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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42,402
추천수 :
7,507
글자수 :
36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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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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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가짜 관광객

DUMMY

“어떻게···. 말입니까?”


도강훈은 나의 희망 섞인 말에서 근거를 찾아야겠다는 듯 말했다.

나는 차마 ‘신메뉴 루왁커피를 먹으면 될 겁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일단 안심을 시켜드려야겠죠···. 생각보다 충주는 지금 별로 춥지가 않으니까요.”

“안 춥다고요···? 그게 정말인가요? 찾아보니 영하 5도라고 나와서요.”


도강훈은 초조한 듯 빠르게 읊조렸다.

감독들과 미팅 일로 곧장 서울로 올라간 그로서는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일단 도강훈부터 안심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살짝 거짓말을 치기로 했다.


“아뇨. 체감 온도는 아주 봄입니다 봄.”

“······그렇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확정지어 말했다.


“네. 제가 지금 여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와, 그럼 다행이군요! 그럼 전 이따 신문숙 선생님 뵈러 가봐야겠습니다. 아시죠 작가님? 원래 배우님들은 달래가면서 해야 하는 거.”


특히나 신문숙 같은 배우는 더욱 그랬다.

감독과 작가의 경력을 합친 것보다 많은, 연기 경력이 50년이 넘는 초베테랑 배우를 누가 당해내겠는가.


한파가 닥쳐 지금보다 날씨가 더욱 추워진다면, 신문숙 배우 같은 경우에는 촬영에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은 사실이었다.


‘오히려 잘 됐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확인해보는 거야.’


나는 다시 팜플릿을 내려다보았다.


루왁커피에 대한 일종의 혁신이었다.

특제 커피를 만들어내는 재료가 무작위의 랜덤박스가 아니라, 일종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입이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에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나에게 도강훈이 걱정스런 말투로 말했다.


“아, 그리고 작가님.”

“예 감독님.”

“혹시 리얼패치 진상준 기자라고 아십니까?”


진상준 기자?

요즘에 기자라는 명함을 가진 사람들이 좀 많아야 말이지.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 사람은 왜···.”

“사실 작가님은 신경 쓰실 거 없는데, 이 사람이 뭔가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냄새요?”

“네. 이 사람, 업계에서 유명한 기자인데요. 제 번호는 어떻게 알고는 저희 드라마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라고요.”


보통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안 좋은 쪽을 의미할 것이다.

특히나 기자라고 한다면 더더욱.


“설마, JBS에서 보낸 사람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기사거리 뭐 없나 어슬렁거리는 기자 같았습니다. 아참. 저희 촬영지가 화룡리인 것까지도 알고 있더라고요.”


···화룡리인 것까지 안다고?

충주시라는 건 이미 충주시 유튜버에 나가서 홍보영상까지 찍었기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이상 안다는 건 적어도 진상준이라는 기자의 정보력이 보통이 아니었음을 의미했다.


‘나, 도강훈, 그리고 CX미디어 조연출 및 관계자 몇 말고는···.’


현재까지 아직 공개된 정보가 아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감독님. 괜히 시끄러워지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작가님! 전 바로 신문숙 선생님쪽에 연락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부리나케 전화를 끊는 도강훈이었다.

왠지 이 사람,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정도를 일에 쏟아붓는 사람일 것 같았다.


“예. 저도 제 할 일 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 * *


커피열매와 사과, 꿀을 사향고양이 녀석에게 대령했다.


그리고, 방금 막 그 성과가 성스러운 구멍에서 나왔다.


-맛있는 걸 먹었더니 금방 소식이 온다냥.


-왈! 왈왈!


-뭐? 더럽다고? 난 적어도 똥오줌은 가릴 줄 아는 영물이자 왕족이로소이다!


밥 먹고 싸우고, 똥 싸고 싸우는 똥싸개와 백설기였다.

나는 이젠 자연스럽게 녀석의 영약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과연 어떤 결과가···.’


이번에는 사뭇 다른 작업과정이었다.

그동안에는 우연 또는 캣닢에 취한 오라클 똥싸개의 중얼거림에 의지해서 루왁커피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추론에 의해 만들었으니까.’


팜플릿에 적힌 ‘몸에서 열이 나는 음식’.

나는 그 작은 활자를 읽어보았다.


[꿀에 들어 있는 당분은 체내 흡수가 아주 빠른데, 이는 곧바로 에너지로 활용되는 열량원이 되며···.]


[따뜻한 성질의 사과는···.]


내 바람이 먹힐지는 미지수였지만···.

잠시 후, 마침내 신상 루왁커피가 만들어졌다.


침을 꿀꺽하며 완성된 루왁커피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찐. 너는 내 똥 가지고 참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먹는다냥?


“시끄러워.”


-역시 이 몸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위대한 왕족이로소이다.


나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뜨거운 루왁커피를 조심스레 한입 마셨다.


“···으음.”


맛은 달짝지근한 스위트 루왁커피와 비슷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효능이라곤 나타나지 않았다.


‘기본 효과인 집중력 상승 말고는 별다른 게···.’


나는 차분히 앉아 효과가 찾아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책상에 앉은 나는 조용히 노트북으로 ‘신묘한 고양이 다방’을 검색했다.


원작인 소설은 아직도 북마크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

게다가 포털사이트 뉴스란에는 드라마화에 대한 각종 인터뷰가 활발하게 올라와있었다.

유자, 차유정, 그리고 차유정 소속사인 JN엔터 평탄 실장까지.


‘저 사람은 왜 자기가 인터뷰를 해···?’


아무래도 은근히 언론의 관심이 목마른 타입 같았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배우 신문숙의 간단한 인터뷰 기사였다.


[베테랑 배우 신문숙 “이젠 저무는 배우 인생. 마지막 불꽃 태워 보고파.”]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이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촬영 시기에 대한 신문숙의 요청이 단순 투정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정말 몸이 어디 안 좋으신가···?’


저무는 배우 인생이란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야외촬영이 유독 부담됐던 건지도 몰랐으니까.


그때였다.


-어이 인간.


“응?”


똥싸개 녀석이 어느새 무릎 위에 올라와 몸을 둥글게 말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냐 너. 징그럽게.”


-인간. 너 돈 많이 벌지 않소로이까?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는 사향고양이 녀석이었다.

뭐 맛있는 거나 장난감이라도 사달라는 의미였나 싶을 무렵.


“요즘 좀 벌긴 하지. 근데 왜.”


-그럼 보일러 좀 틀으라냥!!! 방바닥이 아주 차가워 죽겠소로이다!!!


“···엥? 아까부터 틀지 않았어?”


정말로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처음엔 실내화를 신고 있어서 몰랐던 건 줄로만 알았다.

아니, 밖에 있다 들어와서 실내가 조금 덥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응?’


그래서 실내화를 벗고 맨발로 방바닥을 디디는 순간.


“시원한데?”


오히려 기분 좋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이게 시원한 거냥!!! 몸이 어떻게 된 거 아니로소이까?


-왈!


어쩐지 백설기 녀석도 아까부터 침대에 올라가있었다.


‘가만, 그렇다는 건···.’


정말로 커피가 효과가 있는 건가?

지금 집 안은 엄청 추운 상태고, 나 혼자 더운 거라고?


“됐다!!!”


내가 외치자 사향고양이와 백설기가 화들짝 놀랐다.


-뭐가 됐다는 거냥! 보일러나 틀고 좀 말하라냥.


“이젠 안심하고 야외 촬영할 수 있어. 신문숙 선생님도 말이야!”


영문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사향고양이와 백설기였다.


나는 곧바로 새로운 루왁커피에 이름도 지어줬다.

몸에 열이 오른다는 의미의 작명이었다.


[불케이노 루왁커피].


‘잠깐만.’


혹시라도 나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배우들의 몸에도 이 볼케이노 루왁커피가 먹혀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량생산을 위해 집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도강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감독님. 선생님은 만나셨습니까?]


‘도강훈은 시간만 좀 끌어주면 된다. 이 커피를 확인할 때까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효과가 만점이었다.

이제 남은 건 어르신들에게도 이 커피가 보온 효과를 주느냐다.


‘이장님 미션 퀘스트 깨러 가보자.’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가장 자연스럽게 실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동네 어르신들과 일도 하면서 커피도 나눠먹을 수 있으니까.


*


마침내 행운다방에 도착해 자동화 기계로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뚝딱 만들어냈다.

역시 집에서 수동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보온병 하나 가득 채우면 되겠지.”


뜨뜻한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보온병에 가득 채운 나는 아까 전 이장님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딸기 수확 인력 모집. 지원자, 마을회관으로 집결 후 출발!]


역시나 마을의 NPC답게 미션이 도착해있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런데.


보온병을 챙기고 옷을 챙겨입으려던 그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다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저희 아직 영업 안 해서요.”

“진짜요? 아쉽네···.”


입맛을 쩝 다시는 남자였다.

목에는 큼지막한 DSLR을 매달고 있었다.


“혹시 여행 오셨어요?”

“네. 관광이요. 충주 워낙 유명하다길래.”


내 물음에 잽싸게 대답하는 남자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다방 안을 유심히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


“손님. 곧 오픈하니까 다음에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넵!”


-지이잉!


그렇게 테스트를 하러 나서려는 순간.

도강훈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지금 막 미팅 시작했습니다. 제가 잘 달래볼테니 걱정마세요 작가님!]


역시나 든든한 도강훈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처리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는 편이 가장 정확하니까.’


신문숙 배우가 걱정하는 한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이 보온병 안의 볼케이노 루왁커피에 있었다.


-찰칵!


그런데.


“어···. 뭐하시죠 지금?”

“아아. 아쉬워서요. 카페가, 아니 다방? 너무 예뻐서. 사진 좀 담아가려고 했습니다.”


남자는 내가 쳐다보고 있는데도 이리저리 다방 안을 카메라에 담았다.


순간.

이 남자는 단순 관광객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기자십니까?”

“에?!!”


그제야 카메라 촬영을 멈추고 나를 보는 그였다.

그러더니 그는 씩 웃으며 패딩에서 명함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어떻게 아셨죠?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아주!”

“리얼패치···. 진상준 기자?”


잠깐.

이 사람, 아까 도강훈 감독이 언급했던 그 기자였다.


‘이쪽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도강훈 감독의 말대로 정말 화룡리에서 촬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까지 직접 내려온 모양이었다.


“기자님. 사진 삭제해주시죠.”

“에이. 저 이런 잔바리 사진 같은 거 안 올립니다! 제가 뭐,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촬영지 입수! 이런 기사 올리겠습니까? 유치해서 안 해요 그런 거.”


오히려 당당한 그의 태도였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닦으며 동시에 내 얼굴을 빤히 봤다.


“아! 혹시 진우진 작가님?! 제이뉴스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충주시 유튜브에서도요!”

“그렇습니까.”

“이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진성준인데. 같은 진씨네요! 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호탕하게 웃는 그였다.

렌즈를 다 닦은 진성준은 렌즈 덮개를 닫은 후 다방에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럼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저야 항상 고급 제보를 통해 움직이죠.”


행운다방 문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가 말했다. 


“그런데. 좀 전에 제보가 하나 들어와서요.”

“어떤 제보 말입니까?”

“어쩌면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촬영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제보 말입니다.”


역시 정보력이 엄청난 기자였다. 

도강훈과 신문숙이 만나고 있는 이 시점, 거의 동시에 정보를 입수한 거니까.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그에게 딱 한마디만 남겼다. 


“걱정마시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다방을 나선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렇게 추운데 말입니까?”


저 얄미운 표정.

그의 입을 닫게 하기 위해 나는 미운 놈에게 떡 하나 주기로 했다.


“여기. 선물입니다.”


남은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테이크아웃컵에 담아 주자 다시 한번 씩 웃는 그였다.

아무래도 그의 생각에는 내가 자신에게 뇌물이라도 주는 줄 아는 것 같았다.


“하하. 이런 걸로 제 취재가 멈추지는 않습니다만.”


하지만 그건 그의 큰 착각이었다.


* * *


딸기를 재배하는 동네 어르신의 하우스에 도착했다.


‘은근 힘드네 이거···.’


내가 할 일은 딸기를 차곡차곡 스티로폼 상자에 담으면 되는 일이었다.


“자자.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도 오늘 할당량은 빠르게 끝마쳤다.

이번 일은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에 있는 것보단 이렇게 소일거리라도 하는 게 좋으니까···.’


그렇게 우르르 하우스 밖을 나서는 어르신들이었다.


이때, 함익평 이장이 모두들 앞에서 공지했다.


“오늘 일이 좀 일찍 끝났는데, 혹시 이어서 배추 수학하러 가실분 있으세요들?”


하지만 어르신들은 몸을 꽁꽁 싸매며 청년회장의 승합차로 향할 뿐이었다.


“이렇게 추운데 배추는 무슨! 손 얼어죽겠다!”

“그려! 거긴 하우스도 아니고 밖이라 다 얼어죽을 겨!”


하우스 밖에 나오자 찬바람을 느끼고는 부쩍 소극적으로 변한 어르신들이었다.


“걸어서 바로 요 앞인데도요? 한 분도 안 가유?”

“안 가!!”


이장의 간절한 요청에도 추위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아우! 뭐가 이렇게 춥냐.”

“형님. 이럴 땐 따땃한 믹스커피가 최고지 않습니까?”

“고렇지!”


하우스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이 엄청난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계셨다.

나는 지금이 루왁커피를 먹일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저. 이거 좀 드시겠습니까?”


내가 보온병을 내밀자 덥석 받아드는 나이 지긋한 큰 어르신이었다.

손으로 느껴지는 따스함에 그의 표정이 온화해졌다.


“오호. 믹스커피여?!”

“아뇨. 더 좋은 커피입니다.”

“믹스커피가 아니여? 떼잉!”


아쉬운 표정이지만 꿩 대신 닭이었다.

어르신은 뚜껑을 열고는 자연스레 그 뚜껑에 볼케이노 루왁커피를 따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잔 음미한 뒤 맛을 평했다.


“으음. 달달하니 좋구먼! 믹스커피는 아닌데 참 묘해 맛이.”

“그래유? 저도 한 입 줘봐유!”


그렇게 추위에 떨던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커피 앞으로 모였다.

그리고는 도원결의라도 하는 듯 한잔씩 돌려마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때였다.


-지이잉!


도강훈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작가님···. 신문숙 선생님 만나봤는데,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요.


“미팅 끝나신건가요?”


-아니요. 잠깐 중간에 나왔는데요. 아무래도 분위기를 바꾸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촬영, 조금 미뤄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배우를 다시 구할 순 없으니까요.


배의 선장인 도강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날씨에 촬영을 강행했다가 무슨 소리가 나올지도 몰랐고, 실제로 무슨 일이 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최악이었으니까.


-작가님. 죄송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했···.


“감독님. 잠깐만 제가 이따 통화하겠습니다.”


-예?


도강훈의 당황한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전화를 툭 끊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어이구! 오랜만에 몸 풀어서 그런가? 몸에서 열이나네 그려!”

“아이고 형님! 저 봐봐유! 그냥 반팔차림으로 있을라구요!”

“좀 전까지 추웠는데, 엄살이었나벼! 허허허!”


겉옷까지 벗어던진 어르신들이 이장을 따라 바로 옆의 배추밭을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반팔차림으로 있었다.


“괜찮겠어유? 뭐 그럼, 다들 배추밭으로 가시쥬!”


혼자 루왁커피를 안 먹은 이장은 혼자 패딩을 입은 채 어르신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됐다···! 모두에게 효과가 있어.’


이로서 볼케이노 루왁커피의 효과가 증명됐다.


이제 남은 일은, 이것을 빌미로 배우 신문숙을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똑, 똑!


나는 거멓게 선팅돼있는 승용차 한 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잠시 후 창문이 내렸다.


“아까부터 찍고 계신 거 다 압니다.”

“······!”


날 몰래 뒤따라온 진상준 기자였다.

아까부터 그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내 드라마에 대한 어떤 이슈거리라도 잡기 위함이었다.


[한파에 촬영 강행 논란!] 이런 기사를 내고 싶어서이기도 할테고.


그런데 지금, 그의 얼굴이 당황스러워 보였다.


“저분들···. 왜 저러십니까? 한겨울에 반팔을···!”

“그야, 겨울이 따뜻하니까요.”

“예?”

“아무튼 방금 찍으셨죠? 사진이랑 영상 모두.”

“그렇긴 한데···.”


나는 차안으로 머리를 구겨넣으며 웃으며 말했다.


“방금 찍은 그것들···. 어디로 보내주실 데가 있습니다.”

“예?!”


.

.

.


잠시 후.


도강훈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작가님!


“예 감독님. 천천히 말씀하세요.”


그는 상당히 다급해보였다.


-아니 그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요. 신문숙 선생님께서···. 다시 촬영하시겠답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작가의말

예약설정이 오류가 나서 조금 늦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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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6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51 113 14쪽
42 대본 리딩 +6 24.01.01 3,769 115 16쪽
»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3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5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4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2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0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1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7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9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9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5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4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7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8 1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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