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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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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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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9화.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아라.

DUMMY

김충선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주군이 아니라 정여립 군사께서 보냈습니다.”

“군사께서.”

“기회를 주신다고 했습니다.”

“기회?”

“아시지 않습니까. 이대로 죽을 생각입니까?”

“무슨 말인가? 나보고 항복이라도 하라고.”

“시간이 없습니다. 3일 후면 총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그 전에 결단을 내주셔야 합니다.”

“결단을... 무슨?”

“항복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원합니다. 그 정도는 있어야 항복을 받아주지 않겠습니까?”

“적정모략인가? 나보고 신뢰를 버리고 배신자가 되라고.”

“이미 배신자가 아닙니까?! 본토 어디에도 신뢰받지 못할 가문이 호소카와 집안인 것을 모르십니까?”

“우리 가문을 욕보이는 것인가? 내가 자네를 붙잡으라, 소리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런 선택은 안 하실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배려는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다다오키 장군에게 기회를 주고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게 장인어른의 말씀인가?”

“정여립 군사의 전언입니다.”

“장인이 아니라 정 군사가...”

“기회입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선택이란 말입니다.”

“.....음.”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침음을 삼켰다. 마지막이란 말에 흔들렸다. 이대로 평판이 떨어졌다가는 가문이 몰락하는 건 분명했고, 무엇보다 3일 뒤면 김해읍성은 함락당할 것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정여립 군사가 원한 건 좀 더 쉬운 싸움이지, 배려가 아니야. 그럼에도 기회를 준다면 잡아야 할까?


당장 살기 위해 깃대를 바꾸는 것도...


그리고 한숨을 삼킨 다다오키가 아무 말이 없자 김충선이 대답했다.


“3일입니다. 그전까지 보여주셔야 합니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베어서 성벽 밖으로 던져주십시오.”

“겁박인가?”

“기회입니다.”

“흠.”

“붙잡으십시오. 살아날 방도입니다.”

“아버님과 상의해보겠네.”

“혼자 하십시오. 그것이 나을 겁니다.”

“어째서?”

“군사께서 그것이 방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을 배제하라고.”

“다다오키 장군에게 기회를 준 것이고, 호소카와 후지타카는 당주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버님은 은거하라고.”

“가문의 수장을 바꾸고 다시는 배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용서해주는 것인가? 장인께서 나를 용서해주시나?”

“군사의 전언이 그것입니다. 용서를 받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김충선은 그 얼굴을 보고 조용히 물러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노부나가를 압박하기 위해 신립의 4만 경군이 대구에 도착했고 조만간 이일의 군대와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말로 노부나가의 진군은 막혔다. 밀양의 김명원, 이일의 군대를 이겨내지도 못했고 신립의 경군까지 상대해야 했다. 거기다가 노부나가의 묘수였던 다테 마사무네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다.


조선왕을 임진강 너머로 도망치게 만들고 한성까지 함락할 뻔했던 다테 마사무네는 버티지 못하고 한성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 소식을 접한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흔들렸다.


김해읍성에 갇혀서 바라보는 광경에 생각이 많아졌다.


-와아아아아!!!!!

-김해성을 포위하라.

-한 놈도 도망치지 못한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베야 한다.


크게 울려 퍼지는 함성. 3만 병졸이 내지른 고함에 왜병들의 사기는 급락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버텨야 하지요.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이대로 죽는 게 아닙니까?”

“죽다니요. 아니에요. 조만간 지원병이 올 거란 말입니다.”

“우리에게 지원병이 오면 신립의 4만 군대는 어떻게 막는답니까?”

“병력의 정예함은 아군이 우세합니다. 그리고 본토에서 후속 부대가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기다리세요, 호소카와 영주.”


하시바 히데나가는 호소카와 후지타카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다오키는 긴 한숨을 삼켰다.


3일 중 2일이 지났다.


이제 약속한 하루가 남았을 뿐이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벤다. 그의 목을 쳐서 성 밖으로 던지면 되는 일인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언제 약조를 했단 말인가···


나는 김충선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을 뿐인데.


그럼에도 이다지도 가슴이 답답하단 말인가.


스르릉, 검 손잡이를 매만지다가 멈췄다. 살기 가득한 눈매가 번들거렸지만, 하시바 히데나가에게 내보이지 않았다.


이 무슨 멍청한 짓인가.

적정 분열은 장인어른의 장기 중 하나가 아닌가.


그리고 배신한다면 용서해 줄 텐가?

우리 가문이 살 수 있도록 용서해 줄 텐가??


장인이라면.

내가 아는 장인어른이라면.


고개를 돌려 성 밖을 보았다. 때마침 수많은 병력이 공성을 위해 움직인다. 긴 사다리를 붙잡고 성벽을 향해 내달렸고, 성문을 부수기 위한 대포가 준비되어 쏘았다.


쿵, 쿵, 돌 부스러기가 날리고,

성문을 터져나갈 듯 들썩이고,


끝이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적의 총 공격입니다. 아주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달려온 전령이 소리쳤다. 동문, 서문, 할 것 없이 사방에서 들이쳤다.

하지만 그걸 막아야 할 5천 병력은 뿔뿔이 흩어져 혼신의 힘을 다한다.


“쳐들어왔으면 막으면 그만이다. 후쿠시마 마사노리는 무엇하더냐! 내가 동문을 지켜라!”

“와키자카 야스하루! 너는 서문이다. 그곳만 막아내. 나머지 남문은 내가 지키고 북문은 호소카와 가문에서 책임질 테니.”


하시바 히데나가는 그렇게 외치며 맹장이자 히데요시의 충복이었던 칠본창을 내보냈다. 그리고 그 주변이 한가해지자 호소카와 후지타카에게 북문을 부탁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소수의 군관이 전부.

그 많던 장수가 하나둘 흩어지자 하시바 히데나가 주변으로 호위병이 없었다.

이는 기회.

하시바 히데나가를 죽인다면 지금.


하지만 그 마음도 모르는 아버지는(후지타카) 다다오키를 재촉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따라와! 북문으로 가자.”


그 말에 다다오키는 대답했다.


“아버님, 북문을 공격하는 조선군은 소수입니다. 그것도 의병 같은 하찮은 자들이라, 많은 병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적병이 없다면 좋은 게 아니야. 안 그래도 2천뿐인 가문의 병졸이다. 어떻게든 피해를 줄여야지. 그래야 전공도 만들 수 있고, 노부나가의 압박에서 자유를 찾을 테다.”


“노부나가가 문제면, 해결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해결? 그게 무슨 말이냐?! 너 설마···”


“.....”


“아니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호소카와 후지타카는 고개를 흔들었고 다다오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북문에는 호소카와의 군대 1천이 있었고, 예비대 1천은 본영에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북문으로 막 향하던 중인데...


다다오키가 머뭇거리니 답답한 노릇이고,



후지타카는 장성한 아들을 설득하느라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다다오키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지금껏 고민하며 괴로웠습니다. 신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데...”


“무슨 멍청한 소리냐?! 신의는 살아있는 사람이 내뱉는 말이다.”


“그래서 저희가 살아있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조만간 수급이 베어질 사람이 저희란 말입니다.”


“그만해라!”


“들으셔야 합니다. 사나다 마사유키처럼 죽을 사람이 저희란 말입니다. 이제 가문은 제가 이끌겠습니다.”


“너!”


“.....”


다다오키는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여든 가문의 병졸을 보았다. 이들은 오랜 시간 다다오키와 함께한 자들. 아케치의 사위일 때부터 함께했고, 지금껏 굴욕적인 명령으로 고심하던 자가 많았다.


그리고 차기 당주이자, 실제적인 전투의 지휘관인 다다오키가 명령하자 병사들은 고개를 들고 가슴을 두들겼다.


명령을 받겠다고,

충심으로 따르겠다고,


다다오키는 그걸 보았고 큰 목소리로 호령했다.


“너희는 남문에서 대기한다. 내가 신호하면 성문을 열어!”


다다오키는 배신을 결정했다. 병사들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그리고 호소카와 후지타카를 남겨두고 남벽을 향해 달려간다.


지휘소에 홀로 있을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기 위해,



발소리가 울리고, 때 아니 호소카와 다다오키의 방문을 받았다.


한가해진 지휘소 위로 다다오키가 방문하자 하시바 히데나가가 물었다.


“어쩐 일인가? 북문을 지키려고 간 사람이.”


그 말에 다다오키가 대답했다.


“북문을 공격하는 조선군이 변변치가 않습니다.”

“의병들 말인가? 그래서 날 돕겠다고??”

“아버님의 지시가 그것입니다. 총사령관 옆에서 도우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오호~! 그래. 후지타가 영주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군. 그동안 겁에 질려서 걱정이 많았는데.”

“제가 영주님을 보필하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하시바 히데나가는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다다오키가 한 발짝 다가온다. 불쑥, 아무리 아군이라도 너무 가까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걸 무시하고 다가온다.


그리고 그걸 본 ‘히라노 나가야스’(히데요시의 칠본창 중 하나, 주로 경호역.)가 인상을 구기며 손을 들었다.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


경계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다다오키는 신호를 무시했다. 그것도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근거리까지 접근하며 뭔가를 꺼내 들었다.


가슴팍에 숨겨둔 무엇인가를.

비수도 아니고 만지작거리는 것이 문서와 같았다.


그 행동에 히라노 나가야스는 머뭇거렸다. 후지타카 영주가 또 다른 서신을 보내는 것인가? 오해했다. 그리고 그 오해는 비극을 만들었다.


꺼내든 문서 사이의 비수.

쑥 뽑아든 문서 안에 작은 비수가 보였다.


날카롭고 잘 벼려진.


그리고 그것을 보지 못한 하시바 히데나가는 오해했다.


내게 뭘 내주려고?

후지타카가 문서로 뭘 말하려고 하는 게지?

혹여, 충성 서약?


하시바 가문에 의탁하려고....


하시바 히데나가는 비수를 보지 못하고 웃고 있었고, 경호역인 히라노 나가야스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고함보다 비수가 더 빨랐고, 하시바 히데나가는 방심하고 있었다.


푹!

박힌다.

짧은 비수가 날카롭게 박힌다.

가슴팍에.


하시바 히데나가의 눈동자는 커질대로 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눈동자가 지금이었다.


“....너, 너!!!”


그러나 다음 말에는 비명이 따라왔다. 윽, 하는 짧은 신음과 다시금 박히는 비수의 움직임.


푹, 푹! 푹, 푹! 푹, 푹!


다섯 번이나 가슴팍에 박혔다가 나온다. 그리고 완전히 끝내려는 듯이 비수는 위로 올라가 목덜미를 긋고 있었다.


“큭.”

“크윽.”


신음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붉은 핏물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저 멀리 달려오는 히라노 나가야스가 뭐라고 뭐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지만, 하시바 히데나가는 반응하지 못했다.


풀썩.

주저앉았다. 수급이 반쯤 베어졌고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 히라노 나가야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탕, 탕, 거리는 소음이 들리고 하시바 히데나가의 눈에서 색이 빠져나갈 때까지 저들은 싸웠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이름 모를 병졸들이 달려와 반쯤 죽어버린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완전히 베어내며 소리쳤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수급을 베었다!!!!

-적장이 죽었다!!!!

-성문을 열어라!!!!!

-우리는 정이대장군을 따를 것이다!!!!


고함이 터졌다. 하시바 히데나가의 지휘소에서 변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고함은 성문 아래로 전해져 호소카와 군졸이 남문을 공격하는 신호가 되었다.


혼란.

적정분열.


정여립의 계책이 제대로 먹혔다.


적장 하시바 히데나가는 죽었고, 그의 머리는 긴 장대에 걸려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돌려받으려는 히라노 나가야스가 분노했다.


“칫쇼! 배신자 새끼들!”


히라노 나가야스는 눈이 벌게져서 다다오키를 죽이려고 했고, 다다오키는 사력을 다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1 워리어즈
    작성일
    24.06.01 18:12
    No. 1

    무정한 시대지만 가문이 살기위해서 그래야했죠.실제 역사에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배신으로 많은영지를받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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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화.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24.06.05 351 12 13쪽
144 143화. 규슈에서 온 지원병. +2 24.06.04 344 11 12쪽
143 142화. 2차 침공. +4 24.06.03 369 13 14쪽
142 141화. 핫토리 한조 24.06.02 363 13 12쪽
141 140화. 배신자들의 구걸. +2 24.06.01 378 13 12쪽
» 139화. 하시바 히데나가를 잡아라. +1 24.05.31 344 13 13쪽
139 138화. 세작을 이용하다 +2 24.05.30 357 12 13쪽
138 137화 선조와 사네히토 친왕의 도망질 24.05.29 349 13 13쪽
137 136화. 광해와 한성을 지켜라 +1 24.05.28 351 12 13쪽
136 135화. 선조와 다테 마사무네 +1 24.05.27 374 13 13쪽
135 134화. 사나다 마사유키의 변명 24.05.26 362 13 13쪽
134 133화. 이시다 미츠나리의 변명 24.05.25 384 13 13쪽
133 132화. 진주 대첩 24.05.24 374 12 15쪽
132 131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2 24.05.23 377 13 14쪽
131 130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 +2 24.05.22 382 14 12쪽
130 129화. 나의 소명이란 +1 24.05.21 374 14 12쪽
129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1 24.05.20 396 14 12쪽
128 127화. 어딜 가겠다고? +1 24.05.19 408 13 12쪽
127 126화. 노부나가의 분노 +1 24.05.18 398 17 13쪽
126 125화. 시바타와 결전 24.05.17 398 14 12쪽
125 124화. 시바타 농락하기 +1 24.05.16 396 12 13쪽
124 123화. 시바타를 고립시켜라. +1 24.05.15 409 13 13쪽
123 122화. 적정 분열을 노려보자. +2 24.05.14 408 15 12쪽
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406 13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428 14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436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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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469 15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46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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