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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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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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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35
추천수 :
994
글자수 :
4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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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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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완결

DUMMY

기세를 북돋운 만큼 무림인들이 먼저 움직였지만, 차주호라고 놀고 있지는 않았다.


“혈폭단을 섭취하라.”


무인들이 다가와서 검을 날리는 와중에도 혈교도들은 명령을 먼저 수행했다. 죽어가면서도 새빨간 환약을 먹는 모습이 섬뜩하기에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백도진은 담담하게 흑호대검을 휘두르며 혈교도들의 목을 날려버렸지만, 지금까지 한발 물러나 있던 좌성군은 새빨간 환약이 무엇인지 떠올리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머뭇거리지 마라! 저들이 수상한 짓을 벌이기 전에 한 놈이라도 더 목을 베야 한다!”


급박하게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좌성군의 명령인지라 화산파 제자들은 앞으로 튀어나와 매화검법을 펼쳤다.


“컥!”


혈매화가 피어나자 혈교도들은 목이 잘리거나 꿰뚫린 채 쓰러졌다. 좌성군은 이번 싸움에 확실한 족적을 남기겠다고 다짐했기에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싸움이다! 저들을 방치한다면 필시 흉(凶)이 되어 돌아올 테니 주저하지 말고 목을 쳐라!”


“존명!”


“존명!”


화산파 제자들의 우렁찬 대답에 다른 무인들도 감회되어 힘차게 복명복창했다.


누구 하나 머뭇거리는 사람 없이 한마음이 되어 밀고 들어가자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졌고, 차주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백도진이 돌파했다는 점만으로도 심히 불쾌했다. 게다가 돌파하며 혈교도만 골라서 죽인지라 명령 체계가 무너져 쓸데없이 피를 흘린지라 더더욱 불쾌해졌다.


“굉장히 성가시군. 교인들의 피를 헛되이 흘릴 수 없으니 가서 혈인을 움직여라.”


짜증이 솟아올랐지만, 차주호는 명령을 전달해서 혈인들을 움직였다.


“다시 혈인들이 움직인다! 조심하라!”


짐승처럼 적의에만 반응하던 혈인들이 순식간에 오와 열을 갖추자 몇몇 무인들은 당황해서 손발이 꼬였다. 그러다가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은지라 무인들의 진격이 멈추지 않았다.


“크아아악!”


그러던 와중에 혈폭단을 먹은 교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전세가 급변했다.


혈인들이 뿜어내던 혈기가 가랑비에 옷 젖는 수준이라면, 혈교도들이 뿜어내는 혈기는 폭우처럼 격렬했다.


“크윽. 중상 입은 자는 뒤로 물러나라.”


격렬해진 혈기에 혈도가 내상을 입은 이도 생겼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도 생겼다. 이들이 모두 화산파 부흥의 초석이 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좌성군은 이를 악물었지만, 선두의 백도진은 혈인과 혈교도들을 말 그대로 찢어버렸다.


“후.”


정륜공을 따라 호흡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면 백도진 대신 백도진을 닮은 기계가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며 흑호대검을 휘둘렀다.


그런 와중에도 혈기가 부쩍 강해졌다는 점이나 이대로 가다가는 중과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이를 악물었지만, 뾰족한 방도가 없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숫자에 짓눌리고 말 걸세.”


칠대문파는 산에서 도를 닦는 이들인지라 내공이 정순했고, 종교적인 색채가 진한만큼 파사(破邪)의 기운을 담고 있는지라 선두에 섰음에도 다른 무인들보다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전세가 불리하다는 점마저 잊을 만큼 유리하지는 않았기에 심정은 마음을 굳혔다.


“자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만 같아서 미안하네만, 자네가 수괴를 무찔러줘야겠네.”


평소였다면 자신보다 심정이 더 낫다며 겸양을 떨었겠지만, 백도진도 사태의 위중함을 알고 있기에 흑호대검을 휘두르면서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이라면 저기까지 길을 뚫을 수 있을 걸세. 그때를 노려서 자네가 거리를 좁히고, 수괴를 무찔러주게나.”


“스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청성파와 아미파에 신세 지는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런 도박이라도 하지 않으면 저들에게 밀려서 익사하고 말 걸세.”


익사라는 표현이 너무 정확하기에 백도진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긴장 풀기 위해 농담을 건넸다.


“혹시라도 제가 진다면 안면몰수하고 후퇴하십시오. 속가 제자 하나가 패배했다고 소림이 패배한 건 아니잖습니까.”


“허허허. 나 혼자 두 분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자네와 함께 뼈를 묻는 편이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가. 그리고 나한 하나의 목숨으로 중원을 격동할 수 있다면 나쁜 거래는 아닐 테니 함께 가세나.”


실없는 농담 속에서도 뼈 있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기에 백도진은 웃었다. 무인이기 전에 승려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법유와 법각을 대하듯 농담을 던졌다.


“돌아가면 곡차 한 동이 사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허허허. 한 동이가 아니라 네 동이를 들고 올라와야 할 테니 나도 한 팔 거들어주겠네.”


자신뿐만이 아니라 법유와 법각 그리고 백도진까지 함께 마시자는 말로 받아친 심정은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진(進)!”


“진(進)!”


묵직한 복명복창과 함께 소림의 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음으로 상황을 파악한 청성과 아미의 제자들도 길을 열기 위해 움직였다.


너무나도 뻔한 움직임이라 차주호는 곧장 지시를 내려서 소림의 앞길을 막아서려고 했지만, 가장 막기 쉬우면서도 가장 막기 어려운 공격이 정공법인 만큼 혈교의 진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만큼 소림의 제자들도 진기를 소모하였기에 길이 열림과 동시에 주저앉는 이들도 많았다.


“가게!”


“예!”


백도진은 한두 동이 수준으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으니 수레에 한가득 쌓아서 숭산을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이 끝나기 무섭게 한껏 구부려졌단 다리가 들판을 질주하는 야생마의 다리처럼 크게 꿈틀거리더니 어마어마한 만지를 남긴 채 앞으로 쏘아졌다.


“막아라! 으아악!”


폭혈단을 섭취하지 않고 지휘에 몰두하던 혈교도가 백도진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무공의 고하를 따지기 전에 질량과 속도를 막아설 힘이 부족했던 만큼 백도진을 가로막으려는 이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지만, 백도진이라고 보법과 신법을 무한히 구사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차주호 앞에 도착하자 속도를 줄였다.


“내가 왔소.”


“지긋지긋하오. 긴말은 필요 없으니 얌전히 혈신님께 바칠 공물이 되시구려.”


무지막지한 돌진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에 차주호는 쉴 틈을 주지 않고 곧장 검을 휘둘렀다.


시뻘건 혈기를 검에 두른 행태는 기자철과 똑같았지만, 힘에 휘둘리던 모습 대신 힘을 제대로 휘두르는지라 백도진은 혀를 차면서도 검을 휘둘렀다.


강렬한 혈기마저도 흑호대검을 뚫을 수 없었지만, 아까보다 여러모로 불리한 만큼 백도진은 무거운 다리를 옮기면서도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가만히 서서 지휘하던 차주호와 지칠 대로 지친 백도진이 충돌했기에 다들 차주호의 우세를 점쳤지만, 첫 충돌 이후로는 밀릴 것 같았던 백도진이 기세를 잡은 채 밀어붙였다.


“크윽.”


무식하게 힘으로 밀고 들어올 줄 알았건만, 백도진이 기교 섞인 공격을 펼치자 차주호는 당황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검을 밀어내자마자 힘으로 밀어붙였다.


예측을 벗어나는 움직임이 연달아 펼쳐지자 차주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똑똑한 인물답게 백도진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했다.


쾅!


백도진의 강점이라면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싸우고서도 여전히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체력과 외공이었다. 하지만 체력과 외공은 무한히 샘 솟는 게 아닌 데다가 쉴 새 없이 싸웠다는 말은 혈기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곧 약점인지라 변칙에 휘둘리지 않고 백도진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에 차주호는 더욱더 혈기를 끌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크윽.”


“크윽.”


힘의 충돌이 이어질수록 차주호도 고통받았지만, 백도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강 대 강의 대결인 만큼 누구 하나가 부러질 때까지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그런 만큼 충격이 누적된 백도진이 불리해 보였고 실제로도 불리했지만, 백도진은 바쁘게 팔다리를 놀리며 맞서는 와중에도 평온함을 유지했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이렇게 평온한 건 아무래도 명원자 영감님 덕분이겠지. 고맙지만, 고맙지 않은건 왜일까.’


무지막지한 흑호대검과 혈기를 뿜어대는 검이 강 대 강으로 충돌하고 나면 힘의 공백이 생기며 약간의 틈이 생겼다. 그 틈이 이어지는 동안 자세를 가다듬고 다음 일격을 준비하는데 써야 했지만, 백도진은 약간의 빈틈 동안 딴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만 하다가는 시뻘건 혈기에 온몸이 난자당해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기에 승리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


‘이대로 충돌이 이어지면 혈기가 온몸을 갉아먹을 테니 필패. 조금씩 기운을 아껴서 밀리다가 단숨에 잡아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연기가 어설프면 저놈이 눈치채고 반격할 수 있으니 단번에 몰아쳐야 한다.’


백도진은 다시 충돌했지만, 이후의 빈틈에 살짝 늦게 대응하다가 결국 뒤로 물러나고야 말았다.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인지라 일부로 늦게 대응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차주호는 다시 일격을 이어가면서도 백도진을 유심히 관찰했다.


“큭.”


쏟아진 공격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세 번 물러나는 모습이라거나 아까는 잘만 막아내던 초식에 어깨를 내주는 등 연기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지자 차주호도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백도진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는 만큼 머리통을 단숨에 꿰뚫어서 싸움을 끝내고 나머지 무림인들을 쓸어버리려고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힘 싸움으로 백도진을 몰아붙이기 위해 힘껏 발을 구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쪼개버릴 기세로 검을 내리치다가 순식간에 초식을 바꿔 백도진의 머리를 찔렀다.


기자철과 다르게 갑자기 늘어난 힘을 제대로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지라 초식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도 혈기의 힘으로 고절한 초식을 펼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차주호는 백도진의 미간을 꿰뚫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의 예측대로 백도진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칼끝이 백도진의 미간을 꿰뚫으려는 그 순간, 찡그리거나 무감정한 모습만 보여주던 차주호의 입술이 미묘하게 비틀리며 미소를 짓다가 순식간에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었다.


“···허어?”


바람 빠진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 짜내며 격통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린 차주호는 제 가슴을 꿰뚫은 검은색 막대기를 확인하고서는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니들은 이정도로 안 죽는 놈인 거 다 알아. 그러니까 확실하게 보내줄게.”


***


솔직히 죽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놈이 피를 빨고 불사조처럼 부활할 걸 뻔히 아는 만큼 조금 아프다고 해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놈이 이겨서 혈교가 대대적인 침공을 개시한다면 한창 자라나야 할 3형제와 도련님네 아이들 그리고 진 사부네 아이들이 피를 보면서 자랄 수밖에 없으니까 좀 더 힘내야지.


“후.”


진기를 끌어올릴 때마다 대못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갯벌에 빠진 듯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눈도 침침한 게 아주 그냥 몸상태가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내 남은 진기를 모두 태워서라도 이놈을 죽이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 이 한 몸 불살라서 가족의 앞날을 밝혀야지.


물론 그렇다고 내가 죽으면 본말전도이니까, 딱 죽지 않을 정도만.


온몸이 뜨거워졌고, 흑호대검을 든 팔이 더는 버티지 못할 때까지 계속해서 진기를 쏟아부어서 일도양단을 이룩해냈다.


피가 폭죽처럼 터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지만, 한마디 해줄 힘도 없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고 눈이 감겼다.


조금만 자고 일어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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