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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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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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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DUMMY

사천분타주의 머리통과 바가지를 깨러 간 정걸 장로가 유정을 데리고 당가로 돌아오자 밥 한 끼 대접했다.


협객의 자질이 보이는 유정이는 성장기인 만큼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기에 고기를 한가득 얹어줬고, 정걸 장로에게는 시원한 냉수 한 사발에 밥풀 몇 개를 풀어서 줬다.


물에 만 밥을 주고 말겠다는 다짐과 냉수 마시고 정신 차리라는 조언 그리고 노인의 치아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합해져 훌륭하게 승화되었건만, 애석하게도 정걸 장로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왜 나만 이런 거냐. 쉬어빠진 밥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된 음식을 내어와라.”


“분타 관리도 못 하는 분에게는 냉수 한 사발도 과하지요. 안 드시겠다면 제가 직접 뿌려드릴 수 있습니다만.”


“내가 언제 안 먹겠다고 했나. 다만 한 사발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그랬지.”


“원하신다면 목젖까지 차오를 만큼 드리겠습니다. 물론 체하지 말라고 밥풀 몇 개는 띄워드리지요.”


나의 정성을 드디어 알아차렸는지 정걸 장로는 단숨에 냉수를 들이켰고, 이까지 쑤셨다. 그런데 이쑤시개가 향하는 방향이?


“한창 자라날 어린아이의 밥을 빼앗을 심산이시라면 탐욕의 근원을 제거해드리겠습니다.”


개방의 장로라는 양반이 애들 먹을 것까지 빼앗으려고 들다니 말세다.


“진짜 저 때문에 성도까지 오셨습니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네가 가장 큰 요인이었지. 그런데 유정이를 제자로 들이니까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져서 말이야.”


하루 이틀 걸리는 거리도 아니고 성도까지 왔으면서 아무래도 좋아졌다니. 아무래도 이쑤시개가 촘촘하게 박혀야 정신을 차리시겠네.


“크흠. 사천당가의 대공자가 몇 달 전부터 다른 오대세가의 맏이들과 함께 강호를 유람하고 있지.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대공자가 돌아오게 되었고, 다른 이들도 함께 오게 되었으니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나.


그렇기에 정보수집도 겸할 생각이었지만, 놔둘 생각이야. 훗날 각지의 분타에서 어떤 정보를 올리는지 파악해서 인사 평가할 생각이니까.”


이쑤시개가 너무 작고 얇은 만큼 젓가락을 들었더니 바른말이 술술 나왔다. 너무 술술 나와서 조금 꺼림칙할 정도였지만, 아무튼 잘 풀렸다.


그나저나 오대세가라. 나랑 얽힐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하던 때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며칠 묵으며 여독을 푼 정걸 장로는 기력을 되찾자마자 정걸 장로는 유정이와 함께 떠나갔다. 무공을 익히기 전에 견문부터 넓혀주겠다며 남쪽으로 향했으니 합비에 돌아가서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왔지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실례하겠소.”


전성상단에게 하청 준 놈들 찾느라고 바쁜 당효성이 여긴 어쩐 일이래.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을 텐데 일단 앉아서 차 한잔하시구려.”


굳이 따지자면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라서 내가 놀란 부분은 그게 아니지만, 일단 차를 권유하는 만큼 중요한 이야기인 게 틀림없는지라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할 말이 있는 모양새라서 일부러 천천히 마셨건만 당효성의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거지들이 또 이상한 데 자리 잡았습니까?”


“그건 아니외다. 그보다 더한 일이라 어디에도 선뜻 말하기도 힘든 일이오.”


“기밀을 요하는 일이 아니라면 일단 말씀해보십시오.”


혈교의 끄나풀이 사천당가 내부에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면 기꺼이 손을 빌려줄 심산이다. 나야 혈교의 끄나풀이 어디 있건 때려잡고 싶지만, 외부인인 내가 나서면 사천당가의 명예에 먹칠하는 일이 될 테니 참을 수밖에 없다.


“본가의 대공자가 청성산에 머물고 있소.”


“청성산이면 여기서 지척이잖습니까.”


평범하게 걸어가도 사흘이고, 느긋하게 움직여도 나흘이면 도착하고도 남을 만큼 가까웠다. 게다가 당가의 대공자라면 말 타고 다닐 테니 하루면 닿을 만큼 가깝다. 그런데 왜 거기 머무는 거야.


“청성산에도 혈인이 있더구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청성파가 고전할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하오. 마음 같아서는 세가의 힘을 총동원해서라도 지원하고 싶지만, 성도를 지켜야 하니 그럴 수 없소이다.”


이제야 감이 좀 잡히네.


오대세가 정도 되는 무림문파라면 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성도는 사천당가의 영토나 다름없고, 국민을 지키는 건 사천당가의 의무다.


물론 세자인 대공자를 구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을 우선시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마음에 드네. 이만한 집안이라면 정수를 맡겨도 되겠어.


“혼자 갈 수 없으니 남는 금창약 있으면 좀 싸주십시오. 그리고 그건 청성의 속가문파에게 운반을 맡깁시다.”


“그 정도 인원은 내어줄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대공자가 목숨 내놓고 싸우는데 이왕 생색낼 거라면 크게 내야지요. 이번 기회를 살려서 성도의 주인은 사천당가라고 크게 소문냅시다.”


몇 가지 조율 및 의견 교환으로 계책을 마무리 지었고, 푹신한 침상에서 하룻밤 보내고 난 다음 청성산으로 출발했다.


청성의 속가문파에서 엄선한 무인 몇 명을 표사처럼 부리는 사치스러운 행렬이지만,


나와 정수 그리고 제수씨가 표두, 청성의 속가문파에서 엄선한 무인들이 표사처럼 움직였다.


평범한 표행이라면 충분하다 못해서 사치스럽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전력이 충분하겠지만, 혈인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진짜 표사나 다름없다. 그나마 진짜 표두로 일하던 이들이 있어서 망정이지 순수 무인만 가득했더라면 사흘 걸릴 거리가 더 길어졌겠지.


아무튼 사흘째 되는 날 정오 무렵에 청성파의 앞마당인 도강언에 도착했다.


“여기도 습격받은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예비부부의 말대로 여기도 성도 성문 바깥처럼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꼼꼼하게 살펴봤지만, 핏자국이나 병장기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사람 사는 흔적이 끊긴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무지막지한 물량으로 단숨에 쓸어버린 모양이네.


사람이 많은 성도에는 사천당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도록 사방에 혈인을 퍼트렸고, 청성파가 지척인 도강언에는 수많은 혈인을 풀어서 단숨에 몰아치다니. 누가 배후에 있는지는 몰라도 머리가 비상한 놈이네.


“길을 아는 제수씨와 정수가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이끌도록.”


“예!”


“청성의 속가제자들께서는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나서지 말아주십시오. 지금은 싸움보다 식량과 약을 지키는 게 청성을 돕는 길입니다.”


“알겠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을 본 만큼 속가제자 양반들도 이를 악물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산길로 진입했지만, 빌어먹을 피 냄새는 옅어지기는커녕 더 진해졌다. 이쯤 되면 청성산을 피 냄새로 뒤엎어버리는 게 혈교의 목적이 아닐까? 빌어먹을 피 냄새뿐만이 아니라 끈적거리는 기운이 온몸에 휘감기기 시작하자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가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평범하게 산길을 걷는 소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수풀을 가로지르는 소리인지라 일단 목소리를 높였다.


“멈춰! 무기 들어!”


“키에엑!”


온몸에 나뭇가지를 주렁주렁 매단 혈인은 우리를 보자마자 미친개처럼 달려들었다. 저건 죽었으니 개한테 실례겠군.


미친개 이하라고 해도 산 사람의 피를 뽑아 만든 괴물은 처치해야 마땅한 만큼 냅다 달려가서 주먹으로 후려쳤다.


튼튼한 만큼 온 힘을 다한 주먹질로도 죽지 않았지만, 이단공이 쑥쑥 발전한 만큼 단단하던 면상을 찌그러트릴 수 있었다. 퓨즈가 끊기는 건 좋지 않아도 이런 건 좋네.


혈인은 굵은 나무를 지지대 삼아 주먹질을 버틴 다음 다시 달려들었지만, 참으로 건방지다. 벽에 튕겼으면 벽콤을 맞아야지.


벽꽝 후 필살기를 쓸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하고 혈인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행복해지기 싫은 혈인이 마구 날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짧고 간결하게 때렸다.


“적당히 너덜너덜해졌네. 일단 포박하자.”


제수씨가 건네준 쇠 그물로 꼼꼼하게 동여매서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 산을 오르려고 했지만, 빌어먹을 혈인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멈추지 마라! 움직여!”


한두 놈이면 내가 온몸을 비틀어서라도 막아보겠지만, 두 자릿수는 무리다. 검을 빠따처럼 휘두르며 혈인이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족족 외야로 날리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지.


“누구냐!”


“사천당가와 성도의 속가제자들이 청성파를 지원하러 왔소이다!”


“당장 문을 열어라! 이대제자들은 괴물들을 막고, 삼대제자들은 속가 사숙들을 도와 수레를 끌어라!”


다른 산도 아니고 청성산에서 속가 제자를 죽게 놔뒀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가끔 용기 가득한 속가제자가 힘차게 검을 내질렀지만, 혈인이 왜 혈인인지 알게 되었을 뿐, 제대로 된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뛰어다녔고, 할퀴고 물린 자국이 가득 남은 채 청성파 산문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젠장, 하산하면 옷부터 사야겠네.


“청성파를 대신해 당가의 도움에 감사드리오. 청성파 일대제자 장진모이오.”


“사천당가에 신세 지고 있는 무명소졸 백도진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의제인 신창양가의 양정수 소협, 그의 약혼자인 사천당가의 당은혜 소저입니다.”


속가제자들까지 인사하고서는 가장 급한 약부터 안으로 들여보냈다. 분명 나는 남는 금창약이나 좀 싸달라고 했는데 금창약만 수레 두 대 분량이고, 내상약과 식재료도 수레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가득 챙겨줬다. 누가 사천당가의 총관 아니랄까 봐 손이 크시네.


아무튼 가장 급한 일을 해결했으니 이제 장진모 진인과 이야기할 시간이다.


“성도에도 괴물이 출몰하여 당가도 휘말렸다니 안타깝구려. 게다가 혈교라니.”


서찰을 읽은 장 진인은 안타까워하면서도 골치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백 대협 덕에 당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적혀있소.”


“정파의 무인으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도움이 되었다고 한들 정말 미미할 따름이라 부끄럽습니다.”


어허, 정수야. 형님이 겸양 떠는데 누가 그런 얼굴 하라고 가르치디. 아주 그냥 결혼한다고 나랑 맞먹으려 드네.


“그런데 저 흉물은 왜 가져 오셨습니까?”


“당문의 비전으로 저들을 빠르게 쓰러트릴 방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혈교가 선수 쳐서 약을 제대로 제조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청성에도 울혈을 빠르게 풀어내는 약이 있습니까?”


“좋은 소식이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구려. 본파에 전해지는 연단 비법은 없소이다.”


옛날옛적에 문주가 강서성 용호산에 분점을 냈고, 그쪽에 연단술이 전해졌다는 간략한 역사 교육을 받았다. 정말 안타깝네.


“그렇다면 부적이나 선술의 맥을 이은 분들은 안 계십니까?”


“그분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네.”


“그렇다면 그분들께 움직이는 혈인을 전달해드리면 무슨 방도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소림의 속가제자인 데다가 부적 같은 술법에 관심이 없어서 저게 잘 되리라고 예측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다친 사람도 많고,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희망찬 이야기 하나 정도 만드는 게 좋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혹시 알아?


전생에서처럼 과학자들에게 시간과 예산을 듬뿍 안겨줬더니 뭔지 몰라도 대단한 게 튀어나온 것처럼 술법 연구하는 사람들이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할 수도 있잖아.


장 진인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셨고, 깊은 산속 옹달샘이 아니라 깊은 산속 암자에 혈인을 배달하는 일은 내가 맡게 되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올라 피골이 상접한 진인들께 일거리를 건네드리자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내 연약한 마음과는 반대로 살아있는 샘플이 제 발로 찾아와서 신나셨는지 곧장 이것저것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중 한 분이 슬며시 빠져나와서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아귀다툼을 벌이기 싫어서 그런데 하나만 더 잡아주게. 이렇게 간곡히 부탁하네.”


어르신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라고 잡아 온 건 아닌 만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거니와 장진모 진인마저도 이 양반들의 학구열 혹은 탐구열을 과소평가했다는 게 금방 드러났다.


“열흘! 자네가 한 마리 더 잡아준다면 열흘 동안 저놈을 낱낱이 해부해서 붙이기만 해도 저승으로 보낼 부적을 만들어내겠네!”


“나는 아흐레면 충분해!”


“내가 입찰한 혈인 상회입찰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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