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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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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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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904

작성
21.09.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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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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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DUMMY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 다니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곧장 내게 물었다.


"야 꼬맹이 너 이름이 뭐냐?"

"선덕 황인데요."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 날 쳐다보는 다니엘이 한 동안 날 물끄러미 보더니 결심했다는 듯,


"너 내 동아줄 해라"

"예? 동아줄이요?"

"메이저로 올라갈 동아줄 말이야 대신 너도 날 잡고 올라갈 수 있게 해줄게 어때? 서로 윈윈 해보지 않겠어?"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는 자신만만한 눈으로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전 2달안에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인데요?"

"엥? 왜?"

"사기당해서 이곳에 팔려왔거든요. 비행기 값만 벌어서 돌아갈겁니다."


다니엘이 팔짱을 끼고 이 녀석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갸우뚱하며 날 쳐다본다.


"제 정신인거는 맞지?"

"예 맞으니까 쓸데없는 곳에 힘 빼지 마시고,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음.... 안돼 넌 해야해"


'이 사람도 미친인간인가?'


"귀찮게 하지말고 저리 가세요.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왜냐하면 오늘 넌 여러사람한테 제대로 찍혔거든~"


***


숙소로 돌아오니 다니엘의 예상대로 토레이 로불로 감독과 랜디존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다니엘은 그들의 부름을 받아 체이스 필드 마운드로 호출 되었다.


"연습 경기에서 보긴 했었는데, 다시 한번 제대로 던져보시게"

"...."


난 그들의 건네는 악수도 무시한 채 바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내 건방진 태도에 머쓱한 감독이 괜스레 다니엘에게 짜증을 낸다.


"빨랑빨랑 안 뛰어!?"

"왜 저한테..아악! 알았다구요!"


***


-스이이익 파밧!!


"나이스 볼!"


-포심 패스트 88점

-커브 46점

-체인지업 67점....


토레이 감독이 작은 수첩에 꼼꼼히 내 구질에 대한 평가를 적었고 수첩을 접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하겠어!"

"저기요. 아직 너클볼은 안 던졌는데요?"

"뭐? 너클볼도 던질 줄 알아?? 재밌는 녀석이네 하하하 그치만 다니엘 저녀석은 너클볼을 잡을 줄 몰라 다음에.."

"아니 제가 지시하는 곳에 미트를 대기만 하면 됩니다. 허수아비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공격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인상이 구겨지기도 했지만, 너클볼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말이 지금은 더 충격적이었다.


"좋아 한번 던져봐 다니엘! 들었지!?"


그치만 이야기를 들은 다니엘이 난색을 표하며 굉장히 하기 싫다는 뉘앙스로 말대답을 했다.


"아.. 그.. 저 녀석 볼 맞으면 엄청 아플것 같은데.."

"못 들었어? 허수아비도 할 수 있는 일이라잖아! 징징대지말고, 어서 해!"


'아이씨.. 괜히 나만 부상 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미트를 대는 다니엘에게 고개를 저으며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춘 뒤 투구를 시작했다.


-스이이익!!


'으윽!! 안되겠어!!'


160km/h에 어디로 올지 예측이 되는 직구와 110km/h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클볼을 고르라고 한다면 포수들은 십중팔구 전자를 택할 것이다. 지금 다니엘에 심정이 딱 그러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볼을 피해버렸다. 그러나 선덕의 볼은 예고했었던 곳 그대로 들어갔다.


"야이 자식아! 포수가 볼을 무서워하면 어쩌자는 거야!?"

"에라이! 그럼 감독님이 받아 보시던가!"

"저 자식이 감독한테! 다시 제대로 받아!"


'아이씨.. 진짜 싫은데..윌리엄 그 자식은 대체 무슨 신경으로 R.A디키의 저런 볼을 받는 거야? 으으!! 미친자식'


너클볼러 최초로 사이영 상을 수상한 R.A디키는 80마일(128.7km/h)의 고속 너클볼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레전드 선수인데, 선덕은 이제 고작 17살에 70마일(112.6km/h)로 그와 거의 다르지 않은 고속 너클볼을 던졌기에 다니엘이 식겁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이이익! 파밧!


"어떤가? 자네가 볼때는?"

"실력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해 피지컬도 195cm면 충분하고, 멘탈만 잘 케어한다면 바로 쓸 수 있겠어"


랜디 존슨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토레이 감독이 흐뭇하게 웃으며, 피칭하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방금 전 내 불손했던 태도는 이미 잊은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의 눈에 내 상품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17살에 강속구 스위치피처' 언론에 주목을 끌만한 요소는 충분하고도 남을것이다.


'분명 홍보팀에서도 두손 들고 환영할테지'


그런데, 하필 자신이 잠시 원정 경기를 다녀온 사이에 선수가 구단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는, 마이너 감독들 모조리 징계처분 내려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보다는 수습이 먼저다. 저 어린 선수가 다시 다른 생각하지 못하도록 메이저리그에 뽕을 잔뜩 주입할 생각이니까,


-짝짝!


"좋아 거기까지만 던지고, 미스터 황은 오늘부터 우리가 제공하는 호텔에서 묵도록 하시게"

"예? 호텔이요?"


'아무리 메이저가 실력 우선주의라고 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토레이 감독은 고작 내 볼을 30분 밖에 지켜보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이들에게 내 전력을 보여준 뒤 깔끔하게 거절하고 멋있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다시 그 시궁창 같은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해졌다.


'그냥 한번만 더 애리조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내게 호의적인 토레이 감독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지금와서 고집을 꺾는 건 조금 모양빠지지만, 못 이기는 척 이번 한번은 날 위해 자존심을 꺾었다.


"그래 호텔 아참! 먹고싶은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이 명함에 있는.."

"감독님! 제가 할게요 제가!! 아무래도 포수는 투수와 자주 얼굴을 봐야.."

"이 새끼! 또 잔 대가리 굴릴라고!"


토레이 감독이 한 소리를 하려는데, 옆에 있던 랜디 존슨이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그쯤 하시게, 다니엘도 저정도면 많이 반성 했을꺼야, 안 그래도 연패중인데 저 친구 올라갈때면 다니엘도 같이 올려야하지 않겠나?"


현 다이아몬드 백스의 포수는 다니엘에 비해서 현저히 피지컬과 뇌지컬 모두가 떨어지기에 슬슬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서라도 그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랜디 존슨의 말은 정론이었다.

감독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라는 손짓을 했다.


***


매니저에게 짐을 맡긴 뒤 다니엘의 가이드를 따라 주린배를 듬뿍 채워줄 스테이크 하우스에 오게되었다.


-냠냠냠..


"근데 아저씨는 뭔 짓을 했길래 감독님이 더블A까지 내려버린 거에요?"

"아..아저씨!? 야이 자식아 너랑 나랑 그래봤자 6살밖에 차이 안나! 형이라고 해"

"예예~ 그래서 뭐 했냐구요."

"네가 알아서 뭐하게? 밥이나 먹어"

"아저씨처럼 되지 않으려면 하지 말아야할 사항정도는 알아야죠"


그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추며 하는 수 없이 먹던 나이프를 내려 놓고, 새끼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게 뭔데요."

"이게 동양에서는 여자친구를 뜻하지 않나? 아무튼 무단으로 숙소 이탈해서 딱 하루 경기장에 안 갔거든"


미국이라서 뭐 대단한 이유가 있을줄 알았더니 굉장히 하찮은 일이었다.

그리고 다니엘은 아직도 반성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하루정도는 그럴수도 있는거지! 그럼 내가 온 청춘을 메이저에 바쳐야해!? 안 그래?"


'응..안 그래..'


내 한심하다는 표정을 이제서야 눈치챘는지 헛기침을 몇번 하고선 다시 나이프를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서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다니엘이 내일 일정에 대해 알려줬다.


"감독님이 내일은 홈 시합이니까 경기에 뛸 순없어도 관중석에서 지켜보라고 하셨어, 웨이트를 하던 뭘 하던 상관없는데, 14시까지는 그라운드로 와라 선수단하고 가볍게 인사한 뒤에 관중석으로 같이 올라갈꺼니까"

"예"


호텔 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고급스럽게 치장된 금색 화장실부터,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명화들이 방 곳곳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상시 먹을 수 있는 간식들도 구비되어있었고,


'대접이 너무 다른거 아니냐..?'


무엇보다 컴퓨터가 있었다. 그 동안 로밍 데이터가 얼마 되지 않는 바람에, 친구들과도 연락을 못했었는데.. 난 씻고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 테이쿄 녀석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내가 저녁 8시에 연락을 해도, 상대는 밤 12시였다. 무려 16시간의 시차, 아쉬운 듯 다시 컴퓨터를 끄려고 하는데, 곧장 내게 개인 메세지가 날아왔다.


{고마츠 나나 : 선덕! 어떻게 된거야? 왜 연락 한번이 없었어!}

{황선덕 : 여기 와서 너무 바빴어 이제 겨우 컴퓨터를 쓸 수있는 방을 얻게되서 한번 들어와 본 거야}

{고마츠 나나 : 난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었어 다음부터는 단체방에 근황이라도 남겨줘}

{황선덕 : 그..그래..알겠어 아무튼 다들 별일은 없지?}

{고마츠 나나 : 응 3학년은 이제 은퇴하고 신타로 선배가 주장이 됐어 토도도 주전 포수로 잘 해주고 있고 아참! 슌스케가 드디어 연습경기 선발 첫 승 했다? 그것도 너클볼을 주 무기로 말이야}

{황선덕 : 너클볼로?}

{고마츠 나나 : 응!! 근데 토도가 받기 어려워서 힘들다고 아주 죽을 상이야 큭큭}


'다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고마츠 나나 : 근데 미국 여자들은 다 이쁘고 막 그런가? 하하하..}

{황선덕 : 글쎄 여자라고 본 사람은 스카우터 제이미씨 뿐이라서 나머지는 다 뚱뚱한 아줌마들밖에 기억에 없는데? 그보다 나 잘하면 이번 달 안에 시합에 나갈 수도 있대 아직 미정이지만, 경기날짜 잡히면 방에 공지할께}

{고마츠 나나 : 정말!? 응응!! 꼭 해줘! 반 애들 모두가 응원할꺼야!}


간만에 아는 사람과 이렇게 맘 편하게 대화할 수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멀리 떠나온 날 걱정해주는 나나에게 난 알수없는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11시부터 체이스 필드 그라운드에 일찍 와서 발에 불이나도록 뛰고있는 날 보며 여러 선수들이 수근거린다. 40인 로스터에 간당간당하게 걸쳐있는 강등 직전의 선수부터, 2시쯤 되니 베테랑 선수들도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쟤는 누구냐?"

"글쎄.. 일반인은 아닐테고, 벌써 20바퀴째 뛰고 있다는데?"

"구장을 착각한 마이너 선수 아니야?"

"그런 멍청이가 있을리가.."


-헤이!!!


누군가 날 계속 불러댔지만, 난 지금 그런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희귀미션! 현 스태미나를 60%까지 올리시오.]

[30,000보 남았습니다.]

[60%달성 시 랜덤 보상이 지급됩니다.]


전날 호텔 푹신한 침대에서 기분좋게 숙면을 하고 일어나니, 간만에 뜨는 희귀 미션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3시간쯤 뛰었을까?


[희귀 미션! 스태미나 60% 달성!]


드디어 랜덤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후우..뭘 주시려나~'


[랜덤 보상이 지급됩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


'응!'


[랜덤 보상으로 '프로의 거울'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설명 : 성실한 품행으로 많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자신을 어필하십시오.]

[좋은 귀감을 전파할수록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프로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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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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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4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0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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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화 미러전 21.09.22 1,727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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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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