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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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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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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0.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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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1화 합법적(?) 템퍼링

DUMMY

나와 에밀리는 우선 이곳 핫도그를 먼저 주문하고선 그들과 합석했고, 난 다니엘에게 얼른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선덕 나랑 같이 다저스로 갈래?"

"예? 갑자기요?"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고, 곧 있으면 챔피언십 시리즈가 시작된다.



'같이 힘을 모아도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데 이 아저씨가!!'



바로 욕 한 바가지 내뱉으려는 내 낌새를 눈치챈 벨린저가 말을이었다.



"우리 팀 다르빗슈 유가 내년부터 다른 팀으로 가게 됐어, 이제 막 데뷔한 루키에게 2선발은 힘들 수도 있긴 한데, 그건 나와 터너가 잘 설득해볼게 어때?"

"그래 이건 엄청난 기회야 선덕 까놓고 말해 애리조나에서 아무리 네가 잘 던지면 뭐 하겠어? 곧 있으면 팀이 붕괴할텐데!"



터너까지 합세해 말을 거들자,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나 역시 이번 시즌 이후 애리조나의 재정문제로 다량의 트레이드가 있을 것이라는 걸 보라스에게서 사전에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리그 꼴찌였던 디백스가 무려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입성하여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고군분투해 왔다. 근데 벌써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건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이거 템퍼링인건 아시죠? 전 구단에 보고 하겠습니다."



다니엘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이미 구단에서도 허락했어, 아니 적극 권장한다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애리조나 단장 마이크 헤이즌이 디백스 모든 선수들한테 공문을 보냈어,"



깊은 한숨을 쉬는 다니엘이 앞에 있는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적극적으로 타팀에게 어필하랜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두든 우리들 연봉 삭감은 반드시 진행될 거라고, 이게 뭐겠어? 우리보고 알아서 자기 PR시킨 다음에 이적료나 챙겨 먹겠다는 뜻 아니겠냐? 솔직히 우리가 시즌동안 한 경기라도 대충했냐? 챔피언십까지 올라온 선수들한테 이건 아니지!"

"이런 미친..."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에밀리 마저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로 구단의 운영방식은 개판오분전이었다.



아직 연봉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루키인 나조차도 황당한 구단 운영방침에 혀를 내두르는데, 기존 멤버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저 멋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에이전트와 상의해주세요."



하지만 계약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함부로 나설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 전문가에 조언을 듣고 차분하게 생각해야 할것 같았다.



"그거라면 걱정 마 여기 벨린저가 너랑 같은 보라스 에이전트 소속이거든,어! 딱 맞춰왔군 헤이!"



저스틴 터너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드는 상대는 내 에이전트 보라스 아저씨였다.



"뭐야 벌써 만나기로 했어? 1시간 뒤에 부른다며?"

"아니 뭐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만난 김에 후딱 해치워 버릴라고요."



사이좋게 코디 벨린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니, 이미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모양이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간략하게 설명한 터너와 벨린저가 자리를 피해주었고, 보라스가 본격적으로 설명해나갔다.



"선덕 선수가 들은 대로 지금 애리조나의 상황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안정적이지 못한 구단에서 매몰되는 선수들을 전 여럿봤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운영방침이 확정된 건 아니잖아요? 그럼.."

"미안 하지만, 구단주가 템퍼링을 권고하는 건 MLB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설령 내년방침이 올바르게 선다고 한들, 이미 디백스의 많은 선수들은 타 구단에서 막대한 연봉을 보장받은 상황일꺼구요."



잠시 깊은 한숨을 쉬는 보라스가 처음 만났을 때의 곧은 눈빛으로 날 응시했다.



"선덕 선수는 아직 루키라서 잘 모르겠지만, 운동선수들은 당장 내년에라도 자신이 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생물들입니다.

단순히 구단과의 친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아주는 메이저리거는 절대 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대우가 곧 프라이드인 세계니까요. 지금 애리조나는 그 신뢰를 먼저 깼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멍청하게 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겠지요."



반박할 수 없었다. 아직 내가 프로의 세계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심지어 내가 받은 연봉 실수령액조차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계약에 관해서는 문외한 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팀에 불화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같은 팀 많은 선수들이 이미 다른 구단에 갈 생각이라면, 현 디백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아닐껄? 다들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내년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발버둥 칠껄?"



진짜냐고 보라스는 쳐다보자 아무말없이 고개를 묵묵히 끄덕인다. 허무했다. 그래도 영구결번까지 노릴 생각으로 이 팀에 뼈를 묻고 싶었는데, 내 어수룩한 소망은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꺾이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히도, 선덕을 원하는 구단은 넘치게 많습니다. 제가 일 전에 보여줬던 구단들 있었죠? 지금은 올 빨간색입니다."



가을야구에 들어서서 세운 기록들로 인해 내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당신은 아직 무패 투수입니다. 이 메리트는 그 어떤 구단에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보라스는 더 이상 선발을 나서지 말라는 소리와 함께 건강상에 문제로 시즌 아웃까지 권할 정도였다. 지금 멈추는 게 가장 높은 몸값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라고, 단언컨대 역대 최고의 연봉을 선사해주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보라스를 보니, 이유를 알 수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보라스 아저씨 애리조나에 희망이 없다는 건 잘 알겠어요. 이적에 대한 이야기는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도록할게요. 하지만 다시는 제게 선발을 하라마라 같은 말은 삼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내 에이전트입니다. 선 넘지 마세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라스에게 이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물론 그는 그의 일을 했을 뿐이고, 난 그의 일 처리 방식에 정식으로 클레임을 걸은것뿐이다.



"미안 합니다. 미스터 황 주제넘은 발언을 용서하십시오."



보통 어른이라면 불편한 기색을 내비출법 하지만 보라스는 단 한 번의 변명 없이 곧장 내게 정중한 사과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 그가 일류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아닙니다. 다 절 위해서 말씀해주는 건데, 다음부터는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로 간의 적절한 거리 유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거리 유지가 쉽지가 않다. 어느 한쪽이라도 그 관계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순간 관계는 아주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난 딱 이 정도의 거리감을 보라스와 유지하고 싶었다.



"물론입니다."



조금 전 대화를 듣고 있던 다니엘이 긴장된 얼굴로 말을 계속 삼키고 있었다.



"형은 왜요"

"어어? 아..그게.. 그래서 다저스는 어떤지 궁금해서.."

"그러고 보니 다저스는 왜 저랑 형을 같이 스카웃 하고 싶대요?"

"모르셨습니까? 선덕 황의 너클볼을 받을 포수가 다니엘 밖에 없다고 해서.."



내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다니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형 정말 그렇게 얘기했어요?"

"어..어? 그..그게... 그래 맞아.. 미안하다."



솔직히 다니엘 정도의 포수는 메이저리그에 흔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훈련양도 그저 그런 수준에 타율도 평범, 다만 그의 타자 분석능력은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주전을 꿰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에밀리가 다니엘의 행동을 보고 묻자, 체념한 듯 다니엘이 대답했다.



"사실 선덕의 너클볼은 제가 리드하는 게 아닙니다. 선덕이 리드하는 곳에 전 미트만 대는 겁니다."

"예??? 그게 가능한가요??"



에밀리뿐만 아니라 보라스마저도 이번에는 꽤 놀란 눈치였다.



"미안 합니다. 제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다저스와의 계약은 전면 캔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스터 황 다른 조건으로 제가 다시 조율하겠..."

"잠시만요."



문득 더블A에서 다니엘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형 기억나요? 나한테 그랬죠? 형의 동아줄이 되어달라고"

"어? 어어..그랬었지"

"그럼 이번엔 제가 부탁드릴게요. 형이 내 동아줄이 되어 주세요."

"무..물론이지! 내가 정말 최선을 다 할게!"

"대신! 앞으로 모든 훈련일정 저랑 똑같이 해주셔야하고, 제가 어느팀으로 가던 곧장 따라와 주셔야합니다."

"잠깐 미스터 황 그건.."



이번엔 내가 정중한 태도로 보라스에게 사과했다.



"이번 한 번만 어리광 부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니엘 형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예요."



업계 최고의 대우를 마다하고 1+1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에이전트 처지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지만,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보라스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리스트 만들어 보겠습니다. 남은 경기 준비 잘 부탁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허윽허윽....읏쨔!!"



요란하게 근육 트레이닝장을 울리는 다니엘의 기합 소리 누가 보면 3대 500은 치는 줄 알겠다. 평소 연습을 게을리하던 다니엘에게 내 훈련 메뉴얼은 살인 스케줄 그 자체였다. 특히나 근육 트레이닝장에서의 난 논스톱 훈련을 선호했는데,



"라스트 하나더 하나더! 하나더!!"

"라..라스트 해짜느아아악!!"



기진맥진한 그가 드러누우려는 기색을 보이면 곧장 바로 다음 운동기구로 이동했고, 식단 마저 나와 동급으로 먹게 되니, 고작 나흘 동안 다니엘의 체중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내일은 경기 해야 되니까 이 정도만 하고, 수영장에 가서 근육이나 풀다가 쉬죠"



겨우 살았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짓는 다니엘, 평소에는 그렇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여기저기를 헤엄쳐 대던 그가 지금은 머리만 동동 띄운 채 내게 말했다.



"고마워 네 덕분에 은퇴는 면했다."

"형 나이가 몇인데 벌써 은퇴같은 소릴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몸이나 제대로 풀어둬요. 근육통 때문에 내일 시합 망치면 큰일 나니까"

"그러고 싶은데.. 풀릴 기미가.."

"알아요. 이거 끝나고 보라스 아저씨가 추천한 전신 마사지가게 예약해 뒀으니까 거기가요."

"오! 나이스 초이스!"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내일 시작될 챔피언십 시리즈에 만전을 다 했다.



***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시카고 컵스 VS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휴스턴 애스트로스 VS 뉴욕 양키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살아남을 팀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당연히 휴스턴은 무조건 올라오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지터! 그래도 양키스에서 평생 몸담았던 양반이 정도 없나?"

"아이고 그러셔요? 그러면 존슨씨는 당연히 디백스로 예상하시겠군요?"

"뭐..뭣이!? 그래! 디백스가 우승할 거다! 왜!! 꼽냐?"

"꼽다니 당신 말 다 했어!?"

"이 자식이 당신? 당신??"



지난번 신인왕 싸움에 이어 데릭 지터와 랜디존슨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상식적으로 시즌 최하위 성적을 하던 디백스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고, 디백스의 반등을 기대하는 많은 팬들의 배팅은 컵스와 거의 동등한결과를 가져오는 반전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아메리칸리그는 데릭 지터의 예상대로 휴스턴에 압도적인 배팅율을 자랑하며 챔피언십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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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2화 애리조나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10.13 1,413 21 12쪽
» 91화 합법적(?) 템퍼링 21.10.12 1,437 18 12쪽
91 90화 내부의 첩자 21.10.11 1,451 19 12쪽
90 89화 더 많은 기회를 내것으로! 21.10.10 1,499 17 12쪽
89 88화 후회와 반성 그리고 결과 21.10.09 1,560 21 12쪽
88 87화 퍼펙트 게임 21.10.08 1,526 19 13쪽
87 86화 상냥한 귀인들 21.10.08 1,465 21 11쪽
86 85화 D-5 21.10.06 1,516 18 12쪽
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8 21 12쪽
84 83화 총력전 21.10.04 1,578 21 13쪽
83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21.10.03 1,630 22 13쪽
82 81화 승부의 분수령 21.10.02 1,650 26 13쪽
81 80화 나 믿을거야..선덕 믿을거야 21.10.01 1,675 22 13쪽
80 79화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천적 21.09.30 1,689 20 13쪽
79 78회 외쳐! 황페러! 21.09.29 1,695 21 13쪽
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4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0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7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1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5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7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78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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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0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7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29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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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49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6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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