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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의 서재입니다.

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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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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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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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9
글자수 :
804,904

작성
21.10.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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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DUMMY

흥미로운 보상 내역에 고민하던 사이, 익숙한 번호로 연락이 왔다.



-띠리리릭!!



나도 모르게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도 수고했어, 부원들이랑 같이 응원했는데 이겨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덕분에 힘이 난다."

"....."



둘 다 표현을 잘못하는 성격들이라 잠시 대화에 마가 생겼지만, 크게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수화기 너머 상대에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이틀 뒤 3차전 잘 준비하고, 아 참! 감독님께서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어"



'감독님이?'



"목표를 응원한다고"



제자에게 직접 말하기 쑥스러웠던 모양인지, 나나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나보다. 제자의 미래를 위해 망설임 없이 꿈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참된 스승님이었다.



"다케노조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줘 그럼 끊을게"



통화를 끊고나니 홀로 남은 호텔의 정적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안 되겠어!'



***



-벌컥!



"누구..어? 아들? 그 짐은 다 뭐야?"

"생각해 보니까 이 집 내 계약금으로 마련했는데, 왜 내가 나가야 해? 나도 여기서 살 거야"

"그 좋은 호텔방 놔두고 굳이??"

"그니까 이 좋은 집 놔두고 왜 호텔방을 가? 게다가 거기는 김치찌개 안 팔아!"

"이 자식이 갑자기 사춘기가 왔나?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 미란단지 미저린 지 하는 여사친은 밖에서 따로 만나시고, 이 집에 들이는 건 삼가 바랍니다."



고집스럽게 2층 빈방에 짐을 풀고 침대도 없는 바닥에 누워 있으니 이제 좀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어도 아직 17살 고등학생, 타지에서 혼자 호텔방 생활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그런 날 보며 내심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내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진작에 들어올껄'



***



-똑똑똑



"누구세요?"

"예 반갑습니다. 전 미국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에이전트,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대표입니다. 댁에 계신 선덕 황에게 좋은 제안을 하려고 왔습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서..설마!'



구단에게는 악마, 선수에게는 천사라고 평판이 자자한 스캇 보라스가 직접 집에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선덕 황입니다."

"예 반가워요. 바로 본론으로 가 볼까요? 전 구단에게나 질질 끄는 타입이지, 고객에게는 아주 깔끔한 타입입니다. 현재 디백스에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고 들었는데, 구단에서는 뭐 좋게 이야기해봤자, 2년차 시즌부터 붙여주네 마네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로 되겠습니까? 제게 맡겨 주신다면, 인터뷰때 말씀하셨던 마이너리그는 얼씬도 못하게 도와드리죠 덤으로 최고의 대우까지 보장합니다."



확실히 이쪽 방면 최고의 에이전트답게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내게 보이는 관심들을 한눈에 보기 쉬운 자료로 정리해 왔다. 그리고 그가 보여 준 서류 속에는 내게 관심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옵션과 연봉이 적혀 있었고, 구단별로 장단점을 알기 쉽게 정리한 그의 팁들도 적혀 있었다.



"이..이게 도대체 몇..몇 개야? 어림잡아도 10구단이 넘겠는데?"

"이건 선덕 황에게 온 컨택만 나열했을 뿐이고, 붉은색으로 동그라미 친 곳들은 선덕 황이 원하는 옵션들을 제시할 수 있는 구단 리스트입니다."

"그런데 아메리칸리그 구단들은 어째서 오퍼가 없어요?"

"선덕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 같은 투타 겸업이 가능한 이도류입니다. 굳이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 리그로 이동하기보다는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는 편이 아웃 카운트 하나 더 쉽게 잡고 기록 세우기도 좋지 않겠어요?"



투수가 직접 타격까지 해야 하는 내셔널리그 특성상 투수의 타격 배치는 대부분 9번 타순으로 돌린다. 거기다 팀의 에이스라고 분류되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부상이 걱정되어 타석에서 아예 스윙 조차도 하지 말라는 오더가 있을 정도다. 그런 의미로 아메리칸 리그보다 투수로써 대기록을 만들기 좋은 환경이다.



"다른 에이전트라면 이 정도 제시하는 선에서 골라보라고 하며 끝이겠지만, 전 선덕 황이 찍어 주는 구단 모두를 무옵션으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제게 한번 맡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딱 3구단 빼고, 전부 동그라미 치셨네요."

"선덕 황에게 가장 어울리는 구단으로만 추렸기 때문이죠, 하하하 선덕 황처럼 어린 나이에 이 정도 포텐셜을 가진 선수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거든요! 제 말대로만 계약하신다면, 역대 루키 최고의 연봉과 선수로써 최고의 대우까지 약속드립니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사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허나 지금, 이 사람의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내 커리어를 위해 구단에게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받아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연봉 협상은 이 바닥에 종사하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확실한 실력을 자랑한다. 다만..



"디백스가 여기에는 없네요. 왜죠?"

"우승할 가능성이 없는 팀이기 때문이죠 선덕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커리어는 우승이니까요."



-꿈틀!



그래도 디백스에서 처음 프로를 시작해서 그런지 내 나름대로 애리조나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팀이 20연패를 하고 있어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근성있는 팀원들이 있었고, 그런 팀을 응원해주는 소나무 같은 애리조나의 팬들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난 그런 팀에 소속되어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이 남자가 말하는 내용이 솔깃하지 않는 건 결코 아니다. 이 남자도 결국, 내게 가장 득이 되는 여러 조건을 제시한 것일 테니까 허나,



"만약 올해 디백스가 우승을 한다면요?"

"선덕 황이 있으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객에 심기를 절대 건들이지 않는다. 그는 확실히 프로 중 프로였다. 그리고 그가 웃음기를 지우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만약 디백스가 우승한다면 당신이 달고 있는 49번을 애리조나의 영구결번으로 만들어 드리지요."



'정말 눈치 빠른 양반이네'



나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내 제스처와 말투를 보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해낸다. 역시 이쪽 바닥에서 가장 실력 있는 사람답게 가장 올바른 해답을 내게 제시했다.



"당신과 계약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보라스"

"미래에 레전드와 계약할 수 있게 되어서 제가 더 영광입니다."



***



보라스와의 계약을 마치고 평소처럼 트레이닝 실로 이동하려는데, 오늘따라 유독 트레이닝장 앞에 많은 사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폴락이다!! 와아아아!!!"

"우와 진짜네.. 멋지다..."



소란스러운 곳을 천천히 살펴보니 나처럼 트레이닝장으로 이동하던 선수들이 팬들과 어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날 발견한 내 1호 팬인 찰리가 소리쳤다.





"선덕 형~~!!"

"그래 찰리야 여긴 어쩐 일이야?"



반갑게 찰리를 들어서 한 바퀴 돌아준 뒤 내려줄때쯤..



-황페러다!!!



이 작은 꼬마의 어그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고 그렇지 않아도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던 사람들은 날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애리조나에 또 한 번 가을을 선사 해 줘서"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거기다가 저희 팀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올라온 것이지 전 그저 일개 루키일 뿐입니다. 하하;;"

"젊은 친구가 예의가 참 바르구만 허허 내 비록 지금은 은퇴한 디백스의 전 코치 였지만 내 눈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네 자네는 앞으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걸세"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 할아버지가 실제로 디백스의 코치였는지 그런 걸 알리가 없다. 그러나 이 어르신이 분명 날 순수하게 응원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에 든 낡은 야구공 하나가 그걸 증명했다.



"내 가보로 간직할 녀석이었는데, 주인을 찾은 것 같아서 선물하고 싶다네 받아 주겠는가?"



'이..이 소중한 걸..'



"안 됩니다. 어르신 이런 귀한 물건을 제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에잉! 누가 공짜래?"



'엥? 도..돈주고 사라는 건가? 나 거...거진데..'



"그..그럼요?"



눈앞에 어르신이 옆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자,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야구공을 꺼냈다.



"싸인 해 줘"



'고작 이걸로 된다고..?'



"어르신 싸인볼이야 당연히 해 드리는데.. 이 귀한 볼 하나랑 고작 제 싸인볼이랑..."

"자네 혹시 산수를 못하는 편인가??"

"네?"

"그 낡은 볼 하나랑 여기 있는 많은 야구공이랑 뭐가 더 가치 있을 것 같나?"



잠시 고민하던 난 어제 만났던 스캇 보라스 덕분에 어르신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선덕 황은 야구 선수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소양이 뭐라 생각하십니까?'

'그..글쎄요.. 아무래도 실력 아닐까요?'

'실력이라.. 하긴 그건 구단에게 에이전트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될 수있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꾸도록 하죠. 제가 어째서 선덕 선수에게 컨택을 했을까요?'

'그야.....'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워서 망설이는데, 보라스가 재밌다는 듯 박장대소하며 고갤 저었다.



'선덕 황의 실력과 나이만으로 생각한다면, 전 이미 세계적인 월드 스타들과 다수 계약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선 가장 감명 깊었던 건 아무래도 배트플립에 대한 당신의 이유입니다. 팬들을 위해 던진다라.. 어찌 보면 스포츠 선수로써 갖춰야할 가장 첫 번째 소양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앞선 세대 선수들이 남긴 악습들의 저항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감명 깊었던 건..'



그는 서류 가방을 잠시 뒤지더니 내가 찰리에게 선물해준 첫 번째 싸인볼 사진을 보여주었다.



'당신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 줄 수 있는 MLB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선수입니다. 이 싸인볼에 대한 이야기는 꼬맹이가 친절하게 알려주더군요.

전 과거 야구선수로써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가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덕 황이 정말 부럽습니다. 제가 가진 재력 모든 것과 바꾸고 싶을 만큼요. 하지만 전 당신처럼 겸손할 자신도 당신보다 더 값지게 그 몸을 쓸 자신도 없습니다.'

'과..과찬이십니다.'



날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보라스가 자기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 특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많은 구단에게 악마라 불리는 그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구단의 약점 잡기?'

'하하하하하하!! 정확하십니다. 그리고 구단에게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잘 팔리는 선수입니다. 그런 의미로 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바로 선덕 황입니다. 당신은 팬을 아낄줄 아는 진정한 스포츠 맨이니까요.'

'그..그치만도 않습니다. 절 너무 과대 평가하시는군요.'

'물론 한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건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과거보다 현재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로 전 당신을 MLB의 수많은 선수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



"젊은 친구가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나? 당연히! 앞으로 대 기록을 이어갈 자네의 싸인볼이 더욱 소중하지 그것도 무려 한 마리,두식이,석삼,너구리,오징어..."

"어르신 24개요!"

"그래! 24개랑 고작 그 우승볼 하나랑 같겠는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야구공을 건네는 어르신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 우승볼이 애리조나 팬에게 있어서 얼마나 값어치 있는 아니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 모욕이 될 정도로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보라스의 말처럼 난 이 소중한 물건도 망설임 없이 건네는 팬들에게 꼭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다.



"두고 보세요. 지금은 비록 일개 루키의 싸인이지만, 반드시 제가 언젠간 여러분들께 우승볼 싸인을 드리고 말겠습니다!"



-와우! 그래 말 한번 잘했다!

-동양인이라 더 겸손할 줄 알았는데.. 아주 보기 좋아!

-몸 안 다치게만 해! 선수는 몸이 생명이니까!!

-테리 간만에 옳은 말을 하네? 하하하하



흐르는 대로 살아가던 내 야구인생의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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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화 합법적(?) 템퍼링 21.10.12 1,437 18 12쪽
91 90화 내부의 첩자 21.10.11 1,45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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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8화 후회와 반성 그리고 결과 21.10.09 1,56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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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8 21 12쪽
84 83화 총력전 21.10.04 1,578 21 13쪽
»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21.10.03 1,631 22 13쪽
82 81화 승부의 분수령 21.10.02 1,650 26 13쪽
81 80화 나 믿을거야..선덕 믿을거야 21.10.01 1,675 22 13쪽
80 79화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천적 21.09.30 1,689 20 13쪽
79 78회 외쳐! 황페러! 21.09.29 1,695 21 13쪽
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4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0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7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1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5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7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78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79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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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29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2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49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6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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