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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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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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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DUMMY

곽재우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남해안 끝단에 머물던 사네히토 친왕이 떠난다니.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곽재우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한양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게지요.”


그 말에 콧방귀가 나왔다. 조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전라 좌수영인데, 이곳을 떠나 한양으로 간다니.

하지만 바뀐 역사니깐, 선조가 몽진을 떠나는 일은 없겠지? 의주까지 도망쳐서 명나라로 들어간다는 황당한 짓은 벌이지 않겠지.


그 생각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사네히토 친왕의 생각은 알겠다. 하지만 그런다고 조선 조정에서 받아는 주겠나?”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친왕이 스스로 찾아온다는 데 마다하지 않을 주상입니다.”

“어째서?”

“입조라고 생각할 겁니다.”

“입조라고. 당치않은 소리다.”

“주상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입조인 겁니다. 주상처럼 정통성이 약한 임금은 일본 왕이 머리를 조아리는 걸 원할 겁니다. 지금처럼 전라 좌수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인사만 해줘도 좋아할 겁니다.”

“큭, 맞는 말이다. 그자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리고 조정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제 생각에는···. 착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착각?”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겁니다. 부산, 울산, 진주의 성채에서 왜군의 진군을 막고, 때를 맞춰 팔도의 조선군이 몰려가면 이긴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쉽나?”

“지금껏 승전보가 이어졌으니 오판하는 게지요. 그리고 추가로 노부나가의 지원병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이런 멍청한. 15만이 더 온다. 합이 30만 병력이야.”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겁니다. 설마, 더 많은 병력을 보낼까? 설마하는 겁니다.”

“멍청한 작자들. 그러니 이러고 있지.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자들이 아닌가.”

“아무튼, 사신 황윤길을 통해 한양에 내용이 전해졌을 겁니다. 그리고 주상의 허락이 떨어지면 떠난다고 했습니다.”

“사네히토 친왕이 한양으로 올라가면 노부나가의 공격이 한양으로 향할지도 몰라. 부산과 그 인근에 터를 잡는 게 아니라 한양 공략을 최우선으로 잡을 수도 있어.”

“조선 조정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사네히토 친왕 일행을 부른다면 감수해야지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가 생각한 군략과 조금 달라질 수도 있는데.”

“장기전을 걱정하신다면 아닐 겁니다. 형님이 준비하고 있는 규슈의 병력이 조만간 노부나가의 본영을(교토) 공격할 게 아닙니까?”

“그건, 노부나가의 지원병이 어디로 향할지에 달라질 군략이네. 우선 지켜봐야 할 것이 많아.”

“무슨 말씀인 줄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네히토 친왕께서 2천 조총병을 데려가기를 원하십니다.”

“내 병력을 어떻게 한다고? 그들은 전라 좌수영을 지키기 위해 남겨둔 게 아닌가.”


고개를 흔들었다. 사네히토 친왕이 서신까지 보낸 이유를 알았다.

내 휘하 병력. 정예 병력인 2천 조총대를 사네히토 친왕이 호위처럼 부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전라도와 좌수영을 지킬 최후의 보루.


‘이걸 어찌한다··· 사네히토와 고노에 사키히사 같은 공사들을 데려간다면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병력을 데려가?’


“2천 조총대가 빠지면 좌수영을 지킬 병력은 있고?”


“소수의 조선군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노부나가의 군병 일부가 통영을 지나 사천까지 진군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진주성까지 진군한다면, 전라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처럼 곽재우는 말하고 있었다.


이순신이 먼 부산까지 원정을 떠날 수 있던 이유. 그건 내 병력이 좌수영에 상주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사네히토 친왕도 체면을 챙기려고 하는 겁니다. 호위할 병졸도 없이 한양으로 들어간다면 무시를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겁니다.”

“2천 정예병이다. 그들이 한양에 들어갈 수는 있고?”

“그건 안 될 겁니다. 소수의 호위만 대동하게 할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다고.”

“바로 그것 때문에 인백 형님이 협상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둘째가.”

“고노에 사키히사와 의견을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자란 병력은, 대동계 형제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의병을 모집한단 말이지.”

“의병보다 강한 자가 대동계입니다. 특히나 검계에 속한 자들이 상당합니다.”

“검계라면, 왈짜 무리가 아닌가?”

“험상궂은 자들이나 싸움에 있어서 도움이 되겠지요. 거기다가 인백 형님과 오랫동안 교류한 자들이니 제 역할은 해낼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끄덕였다. 정여립의 계획을 들었고 2천 조총병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냥 숫자만 2천이 아니라 그 두배의 능력을 보일 자들인데...


그들을 빼버린다는 건


근데, 어째서 정여립이 나선 거지?

친왕이 한양으로 가는 것과 전혀 상관이 없을 텐데.


바로 그 생각을 하자 곽재우가 씨익 웃더니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형님의 깃발을 세울 때가 아닙니까.”

“치우국이라면 이미 세웠지 않나.”

“치우국(필리핀)만 형님의 나라입니까? 규슈도 이미 형님의 것입니다. 그러니 본토에도(일본) 형님의 깃발이 있어야 하지요.”

“사네치토 친왕과 갈라서란 말인가?”

“이름뿐인 왕입니다. 친왕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백 형님이 협상하겠다고 했습니다. 본토에 세워질 치우국의 경계를 결정한다고 말입니다.”

“둘째가 그런 말을 했어?”

“오래전부터 생각하신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떠올렸던 주제.


치우국의 깃발을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와 내가 새롭게 만든 국가의 정체성까지.


내 휘하에는 여러 민족이 있고, 그들을 하나로 통합할 명분이 필요했다. 그 명분으로 새로운 나라가 필요하겠지. 바로 그걸 정여립이 해내겠다니 무겁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이래서 능력 좋은 인재가 필요했나?


나 혼자 일일이 신경 쓰는 것도 한계가 분명한데, 정여립과 곽재우는 나에게 있어 필요한 인재였다.


‘동생들 고맙다. 꼭 내 옆에 있어라.’


곽재우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선조에 의해 명예가 실추된 곽재우지만, 내게 있어선 보물이었다.


그리고 곽재우를 바라보자 다른 말이 이어졌다.


“큰형님, 일본 본토의 일은 인백 형님께 맡기고 나머지 세세한 사항은 저랑 상의하시지요.”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항상 자네를 믿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형님께 도움이 될 인재를 소개할까? 합니다.”

“오호, 그런 자들이 있어.”

“그전에도 이야기했던 사람들입니다.”

“나야 언제든지 환영이지, 그래 말해보게.”

“.....”


곽재우는 조금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자니 곽재우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


조식의 문하생이자, 동인 계열의 사람들.

다른 말로 선조에게 죽을뻔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하하. 듣기만 해도 좋은데. 어째서 머뭇거리나?”

“좋은 말로 추천할 땐 오지 않는다던 지인들입니다. 그랬던 자들이 주상께 버려지자 다른 길을 모색한 겁니다.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 제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살던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한다는 건 그만큼 어렵지.”

“형님이니깐 그런 말을 하는 겁니다.”

“아니야. 다 때가 돼야 만나게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형님.”

“미안할 것 없네. 나는 고맙기 그지없으니깐.”

“그럼, 먼저 구할 사람이 있습니다.”

“구하다니? 누구인데 그러는가??”

“유배 중인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죽임을 당할 것 같아 서둘러야겠습니다.”


곽재우는 심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동인을 탄압하기 위한 모략질.


역사적인 기축옥사는 아니지만, 시작과 진행은 비슷했다. 역적으로 지목된 정여립은 토벌해야 할 괴수이고, 그 괴수의 참모역으로 지목된 사람이 길삼봉이란 자였다.


그리고 그 길삼봉으로 오해된 사람이 조식 문하의 최영경이고.


다른 말로 조식 문하생들은 큰 억압을 당하는 중이었다.


이는 곽재우와 정여립, 모두에게 큰 고통이요, 선조의 미움이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했다.


“최영경 사형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그는 황해도 도적 길삼봉도 아니고 당쟁과도 무관한 사람입니다.”


노부나가의 침공으로 사화의 피바람이 잠시 주춤했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동인 대부분이 유배를 떠났고,

영의정 노수신은 파직, 동인의 영수 이발, 이급 형제, 정언신은 유배, 백유양, 백진민 부자를 비롯해 조대정, 유몽정, 이황종, 윤기신, 최영경까지 조식의 문하생이거나, 정여립과 친분이 깊은 자들은 모조리 가택 연금과 유배를 당했다.

그것도 노부나가가 침공했으니 이만큼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 대부분은 멸문을 당했을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군. 임금의 멍청함은 언제까지 이어지려고.”

“지켜봐야지요. 그럼에도 당장 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최영경 사형도 그렇지만, 정언신 대감을 데려와야 합니다.”

“정언신 대감이 유배를 떠났나?”

“가까운 남해에 있습니다.”

“이런, 멍청한 짓을. 임금이 사람 볼 줄을 몰라. 지금 같은 상황에 정언신 같은 인재를 버리다니?”

“정철에게 모함을 당한 겁니다. 그리고 전쟁이 터지기 전의 일이니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영의정(노수신)도 파직 당한 마당에 우상 대감이라고 눈감아 주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정언신 대감은 인백(정여립) 형님의 인척이 아닙니까.”

“아주 작정했군. 뿌리를 뽑겠다고 칼을 뽑았어.”

“시간이 미묘하게 변했지요. 전쟁도 터졌겠다, 군재가 뛰어난 정언신 대감이 필요할 텐데 주상이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면해야지. 정언신 같은 사람을 유배지에서 두면 되나?”

“조정 대신 중 몇몇이 정언신 대감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청했지만, 주상께서 못 들은 척 넘어갔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왜적에게 죽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게 놓아둔다고.”

“제가 생각한 게 맞을 겁니다. 주상께서 자존심을 부리는 겁니다.”

“헛된 아집이다. 나라가 휘청이는데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어.”

“명분과 정통성을 따지는 주상이 아닙니까. 아마도 그냥 풀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임금이 버렸다니 내가 데려가야지.”


곽재우의 말을 듣자니 구할 사람이 꽤 많았다. 그것도 억울한 사연이 즐비한 선비가 대부분이었다.


멍청한 선조. 좋은 인재를 그냥 버린다고?


누명을 씌우고 죽이고,

바른말을 했다고 죽이고,

헛된 명성에 흠을 잡았다고 죽이고,


나는 곽재우의 말을 듣다가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서아지를 불렀다.


“네가 다녀올 곳이 있다.”


그러자 서아지가 반문했다.


“유배지를 지킨 조선군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과 충돌이 예상됩니다.”

“충돌은 무슨. 내가 이르는 대로만 하게. 그리하면 알아서 도망칠 테니.”

“.....”


서아지는 끄덕였고 나는 방법을 제시했다.


어차피 노부나가의 왜적이 남해까지 진입했고,

서아지의 병졸이 갑옷만 바꿔입으며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다녀와라. 최영경과 정언신 대감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서아지와 휘하 2백 병졸은 빠른 소선을 타고 유배지로 향했고, 우리는 전라 좌수영을 향해 배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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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3화. 이시다 미츠나리의 변명 24.05.25 29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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