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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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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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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904

작성
21.09.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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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0쪽

58화 재회의 약속

DUMMY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진흥고등학교와의 연습경기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황선덕 선발 1경기 5:1 승)

(사와다 준페이 선발 2경기 3:2 승)

(키쿠치 료헤이 선발 3경기 1:5 패)


"고생했다. 꼭 우승해라"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다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있었다. 그치만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우리가 이길테니까 기대하라고!"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앞에서 서로 한번씩 악수를 주고 받으며 보내주는데, 이종훈 감독님이 날 따로 부르셨다. 진지한 그의 표정에서 어딘가 모르게 불안함이 엄습했다.


"선덕아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네가 나온 경기 모두를 다케노조 감독이 보내줬다. 정말 많이 변했더구나 나도 한 때는 정말 네가 미웠었는데, 이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한국에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냐?"

"그치만 전 영구제명 당한 상태라서.."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꽤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일본은 여전히 내게 이국땅일뿐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야구선수로써 생각한다면 지금 일본 고교야구에 머무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것이라고도 판단됐다. 이 두가지에 딜레마에 빠진 날 물끄러미 보시던 이종훈 감독님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지금 당장 오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걸려있는 영구제명권은 내가 풀어줄테니 언제든 한국에 복귀하고 싶으면 돌아와도 된다."

"예? 그게 가능한가요?"


사실 황선덕의 영구제명권을 건의했던 사람은 바로 이종훈 감독 본인이었다. 영구제명이라는 것이 누구 하나의 입김으로 될리가 없지만, 선덕은 당시 언론에서 엄청나게 주목하던 선수이기도 했었고, 피해자인 조규환과 그의 어머니 역시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제자를 망친 선덕을 제명 리스트에 넣었는데, 지금은 그 피해자도 용서를 했다.


"가능하다. 그리고 조규환 어머님 역시 네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하시더구나."


거기다 가해자도 충분히 과거를 반성하며 살고 있다고 확신이 들어서 이미 협회측에 제명 해제 건의를 올려 놓은 상태였다. 남은 건 조규환 어머님의 승인만 있으면 되는데 이것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선덕을 기억 상실에 이르게 만들었던 조규환의 어머님은 황준표에 선처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같은 자식을 가진 부모로써 아무리 자식이 밖에서 망나니처럼 굴었어도 내 새끼가 중환자실에 갈만큼 다치게 만든 장본인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정말 제명만 풀리면 전 언제든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건가요?"

"그렇다니까 크흠!"


보통이라면 협회입장에서도 이미 영구제명을 내린 선수를 되돌린다는 건 굉장히 민망한일이다. 아마 평소였다면 조규환과 이종훈 감독이 밀어부친다고 한들 먹힐리가 없었다. 허나 U-18국제 야구 선수대회에서 보여준 선덕의 가능성은 협회 입장에서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서조차 한일전 당시 빈볼 상황을 엄청나게 질타했었기 때문에 지금 한국의 여론은 의외로 한국을 이긴 일본팀의 황선덕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선덕만 괜찮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한국 야구선수로써 키워 다가올 국제 대회에 그를 대표로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제게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당장 결정하기에는 아버지 직장문제도 그렇고.."

"물론이지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해도 된다."


-빵빵!


다 탑승했다는 버스기사의 신호에 이종훈 감독님은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시고는 나리타 공항으로 출발하셨다.


"선덕! 다 끝났으면 너도 얼른 타!"


우리들도 에히매현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났는데 문득 무언가를 빠트린 기분이 들었다.


'뭐지? 뭘 잊고 있지..?'


알림창에 'N'이라고 떠있는 붉은 영문이 보이니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유니크 미션!!"

"아이 깜짝이야!!"

"아..미안"


옆에 앉아서 곤히 자고 있던 토도가 나 때문에 화들짝 깨버렸다. 대충 얼버무리며 다시 알람창을 살펴봤다.


[유니크 미션 성공!]

[보상으로 카라스노의 멤버 중 카피하고 싶은 대상을 고르시오.]

[1.히로키, 2.야규]

[3.히나타, 4.다나카...]


'이건 망설일 필요없이 무조건 히나타 세이지로지'


만약 U-18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더라면 난 분명히 토호의 도지마 선수의 타격능력을 카피했을 것이다. 뭐 결과론적으로는 도지마 보다는 나 역시 히나타를 선택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카라스노 지명타자 히나타 세이지로의 타격능력을 카피합니다.]


***


다른 선수들은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전부 내려줬다. 맨 뒤에 앉아있던 나도 내리려고 하는데 다케노조 감독이 제지했다.


"넌 남아"


나만 학교로 같이 가야한다고 한다. 아마 결승전 이후 내 개인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


학교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새 학교로 도착한 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케노조 감독님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라운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 아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스카우터 존 마이크와 제이미 모레츠였다. 초면은 아니였다. 경기 종료 직후 그들의 요청으로 잠깐동안 그들의 질문에 영혼없이 대답해서 아마 다신 만날일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곤니찌와(반가워요.) 선덕 센슈(선수) 아니 한국말로 대화 하는 게 더 편하시려나?"

"아...상관없습니다. 편하신대로 하세요."


제이미 모레츠는 꽤 유능한 인재였다. 5개국어에 능통한 그녀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로 다시한번 그날의 질문을 했다.


"지난번에 저희가 제안 드렸던 트리플 A 제의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사실 생각은 커녕 그때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서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감정이 그대로 들어나는 내 표정을 확인한 니시무라 코치가 그럴줄알았다는 듯 내 엉덩이를 걷어찼다.


"야이! 이럴줄 알았어 까먹을껄 까먹어야지!"

"악!! 근데 제가 미국가면 테이쿄는 어쩌구요!!"


이번에는 다케노조 감독이 어이없는 얼굴로 고갤 저었다.


"그런건 선덕군이 신경쓸 일이 아닙니다. 남은 멤버들도 선덕군을 응원할테고요."


이게 얼마만큼의 감사한 제안인줄은 알고 있다. 이 제안을 수락해 당장 미국으로 넘어간다면 지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이 더욱 앞서있었다.


"죄송합니다. 전 이곳에 남아서 동료들과 함께 계속 고시엔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미련이 남았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 팀의 에이스가 이렇게 간단히 빠지게 된다면 날 응원해주고 믿어주었던 동료들을 배신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다케노조 감독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절대적인 에이스가 존재하는 고등학교는 전국대회에서 그만큼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습니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은 위축되고, 우리팀은 사기가 샘솟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우리학교는 그런 타입이 아닙니다."


다케노조 감독의 설명은 간단했다. 테이쿄는 압도적인 에이스에 의존하는 팀이 아닌 모두가 하나되어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학교라는 것,

U-18에 팀 최고의 에이스가 차출되어 떠나갔을때 든든히 마운드를 지켜주었던 사와다 준페이 , 뒤이어 팀의 안방마님도 같이 강제 차출 되었을때도 든든하게 그 자리를 매꿨던 우에키 토도, 고시엔 결승전 에이스가 무너졌을 때 곧장 마무리로 들어가 승리를 이어줄 키쿠치 료헤이까지 테이쿄는 언제나 전력을 다해 그 결과를 승리로 만들어내는 근성있는 팀이었다.


'모두들 정말 최선을 다해주었지..'


감독님 말에 공감하며 감사할때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동영상이 도착했습니다.]


"동영상?"

"한번 보세요."


다케노조 감독님의 권유로 테이쿄 단체 메세지방에 있던 영상을 재생 시켰다.


"와아아아!! 선덕아 축하한다!! 메이저 가면 꼭 킴브렐 사인 꼭꼭! 보내줘야한다. 형이 사랑하는 거 알지??"

"료헤이 비켜봐!! 애리조나면 그 잭 그레인키 사인도!!!"

"야이 자식들아 사인이야기는 나중에 개인적으로 해!"


주변 풍경을 보아하니 고시엔 구장으로 날 데려오기전 버스 안에서 찍은 듯 싶었다. 다들 하나같이 내가 제이미를 따라 애리조나로 가는 걸 확정한 듯 보였다.


"가서 꼭 메이저까지 올라가! 나도 내년부터 아쿠텐에 프로로 뛰어서 언젠가 네가 던지고 있는 곳으로 따라갈게!"


'에이시 선배..'


"솔직히 조금 건방지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니까 이해한다. 꼭 거기서도 에이스가 되길 바란다."


'신타로 선배'


"아직 경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너 떠나기 전에 같이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넌 우리의 영원한 에이스야"


'후쿠야 선배까지..'


모두의 응원을 보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언제까지고 고마운 사람들.

내 평생에 보석같은 이 사람들에게 무슨 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할지 막막할 정도였다.


"아무도 선덕군을 원망할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거절하는 것이 더 우리 팀원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인생을 사세요."


다케노조 감독의 말을 끝으로 결국 난 애리조나 구단에 가기로 결심했다. 아직 17살 고등학교 1학년 풋내기 투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부딪쳐 보기로 했다.

조건을 승인하자 재빠르게 거대한 책하나를 내게 건넸다. 어디선가 낯이 많이 익은 책이다 싶었는데..


'아..! 망할 아버지 다 알고 있었던거야?'


그 책은 고시엔 구장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가 내게 권유한 책이랑 똑같았다.


"자! 그러면 바로 출발해볼까요?"


이야기가 마무리 됐으니 마이크가 렌트한 차로 걸어가자, 당황한 내가 되물었다.


"추..출발이요? 어디로.."


내 반응이 귀엽다는 듯 제이미가 씨익 웃더니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어디긴 어딥니까? 애리조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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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 +1 21.09.07 1,824 20 10쪽
56 55화 각자의 각오 21.09.06 1,75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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