즉에 찾아보았다.

검색 한 번에 쉽게 나오는 그녀의 계정.

개인의 공간이었으나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곳이었다.


송채은의 계정을 잠시 잠깐 훑어본 소감?


참 이상하다 싶었다.

듣기로는 송채은이 옷을 잘 입어서 유명하다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 이외의 것들이 흥행요소였다.

의도가 훤히 보이는 노출 사진.

글쓴이의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하는 어둡고 잔인한 사진들.

보는 사람의 신경을 묘하게 긁어대는 말들과 바짝 날이 서 있는 댓글들.

그녀의 SNS 계정은 마치 B급 공포 영화 같았다.

성적 자극에 그로테스크함을 더하니 이 시대 최고의 MSG가 따로 없었다.

그것이 송채은의 인기 비결이었다.


[그 맛에 보는 거지.]

“사람들이 정말로 이런 걸 좋아하나?”

[사람들은 말초신경을 자극적인 것들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어. 송채은은 그걸 잘 알고 이용한 거지.]


난 핸드폰에 가득 찬 괴기한 사진들을 보며 혀를 차 냈다.


“미친. 이게 그 뭐냐···. 관···. 관 뭐더라···. 관자?”

[······. 관심종자. 관종.]

“어어! 맞아 그거! 이게 바로 그 관종인가 뭔가 그건가?”

[그렇지. 아주 영악한 여자야. SNS 관리자가 없었더라면, 그 여자의 음험한 면이 잔뜩 올라 왔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 뭐 여튼! 수위 조절을 잘하면서 사람들 이목을 끌고 있지.]

“보면 악플이 엄청 많은데···. 이런 거 보면서 멘탈이 멀쩡하려나?”


참 우스운 꼴이었다. 내가 송채은의 멘탈을 걱정하는 날이 오다니.

작가는 낄낄 웃어댔다.


[안 괜찮으니까 찔러 죽였지.]

“흠. 헬스장 그 여자들 이야기 하는 거지?”

[글쎄.]

“글쎄에···? 작가 너 지금 그 말 되게 이상했던 거 알지?”

[엇. 저기 송채은 나온다.]


작가 또한 송채은 마냥 아주 영악했다.


“너 일부러···.”

[안 쫓아가?]

“···. 상담은 이따 하자고. 알겠어?”

[아이고. 그럼요. 해야죠. 해야죠!]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꼴이 참 얄미웠다.

차에서 나와 송채은을 쫓았다.

거리를 벌려야 했다.

운동하고 나왔는데, 송채은의 얼굴이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화장을 한 걸까.

계속해서 송채은의 뒤를 쫓았다.

십여 분쯤 걸어가니, 송채은은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간판을 보니 건물 전체가 하나의 회사였다.

그녀를 쫓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엔, 내가 너무나도 수상해 보였다.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회사 이름을 검색해 보는 것뿐이었다.


“영화 제작사···?”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배우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곳이지.]


회사 이름을 검색하니, 포털사이트는 나에게 한 영화 제작사의 오디션 공고를 보여주었다.

날짜는 오늘이었고, 시간은 30분 뒤였다.


“인기 맛 좀 보니까 영화배우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 별···.”

[한 여자의 꿈을 무시하지 말라고!]

“지랄한다.”


작가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어이가 없었다.

살인자 연예인 지망생이라···. 끔찍한 혼종이었다.




/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백수는 밤낮도 없고, 잠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까 절대 아니었다.

깊게 잠들어 있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24분. 단잠을 깨운 주인공은 재진이었다.


“···. 야 이 미친 새끼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활···.”

“잠깐 좀 나오면 안 되겠냐.”


그의 목소리가 몹시 무거웠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이 시간에 날 급하게 불러낼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뭔데.”

“보고···. 보고 이야기하자.”


재진의 전화 한 통에 옷을 챙겨입고 나가는 나란 놈도 참 성실하다 싶었다.

내심 작가의 칭찬을 바랐으나, 웬일인지 머릿속이 조용했다.

운전을 하면서도 작가에게 말을 걸었으나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었다.

재진이 일러 준 곳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다.

익숙한 분위기였다.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 위압적인 폴리스 라인. 수군거리는 인파들.

또다시. 희생자가 나온 모양이었다.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선 재진에게 전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진이 왔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으슥한 곳으로 날 끌었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박재철이야?”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근데 왜 날 불렀어?”


재진은 날 더 어두운 곳으로 몰아넣었다.

가로등 불빛 하나 닿지 않았다.

재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희생자가 나왔어. 근데···. 근데···. 평소와는 달라···.”

“박재철 아니라며? 뭐가 다른데?”

“현장이···. 지저분해···.”

“설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헬스장 지하주차장 피해자들이랑 비슷해. 아주···. 엉망이야.”


송채은이었다.

박유철도 모자라 쌍으로 연쇄살인마를 만드시겠다?

이야기의 자극적 요소를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무심히 죽여버리는 작가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다.

재진은 몹시도 괴로워 보였다.

가슴이 답답한 듯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아직 내뱉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뭐야. 마저 말해 빨리.”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건···. 이건···. 전직 형사 윤지혁이 아니라, 친구 윤지혁에게 말하는 거야. 알아들어?”


재진은 점점 평정을 잃어갔다.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간신히 입을 뗐다.


“피해자···. 내가 아는 여자야. 채은이···. 아니. 송채은과 있을 때 인사 나눈 적 있어.”

“뭐···. 뭐라고?!”

“분명. 분명···. 봤어. 그 여자 되게 독특하게 생겨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친구는 아니고 뭐랬더라···. 동종업계 사람이랬나 뭐랬나···. 근데 그 여자가···.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뭐!! 말을 좀 제대로 해봐!!”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내 재촉에 재진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온몸이 파헤쳐져 있었어·······.”


물밀듯 밀려오는 아득함에 난 머리를 짚고 말았다.




/




그날 새벽에 발견된 사체 하나는 각종 매체를 들끓게 했다.

굳이 재진을 통하지 않더라도 소식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상점들이 즐비한 번화가의 뒷골목. 그곳에 보란 듯 버려진 시체 하나.

뒤늦게 사건 현장에 도착한 난 보지 못했지만, 재진의 말에 따르면 목에서부터 배까지 쭉 찢어진 모습이라고 했다.

시뻘건 것들이 정신을 흐렸고, 공포에 질린 표정은 지옥의 것이라 했다.

언론에서는 필시 과시욕이 있는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일일 거라 떠들곤 했다.

한발 빨리 유명해진 연쇄살인마 박유철을 견제한 것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얼마 뒤 부검 결과가 나오니 이야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온갖 살점과 근육이 헤쳐진 건 눈가림용이었다.

발표 결과. 주요장기들이 유실된 상태라 했다.

작가에게서 송채은이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난 자연스레 한 남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취미로 연쇄 살인을 하시다, 천직까지 찾은 살인마 박유철.

송채은이 여자를 죽이고, 박유철이 도왔으리라.

과시욕은 과시욕대로, 실속은 실속대로.

그 연놈들은 손발이 척척 맞은 모양이었다. 개새끼들이었다.


내가 범인들의 관계를 끼워 맞추고 있는 동안, 재진은 다른 것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자친구와 피해자의 연결고리를 찾은 듯했다.


“처음엔 이름을 몰랐었어. 근데 사건이 터지고, 피해자 신상 파악을 하다 보니···. 송채은의 SNS에서 그 여자의 이름을 자주 봤던 게 기억난 거야.”

“SNS?”

“응. 나야 뭐 그런 거 잘 안 하니까 보기만 했는데···. 댓글들 왔다 갔다 하는 거 보니까 사이가 안 좋더라고···.”

“원한 관계인가?”

“그럴 거라고 예상중이야. 근데 또 하나를 찾았어.”

“뭔데?”


재진은 피해자의 SNS를 들어가 내게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피해자가 어느 한 건물 앞에서 찍은 셀카였다.

왠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재진은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췄다.


“송채은이랑 같은 곳에서 오디션을 봤어.”

“영화 제작사···.”

“어? 여기 알아?”


몰랐으나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응. 송채은이 오디션 보러 가는 걸 지켜봤으니까.”

“너···.”

“맞아. 그 여자의 뒤를 밟고 있었어.”


재진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대체 나한테 뭘 말 안 한 건데!! 뭘 숨기고 있냐고!!!”


한계점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오랜 시간 우리는 한마음 한뜻이었다. 비밀이라고는 없었고,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내가 옷을 벗고, 재진이 서에 혼자 남겨진 뒤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말 못 해.”

“윤지혁!!!”

“제발···. 제발 날 좀 믿어봐라···.”


우리의 관계처럼, 우리의 결말도 바뀌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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