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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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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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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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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904

작성
21.09.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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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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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DUMMY

"꼭 우리 회사가 해야해? 아나 진짜 시팔 더러워서.."

"어쩌겠어요? 한국 언론과는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다는데 아쉬운 사람이 찾아가야죠"

"아니 그러니까 그 아쉬운 사람이 왜 우리회사만 있냐고!"

"낸들 알아요? 회사에서 까라면 까는거지"


피닉스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을 나오는 스포츠 KY의 오현배 기자와 박현서 기자가 40°가 넘는 날씨에 인상을 잔뜩 구기고선 렌트한 차량으로 이동했다.


"렌트는 또 뭐하러 했어? 어차피 택시타면 20분인데"

"이 많은 장비는요? 그리고 우리 숙소가 얼마나 먼지는 아세요?"


가득 쌓인 짐을 잔뜩 트렁크에 넣고선 운전석에 올라탄 오현배가 물었다.


"근데 그 자식은 무슨 빽을 썼길래 징계 처분까지 풀어버린거야?"

"빽은 무슨 예전에 취재하던거 기억 안나요? 특집 기사 만들면서 가정환경 다 조사했었잖아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도대체 무슨 수로 회사에서 압력을 넣었냐 이거지"

"정말 몰라서 물어요?"

"끄응.."

"한국도 다가올 WBC를 생각해서 고급 인재를 미리 확보하고 싶은거겠죠 그리고 회사에 압력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 충분히 메이저에서 잘하고 있잖아요."


-딱!


"아야!"


운전하는 오현배는 조수석에서 따박따박 말 대꾸하는 후배 기자의 딱밤을 한대 쳤다.


"넌 그 녀석 인성을 벌써 잊었냐? 안봐도 비디오야! 분명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아니 야구를 인성보고 한답니까? 실력보고 하는거지! 그렇게 따지면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에 제정신 박힌 인간들이 몇이나 있다고 그러세요?"

"하여튼 누굴 닮아서 이렇게 되바라졌는지 쯧!"


운전대를 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상징인 체이스 필드 구장이 나왔다.


"저긴가 보네요. 선배 괜히 선덕 선수한테 시비 거실꺼면 여기에 앉아 계세요. 여기까지 출장와서 아무 소득도 못 건지면 사직서 써야 하는 사람은 저라구요! 아시겠죠?"

"쯧! 그러던지 말던지"


두 사람이 떠드는 사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3연전 마저 전승해서 현재 6연승 중인 디백스의 차량이 구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 선수들 컨디션도 하루 쉬어서 다들 좋아보였다. 오래 기다릴 필요없이 곧바로 만날 꺼라는 부푼 희망을 안고 구장에 들어가려는 두 사람의 눈에 뜻밖에 장면이 보였다.


"이름이 뭐니?"

"메리요!"


귀여운 꼬마들 사이에서 동양인 청년이 둘러 쌓여 싸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현서 기자의 눈이 커지며 크게 소리쳤다.


"황선덕 선수!!"


반갑게 두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박현서의 한국 말,

선덕이 반응해 뒤를 돌아보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기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기 전에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또 절 괴롭히러 오신겁니까?"


오현배 기자를 노려보며 묻자, 그 역시 대놓고 오기 싫었다는 티를 팍팍 내며 대답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다른 용건이다."


곧 죽어도 자기입으로 아쉬운 소리하기는 싫은 모양인지 박기자의 옆구리를 한번 찔러대자, 눈으로 잔뜩 핀잔을 준 박현서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용건을 말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가 재능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활약하는데, 고국에 많은 국민들이 선덕 군의 아니 선덕 선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기자로써..."

"그럴리가요. 스포츠 KY덕분에 이웃 사촌부터 팔촌까지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죠,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 아버지를 괴롭혔는데요."


비꼬듯 말하는 내 말투에도 면목없다는 듯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박현서에게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걸 고깝게 보고 있는 오현배를 보니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1년 전에 했던 것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셨나봐요?"


KY스포츠는 과거 선덕이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 가장 먼저 선덕의 집 주소부터 신상정보까지 모두 까발린 곳이었다.


"애 새끼 말 하는 싸가지는 여전하구만 쯧!"


예전부터 궁금했다. 도대체 이 오현배라는 기자는 어째서 내게 이리 날을 세우는 것인지를


"멀리서 오셨는데 빈 손으로 돌아가면 회사에서 뭐라 안한답니까?"

"어린 놈의 새끼가 어른한테 말하는.."

"그만하세요. 좀!"


솔직히 내 자신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이유야 어떻든 내 사정 때문에 남에게 해를 가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를 건들인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 하고나서 계속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도 그때 오현배 기자가 들고 온 저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자신의 아버지를 무릎꿇게 만든 장본인 앞에서 인터뷰 하고 싶겠습니까? 심지어 카메라도 그때 그 카메라네요. 장난 하십니까?"


당시 아버지가 무릎 꿇은 채 대국민 사죄를 하는 모습을 찍었던 카메라가 확실했다. 렌즈 옆에 남은 기스..저것은 분명히 내가 카메라를 부수려다가 낸 손톱 자국이었다.


"너 같은 아들을 둔.."


-짜악!!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 내가 주먹을 들어올리는 순간, 박현서 기자의 오른 손이 오현배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순간 당황한 오현배가 말도 더듬어가며 삿대질을 하려는데,


"적당히 하세요 적당히!!! 선배는 모르시겠지만, 선덕 군이 기억을 잃고 난 뒤로도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구타를 당했는지 알아요? 그때 선배가 선덕 군의 집을 노출시키지만 않았어도 선덕군이 일본으로 이민갈 일은 없었을꺼에요!"


뿐만 아니라 조규환 선수의 어머니를 집 앞까지 데려와 직접 사죄를 받게 만드는 장면은 아직도 선덕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때 외면할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제가 했던 잘못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속죄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리는데, 제 눈 앞에 아니 우리 가족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주십시오."


다른 한국 언론사를 먼저 만났더라도 결과는 똑같았겠지만, 스포츠 KY를 만나고나니 한국 언론과 엮이지 말아야겠다는 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저대로 보낼꺼에요?"

"그럼 어째? 지가 못하겠다는데 돌아가자고"

"진짜 자꾸 이딴식으로 나올꺼에요?"

"야 박현서! 미쳤어? 적당히 안해? 선배가 만만해?"

"지랄 어차피 이거 못 따가면 서로 남남 될텐데 그게 중요해!?"


평소에도 한 성격하던 박현서가 드디어 꼭지가 열리고 말았다.


"여기 오기전에 몰랐어요? 이렇게 될거라는 걸? 잘 하겠다면서요! 편집장님에게 인터뷰 그까짓꺼 따올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었잖아요! 근데 왜 자꾸 옆에서 지랄병이냐고 미친새끼야!!"


꼭지가 돌아버린 박현서는 오현배로도 감당 하기 어려웠다. 과거 몇차례 이력이 있어서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밥줄이 달린 사항이라 그런지 더욱 막나가기 시작했다.


"꺼질꺼면 너나 꺼져! 이 무책임한 기레기 새끼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혼자서 낑낑 매고선 박현서가 선덕을 따라가자 혼자 뻘쭘하게 서있던 오현배가 소심하게 소리쳤다.


"야아.. 나 여기 숙소도 모른담 말이야!"


여성에게 뺨을 맞고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중년의 남자 오현배를 보며 체이스 필드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수근대자, 부끄러운지 얼른 자리를 떠났다.


'살살 좀 때리지.. 아오 내 뺨따구..'


박현서의 기분이 나아질때까지 오현배는 체이스 필드 이곳 저곳을 생각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선덕에 대해 언급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흥! 그래봤자 학폭했던 쓰레기 새끼일 뿐이야!'


여전히 선덕에 대한 생각을 굽히지 않는 오현배가 툴툴대며 치킨을 팔고 있는 식당에서 메뉴를 살펴보는데.. 조금 특이한 메뉴가 있었다.


"GOLD CHICKEN? 이게 뭐에요?"

"이곳을 처음 온 모양이군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덕 황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먹었던 이 세트로 자주 시킵니다."


구성은 단순했다. 후라이드 한마리+감자튀김 라지 사이즈+제로콜라 가격 구성도 괜찮고, 양도 풍족했다. 하지만 선덕과 관련있다고 생각하니 그는 꼬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부로 다른 메뉴를 골랐다.


따로 먹을 곳이 있었지만, 구장 안에 들어와 혼자 쪼그린 채로 치킨을 우걱우걱 먹다보니 꼬맹이들의 대화 소리가 또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니네 이게 뭔지 알아? 바로 황이 싸인 만들기 전에 미안하다고 대신 이름 써줬던 볼이야! 황이 내게 줄 싸인 볼이 없는 게 미안하다고 하더니 바로 다음 날 싸인 만들어서 이것도 줬다~"

"거짓말! 황 선수가 너 때문에 싸인을 만들리가 없잖아!"

"내기 할래? 있다 경기 끝나고 싸인볼 부탁할때 확인해볼까!?"


'거 꼬맹이 녀석들이 시끄럽기는.. 별 말 같지도 않은 내기를 하고 있어?'


굳이 경기 끝나기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경기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선덕은 찰리를 알아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해주고 있었다.


"형!! 이거 형이 싸인 만들기 전에 해준거 맞지!?"

"응? 어어 맞는데 왜?"


조금 의외의 모습이었다. 뭐 단순히 어린 아이 싸인 좀 해주는 것 정도야 메이저리그에서는 팬서비스 차원으로 해주는 경우도 많다.


"싸인 하나가지고 호들갑들은 쯧쯧..."


신경끄고 다시 닭다리를 뜯으려는데 선덕의 뒤에서 따라오는 박현서가 끈질기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선덕을 바라보자, 오현배는 문득 그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정말 미안해요. 그건 확실히 저희 잘못이 맞습니다. 인정해요. 아버님을 찾아뵈서라도.."

"그만하세요. 아이들 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치만.."


솔직히 선덕은 박현서에게 화낼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그 당시 기껏해봐야 수습기자 신분이었고, 본격적으로 선덕을 궁지로 몰아세웠던 것은 저 벤치 위에서 게으르게 치킨이나 뜯으며 꼬장한 눈으로 선덕을 쳐다보고 있는 오현배가 문제였으니까. 그럼에도 그녀의 신분은 스포츠 KY소속 기자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아이들 앞이라 그런지 마음이 점점 약해진다.


"일단은.. 경기 끝나고 다시 이야기 하시죠"


박현서를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는 자신이 싫으면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한국 언론를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페랄타도 복귀했고, 오늘은 좀 쉬도록 합시다."


예상은 했었다. 아무래도 휴스턴에 이어서 애틀랜타 전까지 20연패를 극복하자마자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는 공신인 나를 챙길 수 밖에 없을테니..


"알겠습니다. 감독님"


뭐 딱히 위기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부터 3연전을 해야 하는 상대는 현재 5연패 중인 콜로라도 였기 때문이다.


"그럼 간만에 잭의 피칭이나 관전해볼까?"


솔직히 하루 쉬고 난 다음날 등판하는 게 베스트 컨디션인데 아쉽게도 내 시합은 내일로 잡혀있었다. 오늘 잭의 피칭을 보며 랜디 존슨에게 배웠던 슬라이더와의 차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전혀 모르겠다.. 도무지 감이 안 잡혀..'


능숙한 판단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투구만 간결하게 끊어내는 그의 피칭은 정말 로봇같았다. 반면 본능으로 상대방을 찍어누르는 랜디 존슨의 와일한 스타일과는 어찌보면 정반대일지도 몰랐다.


"와... 잘 던지긴 하네.."


내가 감탄 하는 것처럼 디백스의 팬들 역시 잭 그레인키에게 환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어 미션! 1선발의 자리를 빼앗으십시오.]

[보상으로 보유한 스킬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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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8 21 12쪽
84 83화 총력전 21.10.04 1,578 21 13쪽
83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21.10.03 1,630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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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4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0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7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1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5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6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78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79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0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7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28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2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49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6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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