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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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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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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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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904

작성
21.10.0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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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86화 상냥한 귀인들

DUMMY

시합 이틀 전



토레이는 코치에게 비상 연락을 받고 서둘러 감독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저기는 또 언제 나갔대.."



어울리지 않게 정장을 차려입은 랜디 존슨을 보며 고갤 저었다.



"못 살아 정말.."



브라운관 속에는 랜디 존슨을 비롯한 여러 레전드 패널들이 스포츠 매거진에 나와 올해 신인왕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신인왕을 맞춰라!]



-이번 신인왕 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LA 다저스에 코디 벨린저 아니겠습니까?



팔짱을 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랜디 존슨이 단호하게 고갤 저었다.



-에이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 코리 시거가 한번 땄잖습니까? 게다가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도 하지 못했구요. 올해는 무리예요 무리



데릭 지터 역시 어림도 없다는 듯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펼쳤다.



-모르는 소리 하시네! 자 봐요. 가을야구에서 비록 떨어졌지만, 올 시즌 그의 기록은

128안타 39홈런 10도루 97타점 87득점

타율 .267 출루율 .352 장타율 .581 OPS .933 입니다.

이보다 나은 후보가 도대체 어딨습니까?

-너무 타자 관점에서 생각하시네요. 올해 좋은 투수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투수가 신인왕을 받기에는 아직 임팩트가..

-왜 있잖습니까? 애리조나 디백스의 선덕 황이?



선덕이 존슨의 제자인 사실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노골적인 그의 지지발언은 오히려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데릭 지터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올해 9월 이제 막 올라온 루키중 루키입니다.

15승이상을 한 것도, 30세이브를 한 것도, 하물며 200이닝을 소화했다거나, 200탈삼진을 달성하지도 않았어요!

-대신 5승 무패, 1완봉까지 했습니다. 타석에서도 8타점에 5홈런..

-이제 고작 6경기밖에 못했잖습니까? 평가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넌센스라니!? 당신이 투수에 대해 뭘 알아!? 여자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는 놈이..

-뭐요!? 당신 말 다 했어!!



화면은 잠시 광고로 넘어가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토레이가 고갤 저었다.



"한동안 안 보인다 했더만 그새를 못 참고 저러고 있었어?"



하지만 토레이 감독은 선덕이 앞으로 있을 경기를 지금처럼만 해 줄 수 있다면 신인왕 가능성에 대해진지하게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



한편 일일 미션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선덕을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LA 다저스 2선발 다르빗슈 유였다.



"꼴을 보아하니 놀다 온 것 같지는 않고 훈련?"

"예..뭐.."



녹초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고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야구공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우리 집 마당에 설치된 피칭망에 다가서더니, 이전 내가 2차전때 따라 했었던 그 10인치 슬라이더를 선보였다.



-스이이익!! 파앝!



'다시봐도 대단하네.. 어떻게 저러지?'



그리고 공을 주워서 내게 넘겼다.



"한번 네 슬라이더를 던져 봐"



어제와 같이 오늘도 하루 종일 트레이닝으로 인해 온몸이 뻐근한 상태였는데, 상대가 먼저 기술을 선보였으니, 나도 보답했다.



-스으윽!! 파팥!



다르빗슈의 수평 10인치 무브먼트에 비해 내 슬라이더는 평범 그 자체, 아니 평범이라기보다는 스승을 닮아서인지, 137km/h의 빠르기만하고 예리하지 못한 그저그런 슬라이더 시늉만 할 정도의 볼이었다.



"확실히 나랑은 많이 다르네, 어떻게 그립을 쥐는 거야? 난 이렇게 쥐는데"



다시 떨어진 야구공을 주워 자신만의 그립법을 공개하자, 나 역시 내 슬라이더 그립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자,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던 다르빗슈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너.. 소..손가락이 이렇게나 길어??"



손가락 강화를 한 뒤로부터, 조금 더 자란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긴 건가...?'



놀란 얼굴로 그는 자기 손과 내 손을 맞대며, 화들짝 놀랬다.



"나랑 한마디나 차이 나는 사람은 처음인데..?"



살짝 부러운 듯한 얼굴로 씨익 웃던 그가 다시 내게 야구공을 쥐어 보라고 시켰다.

난 평소 배운 대로 그립을 잡고 있었다.



"그 상태로 던지는 거야?"

"예 여기서 이렇게요."



내 동작을 꼼꼼히 살피던 다르빗슈가 고개를 저으며 특이한 주문을 했다.



"자 조금 전 그립 다시 잡아봐"



난 검지와 중지 엄지 세 손가락으로 슬라이더 그립을 유지했다.



"좋아 그 상태 그대로 내게 야구공을 뺏기지 않을생각으로 힘 줘 봐"

"흐읍!!!!"



-쓰이익!!



"앗 뜨거워!"



진심으로 손가락에 힘을 줬던지라 손가락 마찰열로 인해 뜨겁기까지 했다.



"어때? 조금 전 감각대로 한번 공을 던져볼래?"

"예? 꽉 쥐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공을 던져요?"

"공을 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짓누른다고 생각하고 한번 던져 봐"

"방금처럼 엄지손가락도 같이요?"

"그렇지!"



쓸데없이 이런 짓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낯선 방법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조언에 따라 방금 배운 슬라이더를 던지고 나니,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각도로 피칭망 끝에 적중했다.



-스으으윽!! 파앝!!



최근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와 LA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에게도 피홈런을 허용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시점에서 스탭업을 하고 싶었는데, 직접 방문해 코치까지해주는 다르빗슈가 정말 고마웠다.



"가..각도가..각도가!!"

"각도뿐만 아니지 무브먼트도 아까보다 확실히 달라졌지?"

"이게 어떻게.."



난 지금껏 변화구는 그립과 어깨 힘만으로 던져 왔었다.



그래도 충분한 구속이 나오니까

그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난 아직 내 몸을 최대치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손가락 길이가 이렇게 변화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기 때문이다.



"잘 판단해서 피칭하도록 해

넌 괴물처럼 빠른 볼로 이미 많은 프로를 제압해왔지만, 아직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그런데 뜬금없이 찾아와서 내게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이 사람의 속내를 알수 없었다. 한동안 웃어대던 그가 잠시 민망한 듯 턱에난 수염을 만지며 내게 물었다.



"나 내년부터는 다저스에서 컵스로 이적한다. 뭐 알아두라고~"



아무래도 내가 디백스와 계약이 이번 시즌까지라서 혹시라도 컵스에 오퍼가 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뜻 같았다. 그렇지만, 난 현재 이 팀이 좋다. 애리조나의 살인적인 더위만 빼면 딱히 돈이 궁했던 것도 아닌지라, 그의 간접적인 제안은 내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알려주신 방법을 토대로 저만의 피칭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선배"

"오~ 내게도 선배라고 불러 주는 거야? 영광인걸? 하하하 그럼..."



-투욱!



주먹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한대 치고선 다르빗슈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가을 야구 꼭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네 가치를 증명해 봐 넌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



그렇게 일일 미션에 개인 트레이닝까지 성실하게 임하였고, 경기날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2017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가 곧 시작됩니다."

"애리조나의 상대는 결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결정이 됐네요!"

"밀워키와의 격전에서 살아온 샌디에이고의 1회초 선발은 줄 리스 차신인데요!"

"2010년대를 대표하는 싱커볼러 중 한 명이죠! 00년대에 왕젠민과 브랜든 웹이 리그를 대표하는 싱커볼러였다면, 10년대는 차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은 샌디에이고 홈 구장인 펫코 파크 (Petco Park)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최근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줄 리스 차신의 실투들로 인해 1회초 공격권을 가진 디백스의 타선은 샌디에이고를 거침없이 몰아쳤다.



"이게 벌써 몇 번째 볼넷입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교체 해야 해요! 더 이상의 실점은 내일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거거든요!!?"



-타앙!!



"이런 세상에!! 말씀드리는 순간 J.D마르티네즈의 만루 홈런!!!"



***



결국 4회에 무려 8득점을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선발이었던 잭 그레인키는 7회까지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컨디션 회복에 성공 하였고,



불펜 선수들까지 디비전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스이이익!! 파밧!!



"타자 아웃!!"



의지가 꺾인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돌려 세우며, 8번 시드였던 디백스가 리그 승률 1위팀인 다저스를 꺾은 게 결코 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경기 종료! 스코어는 9:3으로 애리조나가 첫 번째 경기를 가져갑니다!"

"최근 디백스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데요?"

"그렇습니다. 마지막에 올라와 세이브를 기록 하는 선덕 황의 피칭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다저스와의 대결에서 무너졌던 다승2위 잭 그레인키가 부활했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점 더 완전체로 변해가는 느낌이 드는 건 제 기분 탓일까요? 과연 디백스의 기적은 어디까지인지! 저희 스포츠 매거진과..."



-띠익!



"흥! 누구마음대로 기분 탓이야? 당연히 우승까지 쭈욱~ 달려갈 거다!"



뾰로통한 얼굴로 소파 구석에 리모컨을 내던지는 고마츠 나나가 오늘 선덕이 나와 기록한 삼진수를 세며 얼굴을 붉혔다.



"열심히 하고 있네.. 지금 연락하면 늦으려나..?"



현지시각은 아직 오후 10시 늦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애매한 시간 때였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이 한번,두 번 지나가도 좀처럼 받을 생각하지 않았고 괜히 자는 애를 깨우는 건 아닌지 싶었던 나나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올해 디백스의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 중인 선덕 황! 디백스의 우승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흑백화면에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인터뷰 중인가 봐 얼른 끊어야..'



부시럭 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 보아하니 인터뷰중에 걸려 온 통화를 끊으려다가 실수로 받은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자신감이 대단하신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가 어떻게 됩니까?"

"근거? 글쎄요....그냥 약속했거든요."

"약속이요?"

"예 제 여자친구와.."



-꺄악!!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소리치고만 나나의 목소리가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에서 울려 퍼졌다.



"주머니에 혹시 그녀가 숨어 있는 건가요? 하하"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냈는데, 방금 막 통화종료가 되어 있었다. 순간 자신이 내뱉은 오글거리는 인터뷰를 그녀가 실시간으로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함이 목 끝까지 달아올랐다.



"도망쳐 버린 모양이네요. 하하하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내일 선발 출장에 앞서서 각오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죄송하지만 내일 경기도 저희가 압도적으로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어제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오늘 1편 더 연장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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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89화 더 많은 기회를 내것으로! 21.10.10 1,499 17 12쪽
89 88화 후회와 반성 그리고 결과 21.10.09 1,560 21 12쪽
88 87화 퍼펙트 게임 21.10.08 1,525 19 13쪽
» 86화 상냥한 귀인들 21.10.08 1,465 21 11쪽
86 85화 D-5 21.10.06 1,515 18 12쪽
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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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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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7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1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5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7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78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79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0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7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28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2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49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6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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