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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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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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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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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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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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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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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140화. 배신자들의 구걸.

DUMMY

탕, 타당, 맞붙은 검날에 불꽃이 튀고 다다오키는 뒷걸음쳤다.


검술은 히라노 나가야스만 못했고, 힘 또한 부족했다. 그 결과로 상처가 쌓여간다.

괜히 히데나가의 경호역을 맡은 게 아니었던 듯 히라노 나가야스의 검술은 대단했다.


“이놈! 주군의 수급을 내놓아라!”


다다오키의 허리춤에 매달린 히데나가의 수급.

그리고 그걸 내주기 싫은 다다오키는 소리쳤다.


“재주가 있으면 가져가 보시지. 나는 이 머리가 필요하거든. 장인께서 가져오라고 시킨 물건이다.”


“뭐라?! 그걸 말이라고. 너희 호소카와 새끼들은 매번 그런 식으로 배신을 했어.”


“너희는 안 그랬냐? 나도 다 안다고. ‘하시바 히데요시’때도 그랬고, 히데나가도 딴생각을 품다가 노부나가에게 혼쭐이 난 걸 안다고.”


“이놈! 그 입을 다물어라!”


미친 듯 발광하는 히라노 나가야스, 하지만 그의 검술은 진짜여서 살기 위해 뒷걸음쳐야 했다.


“도망치지 마라!”


“할 수 있으면 잡아보시던지.”


“막아라! 놈의 뒤를 잡아!”


그 명령에 병졸들이 몰려왔다. 성벽을 지키던 병졸 일부가 다다오키에게 다가왔고, 그를 지키기 위해 호소카와 병졸도 나타났다.


지휘소 안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자 아케치 진영이 달라진다. 소규모 진군에서 대규모 공격으로 바뀌고 동문, 서문, 북문으로 나뉘었던 걸 멈추고 남문 하나로 집중한다.

그러자 남벽 아래가 소란스러워졌다.


정이대장군의 부하들이 올라서고, 파괴된 성문이 덜렁거리며 드디어 문이 열렸다.


-와아아아아!!!! 진격!

-성문이 열렸다.

-호소카와 가문이 아군에게 호응했다!


남문으로 들이친 정이대장군의 병졸.


그중 선봉장으로 들어선 자는 김충선. 다다오키를 설득했고, 그 결과를 보았기에 서둘러 달려와서 도왔다.


다다오키는 온몸이 피칠갑을 한 채 김충선을 보았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좀 도와주시오. 이러다가 죽겠습니다.”


그 말에 김충선은 히라노 나가야스의 앞길을 막았다.


히라노 나가야스도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검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탕! 타당! 날카로운 검날이 부딪쳤다.


역시 검술에는 히라노 나가야스가 윗전이었고, 김충선이 고전하자 이번에는 난여문과 노고여문이 돕는다. 그리고 서아지까지 달려들자 결과가 달라졌다.


히라노 나가야스의 오른팔은 서아지가 베고,

허리춤은 난여문이 긋고 지나간다. 그리고 털썩 무릎이 꿇리자 그 수급을 김충선이 베었다.


떨어진 머리, 들어 올린 김충선의 고함,

그리고 이어진 함성까지.


-와아아아아!!!!!

-남문을 장악했다. 적 대장을 잡았다.


-와아아아아!!!!!

-서문의 와키자키 야스하루가 도망친다.


-와아아아아!!!!!!

-동문의 후쿠시마 마사노리를 고립시켜라!


승리, 승리, 이어진 승전보가 연이어 울렸다.


싸움이 전혀 없는 북문을 제외하고(호소카와 후지타가가 지키는) 모든 곳에서 승전보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열린 남문으로 정이대장군의 일행이 들어왔다.


그걸 본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땀과 핏물로 젖어 힘겨웠지만, 지친 표정으로 장인을 만날 수 없어 힘을 냈다.


장인께 사죄해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고, 호소카와 가문이 용서받을 방법이다.


*


함성이 커다랗고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듯 김해읍성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남문을 넘어섰다.


곽재우가 호위를 섰고, 정여립이 부채를 흔들며 웃음을 보였다.


이겼다. 어려울 뻔한 전쟁을 손쉽게 잡았다. 이 모든 게 모략을 만든 정여립의 공이고, 김충선의 노고에서 만들어진 승리였다.


잘했어. 수고들이 많았다.


남문을 지나치며 수고한 자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들 중 아는 얼굴이 대부분이고 모르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오랜 세월 나와 함께했지만, 몹쓸 짓을 버렸던 못난 놈.


그리고 그 못난 놈이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는다.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말한다.


“못난 놈.”


“흑흑흑. 모든 게 저의 잘못입니다.”


“듣기 싫다. 꺼져라.”


“흑흑흑. 죄송합니다. 제가 끝까지 거절했어야 했는데··· 아버님이 그만 노부나가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입으로 내뱉는 것이 남 탓이더냐.”


“.....”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물을 쏟는다.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눈물을 뚝뚝 흘려내며 용서를 구했다.


나는 그 모습을 한동안 보았다.


뭐라고 해줘야 할까?

한 때 사위였다가 적으로 돌아선 녀석을.


“내가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잘못했습니다. 장인어른.”


“듣기 싫다. 지금 네놈의 수급을 베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죽여주십시오. 그렇게라도 장인어른의 화가 풀린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어허!”


혀를 찼다. 죽기를 원하며 목을 쭉 내미는 호소카와 다다오키를 보았다.


‘이놈을 어떻게 할까?’


나는 검 손잡이를 매만지며 또, 한탄을 뱉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호소카와 다다오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지금껏 가만히 있었던 김충선이 앞으로 나섰다.


“주군. 치료가 필요한 자입니다. 그리고 전공을 세운 것도 분명하고요.”


“그래서?”


“약속대로 하시바 히데나가를 벤 것은 다다오키 공입니다.”


“전공을 얻었으니 신의를 저버린 걸 잊으란 말이냐?”


“어찌 잃어버린 신의를 채울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정상참작을 해달란 부탁입니다. 소장의 얼굴을 보아서 당장 죽음을 내리진 마십시오. 그리고 다다오키 공은 다쳤습니다. 히라노 나가야스 공격에 크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쯧쯧쯧. 못난 놈. 검술도 변변찮은 녀석이 어째서 검을 들고 설쳤어.”


혀를 찼다. 그리고 다다오키를 바라보자 피에 절은 갑주가 보인다. 저건 저놈이 흘린 피일 것이다. 용케 크게 다치지 않아 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이대로 놓아두면 저절로 죽을 건 분명했다.


“칠본창 중 말석인 녀석도 잡지 못하고··· 예전에 내 사위였단 말은 꺼내지도 말아라.”


그 말에 호소카와 다다오키가 자세를 고쳐 앉는다. 무릎 꿇은 자세에서 허리춤을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고통에 젖은 얼굴을 숨기려고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대답했다.


“못난 사위가··· 아니, 못난 이놈이 정말로 죄송합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는, 그걸 볼 줄 아는 놈만 잡을 수 있다. 네놈이 그런 눈이 없어.”


“압니다. 제가 아둔하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겁니다. 다시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저 스스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주십시오.”


그 말에 놈의 마음을 보았다. 상태창에 쓰인 문구가 보인다. 놈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도 내가 저놈의 장인인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마음인지?


“쯧쯧쯧.”


혀를 찼다. 혈기로 가득한 멍청한 놈. 그만큼 죄를 저지른 머저리.


“네놈 마음속에 나는 장인이더냐?”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내가 노부나가를 죽이라고 시킨다면 지금 당장 달려갈 테냐?”


“그렇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허어! 죽기를 각오했구나. 그런다고 내 마음이 달라질까?”


“달라지지 마십시오. 소인은 더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따를 뿐입니다.”


“아둔한 놈.”


“옛 인연으로 날 옭아매지 마라. 나는 그것과 먼 사람이다.”


“그저 따를 뿐입니다.”


“옳다. 네놈이 얻은 전공만큼 너희 가문을 처결할 것이다.”


“따르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했습니다.”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고개를 푹 숙였고, 그가 얻어낸 전공이 작은 상자에 담겨 내 앞에 쭉 내밀어졌다.


나는 그 상자를 보았다.


상자 안에는 하시바 히데나가가 있을 것이다. 나와 맞수를 두었던 히데요시의 동생, 히데나가. 그리고 지금은 작은 상자에 담긴 수급으로 내 앞에서 꺼내졌다.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은 건 큰 전공이었다.


전라도 정벌의 총대장이며 노부나가의 직속 부하이기도 한 히데나가가 다다오키에 의해 죽었다. 그것도 배신으로 죽임을 당했으니 눈조차 감지 못하고 잔뜩 구겨진 얼굴이었다.


“김충선이 구전으로 전한 약속이지만, 내가 허락했으니 받아들인다.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은 건 제일 전공으로 충분하다. 너와 너희 가문에게 내린 토벌령을 제외한다. 너희 호소카와 가문은 더는 노부나가와 같은 반적이 아니다.”


공식적인 명령을 내렸다. 그 모습을 많은 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다다오키는 대답을 듣고 긴 숨을 삼켰다.


지금껏 죽기 위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면, 지금은 안심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 두 눈이 풀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초인적인 인내로 버티던 것에 무리가 온 것이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다다오키의 몸 상태였다.


나는 그 모습에 혀를 찼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못난 놈을 데려가라. 지금 죽으면 자기가 명예롭게 죽은 줄 알 테니깐.”


내 명령에 서아지와 노고여문이 나섰다. 쓰러지려는 다다오키를 부축하고 끌었다.


다다오키는 잠시 버티다가 정신을 놓아버렸다.

간신히 버틴 것도 용할 정도로 사지가 늘어졌다.


“쯧쯧쯧.”


혀를 찼다. 멍청한 사위 놈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후우-.”


긴 숨을 삼켰다. 찹찹한 마음이 지나쳤다. 지금껏 몇 번이나 기회를 줬던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배신했으니 용서할 마음은 없었다.


이제 사위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저 항졸.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할 놈은 따로 있겠지. 그의 아버지 호소카와 후지타카 말이다.

그놈이 더 나쁜 놈이다. 미운 너구리 같은 녀석. 아케치의 친우였다가 배신한 진짜 나쁜 녀석.

친우의 뒤통수를 친 살모사 새끼.


그놈에게 용서가 필요 없겠지.


그걸 떠올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북문의 호소카와 후지타카는 뭐하고 있나? 내가 부른 게 얼마 전인데 아직도 오지 않았어? 설마 아들의 용서로 모든 게 끝났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은 명령으로 전해졌다.


북문에 웅거한 호소카와 후지타카와 그가 부리는 1천 병졸. 합이 2천 호소카와 군병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항복할 것인지?

항복한다면 제대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명령.


체면, 위신, 권위, 그딴 건 개나 줘버리고

내게 와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통보.


내 명령은 빠르게 전해졌고, 북문에 웅거하던 호소카와 후지타카로부터 소식이 왔다.


[북문의 1천 병력이(호소카와 후지타카) 동문의 후쿠시마 마사노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 공격이 끝난 후에 오겠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여우 같은 녀석. 아들이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았으니 자신은 후쿠시마 마사노리를 노리겠단 소리인가?


“하하하. 잘도 꾀를 내어.”


피식, 입으로 웃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놈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런 놈을 가만히 둬서는 안 된다. 언제든지 배신이 가능한 녀석을 호소카와 가문의 당주로 있게 해선 안 되겠지.


“당장 이곳으로 오라고 해. 놈이 후쿠시마를 잡던, 안 잡던, 내 처결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통보. 즉시 내게 오라고 명령.


내 부하가 아니지만, 나는 명령했고 놈은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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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화.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24.06.05 351 12 13쪽
144 143화. 규슈에서 온 지원병. +2 24.06.04 344 11 12쪽
143 142화. 2차 침공. +4 24.06.03 368 13 14쪽
142 141화. 핫토리 한조 24.06.02 362 13 12쪽
» 140화. 배신자들의 구걸. +2 24.06.01 378 13 12쪽
140 139화.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아라. +1 24.05.31 343 13 13쪽
139 138화. 세작을 이용하다 +2 24.05.30 357 12 13쪽
138 137화 선조와 사네히토 친왕의 도망질 24.05.29 349 13 13쪽
137 136화. 광해와 한성을 지켜라 +1 24.05.28 351 12 13쪽
136 135화. 선조와 다테 마사무네 +1 24.05.27 374 13 13쪽
135 134화. 사나다 마사유키의 변명 24.05.26 362 13 13쪽
134 133화. 이시다 미츠나리의 변명 24.05.25 384 13 13쪽
133 132화. 진주 대첩 24.05.24 374 12 15쪽
132 131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2 24.05.23 377 13 14쪽
131 130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 +2 24.05.22 382 14 12쪽
130 129화. 나의 소명이란 +1 24.05.21 374 14 12쪽
129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1 24.05.20 396 14 12쪽
128 127화. 어딜 가겠다고? +1 24.05.19 407 13 12쪽
127 126화. 노부나가의 분노 +1 24.05.18 398 17 13쪽
126 125화. 시바타와 결전 24.05.17 398 14 12쪽
125 124화. 시바타 농락하기 +1 24.05.16 396 12 13쪽
124 123화. 시바타를 고립시켜라. +1 24.05.15 409 13 13쪽
123 122화. 적정 분열을 노려보자. +2 24.05.14 408 15 12쪽
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406 13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428 14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436 14 13쪽
119 118화. 삼도수군 통제사는 이순신이지. 안 그래? 24.05.10 439 14 14쪽
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469 15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464 19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465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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