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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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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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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7
글자수 :
36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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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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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드라마틱한 커피차

DUMMY

46화. 드라마틱한 커피차.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자 원장 할아버지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되게 신기해서요. 이 세상엔 좋은 음식들이 참 많네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잉? 그냥···. 쓸 거 없어서 적어놓은 겨.”

“아?”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정보였다.

똥싸개가 먹는 음식들이 영약의 효능을 결정짓는 조건이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벽면을 둘러봤다.

그러자 눈에 띄는 몇몇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금연에 좋은 음식]

[기억력에 좋은 음식]


‘이거다.’


하나는 흡연과 싸우고 있는 백시후에게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박수호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돌릴 수도 있겠어.’


치매를 낫게 해드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물론 확률은 반반이다.

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슈퍼푸드의 효능’ 같은 걸로 그런 큰 병이 싹 낫는다는 보장은 확실히 없었으니까.


‘일단 해보자. 되면 대박이니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원장 할아버지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보약 지으러 올게요.”

“왜 다음이여···?”


아쉽다는 표정의 원장 할아버지였다.

그러면서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하는 그였다.


“만병통치약은 따로 없어.”

“예?”

“먹는 것이···. 바로 만병통치약이여.”


무림의 고수와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원장 할아버지였다.

문득 나는 그의 책상 위에 있는 명패를 슥 봤다.


[원장 허춘]


‘······!’


어쩐지.

이름부터가 신뢰도 가득한 원장 할아버지였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당탕탕 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사향고양이 녀석이 백설기에게 반기를 든 모양이었다.


“야야야. 질 것 뻔한데 왜 자꾸 덤비냐 너는.”


그러자 백설기의 앞발에 제압당한 똥싸개 녀석이 말했다.


-아직 진 게 아니다냥. 단지 이기는 과정이로소이다!


‘오···.’


이거 정신승리라고 해야 할지, 멋진 마인드라고 해야 할지.

똥싸개와 백설기의 눈물겨운 이종격투기를 구경하며 나는 한의원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감상했다.


*슈퍼푸드*


[겨울철 감기에 좋은 음식]

[금연에 좋은 음식]

[우울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

[뼈 건강에 좋은 음식]

[기억력에 좋은 음식]

[정력(스테미나)에 좋은 음식]

[위궤양 환자에게 좋은 음식]

[암 예방에 좋은 음식]

[눈에 좋은 음식]


‘자. 며칠 동안 각 잡고 실험해보자.’


음식의 가짓수가 워낙 많아 경우의 수 또한 엄청났다.

하지만 이 중 몇 개라도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인 셈.


게다가 힌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캣닢 먹을 고양이?”


-우다다다다!


그러자 사향고양이가 싸우다 말고 뛰어왔다.


캣닢에 취하면 특제 영약에 대해 예언을 해주는 녀석이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오라클처럼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웬일이냐. 어젠 관심 없어하더니.”


-요 풀떼기는 이틀에 한 번꼴로 땡긴다냥.


고양이라고 캣닢이 매일 땡기지는 않는다는 점.

덕분에 힌트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캣닢으로 얻은 정보랑 한의원에서 얻은 정보를 교차 체크하는 거야.’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과일을 취사선택해 영약을 만들면 확률이 높아질 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달리 말하면 점점 더 영약의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


-근데 인간.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그때였다.


“응?”


-오늘은 출근 안 하냥?


“출근? 내가 어딜 출근···!”


크게 깜빡한 것이 있었다.

바로 어제 오픈한 진다방이었다.


“···맞다!”


오픈한지 하루만에 문을 닫았다고 손님들이 오해할 수도 있었다.


-에휴. 아주 빠졌소로이다.


-왈!


다달이 들어오는 넉넉한 인세에, 드라마 집필료 때문에 아주 정신 상태가 글러먹은 나였다.

거기다 특제 영약의 비기까지 손에 넣었으니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어휴! 정신없다, 정신없어.’


나는 그렇게 진다방으로 곧장 달려갔다.


‘어···?’


그런데, 무려 다섯 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 아저씨 왔다.”

“저희 또 왔어요! 빨리 문 열어주세요!”


저번에도 왔던 배우 김수혁의 팬들과 함께 오늘은 어르신 두 분까지 계셨다.

내 다방을 위해 오픈 전부터 줄을 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근데, 화를 안 내네?’


이렇게 개업 초반부터 오픈 시간이 제멋대로인 다방을 반겨주다니.

이게 요즘 감성인가?


“자, 문 열겠습니다. 잠시 비켜주세요!”

“네!!”


손님들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딱 이 정도 숫자가 적당한 것 같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다섯 명 정도의 손님 말이다.


‘이게 바로 워라벨이지.’


손님들이 주문한 커피를 만들며 나는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아늑한 다방에서 누리는 행복한 멀티태스킹이었다.


‘영약에 필요한 작물들을 모조리 심어보자.’


그런데 그러려면 텃밭이 좁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유시진이 보낸 문자가 문득 떠올랐다.


[야. 왜 내가 심으면 잘 안 자라냐. 에어하우스 괜히 만들었나?]


유시진의 볼멘소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번 내 유자묘목이 기적처럼 잘 자란 것은 사실똥싸개의 퇴비 덕이었으니까.


‘그것도 모르고···. 괜히 미안하네.’


에어하우스라는 거창한 꿈에 부풀었던 유시진이 풀이 죽어있는 요즘이었다.

사실 그가 느린 게 아니라 내 작물이 압도적으로 빠른 건데 말이다.


‘그래. 에어하우스 지분을 더 확보해야겠다.’


안 그래도 무리한 투자로 적자가 나고 있는 유시진의 에어하우스였다.

나는 작물로 영약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좋고, 그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세 잔 나왔습니다!”


나는 커피를 내놓으며 방긋 웃었다.

드라마 촬영은 곧 시작이었고, 차기작의 장르까지 정해놓은 상태.

게다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십, 수백 가지 영약을 만들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든 게 완벽했고, 앞날은 기대됐다.


* * *


‘장사 준비 끝!’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진다방에 나와 오픈 준비를 마쳤다.


마침내 촬영이 시작되는 날.

수많은 스탭들이 곧 이곳 충주시 노은면 화룡리에 집결할 것이다.


‘주민분들께는 양해를 구했으니···.’


가끔 드라마 촬영에 관한 논란이 뉴스 란에 올라오곤 했다.

촬영을 빌미로 지나가는 행인의 길을 막거나,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떠나버리는 것 등.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안 그래도 우리 측의 흠집을 노리는 자들이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할 때였다.


한편, 장미아파트 측은 촬영 중에도 언론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차민주 PD, 이번 작품서 대박의 기운 느껴져.]


사실 장미아파트 측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차민주 피디만이 오직 그랬다.


‘뭐든 설레발은 좋지 않은데 말이지···.’


지난번 박종범 작가님이 말한 내용이 떠올랐다.

JBS, 보나마나 차민주 피디일 것이 뻔한 누군가가 프리랜서 기자를 고용해 우리 드라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이다.


-지이잉!


그때였다.


도강훈 감독이 곧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작가님도 이따 놀러오시죠. 구경도 하실 겸!]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배우들과 촬영 스탭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으니까.


“사장님, 저 왔습니다!”

“오냐.”


마침 유시진이 다방에 도착했다.

오늘 일일 운전기사로 고용한 그였다.


“그러니까 커피차를 쏜단 말이지? 이야. 멋있다 너!”

“멋있기는.”


서프라이즈 선물은 바로 커피차였다.

추운 날씨에 고생할 모두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한 선물.

손수 인터넷에 검색해 커피차 대여까지 알아본 나였다.


“맞다. 너 에어하우스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유시진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에어하우스 일부를 더 계약한 이후로 그 안은 작물로 가득 찼으니까.

실험을 위해서 매일같이 똥싸개의 퇴비와 유자의 노래를 들려준 덕분이었다.


“무슨 짓은 무슨. 내가 뭐 키우는 데 재능이 있나 봐.”

“와. 자존심 상하네. 서울에서 온 놈한테 발리는 게.”


유시진은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실험을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어.’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수확은 있었다.

효능을 가진 몇 개의 특제 루왁커피를 새로 발견한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얻어낸 레시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루왁커피] : 집중력 향상.

[스위트 루왁커피] : 집중력과 체력 향상 및 근육 강화.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 목 컨디션이 좋아짐.

[아이스 루왁커피] : 흥분과 화를 가라앉힘.

[볼케이노 루왁커피] : 몸을 따뜻하게 함.


여기에 최근 추가로 발견한 레시피 또한 엄청난 효능을 보유했다.


[K-루왁커피] : 뼈 건강이 좋아짐. (비타민K 함유)

[A-루왁커피] : 눈 건강이 좋아짐. (비타민A 함유)


효과는 일시적이었지만 매일 조금씩 섭취하면 영구적인 기능을 발휘했다.


마지막으로 어제 갓 발견한 대망의 루왁커피.


[???] : 기억력을 향상시켜 줌.


아직 이름은 미정이었지만 효과는 대단한 커피였다.


내가 조심스레 한 모금 마시자,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불쑥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창피했던 기억도 말이지.’


하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영약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촬영장에 나가 그 당사자에게 커피를 건네줄 예정이었다.


“시진아. 이따 보자.”

“벌써 가게?”

“응. 감독님이 곧 도착한대.”


유시진에게 다방을 맡긴 나는 촬영장소로 향했다.


‘어느덧 벌써 촬영이구나···.’


단 한 번도 촬영장에 나가본 적 없는 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한마음 한뜻으로 스탭들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었으니까 말이다.


* * *


“작가님!”


나를 발견한 도강훈 감독이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변 스탭들과 함께 배우들이 모두 내 쪽을 쳐다봤다.


‘어우 창피해.’


일제히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차유정은 반가운 걸음으로 아예 뛰어오기까지 했다.


“작가님!! 카페는 잘 되고 있어요?!”

“그럼. 이젠 안 보고도 제조한다니깐?”


이어서 남주인공 김수혁까지 다가와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작가님!”

“고생 많으시네요.”

“아유, 별말씀을.”

“아 맞다.”


나는 그에게 스몰토크를 시도할 소재가 떠올랐다.


“저희 다방에 팬분들이 찾아오셨어요.”

“예? 제 팬들이요?”

“네. 혹시나 수혁 씨 보면 연락달라고.”

“아···. 진짜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여러 감정이 뒤섞인 것 같은 김수혁이었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덕분에 커피도 팔아주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작가님. 저도 다음에 촬영 끝나고 꼭 갈게요!”


오늘 온다고는 말 안 하는구나.

하긴, 오늘 첫 촬영 일정이 상당히 빠듯하다고 들었다.


“작가님. 잠깐 구경하시다 들어가시죠. 날씨도 추운데.”

“예 감독님. 아 그리고. 제가 선물 하나 준비했습니다.”

“선물요?”

“네. 별 건 아니고요. 커피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매우 감동한 듯한 도강훈 감독이었다.

그는 이어서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알겠습니다. 저만 알고 있고, 배우들한텐 비밀로 하겠습니다.”


뭘 대단한 걸 보낸다고 첩보 요원끼리 대화하듯 말하는 그였다.


그때였다.


“작가님!”


박수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몸을 돌이켜보니, 휠체어를 끌고 있는 박수호였다.


“어, 할아버지도 같이 오셨구나?”

“네. 촬영 하는 거 구경시켜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옷을 단단히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수호의 할아버지였다.

때마침 신상 루왁커피의 효과를 실험해볼 좋은 찬스였다.


‘실험이라고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만약 성공하면 치매에 걸린 그의 기억이 조금이나마 돌아올 터.

그야말로 엄청난 혁신이 아닐 수 없었다.


“자. 배우들 자리에 서주세요.”


조연출의 목소리와 함께 촬영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추운 날씨에 의상에 맞춰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들.


“긴장되네요 저까지.”

“오늘 넌 촬영 없어?”

“네. 전 중반부 이후에 나와요.”

“아 맞다.”


내가 써놓고 잊어버리다니.

박수호는 마치 선배들의 연기를 교본처럼 공부하듯 촬영에 집중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카메라가 돌자 표정이 돌변하는 배우들이었다.

살갑던 차유정의 얼굴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 입각해 차갑게 바뀌었다.


‘역시 배우들은 대단해.’


나와 박수호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씬을 몇 번씩이나 가기도 하고.

동선이 꼬여 현장에서 즉석 회의를 하기도 했다.

역시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는 법.


추운 날씨에 입김을 내뱉으며 고생하는 모두들이었다.


“잠깐 쉬었다 하시죠!”


조연출의 외침과 동시에 매니저들은 각자 배우들에게 겉옷을 갖다주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조금 전 유시진에게 신호를 보낸 나였다.


그런데 그때.


-부으으으응···!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트럭 하나가 저 멀리서 다가왔다.


“야야. 저거 뭐야!”

“누구야 저거! 막아!”


트럭의 정체를 모르는 스탭들은 우왕좌왕 빠르게 다가오는 트럭을 향해 소리쳤다.


-끼이익!!!


“안녕하세요!”


-뭐야···?

-누구?


참 비포장 도로에서 요란하게 운전하는 녀석이었다.

유시진은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했다.


“진우진 작가가 쏘는 커피차가 왔습니다!”


그제야 모두들 사태 파악이 된듯했다.

커피차의 뚜껑이 열리더니 준비된 현수막이 보였다.


[신묘한 고양이 다방팀을 응원합니다 -진우진 작가 올림-]


“자, 우리 진 작가님이 준비했답니다! 다들 박수!”


도강훈의 외침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커피차에 모여들었다.


“와, 잘 먹을게요 작가님!”

“작가님 짱!!!”


나는 박수를 받으면서 익숙한 듯 커피차에 올라섰다.


“에? 뭐하세요 작가님?”


나는 모두를 내려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커피는 제가 직접 제조합니다. 저 이래봬도 바리스타잖아요.”


그러자 어안이 벙벙한 얼굴들이었다.

작가가 커피차를 쏜 적은 있지만 커피까지 직접 제조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으니까.


“자. 여기 메뉴판 있으니 어서들 주문하세요!”


그렇게 스탭들이 모여들었고, 나는 인생 최대의 주문량에 도전했다.


.

.

.


“와, 드디어 나왔다!”


스탭 한 명이 기다림 끝에 커피를 받아들었다.

이제 모두의 손에 따뜻한 커피가 들려있었다.


‘와, 진짜 빡세다.’


큐사인을 외치느라 목이 쉰 도강훈 감독은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를 마시자 변화를 감지했다.


“와···. 뭐 좀 마시니까 목이 싹 낫네.”


추워하던 차유정은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먹고 더 이상 떨지 않게 되었고.


“작가님! 날이 갑자기 따뜻해졌나봐요!”


피곤했던 스텝들은 스위트 루왁커피를 마시고 힘이 넘치게 되었다.


“이상하게 오늘 촬영은 체력이 남는단 말이지···.”


이 많은 커피를 타느라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스탭이 많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역시 혼자서 모든 걸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불과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지.’


이 사람들 아니었으면 내가 쓴 대본은 절대 구현할 수 없었다.

역시 팀으로 움직이는 건 소설과는 달리 묘한 감동을 주는 법이었다.


그때였다.


“이거, 나도 마셔도 되남?”


주변을 서성이던 명자 할머니가 커피차에 다가왔다.

허리가 꼬부랑한 모습으로 청년회장 아저씨의 부축도 받지 않고 다가오는 그녀였다.


“어유, 그럼요!”

“내가 글씨가 잘 안 보이는데···.”


그러자 청년회장 아저씨가 옆에서 명자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우리 엄만, 걍 달달한 거 아무거나 주면 좋아하셔.”

“정말요? 음···. 알겠습니다.”


나는 명자 할머니에게 줄 알맞은 커피를 떠올렸다.

바로 뼈에 좋은 비타민K가 들은 K-루왁커피였다.


‘이거 드리면 어떻게 되시려나.’


나는 K-루왁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서 제조했다.

그리고는 명자 할머니에게 공손히 드렸다.


“맛있게 드세요.”

“어여. 이거 받어.”


그러자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명자 할머니였다.

나는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아유, 아닙니다!”


역시 어르신들은 항상 뭐라도 챙겨주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수호야! 여기 할아버지랑, 너꺼.”

“정말요? 저 작가님 힘드실까봐 주문 안 했는데.”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박수호가 내가 건넨 커피 두잔을 받아들었다.

이걸로 마지막 커피가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두 예전에 커피 엄청 좋아하셨거든요.”

“그래? 다행이다.”


박수호의 할아버지에게 건넨 루왁커피는 기억력을 떠올리게 해주는 효능이 있었다.

속으로 나는 제발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맛있어, 할아부지?”


박수호의 물음에 휠체어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였다.

일단 맛으로는 만족하시는 것 같아 보여 흡족해진 나였다.


“엄마···?”


그런데.


뒤에서 청년회장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려.”

“아니! 엄마 허리가 좀 펴진 것 같잖어.”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본 나는 그의 발언이 이해가 됐다.


‘허리가··· 펴지셨어?’


방금 전 내가 건넨 커피를 마신 명자 할머니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거의 90도로 굽어져 있던 허리가 눈에 띌 정도로 펴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청년회장 아저씨는 도리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오, 역시···!’


새로 만든 루왁커피도 역시 대성공이다.


그런데 기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응? 할아버지. 방금 뭐라고?”


바로 뒤에 있던 박수호가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귀를 기울인 상태였다.


“수호야. 왜?”

“방금···!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요.”


박수호의 할아버지를 쳐다보자 눈빛이 바뀌어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정정하신 표정.


“수호야···.”

“응!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박수호에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소곤거렸다.


“내 일기장···. 어디 있니···.”

“······?!”


드라마는 촬영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도 드라마틱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야···! 할아버지. 지, 지금···. 기억 돌아온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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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슈퍼푸드 +4 24.01.04 3,301 111 15쪽
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4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49 113 14쪽
42 대본 리딩 +6 24.01.01 3,768 115 16쪽
41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2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5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2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0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09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0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0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5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3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1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8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2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6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7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3 17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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