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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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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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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713
추천수 :
4,169
글자수 :
804,904

작성
21.08.2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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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추천
32
글자
12쪽

38화 저요? 보결인데요.

DUMMY

"헛소리 하지말고 당장 방으로 들어가!"


토호의 두 에이스와 아야카 감독의 일촉즉발의 상황, 가만히 놔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갈 분위기였기에 선덕이 먼저 나섰다.


"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세요."

"안돼! 또 무슨 꼴을 당하려고"


선덕에 만류에도 두 사람의 경계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정말 괜찮아요. 끝나면 바로 방으로 돌아갈테니까"


하는 수 없이 여전히 도끼눈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아야카 감독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결국 의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는 감독이 선덕을 흘겨봤다.


"유격수 많이 어렵지? 그렇지 않아도 대표팀 구멍이 딱 거기거든~ 뭐 이 짧은 기간에 연습 좀 한다고 메워질 만큼 만만한 포지션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올해 U-18에 네 자리는 없어 그냥 지금처럼 여기 누워서 요양이나 하다가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돌아갈 날이나 세도록해"


처음 고시엔 조추첨때 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른사람을 만난 것처럼 선덕을 차갑게 대하는 아야카의 태도가 의아했다.


"저한테 도대체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이유는 뭐 셀수없이 많지만.. 그보다 너 혹시 기도 잘하니?"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니~ 혹시 기도 잘하는 재주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고시엔에 복귀할 수 있게 대표팀이 떨어지도록 기도나 하라고 크큭"


-끼이익!


할말 끝난 아야카 감독은 의무실을 나가려고 문을 잡았다.


"저기!"


이제 막 입소한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본색을 들어내며 학생을 조롱하는 감독, 나잇값 못하는 한심한 어른, 학생에 희망을 짓밟는 더러운 인격,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경고하는 인면수심까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하루만에 너무 강한 충격에 휩싸이게 되니 도리어 정신이 차분해 지는 것 같았다.


"제가 유격수에서 가장 잘하면 절 쓰기는 하실 겁니까?"

"싫은데?"

"싫어도 절 쓸수 밖에 없도록 만들겁니다. 기대하세요."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하는 선덕에 모습에 잠시 움츠려 들었던 아야카 눈에 선덕은 오만도 자만도 교만도 없는 확신이 보였다.


"의무실이 마음에 들었나보네? 내일도 오고 싶으면 그래보시던가"


빌어먹을 대표팀 감독과의 신경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선덕은 하루가 너무나도 고되게 느껴졌지만, 내일 훈련을 위해 그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상으로 토호의 멤버 중 카피하고 싶은 대상을 고르시오.]

[1.유우키, 2.무라베]

[3.미츠이 or 오니, 4.도지마]

[5.미야기or 하야토, 6.이마에]

[7.코타, 8.구로다, 9.사카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야토씨'


[토호 유격수 하야토의 내야수비능력을 카피합니다.]


***


다음 날 얼마 뒤 벌어질 예선전을 대비해 특별히 고시엔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전신 타이거즈에 2군 선수들이 직접 연습경기를 도우기 위해 이곳에 왔고, 미팅중이었던 선수들이 차량에서 내리는 선수들을 보자 열광했다.


-야..대박 야마토 선수다..

-코가 선수도 있어!

-싸..싸인해달라고 하면 실례일까..?


비록 2군이지만 그들은 바늘 구멍처럼 들어가기 어렵다는 경쟁률을 뚫고 프로에 지명을 받은 사람들이고, 3학년이지만 아직까지 스카우트 제안을 못 받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저 롤모델일 수밖에 없었다.


-삐빅!!


"어이 거기!! 꽤나 여유들 있나봐?"

"죄..죄송합니다!!"

"됐고, 오늘 시범 경기에서 집중 못하면 바로 스타팅 멤버에서 떨어지는 거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릴 수 있도록 해"


-네!!


"포지션은 어제 호명했던대로 진행 될 거고, 상대는 프로니까 '한수 부탁드린다'는 미친 생각을 갖고있는 놈들! 안일한 플레이 보이면 즉각 교체시켜버릴테니까 무조건 이길 생각으로 임하도록"


아야카 감독의 설명을 들은 인원들이 각자의 포지션으로 분주하게 움직일때 선덕은 어이가 없었다.


"저.. 어제 스타팅 멤버가 결정 났어요??"

"하아..."


깊은 한숨을 쉬는 오니를 보니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알겠어요. 하는 수 없죠 오늘 선발 힘내세요."

"그래..미안하다."


결국 선덕 없이 경기가 시작됐고, 경기는 의외로 팽팽하게 진행됐다. 첫 이닝부터 타선에서 3번타자 미츠이와 4번타자 히나타의 방망이가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하위 타선까지 꽤나 길게 공격이 이어져 상대 선발 투수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저 선발 아저씨 다리가...'


2군 선발 투수의 중심을 받쳐주는 왼발에 붉은 균열이 보였던 선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 상대편에 알려주면 날 미친놈으로 보겠지..?'


하지만 이닝이 길어 질수록 투수의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게 되자, 참을 수 없었던 선덕은 미친 척 하고 상대팀 감독에게 달려갔다.


"저기요!"


아직 1이닝임에도 5점이나 당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상대 벤치에 처들어온 선덕을 보는 프로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뭐야? 넌"

"저..진짜 안 믿을실 수 도 있으시겠지만, 저 투수 지금 왼 발에 금갔어요! 당장 내리셔야해요!"


'진짜 욕 뒤지게 먹어도 좋으니까 제발 빼!'


두눈 질끈 감고 선덕이 소리치자, 예상했던대로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은 노발대발하고 난리도 아니였다.


-니까짓게 뭘 안다고 지껄여??

-꼬맹이 지금 분위기 파악 못해? 당장 꺼져!

-너 어디학교냐? 미쳤어? 어!?


사람은 다수의 말을 한번에 들으면 무슨 내용인지 하나하나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다수의 사람이 자신에게 욕을 하고 있으면 희안하게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또박또박 선명하게 들리는 초능력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


'와.. 진짜.. 더 있다가 맞겠는데..'


-철푸덕!


선덕에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운드에서 쓰러진 선발 투수를 보자, 그제서야 놀란 선수들이 마운드로 달려갔다.


"요시히코! 왜 그래!!??"

"발..발이!!"


양말까지 다 벗은 투수의 왼 발은 말벌에 쏘인 것처럼 팅팅 부어있었다.


"들것! 들것을 가져와!!"


이제서야 투수가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선덕이 다시 원래 벤치로 돌아가려는데,


"어이 꼬맹이 어떻게 안거냐?"


솔직하게 까놓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꼬맹이가 아니고 황선덕입니다.

뭐.. 안 믿으실 수 있으시겠지만, 전 투수의 폼을 보면 대강 어디에 문제가 있는 지 알겠더라구요. "


'믿던가 말던가..'


말도안되는 대답에 그냥 무시할줄 알았던 감독이 의외로 선덕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불펜장을 가리켰다.


"어쭈 그래? 그럼 저기 저 녀석은 어떤것 같냐?"


감독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오버핸드로 던지는 투수 한명이 보였다.


'음.. 저기를 뭐라 부르나..?'


"아..그러니까 제가 자세한 명칭을 몰라서 제 팔로 설명 드리자면.."


자신의 오른 손 팔꿈치를 가리키며 붉게 보이는 곳을 설명하자, 감독의 눈이 점점 커졌다.


"너..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저요? 보결인데요."


***


'저놈은 저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선발 투수가 급하게 바뀌고 소란스러운 와중에 상대 벤치에서 설치고 다니는 선덕이 눈엣가시였던 아야카가 소리쳤다.


"야!! 저게 미쳐가지고 거기가 어디라고가!!!"


신데렐라에게 구박을 주는 새엄마처럼 당장에라도 족칠 기세로 아야카 감독이 뛰어오자, 상대팀 감독이 도리어 당황했다.


"지..진정 하세요. 별일 아닙니다."


차분하게 선덕이 왔던 경위를 대신 설명해주는 상황을 보자, 누가 선덕의 감독이고 누가 상대팀 감독인지 구분이 안갈정도 였다.


'아휴 돌아가면 또 엄청 갈굼당하겠구나..'


씁쓸하게 벤치로 끌려(?)가는 선덕을 바라보던 상대팀 감독이 소리쳤다.


"어이 보결 친구! 근데 넌 포지션이 어디냐?"


아야카 감독이 도끼눈으로 쳐다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빠그라진 관계에 잘 보일 필요도 없었던 선덕은 노빠꾸로 대답했다.


"투수요. 양손 투수"


-찌릿!


'뭐 어쩔껀데'


이젠 더 이상 선덕도 이 여자를 감독은 커녕 어른으로도 대하지 않기로 했기에 과거 중학교 시절이 떠오를 정도의 매서운 눈매로 같이 노려봤다.


***


연습 경기는 초반에 5점이나 먼저 선취점을 따냈음에도 교체된 투수의 호투와 타선의 맹추격으로 단번에 역전되었고, 대표팀은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패인을 살펴보자면..대표팀의 전력상의 문제가 아니였다.

상대팀 감독의 총평은..


'유능한 적군보다 위험한건 무능한 아군이라고, 대표팀 감독이 딱 그짝이네..'


어설픈 대타 기용과 스퀴즈 전략으로 말아먹은 공격찬스가 수두룩했고, 결정적으로 잘 던지고 있는 오니 쇼헤이를 굳이 5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억지로 미츠이를 집어넣은 선택은 최악이었다.


'좌투수를 우리 상대로 내다니 경기를 포기할 셈인가?'


전신 타이거즈 2군 선수들은 좌 투수 저격 스페셜 리스트라고 불릴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여줬는데, 이는 대표팀 감독의 사전 조사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어이 보결 꼬맹이!"


경기가 끝나고 잔뜩 풀이죽은 선수들이 숙소로 하나둘씩 돌아가자, 선덕을 기다렸던 상대팀 감독이 다가왔다.


"난 전신 타이거즈 2군 감독 후쿠이 모리타라고 한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고시엔에서 꽤나 화려하게 데뷔했다더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너 왜 보결이냐? 어디 다쳤어?"


눈 앞에 남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 사람이 적이라도 내 처지가 이보다 더 안 좋아질것도 없겠지 뭐..'


"유격수 하라길래 연습했더니 출전 기회를 안 줬어요. 하하.."


말하다보니 본인도 어이가 없었던 선덕에게서 헛웃음이 세어나왔다.


"지금 당장 던져볼 수 있겠냐?"


인터넷으로 알아본 선덕의 최대 구속은 155km/h 요즘 시대에 고등학생이 150이 넘는 공을 뿌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선덕의 공은 확실히 괄목할만 했다.


-끄덕


"미우라! 스피드건 가져와"


이 후쿠이 모리타라는 감독의 인상은 결코 선한 사람은 아니였지만, 지금은 그런것 보다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최대한 기회로 바꾸고 싶었던 선덕은 손에 쥔 공을 전력으로 던져댔다.


"폼도 독특하고.. 스..스피드가!?"


워밍업도 없이 단 1구만에 본인의 최대구속 155km/h를 찍어버렸다.


"하..한번만 더!"

"왼손으로 던질까요?"

"어? 아아..맞다 양손이랬지... 설마!?"


인터넷 기사에는 그저 155km/h로만 적혀있을 뿐 어느 손인지는 안 적혀 있었다.


'설마 양손으로..?'


[156km/h 토탈스핀 2570회]


'이건 잘못됐어.. 이 아이는 지금 여기 있으면 안돼!'


NPB기준 탑 클래스의 1선발 투수와 피지컬 대결만 놓고봐도 충분히 승산 있을정도의 구위 그치만,


"너..널 유격수로 뽑았다고? 설마 아까 그 멍청한 니네 감독이 그랬냐?"

"뭐 듣자하니 엔트리가 정해질 때부터 확정된 사항이라고 하던데요?"


잔뜩 인상을 구긴 후쿠이 모리타 감독이 시계를 한번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NPB에서 또 미친 짓 하는데 이번에는 좀 사이즈가 클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요즘 선수 협회 분위기 살벌한 거 몰라? 확실한 일 아니면.."


확신에 찬 모리타 감독이 눈 앞에 선덕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 새끼들이 이번에는 U-18 야구 국가대표 엔트리에 장난질 쳤는데도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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