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일본 원정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새글

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최근연재일 :
2024.06.30 14: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116,241
추천수 :
3,268
글자수 :
984,437

작성
24.06.02 14:00
조회
361
추천
13
글자
12쪽

141화. 핫토리 한조

DUMMY

살기를 품은 눈으로 호소카와 후지타카를 기다렸다.


날 기다리게 했으니 죄를 받아야지.

그게 누구든지 용서는 없다.


더는 사위의 아버지도 아니고,

아케치의 기억 속 동료도 아니었다.


후지타카 그와 인연은 끝난 지 오래였다.


어서오라. 참고 있으니 빨리 와야 한다.

기억 속 아케치가 말하는 것 같았다. 나와 한 몸을 가진 기억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그가 왔다.


호소카와 후지타카.


호소카와 가문의 당주인 그가 체면도 버린 채 무릎을 꿇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정이대장군이며 너는 교토 조정을 배신한 자이니 당연히 내 밑에서 굽신거려야 한다.


나는 턱밑으로 끄덕였고, 그는 그걸 알아보고 죄를 청한다.


“멍청한 죄인이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알긴 아는군. 아들보다 못난 놈.”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없었기는. 네놈이 망쳐버린 일을 모르더냐! 네가 조금 더 신의가 있었다면 교토에서 우리가 밀릴 일은 없었다.

호소카와 가문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아즈치성에서 농성전을 성공했을 테야.”


“...그, 그때 일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랬겠지. 멍청한 녀석.”


“송구합니다. 노부나가가 살아있단 말에··· 그리고 사천왕들도 건재했지 않습니까? 저 혼자 배신한 것은 아닙니다. 쵸소카베 가문은 물론 모리, 우에스기, 사나다 가문도 노부나가에게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네놈이 배신했다? 그게 대답이냐. 좋다. 나는 지금껏 배신한 자들을 살려준 적이 없어. 사나다도 죽였고, 우에스기도 그랬다. 모리, 쵸소카베도 그렇게 될 것이고. 이제 네놈과 너희 가문을 어떻게 할까?!”


“아들놈을 용서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시바 히데나가를 죽이고 전공을 얻은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저희 가문은 용서받는 게 아닙니까?”


“허어, 뚫린 입으로 말은 잘하는구나.”


“저희 가문의 병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곳에 2천 병졸이 있고, 본토에도 1만 이상이 있습니다. 그들을 부리십시오. 그것과 함께 저의 수급을 드리겠습니다. 그러하면 정이대장군의 분노가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겠습니까?”


“너구리 같은 놈. 내가 원하는 걸 아는구나.”


“군략과 정략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하지만 본토의 호소카와 병력을 사용할 일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노부나가의 후속 부대가 조선으로 출병한다고 해도, 본토를 공격할 병력이 없다면 말입니다.”


“하하하. 내게 병력이 없을까 봐? 네놈이 보기에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지. 1만도 안 되는 병력에 의병(대동계)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


“실제 그렇지 않습니까? 그나마 사네히토 친왕께서 조선왕께 청한다면 지원병을 내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아, 그랬구나. 사네히토 친왕의 도움으로 교토를 수복할지도 모른단 희망에 걸었어.”


“그렇습니다. 조선왕이 돕는다면 노부나가를 이기는 일도 꿈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항복했습니다.

노부나가의 침공은 조선, 명나라, 정이대장군의 병력으로 이겨내고 그 이후의 전쟁도 비슷하게 치러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머리는 잘 굴렸다. 그러나 네가 판단한 게 전부는 아니야. 내 병력은 그 이상이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후속 부대가 출발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조만간 노부나가의 2차 정벌군이 부산포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내 부대도 교토로 향할 것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다. 교토를 되찾고 아즈치성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날 배신했던 놈들에게 철퇴를 내려야지.”


“아, 그런. 어떻게? 그런 일이.”


“네놈이 본토에 남은 호소카와 병력을 약속했으니 그건 잘 사용하마. 그러나 네놈은 그곳에 있어선 안 되겠지.”


“죽이실 생각입니까? 절 죽이신다면 제 아들놈이 반발할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절 병사로 쓰십시오. 방패를 들고 선봉에서 싸우겠습니다. 그렇게 죽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


대답하지 않았다. 놈의 눈을 쳐다보며 상태창의 문구를 읽었다.


살고자 하는지?

또 다른 모략을 꾸미는지?

그것도 아니면...


[가문이 최우선이다. 가문이 살아야 내가 산 것과 같다.]


멍청한 늙은이. 그나마 노부나가에게 붙은 생각은 하지 않았군.


호소카와 후지타카의 판결은 여기서 끝냈다.


놈이 가졌던 모든 권리를 빼앗고 당주 자리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놈이 말했던 것처럼 병졸로 쓸 예정이다. 그곳에서 죽을지 안 죽을지는 놈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일이고.


그것에 더해 본토에 남은 호소카와 병력을 사용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후쿠시마 마사노리의 수급이 전해졌다.


칠본창의 수좌에 해당하던 놈의 머리통이 베어져 내게 왔다.


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히라노 나가야스,


7명의 칠본창 중 3명을 죽였고 운 좋게 도망친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잡아오라고 명령했으니 조만간 그놈의 수급도 떨어지겠지.


*


헉헉헉.


거치게 쏟아내는 헐떡임.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로 달음박질을 쳤다.


그런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쫓는 조선 의병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최경회와 임계영 같은 의병장이 미친 듯 쫓으며 욕설을 뱉는다.


“거기 서라! 왜장 놈아! 네놈 모가지는 두고 가야지!”


임계영의 욕설에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신음을 뱉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잘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버티면 이길 수 있었는데.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5천 병력으로 김해읍성을 버티던 것은 호소카와의 배신으로 망하고 말았다.


“망할 호소카와 다다오키. 그놈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와키자카의 욕설에 또 다른 칠본창 중 하나 가츠야 타케노리가 말했다.


“와키자카 이대론 안 될 것 같아. 내가 놈들의 길을 막지 자네는 본영으로 달려가 지금의 일을 알리게.”


“본영이면 밀양 말인가? 그곳까지 어떻게 간단 말인가.”


“아니야. 밀양이 아니라 양산까지 후퇴한다고 했어. 어쩌면 동래성은 물론 부산포까지 내려왔을지도 모르지.”


가츠야 타케노리는 그 말과 동시에 돌아섰다.


그를 따르는 수십의 사무라이를 앞세우며 버텼다. 그러자 함성을 지르던 의병들이 멈춘다.

손에는 죽창을 들었고 허접한 갑주를 걸친 자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그리고 그걸 본 가츠야 타케노리는 히쭉 입꼬리를 비틀었다.


“칫쇼! 네놈들이 그렇지. 조선 것들은 기백이 없어. 뽑아진 검을 보면 뒷걸음친단 말이지.”


하지만 그 말을 던지고 얼마 뒤 의병들이 다르게 움직였다. 저마다 죽창을 내려놓고 활을 들었다. 싸움이 무서워 뒷걸음친 게 아니라 활을 쏘기 위해 물러선 것이다.

그리고 대나무 활을 당겨내자 수십 발의 화살이 쏟아졌다.


가츠야 타케노리는 카타나를 휘둘렀다.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날아오는 화살은 계속이다. 의병들은 멈추지 않고 쏘았다.


“쏘아! 계속 쏘아! 얼마나 버티나 보자.”


의병장 최경회의 호령과 쏟아지는 화살.


퉁! 투둥! 퉁! 투둥!


그걸 일일이 쳐내는 가츠야 타케노리는 고욕이었다. 그리고 그가 쳐낸다고 해도 다른 사무라이도 해내라는 법은 없었다.

한 발 두 발씩 몸에 박히기 시작한다.


퍽! 퍼벅!

“끄윽.”


이곳저곳에서 이어지는 비명. 그리고 그들이 무릎을 꿇어내자 대기하던 의병들의 죽창이 움직였다.

푹!

길게 찔러진 죽창이 사무라이들의 배때기를 뚫고 붉은 피를 뽑아냈다. 그리고 더 많은 수가 죽어가자 승기는 의병들에게 돌아왔다.


“와아아!!! 한 놈 잡았다.”

“하하하. 어디 한 놈뿐인가?! 나는 두 놈이나 잡았다고.”

“저기 왜놈은 내몫이라고 아무도 뺏지마. 얼마나 버티나 보자.”


각자 경쟁하듯 사무라이의 수급을 베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이 가츠야 타케노리의 수급도 떨어졌다.


의병장 최경회가 내리친 칼날에 수급이 베어지고 긴 장대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본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절망했다.


또다시 칠본창이 죽었다. 하시바 히데요시가 손수 키운 칠본창이 하나둘 죽어간다.


어째서 이런 일이.


절망으로 물든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발길이 느려졌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의병들의 야수 같은 추격을 이겨내지를 못했다. 저놈들은 조선의 산천을 어찌나 잘 뛰어다니는지.


“끝인가. 여기서 죽어야 하나.”


아쉬웠다. 조금만 더 가면 동래성인데. 그곳까지 당도하지도 못하고 끝나게 생겼다.

그 반대로 의병들의 사기는 미친 듯 치솟았다. 칠본창 카츠야 타케노리를 죽였고, 이번에는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죽일 차례이니 더 했다.


날카로운 꽹과리를 울려대며 환호했다.


몰이 사냥. 멧돼지를 잡는 방식이 저렇다고 들었는데 정말 당해보니 질릴 정도였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마지막을 준비했다. 20명도 안 되는 사무라이를 바라보며 칼을 뽑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때처럼 의병들은 거리를 두고 대나무 활을 들었다.


쏘아 죽이려고. 놈들의 장기를 제대로 살려 격살하려고.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긴 숨을 삼켰다. 검을 뽑아 날아오는 화살을 하나둘 쳐냈다.


툭, 하나.

투둑, 둘.

툭, 윽!


비명이 절로 나왔다. 한 대의 화살이 허벅지에 박혔다.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럼에도 붙잡은 칼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먼 곳에 선 의병장 최경회가 웃는다. 이것도 막아보라고 또다시 대나무 활을 당긴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긴장했다. 최경회가 쏜 화살에 부하 셋이 죽었고 자기도 죽을 것 같았다.


‘....끝인가.’


최경회의 화살은 막아도 그 옆에 준비 중인 임계영의 화살은 못 피할 것 같았다. 두 의병장이 쏜 화살에 절명할 것이다.


‘비겁한 것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죽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놈들이 쏜 화살 중 한발을 겨우 막아내며 나머지 화살을 보았다. 이건 어렵다.

이대로 죽는다. 여기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죽을 것이다. 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날아오던 화살 중 한발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았다. 분명 곧게 떠서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금방이었다.


‘저들은.’


검은 복장에 짧은 표창을 던져내는 닌자들.


때아니게 나타난 자들이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핫토리 한조’라고 합니다. 주군의 명으로 척후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핫토리 한조. 미카와 출신인 그가 왔다는 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선에 왔단 소리인가?


와카자카 야스하루가 두 눈을 끔벅거리자 핫토리 한조가 대답했다.


“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자가 왔지요.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셔야겠지요. 휘하 병졸의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붙잡고 끌었다. 부상당한 그를 부축하여 도망쳤다.


검은 복장의 척후대가(닌자) 빠르게 물러선다. 그리고 놈들이 뿌려댄 표창과 폭축처럼 터지는 화약에 의병들이 놀랐다. 숫자는 의병이 많았지만, 닌자들을 잡지 못해 허둥거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열을 다시 갖추고 와키자카와 핫토리 한조를 잡기 위해 내달렸다.


“이놈들! 어딜 도망치더냐!”

“와키자카의 수급을 내놓고 가라!”

“검을 복장의 놈들이 이쪽으로 간다!”

“놈들이 좌우로 갈라진다. 임계영 장군은 북동쪽!”

“최경회 장군이 남동쪽을 맡아주시오!”


의병들은 협심하여 달렸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고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일본 원정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5 144화.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24.06.05 351 12 13쪽
144 143화. 규슈에서 온 지원병. +2 24.06.04 344 11 12쪽
143 142화. 2차 침공. +4 24.06.03 368 13 14쪽
» 141화. 핫토리 한조 24.06.02 362 13 12쪽
141 140화. 배신자들의 구걸. +2 24.06.01 377 13 12쪽
140 139화.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아라. +1 24.05.31 343 13 13쪽
139 138화. 세작을 이용하다 +2 24.05.30 357 12 13쪽
138 137화 선조와 사네히토 친왕의 도망질 24.05.29 349 13 13쪽
137 136화. 광해와 한성을 지켜라 +1 24.05.28 351 12 13쪽
136 135화. 선조와 다테 마사무네 +1 24.05.27 374 13 13쪽
135 134화. 사나다 마사유키의 변명 24.05.26 362 13 13쪽
134 133화. 이시다 미츠나리의 변명 24.05.25 384 13 13쪽
133 132화. 진주 대첩 24.05.24 374 12 15쪽
132 131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2 24.05.23 377 13 14쪽
131 130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 +2 24.05.22 382 14 12쪽
130 129화. 나의 소명이란 +1 24.05.21 374 14 12쪽
129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1 24.05.20 396 14 12쪽
128 127화. 어딜 가겠다고? +1 24.05.19 407 13 12쪽
127 126화. 노부나가의 분노 +1 24.05.18 397 17 13쪽
126 125화. 시바타와 결전 24.05.17 396 14 12쪽
125 124화. 시바타 농락하기 +1 24.05.16 396 12 13쪽
124 123화. 시바타를 고립시켜라. +1 24.05.15 409 13 13쪽
123 122화. 적정 분열을 노려보자. +2 24.05.14 408 15 12쪽
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406 13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428 14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436 14 13쪽
119 118화. 삼도수군 통제사는 이순신이지. 안 그래? 24.05.10 439 14 14쪽
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469 15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464 19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465 16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