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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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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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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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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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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9화. 나의 소명이란

DUMMY

경복궁의 후원.


선조는 골치 아픈 일들을 잊으려고 한적한 후원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다.


“뭐라, 누가 온다고?”


그 말에 선조의 옆을 호종하던 정철이 대답했다.


“사네히토 친왕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선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대답했다.


“정말 나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단 말이지.”

“황윤길이 전한 서신도 그렇고, 이 모든 게 주상전하의 홍복입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입조를 청하는 게지요. 주상전하의 신하가 되겠다고 머리를 숙이는 겁니다.”

“정말 그런가? 내 밑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저러는 건가.”

“당연하지요. 주상전하의 인덕에 감읍해서 입조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형판은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 가끔, 형판이 도를 넘는 게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어.”

“송구합니다. 항상 주상전하만을 생각하다가 보니 심려를 끼친 것 같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정철은 허리를 굽혔다.


서인의 우두머리 정철은 선조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썼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선조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소식들이 전해졌다.


-동래성의 농성전.

-경상 좌도 절도사 이각의 패배.

-이순신의 승전.

-거제도의 시바타를 죽음과 그 휘하 장수들의 수급이 끊어졌단 이야기.

-전라도를 진격하고 있는 왜군의 움직임.

-순찰사 이일이 4만 군병으로 동래성에 가까이 진군하고 있음을 알린 보고까지.


그 과정 중 선조가 가장 기뻐한 건 일본 왕이 한양에 당도했다는 보고였다.


“하하하. 왔어? 정말 왔더냐?! 어디 보자. 그를 들이라.”


그 말에 동부승지 이항복이 대답했다.


“전하, 사네히토 친왕 혼자 온 게 아닙니다.”


“그럼?”


“호위대 2천도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을 어찌할지? 윤허를 내려주십시오.”


선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되지. 내가 보고 싶은 건 친왕이야. 그 혼자 입조하고 전해.”


“전하, 반발이 예상됩니다. 친왕이 어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반발이 있으면 찍어누르면 되지.


여봐라-! 도순찰사 신립은 어디에 있느냐? 그를 들이라. 그에게 친히 부탁할 게 있다.”


“전하, 도순찰사께서 경군을 모집하느라 도성 밖에 있습니다. 그가 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좋다. 친왕에게 조선군의 위용을 보여야지. 그래야 내가 전한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될 테야.”


그 말에 동부승지 이항복은 고개를 숙였고,

임금의 명령은 신립에게 전달되었다.


*


사대문 밖의 사네히토는 불안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를 지키는 2천 조총병을 바라보며 안심하는 얼굴을 했다.


무인지경.

주변에 사람이 없다.


사네히토를 지키는 몇몇 공가와 좌대신 고노에 사키히사 그리고 2천 조총병이 없었다면 봉변을 당할 뻔했다.


특히나 용기 있는 몇몇 조선인이 손가락질하고, 또 어떤 자들은 돌멩이를 들었다가 슬그머니 내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게 2천 조총병이 보이는 위용.

정이대장군이 훈련한 이들은 정예했고,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병졸 때문에 성문은 열리지 않는다.


사네히토 친왕과 함께한 황윤길이 죄스러운 얼굴을 했다. 서신으로 소식을 전하지 오래였고, 사네히토 친왕이 한양에 당도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열어주지 않은 건 예의에 벗어나 있었다.


길들이고자 하는 것이지. 주상의 위용을 드러내고 굽신거리기를 바라는 게 분명해.


황윤길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몸을 피하고자 온 일왕을 입조한 것처럼 꾸미고자 한다는 것을.


주상의 위엄이 크게 올라가겠지.

어떤 왕도 해내지 못한 것을 주상께서 해냈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가능이나 할까?

정이대장군이 내준 정예병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황윤길의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예상 못한 인물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걸 보았다.


신립.

도순찰사 신립과 그가 이끄는 경군 3만.

도성과 황해도, 경기도 일부에서 모집한 경군이 이리로 오고 있었다.

길고도 긴 행렬이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 저들이 어째서 부산으로 내려가지 않고 이곳에 오는 것인지?

순찰사 이일 다음으로 동래성을 지원해야 할 군대가 저들인데...


‘이런?!’


황윤길은 깨달았다. 이는 주상의 의중이다. 부산으로 떠나야 할 신립을 붙잡고 이리로 오라고 전한 것이다.


그 말처럼 신립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나마 당당했던 일왕의 얼굴이 낯빛으로 바뀌고

좌대신 고노에 사키히사가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성문은 열리지 않고 조선의 대군은 몰려오고,

거기다가 덩치가 큰 신립이 호령하자 조선군이 함성을 지른다.


기선 제압.

2천 호위병을 누르기 위한 함성.


대단했다. 신립이란 조선의 명장.


그가 단호한 표정과 벼락같은 큰 목소리로 말하자 고노에 사키히사는 쩔쩔맸다.


“도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조총병은 아니 되오!”


신립이 큰 목소리로 말하자 좌대신 고노에 사키히사가 대답했다.


“전하의 호위병이요. 이 정도 병력도 수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소?”


그 말에 신립이 큰 눈을 부릅뜨며 대답했다.


“조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이곳인데, 무슨 걱정을 하십니까?

일왕의 호위는 우리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좌대신은 물론 다른 공가들도 도성으로 들어갑시다.”


그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좌대신 고노에 사키히사는 물론 다른 공가들도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걸 본 신립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성문이 열린다. 굳건했던 성문이 열리고 신립의 3만 군병과 함께 도성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마치 포위된 형국처럼, 일왕 일행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일왕은 어쩔 수 없이 끄덕였고, 공가들이 알아서 따랐다.


꼬리를 만 강아지처럼,


그렇게 2천 호위병은 신립에 의해 억류되고, 나머지는 선조를 만나기 위해 입성.


다른 말로 입조.

선조의 위업을 드러내기 위한 입조가 지금이었다.


*


선조는 껄껄껄 웃었다. 역시 내 사위가 제일이라고 몇 번이나 칭찬하는 말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새로운 일들이 전해진다.


일왕을 대접하며 입조 아니, 입조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던 그때에,

동래성에서,

또, 김해에서,

창원과 함안에서 올라온 보고는 패배였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도원수 김명원이 노부나가에게 패퇴했습니다. 동래성이 함락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양산으로 도주했다고 합니다.


-전하, 그것만이 아닙니다. 김해, 창원, 함안을 지키던 우리 군이 하시바 히데나가의 군병에게 대패했다고 합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어서 도순찰사의 경군을 내려보내야 합니다.


그 말에 선조는 좋았던 분위기가 깨져나감을 느꼈다.


지금 자리는 일왕을 위한 연회.

술잔을 들어 축하하던 자리에서 전해진 급보이니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건 당연했다.


다른 말로 자존심의 손상.


사네히토를 동생처럼 부르며 형님이라고 부르게 했던 순간이 바보처럼 만들어졌다.


선조는 어금니를 꽈드득 깨물며 소리쳤다.


보고를 올린 대소신료를 향해 고함을 쳤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것이요?! 그것 하나도 못 막고 도망을 쳐!”


그 말에 넙죽 엎드린 정철이 제일 먼저 대답했다.


“도원수 김명원이 무능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동래성을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도원수 김명원이 문제였나.”


“맞습니다. 그가 무능하기에 동래성을 내줬습니다. 조금 더 버텼다면 이일의 군대가 지원 갔을 텐데··· 그걸 못 막고 성을 내줬으니 그 죄가 실로 막중합니다. 그를 벌하시고 왕명의 지엄함을 알려야 합니다.”


그 말에 선조의 입꼬리가 변했다. 자기 체면을 살려준 정철이 마음에 들었다.


“좋다! 김명원을 파직한다. 무능한 그를 내치고 다른 자를 도원수로 올려라.”


그 말에 이조 참판 이산해가 입을 열었다. 정철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본 이산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연 것이다.


“전하, 아니 됩니다. 전쟁이 한 참입니다. 접전 중에 지휘관을 바꾸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째서?”


“동래성에서 어떻게 싸웠는지 자세한 장계가 올라올 겁니다. 그걸 보시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거기다 노부나가의 군병이 얼마입니까? 아군보다 많았으니 치욕적인 패배는 아닐 겁니다.”


이산해가 말하자 선조는 이맛살을 좁혔고, 그럼에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자 이번에는 류성룡이 나섰다.


“전하, 지휘관의 교체보다 노부나가를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니 연회 자리를 파하시고 비변사로 가시지요. 지금은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류성룡의 논리정연한 말. 그 말에 술잔을 붙잡던 선조는 일왕 사네히토를 쳐다보았다.


매우 민망한 연회자리.

싸늘한 공기가 지나치고 사네히토는 선조의 눈동자를 피했다.


지금 상황은 일본에서도 많이 겪어본 일.


노부나가가 일본 왕가를 억압할 때도 그랬고, 교토가 점령당했을 때는 더 했다.

어쩌면 매번 있는 일.

어느 누가 쇼군이 되어도 일본 왕가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 익숙했다.


왕은 아무것도 아니다.

왕은 명분 좋은 허수아비이고, 실제 일 처리는 쇼군과 실권자들이 다 한다. 이는 일본이나 조선이나 비슷할 것이다.


그걸 잘 아는 사네히토는 지금 분위기를 모르는 척 고개를 흔들었고, 술에 취한 척 연기하며 조선 왕의 의중을 살폈다. 그리고 힘겨운 척 입을 열었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피곤합니다. 형님께서(선조) 친히 연회를 베풀었는데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네히토가 은근하게 말하자 선조가 끄덕였다. 거기다가 형님이라고 부르자 꺾였던 최면이 조금은 산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네히토가 물러가자 선조가 화를 냈다.


대신들을 불러 앉히고 속의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조의 의중을 살핀 정철은 이산해, 류성룡을 비방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전라 좌수영에서 군수품을 보충했다.


그 과정 중 여러 가지 소식을 접했다.


먼저, 서아지로부터 서신을 하나 받았다. 유배지에서 죽을뻔한 최영경을 찾았고 무사하다는 소식.


그리고 그걸 함께 들은 곽재우가 고개를 숙였다.


“형님 감사합니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염치가 없습니다.”

“아니지. 자네, 사문의 일인데 신경 써야지.”

“형님.”

“괜찮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는 것이야.”

“그래도 걱정입니다. 형님의 부하가 움직였다는 것에 문제를 삼을까...”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게. 서아지에게 시바타의 병졸로 위장하라고 지시했으니깐.”

“그러셨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자네 체면도 있고, 최영경 본인을 위해서도 이 방법이 낫겠지. 최영경은 시바타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처리했네.”

“역시 형님입니다. 저희 동문을 대표해서 형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아니야. 지금처럼 억울한 사람들이 있으면 말해주게. 내가 그들을 거둘 테니.”


그 말에 곽재우가 감격하는 얼굴을 했다. 내가 어려움을 무릎 쓰고 사람을 구하는 것처럼 보였겠지.


그러나 내 목적은 분명했다.


변화된 시대.

나로 인해 바뀔 역사.

조선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동남아시아까지.


상식이 좀 통하는 사회에 살면 안 되나?


가족들이 생각났다. 먼 곳에 두고 온 어린아이와 아내까지.


잘살고 있을까?


2025년 이후의 대한민국은 지옥 그 자체였다.


경제는 폭망했고,

주변 강대국에게 어찌나 휘둘리는지.


그걸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걸 바꿀 수 있다면

내가 바꿀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24.05.23 02:49
    No. 1

    정철. 서인의 광기. 저놈이 죽이거나 유배시킨 인재가 얼마나 많은지... 그의 가사를 열심히 외웠던 것 생각하면 ㅠㅠ.

    9/23 낯빛 >> 납빛?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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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3화. 규슈에서 온 지원병. +2 24.06.04 258 10 12쪽
143 142화. 2차 침공. +4 24.06.03 278 12 14쪽
142 141화. 핫토리 한조 24.06.02 281 12 12쪽
141 140화. 배신자들의 구걸. +2 24.06.01 29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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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8화. 세작을 이용하다 +2 24.05.30 274 11 13쪽
138 137화 선조와 사네히토 친왕의 도망질 24.05.29 268 12 13쪽
137 136화. 광해와 한성을 지켜라 +1 24.05.28 271 11 13쪽
136 135화. 선조와 다테 마사무네 +1 24.05.27 289 12 13쪽
135 134화. 사나다 마사유키의 변명 24.05.26 281 12 13쪽
134 133화. 이시다 미츠나리의 변명 24.05.25 298 12 13쪽
133 132화. 진주 대첩 24.05.24 295 11 15쪽
132 131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2 24.05.23 294 12 14쪽
131 130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 +2 24.05.22 30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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