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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안밀
작품등록일 :
2020.03.27 08:37
최근연재일 :
2020.04.18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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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461

작성
20.04.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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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조심

DUMMY

트레이너 오정혁에게 연락이 왔다.

송채은이 다음 타임에 온다고 했다.

부리나케 헬스장으로 튀어가는 도중, 잠시 잠깐 현타가 오긴 했다.

저 여자가 대체 뭐라고 내가 이리 고생하는가.

하지만 박유철의 손에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 '무엇'의 일환인 극악의 PT를 끝내고 나니 송채은이 왔다.

친한 척 먼저 인사했다.


“엇! 안녕하세요!”

“아 네···.”

“자주 뵙네요?”

“그러게요.”


송채은과 마주치면 마주칠수록, 그녀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내가 자기에게 관심 있다 생각하는 걸까?

하긴. 그럴 만했다.

송채은 뿐 아니라 모두들 내가 그 여자한테 관심 있다 생각했다.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오정혁은 말할 것도 없었고,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들도 날 견제했다.

저딴 여자가 뭐 그리 좋다고 날 견제하십니까.

저 여자는 예비 살인범이라고!


다시 돌아와서, 송채은의 분위기가 쌀쌀하니 오정혁이 애도의 눈빛을 보낸다.

결국 별 소득이 없었다.

내게 별 관심이 없는 송채은은 오정혁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난 헬스장 기구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송채은을 주시했다.

전직 형사가 스토커짓을 하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운동 중에도 이글거리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송채은은 몹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확연히 짜증 난 모습이었다. 도끼눈을 뜨고선 날 노려봤다.


[캬. 저 눈빛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누가 만들었는지! 기깔 난다 기깔나! 완벽히 살인마의 눈깔 아니냐? 엇. 방금 라임쩔었다. 인정?]


작가는 내 작전이 잘 안 풀리는 게 퍽 재밌었는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결국 잠시 후퇴해야겠다 싶어 러닝머신에 올랐다.

눈은 TV에 두었지만, 온 신경은 유리창에 반사된 송채은에게 있었다.

지루했다. 하품이 쩍 나왔다. 그때였다. 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남자 둘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송채은 다닌다더니 진짠가 봐! 몸매 봐! 쩔어!!”

“존나 예쁘다. 진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단체로 눈이 삐었나 싶었다.


[남자든, 여자든 투자하고 손보는 만큼 달라진다니까?]


아. 설마 성형이라도 시킨 거야? 아닌데···. 내가 아는 그 얼굴 맞는데···.


[별 볼일 없이 꼬질꼬질하게 다니던 애한테, 돈 몇 푼 쥐여주니까 알아서 잘하고 다니던데?]


뭐야. 걔한테도 그런 혜택을 줬어?


[음. 너만큼은 아냐. 걔네한테는 그냥···. 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줬을 뿐이지.]


걔도 아니고 걔네라니···.

썩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어딘가 미심쩍기도 한 말이었다.

뭐 좋다 그거야!

어떻게 하던 나와 재진이 살아남고, 악역은 처단하면 그만이었다.


“야. 너 그거 들어봤냐?”

“뭐?”

“송채은 이거!”


호기심이 생긴 나는 슬쩍 눈을 돌려, ‘이거’의 정체를 확인했다.

남자는 새끼손가락을 요란스레 흔들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남자는 더욱더 호들갑 떨었다.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췄지만 내 귀는 활짝 열려 있었다.


“송채은이 막 방송 나오고 그러는 게 다 남친 때문이라던데?”

“뭐 하는 새낀데? 연예인이야?”


내가 아는 송채은의 남자친구는 재진이었다.

하지만 은밀한 소문 속 송채은의 남자친구는 다른 남자였다.


“재벌이라는 소문이 있어.”

“캬. 부럽다 부러워. 남자 하나 잘 만나서 인생 핀 거야?”

“폈지. 펴도 너무 폈지.”


러닝머신 속도를 낮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송채은과 눈이 마주쳤다.

몹시도 불쾌하다는 듯 잔뜩 인상을 썼다.

다시 돌아와 러닝머신 속도를 올렸다.


“나 팔로우한 애들 엄청 많았는데, 송채은 뜨니까 죄다 잠수타더라?”

“잠수를 타?”

“응. 그 잠수탄 애들이 다 송채은이랑 한 번씩 트러블이 있던 애들이었어.”

“무슨 트러블?”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걔네들 존나 이상해. 서로 물고 뜯고 장난 아니라니까! 뭐 포즈를 따라 했다느니, 같은 옷을 입었다느니, 내가 먼저 협찬받았다느니···. 보고 있으면 정병 올 것 같아.”


그들은 송채은이 들을세라 목소리를 바짝 낮추기 시작했다.

다시 슬쩍 뒤를 돌아보니 송채은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옆의 남자 둘을 보고 있었다.

형사의 촉이 번뜩였다.

악에 받쳐 운동하는 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명백한 살의였다.

송채은은 마치 잡히기 직전의 범인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흠칫 놀란 나는 그들의 입을 막고 싶었으나, 그들은 눈치 없이 계속 킥킥거리고 있었다.


“미친. 또라이 새끼. 대체 그걸 왜 들여다보고 있냐?”

“그럼 넌 왜 보냐?”

“이쁘니까 보지 병신아!”

“어 나도.”

“근데 실물 보니까···. 사진이 더 나은 거 같아. 역시 빨 인가.”

“당연하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그들은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러닝머신을 멈췄다.

기지개를 켜는 척하며 송채은을 살폈다.


“그 개싸움이 또 보는 재미가 있어요. 보고 있으면 진짜 개막장이라니까!”

“그래?”

“존나 웃겨. 관종들 싸움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요! 한 년이 사라지면 다른 한 년이 나타나서 시비 걸고···. 쟤네도 참 피곤하겠다 싶더라.”

“그 맛에 보는 거 아니냐?”

“어 맞음.”


이제 송채은은 나따위에 관심 두지 않았다.

세트 사이 잠시 쉬는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두 남자에게 있었다.

땀을 닦으며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오정혁은 날 보며 머쓱한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의 귀에도 두 남자의 수다가 들린 모양이었다.


“오늘은 바짝 좀 들어보죠! 자. 가요 회원님.”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오정혁은 송채은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랙으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송채은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문 모양새가 몹시도 악독해 보였다.


이 와중에 트레이너 오정혁은 프로였다.

송채은의 분노를 이용하려는지, 바벨에 커다란 원판들을 끼워 넣었다.

대충 봐도 송채은의 몸무게보다도 무거울 것 같은 무게였다.

송채은은 스트랩을 감고선 바벨을 꽉 쥐었다.

대놓고 송채은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내심 감탄했다.

분노는 꽤 강한 힘을 냈다.

언뜻언뜻 보이는 송채은의 표정이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내 옆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두 놈들은 다른 것에 집중했다.

그들은 유리창에 반사된 송채은의 뒷태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쯤 되니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오지라퍼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요.”


내가 부르니, 그들은 시큰둥한 얼굴로 날 보았다.


“살고 싶으면 조심들 하세요. 저 여자. 진짜 무서운 여자거든요.”

“예?”


그들은 날 미친놈 보듯 했다.


“뭐라는 거야···.”

“밤길 조심하시라고요.”


홧김에 저지른 오지랖이었지만, 내 성의는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그들은 날 훑어내리며, 대체 뭐 하는 새끼인가···. 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 반응에 진이 빠진 난 혀를 차며 탈의실로 갔다.

송채은과 박유철이 남자들을 건드린 적은 없으니까, 기우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실수였다.




/




정확히 삼일 뒤.

평소처럼 헬스장에 갔다.

주차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상하리만치 인파가 많았다.

진입조차 불가능해 근처 다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대체 뭔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니 여기저기에 순찰차가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엇!! 회원님!!”


익숙한 소리에 쳐다보니, 오정혁이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다가갔다. 오정혁은 커다란 근육과는 어울리지 않게, 덜덜 떨고 있었다.


“이게 다 뭐에요···?”

“지하 주차장에서 시체가 발견됐대요!”

“네?! 뭐라고요?!”

“사람들 말 들어보니까 하나도 아니고 두 명이라고!! 와 진짜 너무 무섭습니다! 바로 발밑에서 사람들이 죽었다니까 너무 소름 끼쳐요···.”

“···. 둘이요?”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오정혁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파를 헤치고 나갔다.

내가 자리 잡은 이곳이 관할이라 다행이었다.

폴리스라인 앞까지 오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난 인파를 막으려는 막내 수혁이를 쳐다보았고, 놈은 날 보고 깜짝 놀랐다.


“서···. 선배님!”


입술에 손을 댔다. 보는 눈이 많았다.

나는 고갯짓으로 인파가 없는 한적한 곳을 가리켰다.

수혁은 눈치가 빠른 놈이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더니, 재진과 함께 나왔다.

재진의 표정이 복잡미묘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친구를 반기기엔, 장소가 좋지 못했다.

한적한 곳으로 이동한 재진과 나.

재진은 주위를 살피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뜩이나 박유철 때문에 정신없는데···.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둘이라며?”

“응. 헬스장 회원들 같아.”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물었다.


“사인은?”

“자상이야. 목에.”

“별다른 건 없었어?”

“응. 근데 왜?”


그제야 재진은 내 호기심을 의아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손사래 쳤다.


“아니 혹시 박유철인가 해서 그랬지!”


재진은 고개를 저었다.


“시그니처는 없었어. 손도 멀쩡했고, 거울은커녕 핸드폰도 멀쩡했어.”


연쇄 살인마 박유철은 무슨 상황이든 피해자에게 자신의 시그니처를 남기는 놈이었다.

결벽증과 완벽주의에 가까운 놈이었다.

그런 놈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냥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들으라는 듯 험담을 하던 두 놈과, 악에 받친 송채은의 눈빛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재진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자꾸만 올라오는 불길한 생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야. 김재진.”

“어?”

“사건 현장 좀 보자.”

“흠. 넌 이제···.”


하여튼. 융통성 없는 새끼였다.

재진은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난 피해자들을 봐야만 했다.

가까이 갈 필요도 없었다.

얼굴만 확인하면 됐다.


“내가 지금 촉이 뽝! 왔단 말이야. 너 요즘 나 감 쩌는거 몰라?! 박유철이 거울 깨는 시그니처! 그거 누가 찾았어?!”

“하···. 진짜 안 되는데···.”

“아 쫌! 멀리서만 보면 돼. 멀리서만!”


결국 재진은 내게 두 손을 들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는 폴리스라인을 넘을 수 없었으나, 빽이 있으면 좋은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다.

내가 재진과 사건현장으로 가니, 여기저기서 알은체를 했다.

잘 있었냐며 툭툭 치며, 부럽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모두들 눈치껏 굴었다.


“저기.”


재진이 가리킨 곳은 지하주차장 한켠이었다.

시뻘건 혈흔이 낭자했다.

깔끔한 솜씨를 보이던 박유철의 흔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날 놀라게 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목을 쭉 빼내고 피해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나는 들고 있던 운동 가방을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뭐야···.”


재진은 한 순간에 넋이 나가버린 날 보고 휘둥그레했다.


“왜?!! 아는 사람들이야?!!”


정신이 멍해졌다.

어렵사리 고개를 저었다.

내 두 눈은 희생자들에게 고정되었다.

그들은.


“아니. 모르는 사람들이야······.”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었다.

머릿속에서 작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큭크큭크크큭. 아 존나 웃겨 진짜! 이 맛에 글 쓰지!!]


주차장 바닥에는 일면 부지의 여자들이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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