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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정벌, 오다 노부나가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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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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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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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곽재우를 구하러 가는 여정

DUMMY

*


널 푸른 바다를 가르는 3척의 함선.


신형 함선 겔리온과 두 척의 카락.

그중 스페인 총독의 기함으로 쓰였어야 할 산 헤르니모의 갑판에 내가 섰다.


“좋은데, 굉장히 빨라.”


내 말에 핫산이 웃는다. 기분이 좋은지 눈가에 호선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저도 산 헤르니모를 타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에스파냐에서 이런 함선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걱정도 됩니다. 에스파냐 함선이 점점 강력해집니다. 예전처럼 쉽게 나포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이야. 에스파냐의 저력이 느껴질 정도지.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인가? 지금껏 해적처럼 나포를 이어갔는데, 이젠 쉽지 않겠지?”

“저희도 겔리온을 만들면 됩니다.”

“가능하겠나? 말라카와 포르틸레사 데 산 페드로(세부의 항구 이름. 핫산이 점령한 옛 스페인의 조선소가 포함되었다.) 만든 함선은 고작 나오(카락보다 작은)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까지는 그랬지요. 하지만 이번에 합류한 기술자 중에 조선공이 많습니다.”

“유태인 말이지.”

“그렇습니다. 에스파냐에서 천대받았지만, 그중에는 궁정 고문을 하던 자, 외교관, 상인, 석공, 함선을 설계하던 자까지 골고루 섞였습니다.”

“그저 하층민이 아니로군. 그런 자들이 어떻게...”

“레콩키스타(스페인의 국토 회복) 때문이지요. 이슬람으로부터 국토를 되찾고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쫓아낸다고 했으니까요. 그 과정에 오스만으로 넘어간 자들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오스만은 이슬람이 아닌가?”

“술탄 베야지드 2세 때부터 유대인을 환영했다고 합니다.”

“그거 놀라운데? 오스만이 유대인을 받다니.”

“카톨릭 국가들이 실수한 게지요. 유대인을 쫓아내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실수를 했다? 기술자가 빠져나가니깐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스만의 발전을 보고는 순순히 쫓아내기보다 개종시키거나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신대륙처럼 험한 곳으로 유배를 보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 헤르니모에 탔던 자들이...”

“맞습니다. 노예라기보다는 유배당한 자들이지요. 유럽에선 허락하지 않지만, 신대륙에서 고생하라고 보낸 겁니다.”

“그런 자들을 얻었군.”

“운이 좋았지요.”

“잘했네. 자네가 해적질을 계속하는 데 이유가 분명해.”

“더는 해적질이 아니지요. 아국을 무단 침범한 적선을 나포하는 일입니다.”

“하하하. 옳은 말이다. 자네가 해낸 일이 많아. 여송국의 꽤 많은 영지를 얻은 데다가 말라카의 일부 영지도 되찾았다니, 대단해.”

“저 혼자 힘으로 해낸 게 아닙니다. 주군께서 선뜻 내준 군자금이 큰 역할을 했지요.”

“아즈치에서 가져온 것 말이지.”

“솔직히, 주실 줄 몰랐습니다. 1년 전, 시마즈와 전쟁이 치열했는데. 그걸 내주실 줄 정말 몰랐습니다.”

“멀리 봐야지. 우리가 규슈 하나로 목을 맬 때인가? 어찌 보면, 영지의 확장은 자네가 제일 많이 했어.”

“송구합니다. 그저 빈 땅에 깃발을 꽂았을 뿐인데...”

“그게 말처럼 쉽나? 자네니깐 해냈지.”

“허허허. 주군께서 저에게 금칠을 하십니다. 제가 얻은 땅이란 문명화가 덜 된 부족 국가입니다.”

“아니지. 빈 땅이라고 해도 주인이 없었던 건 아니지. 그대가 인바나오 둘라(라자 술라이만 3세의 아들)에게 협상으로 얻어냈으니 그 정도였지. 다른 사람이라면 어림도 없네.”

“인바나오 둘라는 우리가 에스파냐에게 질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예전에 했던 말이 아닌가. 우리가 잘 버텨내고 있으니 다행이지.”

“맞습니다. 마닐라와 규슈에서 만들어진 함선으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에스파냐에서 대규모 함대만 오지 않으면, 마닐라를 빼앗길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마닐라는 물론 말라카까지 완전 정복하면 좋을 텐데. 그 이상은 힘들단 말이야.”

“말라카에서 인도까지는 에스파냐가 아닌 포르투갈의 영지입니다.

에스파냐처럼 정규군이 없는 것도 아니고, 꽤 많은 무장 선단과 군인이 인도와 말라카 주변으로 있습니다. 그들과 전면전으로 싸우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규슈와 마닐라 주변만 장악하는 게 전부입니다.”

“알고 있어. 지금은 천천히 세력을 키워나가는 게 우선이지. 우선 여송국이(마닐라와 루손, 세부의 인근의 섬들) 우리의 근거지가 되었으니 문명화에 힘을 써야지.”

“맞습니다. 그걸 위해 각 지역의 인재를 초빙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어. 언제 시간이 되면 여송국은 물론 말라카도 방문해야지.”

“주군. 여송국은 옛 이름이고 이제는 다른 이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네. 필리핀은(에스퍄냐에서 부르는 이름. 펠리페 2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필리핀이라고 불렀다.) 에스파냐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이제는 여송국도 아니니.”

“주군, 치우국을 허락해주시지요. 대마도에 건 깃발처럼 마닐라도 똑같은 깃발을 달고 싶습니다.”


그 말에 허락해줬다. 내가 생각한 나라가 점점 커져 가는 느낌이었다.

규슈를 시작으로 필리핀 일대, 그리고 말라카 일부가 아군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나는 일본을 주 무대로 치우국을 세운 게 아니라 더 넓은 나라를 세우고 있었다.


아무튼, 핫산에게 명령하자 산 헤르니모 함선으로 치우의 깃대가 올라갔다.


옛 조상의 이름 치우.

바람에 따라 펄럭이는 치우의 깃발.

언뜻 보면 도깨비를 닮았고, 또 어떻게 보면 용맹스러운 사자와 같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사용한 나는 치우국의 주인이었다.


물론, 치우국 말고도 사용하는 이름이 많지만.


아케치 미츠히데,

한국인 이름 이광수.

서울 시경의 마약반 팀장.

쇼니 가문의 당주.

아소 가문을 종속시킨 사람.

아리마 가문의 실제 주인.

대마도의 도주.


그 모든 게 나를 나타내는 이름이었다.


*


몇 주가 지나 드디어 육지에 도착.


저 멀리 야인들이 모여 사는 항구가 보인다. 아니, 항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작은 촌락과 교역장. 이만큼 크기를 키워낸 것도 용할 정도였다.


우리는 야인들이 필요해하는 생활필수품과 문방사우, 때론 양식과 금, 은, 비단을 팔고 저들이 가진 군마와 모피를 받아 가며 교역을 이어왔다.


나는 멀리 작은 점처럼 보이는 어촌 마을을 바라보며, 그동안 고생한 사백구와 사쇄문 형제를 다독였다.


“고생이 많았어. 핫산만 교역로를 넓힐 줄 알았는데, 자네들도 제법이야.”


그 말에 사백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시마즈 정벌 때는, 저희가 아무것도 안 했지 않습니까? 그때는 정말 송구한 마음이었습니다.”

“맞습니다. 해전도 없고, 함선도 사용할 일이 없어서 말이지요.”


사백구와 사쇄문의 말. 그 말에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쓸모가 없기는. 해전이 없어도 자네들은 도움이 됐어.”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이래서 저는 주군이 좋습니다. 예전 고용주들은 이용만 했지, 진심으로 대해주는 상단주가 없었는데...”

“하하하. 그랬는가. 아무튼 고맙네. 어서 항구로 내려가 보세.”

“야인들이 놀랄 수 있으니 기함을 숨기시지요. 예전처럼 작은 소선만 이용해서 가는 겁니다.”

“그래야 하나?”

“야인들은 경계심이 많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요. 그리고 저희 형제가 앞장설 테니 주군께서 그저 상인처럼 행동해주십시오.”

“그러지. 모르는 사람이 불쑥 나서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야.”


사백구의 말처럼 행동했다.

흉년으로, 야인들의 심기가 날카롭다는 말을 들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작은 소선을 타고 어촌 마을로 접근. 몇 개월 전 사백구가 방문했을 때와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그때는 더 작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크기가 커진 것 같다는 이야기. 아마도 그때 가져간 양식과 생필품으로 부족의 크기가 커진 게 아닌가 싶었다.


돈이 들어가니 잘 살 수밖에.

이는 어느 나라, 어느 세상에나 비슷하다.

야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겠지.


우리는 소선을 이끌고 어촌 마을에 당도. 4명 정도 탈 수 있는 소선이니 크게 경계하지도 않는다. 그것도 사백구, 사쇄문 형제가 몇 번이나 오간 곳이 아닌가.


하지만 어촌 마을에 발을 담그는 순간 따뜻한 환영을 받아야 했다.


날이 선 표정의 야인들. 손에는 창과 활을 잡았고 여차하면 공격할 태세였다.


그것에 사씨 형제를 바라보았고, 사백구는 멀쓱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저쪽을 향해 뭐라고 뭐라고 소리치자 저쪽에서도 대답이 돌아왔다.


“매번 이럴 거요?! 나를 몰라볼 것도 아니면서.”


그 말에 야인 쪽에서도 대답했다.


“어이, 사백구! 이번에는 사람이 늘었어. 매번 둘이서만 오더니 4명이나 데려오고.”


“그만 놀리시지요. 호정 족장! 기껏 먹고 살게끔 해줬더니 매번 이런 식이요?!”


“하하하. 이런 식은, 반가워서 그렇지. 이번에는 얼마나 구매할 텐가? 자네가 원한대로 군마 2백필을 구해났어.”


“2백 필이요? 저번에 약조할 때 5백 필로 하자고 말했잖소.”


“미안하네. 우리도 사정이 있어. 자네는 모르겠지만, 요새 난리도 아니야. 회령일 대는 물론 종성과 경원까지 시끄러워.”


“도적질이라도 합니까?”


“애끼 이 사람아! 나를 뭘로 보고. 자네와 교역으로 먹고살만한데 그런 위험한 일은 사절이야.”


“하하하. 말은 그렇게 해도 손에 든 창칼은 뭡니까?!”


“그러게 미안하네. 어서오게. 자네와 상인들은 언제든 환영이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금껏 심각한 분위기였다면 어느 순간 웃으면서 우리를 반긴다.


사백구는 내게 눈을 깜박이며 호정 추장이 장난질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대를 파악하니 실제 마음도 그리해 보인다.

유쾌한 자. 한 마을의 수장이자 여진인 호정은 우리와 거래를 이어가는 추장이었다.


“어서 마을로 가세. 이곳보다 더 깊숙한 곳에 게르를 세웠어.”


호정이 말하며 사백구의 어깨를 툭 쳤다. 사백구는 오랜만에 방문했기에 어리둥절했다. 마을은 눈으로 보이는 게 다인데, 호정은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그것에 호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다 자네 덕이지. 저번에 내준 양식으로 따르는 부족민이 많아졌어. 어촌에만 머물 순 없으니 마을 규모를 키웠네.”


“그랬습니까? 분명 천 명도 되지 않던 규모였는데...”


“하하하. 풍부한 양식 덕이지. 굶주린 사람은 많고 곡식을 가진 건 나 하나고.

그럼 어떻게 하겠나? 나에게 종속해야지. 이제는 1천이 아니라 5천은 족히 넘어.”

“그거 축하합니다. 이제는 대족장의 반열에 들겠습니다.”

“대족장은 무슨. 그런 말, 하지 말게. 이제 소규모에서 조금 나아졌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커지면 가만 보지 않는 자들이 많아.”

“저번에 말한 우을기내 말이지요. 그자가 아직도 괴롭힙니까?”

“말도 말게. 놈이 니탕개와 친해지고는 더 심해졌어. 며칠 전에는 나를 못 잡아먹어 난리였지. 나보고 전쟁에 합류하라고 몇 번이나 전령을 보냈네.”

“전쟁이요?”

“그런 게 있어. 일단 머무는 게르로 가세. 그리고 저번에 말한 청주는 가져왔겠지.”


입꼬리를 들썩이는 호정의 말. 사백구는 그것에 맞춰 호정의 기분을 살폈다. 역시 사카이(일본 최대 무역도시) 용병 사백구는 노련했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잘도 정보를 뽑아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정의 게르로 향했다.


어촌을 지나서 내륙 깊숙한 곳으로.

그러자 마을 규모가 커진다. 바다와 접해있는 곳은 약해빠진 어촌이지만, 지금 내가 보는 건 정예한 군병이 늘어선 곳이었다. 아니, 야인 그 자체가 그런 것인지? 이들은 정예한 기병이었다. 그것도 2천 기나 보유한 군영.

마을이라기보다 병영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바로 그곳으로 우리는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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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2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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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4 24.04.30 294 13 12쪽
108 107화 조선에서 온 손님은 +1 24.04.29 314 11 13쪽
107 106화. 커지는 전화의 불길 +1 24.04.28 321 12 12쪽
106 105화. 전쟁의 불길이 일어나다. +1 24.04.27 321 12 14쪽
105 104화. 대마도 전투 +3 24.04.26 300 10 15쪽
104 103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2 +5 24.04.25 315 12 12쪽
103 102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 24.04.24 314 10 11쪽
102 101화. 변해가는 노부나가의 상황. +1 24.04.23 336 12 12쪽
101 100화. 니탕개에 난에서 얻어가는 것들. +4 24.04.22 331 16 12쪽
100 99화. 경흥 전투, 이순신을 돕다 +2 24.04.21 319 11 12쪽
99 98화. 곽 재우의 사정2 +2 24.04.20 311 11 14쪽
98 97화. 곽재우의 사정 +1 24.04.19 313 13 12쪽
97 96화. 곽재우를 구하러 가는 여정2 +3 24.04.18 319 11 13쪽
» 95화. 곽재우를 구하러 가는 여정 +3 24.04.17 331 11 12쪽
95 94화. 당쟁의 먹잇감은 곽재우. +2 24.04.16 344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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