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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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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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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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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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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DUMMY

내가 다가가자 원균이 씨익 웃는다. 저놈도 내가 이곳의 주인인 걸 아는 까닭이다. 그리고 혼잣말을 뱉듯 말하고 있었다.


“꽤 많은 함선이 있었다고 하던데... 얼마 없네. 이래서야 노부나가와 전쟁을 준비한다는 말이 사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


나보고 한 말인가? 아니면 혼잣말??


그리고 원균의 얼굴을 보자 놈의 형편 없는 능력치와 상태창의 문구를 읽을 수 있었다.


작은 섬인 대마도를 깔보는 멸시. 거기다가 조선어로 말했으니 모를 것이란 안심이 놈의 속마음이었다.


나는 그걸 보자 대번에 인상을 구겼다.


“함부로 지껄이는 건 그렇지 않나? 오늘 처음 본 사이에 반말은 좀 그런데.”


내 말에 원균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조선어가 상당하십니다. 누가 들으면 조선인이라고 오해하겠습니다. 아무튼, 말을 나왔으니 하는데. 대마도주인 당신과 경상우수사인 나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내가 말을 낮췄다고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끝까지 멍청하게 판단하는군. 나는 대마도주가 아니라 조선의 영의정과 같은 정이대장군이다.”


“영의정이요? 그럴 리가요. 조선의 고관대작에 속하는 사람이 어째서 이 작은 섬에 고립되었습니까? 내가 일본 사정에 어둡다고 거짓말한다면 실망할 겁니다.”


“끝까지 믿지 않는군. 조만간 일본 왕이 도착한대도 가짜라고 손가락질하겠어.”


“왕이요? 교토에 있어야 할 왕이 어째서 대마도에 온답니까? 그게 사실이면 제가 크게 사죄를 올리지요.”


“어떻게 사죄할 텐가?”


“무릎을 꿇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넙죽 엎드리라면 그것도 좋습니다.”


“성급하군, 성급해. 앞뒤 안 가리고 결정을 내리면 어떻게 하나? 먼저 타당성을 따져보고, 그것도 아니면 사람을 풀어 알아봐야지.”


“지금 군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알아듣는군.”


“군략을 말한다면, 병서를 충분히 읽었습니다. 그러니 나를 가르치려고 하지 맙시다.”


“좋은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군. 이래서야 대화가 통하겠나.”


“거짓을 논한 게 누군데 저보고 그러십니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면 밝혀질 사실이지요. 정말 일본 왕이 온다면 제가 무릎 꿇고 사과합니다. 대신에 거짓인 게 판명되면 그쪽에서 사과해야 합니다.”


“어떻게 말인가?”


“제가 말한 것처럼 무릎 꿇고 잘못했다, 사과하시오. 작은 섬의 도주 주제에 고관대작을 사칭했다고 머리를 숙이란 말입니다.”


“원하는 게 그것인가? 좋네. 조만간 교토에서 소식이 올 테니 두고 보게.”


“하하하. 끝까지 허풍을 드러냅니다. 내가 이곳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이 함선입니다. 항구에 몇 대의 함선이 정박해 있는지? 딱 보아도 10대도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포작선은 뭡니까? 저것으로 물고기나 잡지 어떻게 일본 본토를 공격한다고. 참, 우스운 이야기지요.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습니다.

솔직히, 조선에 알려진 170척의 함선도 모두 거짓이지요?”


“허어, 살다 보니 별소리를 다 듣네. 함선 중 일부는 여진 땅에 교역 중이고, 나머지는 와카사 항구에 정박 중이지.”


“와카사라면, 노부나가의 본토가 아닙니까?”


“그곳을 점령했네.”


“농담도 잘하십니다.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계속하십니다. 그런 말을 계속한다면 사신과 함께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떠나기는.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어. 지금까지 함선은 수송선이고, 진짜배기는 먼바다에 있지.”


“먼바다요? 누가 들으면 여송국(필리핀)까지 진출했다고 하겠습니다.”


“그 여송국에 있네. 그곳도 내가 관여하는 곳이지.”


그 말에 원균이 웃는다. 누런 이빨을 씨익 드러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농 짓거리. 아예 내 말을 안 믿는 눈치였다.


원균이, 핫산의 함대를 보았다면 눈이 커졌겠지만 지금 핫산의 전투함은 치우국과 말라카 인근 바다를 지키기 위해 떠난 상태였다.


나는 하나 이상의 바다에서 여러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주적은 노부나가와 같은 일본 병력이요. 더한 적은 남미의 바다를 건너오는 에스파냐의 함선. 그리고 잠재적인 골칫거리는 인도에 거점을 가진 포르투갈 세력이었다.


지금껏 에스파냐, 포르투갈은 같은 왕을(펠리페 2세) 가진 하나의 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밑의 귀족들은 하나의 국가도, 하나의 조정도 아닌 독립된 사람들.


실제 펠리페 2세가 지배하는 국가는 (에스파냐, 포르투갈, 네덜란드, 밀라노 공국, 부르고뉴 공국, 사르네냐 섬, 시칠리아섬, 나폴리 왕국, 남미에 세워진 도시국가 등등) 엄청나게 많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란 명성으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튼, 스페인은 남미를 중점으로 한 교역을.

포르투갈은 아프리카를 건너 아라비아, 인도를 거점으로 두고 동남아시아를 지배하려고 했다.


다른 말로 우리가 필리핀을 가졌는데 에스파냐의 저항은 있었지만, 아직 포르투갈과 싸우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나의 왕에 소속이 다른 귀족들.

연합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온 것인지? 치우국(필리핀) 인근 포르투갈의 함선과 몇 차례 싸웠다는 게 핫산의 보고였다.

바로 그것 때문에 핫산의 함선들이 자리를 비운 것이고.


이걸 원균에게 말해줄 수도 없고.


치우국의 바다는 핫산의 전투함으로 지키고

대마도 인근의 바다는 세키부네, 정크와 같은 함선으로 싸운다고 어떻게 말해줄까?


하지만 내 말을 믿지 않은 원균은 배를 잡고 웃는다.

나는 불쾌한 표정으로 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때, 원균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5척의 함대.


그건 처음 보는 함선이고 맨 앞의 함선은 산 헤르니모.


그리고 뒤를 잇는 3척의 카락과 또 다른 겔리온이 기다란 견인 줄에 걸려 항구로 접근하고 있었다.


“아니, 어디서 저런 함선이?! 함포의 수가 도대체 몇 문입니까? 20개가 넘어요. 그리고 끌려오는 저 배의 함포는 30개가 넘습니다.”


신형 겔리온.

산 헤르니모도 20개의 함포를 가진 겔리온인데, 견인 줄에 끌려오는 함선은 더 강력한 전투함이었다.


“어디서 저런 배가···.”


원균은 당혹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걸 보고 웃었다.


펄럭이는 깃발은 치우국의 그것이고 마지막 나포되어 끌려온 함선의 깃발은 에스파냐였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보았나. 자네가 보기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저 작은 섬의 도주인가? 아니면 정이대장군으로 보이나??”


“그, 그것이···.”


“말해보게. 그렇게 말 끝을 흐리지 말고. 나는 말이지. 자네가 엎드리며 조아리기를 바라네. 그래야 오해당한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대장부가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솔직히 거대한 함선에 놀란 건 사실이나, 우리가 약조한 건 일본 왕의 접견이지. 함선 따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지금 무릎을 꿇으라는 말은 하지 마시지요.”


“그러지. 조만간 드러날 일이니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말이야, 한 번 뱉은 말은 꼭 실행시키고 말지. 자네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볼 테니 지켜보게.”


나는 눈을 부릅뜨고 원균을 내려다가 보았다. 그런 내 눈빛에 원균은 기가 죽었다. 처음 당당했던 얼굴은 어디 가고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핫산의 함선들. 거대한 배들이 항구로 다가오자 전혀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에스파냐 함선을 나포했구나, 생각했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은 전혀 달랐다.


핫산의 기함은 정상이 아닌 듯 갑판 일부가 파괴되고 또 카락은 대포에 맞았는지 선미 한쪽이 뻥 뚫렸다.


나는 그걸 보고 이맛살을 지그시 모았다.


큰 싸움이 있었나?

어떻게 된 것이지?


핫산은 산 헤르니모에서 포로를 질질 끌면서 데려왔다.


그는 인도 총독 ‘디오고 루페스 데 세코’의 부하, 가르시아.

다른 말로 말라카 일부를 되찾으려고 공격한 자였다.


가르시아는 핫산에게 패배하고 붙잡혔다. 그리고 놈이 타던 기함까지 나포되어 대마도에 옮겨온 것이고.


나는 핫산의 말에 말라카의 이야기를 들었다.


“포르투갈에서 지원한 에스파냐 함선입니다. 놈들의 기습으로 함대 중 일부가 당했습니다.”


그 말에 이맛살을 좁혔다.


노부나가와 전쟁이 가까운데, 포루투갈과 분쟁이라니? 그리고 에스파냐와 연합까지 이뤘다니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핫산은 내 표정에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주군, 못 이길 정도는 아닙니다. 치우국과 말라카에서 새로운 카락을 건조했고, 그 함선으로 싸웠더니 이겼습니다.”

“얼마나 쳐들어왔던가? 대대적인 공격은 아니겠지?”

“에스파냐 함선이 3척이요, 나머지는 포르투갈의 카락이었습니다.”

“한 번도 연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어.”

“일시적이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대비가 필요할 것 같아.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해.”

“지킬 겁니다. 어떻게 얻은 영지인데 절대 빼앗길 수 없지요.”


핫산은 가슴을 두들겼다. 끝까지 사수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핫산의 말에는 어려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름의 호재도 분명히 있었다.


“포로의 심문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영국이 전쟁을 선포했답니다.”

“누구에게??”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펠리페 2세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오호라, 그거 호재로군. 영국과 에스파냐의 전쟁이라... 자세히 말해보게.”

“영국이 전방위로 에스파냐를 흔드는 것 같습니다. 반란자 안토니오를 포르투갈 국왕으로 추대하고 그와 손잡았다고 합니다. 물론 에스파냐의 반격에 힘겹지만, 농민과 같은 극빈층의 지지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에스파냐가 시끄러워지겠어. 안에는 내분이요, 밖으로 영국과 싸워야 할 테니.”

“에스파냐가 약해진다고 해도 포르투갈이 문제입니다.”


핫산의 의중을 알아들었다.

핫산이 고생하며 얻어낸 땅들이 아닌가. 말라카 일부와 치우국은 절대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에게 뺏길 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걱정은 들었다.


가까운 적인 노부나가를 상대해야 하고, 밖으로 서양 세력과 싸워야 하니 힘이 2배로 들었다.

바로 그 힘의 분배를 덜고자 조선의 지원을 원했던 것인데.

원균 같은 잡장이나 나타나고 말이지.


그럼에도 포기해선 안 되겠지. 어떻게든 조선 수군을 받아내야지.


노부나가는 바다에서 상대한다.

그리고 서양 세력은 핫산에게 일임할 생각인데...


나는 핫산을 바라보고 물었다.


“병력은 얼마나 필요한가?”


그러자 핫산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주군께서 제 마음을 이해하십니다. 포르투갈과 싸운다면, 못해도 3만 이상이 필요합니다.

규슈에 집결한 10만 병력 중에 3만은 내주셔야 말라카는 물론 치우국도 지킬 수 있습니다.”


“3만이면 가능한가?”


“따로 모병도 할 생각이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육전을 위한 장수도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핫산은 해전에만 능한 지휘관.


육전에서 싸움은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말라카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때는 해전이 아닌 수성전이 될 경우가 컸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정은 빨랐다.


“알았네. 규슈의 장수 중 일부를 내주지.”


“감사합니다. 주군.”


“아니야. 자네가 해준 게 얼마인데. 그리고...”


“말씀 안 하셔도 압니다. 조만간 건조될 카락 2척과 이번에 나포한 겔리온을 남기려고 합니다.”


“전투함이 빠져도 괜찮겠나?”


“치우국을 지키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에스파냐의 함대가 영국과 전쟁을 한다니 훨씬 수월할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핫산은 보고를 끝낸 후, 나포한 겔리온을 수리하려고 떠났다.


내가 탈 기함. 30문의 대포를 가진 에스파냐의 최신함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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