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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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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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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7
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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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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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대본 리딩

DUMMY

역시 드라마를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소설은 혼자 쓰지만, 드라마는 관여되는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인데다, 신경쓸 것도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방금 전 신문숙 사태를 겨우 막은 것도 한 가지 예였다.


‘역시 드라마는 힘들···.’


···잠깐 혼자 되뇌던 찰나.

사실 힘들다는 감정보단 보람차다는 느낌이 훨씬 크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그동안 고된 인생을 살았으니, 이젠 열매를 따먹을 차례야.’


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도강훈의 목소리가 아닌 어떤 여자의 음성이 내 귀에 들려왔다.


-나 신문숙이에요. 혹시 진우진 작가 맞아요?


듣기만 해도 품격이 느껴지는 대배우의 목소리였다.


“아, 안녕하세요 배우님.”


-잠깐 도감독 핸드폰 좀 빌려서 전화하고 있어요. 괜찮죠?


“저야 영광이죠 배우님.”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리 드라마에 무게를 더해준 고마운 분이었다.


-방금 소속사 대표한테 영상 하나 받았는데, 이거 대체 뭐에요?


진상준 기자를 통해 일부러 뿌린 소스였다.

연예기획사 인맥이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진상준은 당연하게도 신문숙 배우의 대표 번호까지 알고 있었으니까.


“어떤 영상 말씀이시죠···? 아 혹시 진상준 기자님이 보내주신 거···!”


-그래 맞아 그거! 거기 진작가도 찍혔던데? 안 추워요 거기?


“그럼요 배우님. 겨울이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오히려 땀이 나더라구요.”


물론 조금 특별한 커피를 먹긴 했지만 말이다.


잠시 후 신문숙의 목소리가 조금 바뀌었다.


-거기, 우리가 찍을 촬영지 맞죠? 진작가가 거기, 충주 산다고 들었는데. 도감독한테 들었거든.


“아 예! 맞습니다. 영상도 좀 전에 찍은 거 맞구요.”


그러자 그녀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감격에 벅차보였다.


-나 너무 감동 받았잖아···!


“···예?”


-아니. 내가 그거 보고 너무 반성한 거 있지? 따뜻한 곳에서 너무 배불렀나 몰라 그동안.


“아유, 아닙니다.”


-아니, 맞어···! 나이값도 못하게 추워서 촬영 못하겠다고 징징거린 내가 한심해보였다니까.


내 작전이 먹히긴 했는데, 조금 과하게 먹힌 것 같았다.


-뭐랄까. 삶의 생동감? 그런 게 막 느껴졌어! 그리구 있잖아. 노인네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반팔 입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주 그냥 진득한 감정의 여운을 느꼈달까?


“···다행입니다 배우님.”


그녀는 도강훈의 핸드폰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정신이 아주 번쩍! 들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진작가, 내가 도 감독한테도 이제 말할 건데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번뜩이는 제안을 하나 했다.


-아예 대본 리딩을 거기서 해보는 건 어때?


‘······?!’


뜻밖의 행운이었다.

대본 리딩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으니까.


“대본 리딩을요? 여기 충주에서요?”


-그래. 서울 깍쟁이 배우들이 좋은 건물에서 대본 읽어봤자 이입이나 되겠어? 직접 가봐야 생동감도 느끼고 하는 거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때?


“아, 저희야 뭐···.”


당연히 개꿀이죠.


서울까지 또 언제가나 싶었는데 그 많은 배우들이 직접 와주면 나야 좋은 일이었다.


-그치? 그럼 내가 주연 애기들한테도 한번 얘기해볼테니까, 걱정 말고 일단 알았어요. 고마워요 진작가!


“예예, 들어가세요!”


그렇게 신문숙은 물러났고, 다시 핸드폰의 주인인 도감독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앞에 그녀가 있는 것인지 아주 작게 말하는 그였다.


-작가님. 괜찮을까요?


“대본 리딩 말인가요? 지방에서 한다는 게 말이죠?”


-예···. 현실적으로 좀 힘들 거 같기도 해서요. 과연 젊은 배우들이···.


“전 가능할 것 같은데요 감독님?”


-네?


주연인 차유정, 그리고 김상혁.

그들이 딱히 신문숙의 제안을 거절할 것 같지 않았다.

차유정이야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고, 김상혁은 열정이 넘치다 못해 과다한 신인배우였으니까.


그러니까 마치, 이장이 내주는 퀘스트처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다.


[충주시 화룡리로 집결. 대본 리딩 있을 예정.]


* * *


‘드디어 시작인가···!’


대본 리딩 당일이 되었다.


새롭게 바뀐 다방 구경도 할 겸 도강훈 감독이 곧 차를 끌고 온다고 했다.


“진다방. 앞으로 잘 부탁해.”


명자 할머니의 행운다방을 진다방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내가 장사를 할 카페 이름이었다.


“이야! 아주 힙한데, 진우진?”


에어하우스 테스트로 바쁘던 유시진이 새롭게 단 간판을 보며 감탄했다.


“언제 오픈이냐?”

“바로 내일. 근데 아직 메뉴는 몇 개 없어.”


국내 최초, 배우면서 메뉴를 늘려가는 신개념의 진다방이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유자차 그리고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쌍화차정도.


하지만 숨겨진 메뉴 하나가 있었다.


‘특제 루왁커피는 하루에 딱 한잔. 필요한 손님한테 주는 거야.’


나는 자연스레 유시진을 실내로 안내했다.

안에 들어온 그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자연스레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 감성!!”

“어때. 인테리어는 최대한 보존했어. 근데 컨셉을 씌웠지 내가.”


기존 행운다방의 아늑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턴테이블과 LP판들을 곳곳에 전시했다.

마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겸 전시회처럼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카페처럼 엄선된 책 몇 권과 영화 포스터들까지 벽면에 걸어놨다.


“이거 완전 문화카페네.”

“괜찮지?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옛날 영화 포스터도 있어.”


유시진은 맘에 든다는 듯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때였다.


-빠아앙!


밖에서 경적음이 들렸다.

아무래도 도강훈 감독이 도착한 듯 보였다.


“야. 그럼 나, 갔다 온다.”

“맞다. 니 오늘 대본 리딩하는 날이지? 근데 충주에서 한다고?”

“응. 되게 가까워.”

“어디. 시내로 가지 당연히?”


나는 씩 웃으며 유시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왜 그러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되게 특이해 장소가.”

“어딘데 그래? 대본 리딩은 되게 딱딱한 곳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신문숙 배우가 그렇게 강하게 추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반대야. 마을회관에서 하거든.”

“뭐?!”


입을 벌리고 놀란 유시진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를 진다방에 내버려둔 채 도강훈을 맞이했다.


“타시죠 작가님. 드디어 결전의 날입니다.”

“벌써부터 리딩이라니. 뭔가 시간이 훅훅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역시 일을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땐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렀는데 말이다.


“배우들 컨디션은 괜찮으려나···.”


그렇게 도강훈 감독은 근심어린 혼잣말을 하면서 차를 출발했다.


*


마을회관에 도착하자 이미 차 몇 대가 먼저 와있었다.


“어라? 우리도 일찍 왔는데, 누가 벌써···.”


도강훈이 놀라서 중얼거린 그 순간.

나는 차에서 내린 우리 드라마의 남주 김수혁을 발견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작가님!”

“처음뵙겠습니다. 실물이 진짜 잘생기셨네요.”


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웹드라마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배우 김수혁.

화면으로도 얼굴이 잘생긴건 알았건만, 실제론 더욱 입체적이고 비율도 좋았다.


“아니! 뭐 이리 일찍 왔어?”

“하하. 설레서 잠이 와야 말이죠.”


도강훈이 김수혁의 어깨를 툭 치자 그저 웃을 뿐인 김수혁이었다.

웹드라마론 경력이 있었지만 채널에서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인 그였다.


‘속으론 엄청 부담 될 거야.’


잠시 후.


약속이라도 한 듯 차들이 몰려왔다.

차유정과 신문숙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까지 말이다.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넌 여기 두 번째네 벌써?”


차유정이 햇살 같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서 평탄 실장이 정장을 입은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작가님. 이렇게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니, 별 말씀을.”

“저는 소설을 읽을 때부터 드라마까지 될 줄 진작에 알았습니다.”


···거짓말 치네.

처음엔 다른 대본 읽느라 관심도 없었으면서.


“근데 왜 이리 빼입고 오셨어요?”

“드라마의 상견례. 대본 리딩하는 자리에 그냥 올 수 있겠습니까.”


말은 번지르르 잘하는 평탄 실장이었다.


잠시 후 신문숙이 차에서 내리자 배우들이 자동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아유. 무슨 나이 든 거 일깨워주려고 그러나? 주연분들, 추우신데 얼른 들어가시죠?”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도 장난치며 자리를 안내하는 그녀였다.

그녀의 50년 연기 경력 중 마을회관에서 리딩하는 경험은 처음일 것이었다.


“재밌다 재밌어. 오래살고 볼일이야. 유정아. 내가 이리로 하자고 한 거. 잘했지?”

“그럼요 선배님!”


군기 바짝든 차유정이 곧바로 대답했다.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인 신문숙은 이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차유정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작가님. 사실 처음엔 좀 귀찮았거든요?”

“여기서 리딩 하는 거? 당연하지. 새벽에 일어나야 되잖아.”

“그러니까요! 근데 막상 오니까, 역시 공기 좋고 오길 잘한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김수혁도 동조했다.


“맞아요 선배님! 저희 다 같이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거 어때요?”

“좋죠! 여기는 주변이 다 세트장 같다니까요?”


-찰칵, 찰칵!


아주 신난 주연 배우들이었다.

도강훈과 나는 그들을 흐뭇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따릉!


어디선가 자전거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차를 타고 온 가운데, 혼자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온 박수호였다.


“작가님!”

“그래,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전 여기 사는데요?”


헤헤 웃던 박수호는 사진 삼매경에 빠진 차유정과 김수혁에게 인사를 할까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한참을 뒤돌아보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결국 소심하게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는 그였다.


“저, 혹시. 이거 SNS에 올려도 될까요?”


신나게 사진을 찍은 김수혁이 나와 도강훈에게 다가와 쭈뼛쭈뼛 물었다.

도강훈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곧이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어떡할까요 작가님?”

“뭐 어차피 알려질 거긴 한데···. 음. 뭐 별일 있겠어요 사진 하나 올린다고?”


워낙 어린아이처럼 사진을 올리고 싶어하는 김수혁과 차유정의 눈빛.

도강훈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딱 한번만 올리자. 홍보도 되고 할테니까.”

“네!”


김수혁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럼 들어갈까요? 감독님?”

“가시죠 작가님.”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뒤돌아보니 김수혁 배우였다.


“······?”

“아, 저기 작가님.”

“무슨 일이시죠?”

“실은 제가 작가님 팬이었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인스타 맞팔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런 부탁을 고개를 90도로 숙이면서 하다니.

뒤에서 차유정이 우리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래. 내가 부캐가 좀 있는데 뭘로 해줄까. 진우진? 제인?”

“음. 둘 다는 안 될까요?”


욕심이 많은 김수혁이었다.

나는 씩 웃으며 그의 요청을 수락해줬다.


순간, 잊고 있던 계정 하나가 생각났다.


‘농부아재 계정에 들어간 지 꽤 됐네···.’


그때.

어느새 마을회관 입구에 서있는 차유정이 손짓을 하며 외쳤다.


“작가님 얼른 들어오세요! 곧 리딩 시작한대요!”

“예 배우님. 갑니다.”


그렇게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

.

.


사뭇 엄숙한 분위기.

조금 전까지 입구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작가님. 모두가 긴장하고 있겠죠?”

“사실 저도 긴장됩니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이 자리.

메인감독과 함께 양 옆으로 앉은 배우들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는 언제 앉아도 참 부담스러우면서 어깨가 무거웠다.


내가 쓴 대사를 배우들이 감정을 실어 읽는 것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민낯을 그대로 까발려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말맛이 덜 사는 대사는 수정해야지.’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퇴고할 수 있을 때 완성도를 높여 방송분에선 최상의 상태로 나가야 했으니까.


“뭔가 아이러니 하네요. 이런 마을회관에서 이런 진지한 분위기라니.”

“맞습니다 작가님. 저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네요.”


어떻게 보면 큰 가정집과도 같은 마을회관이었다.

냉장고와 모든 가구가 마련돼 있고, 구석에는 노래방 기계도 있었으니까.


‘유자가 저걸로 신나게 노래했었지.’


잠시 후, 배우들이 한명씩 일어나 인사했다.


대본 리딩 전 서로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배우 차유정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해 너무나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수혁입니다! 폐 끼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연 배우의 차례가 끝나자 조연 배우들의 인사가 시작됐다.

연기 경력으로 보자면 차유정과 김수혁보다 훨씬 탄탄한 그들이었다.


“인사만으로 쫄았네요. 두 주연배우가.”

“그러게 말입니다.”


도강훈과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잠시 후, 마지막으로 신문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제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겠네요.”


그녀의 한마디에 모두가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말을 하던데.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보단, 최선의 결과를 내야합니다. 사실 누구나 열심히는 하니까요.”


이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한 차유정과 김수혁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인생을, 혼을 걸어보세요. 이 작품이 본인의 마지막 작품인 것처럼.”


그렇게 인사 겸 따끔한 조언을 마친 신문숙이 자리에 앉았다.

나는 도강훈을 쳐다보며 무언의 사인을 보냈다.

감독과 작가의 인사는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뜻이었다.


“메인연출을 맡은 도강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이전과 같이 박수가 나왔고, 다음은 내 차례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심호흡을 쉬었다.

모든 배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감회가 새롭다. 내가 또 이 자리에 서 있을 줄이야.’


바뀐 건 내 마음가짐과 주변 배경이었다.

여긴 서울이 아니었고, 정겨운 마을회관이었으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제인 작가, 그리고 진우진입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게 돼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역시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지속되는 그 시간이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왜 이렇게 길어···?’


차유정부터 시작해서 신문숙, 그 외 모든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도강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들···. 내가 얼마나 맘 고생했는지 알기라도 하는 것 같아.’


어디에서도 나의 고생담을 오픈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눈빛은 마치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고마움에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찬찬히 감상했다.


‘고마운 사람들.’


박수가 멈추자 나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일어선 채로 말했다.


“리딩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도강훈 감독은 그게 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대본을 읽기 위해 목을 풀던 배우들도 마찬가지였고.


“사실 제가···. 이곳에서 작게 카페, 아니 다방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자 웅성거리는 배우들이었다.


대본 리딩 자리에서 작가가 다방을 한다고 고백하는 경우는 처음일테니까.


“그래서,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신 여러분께···. 제가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자, 들어와주세요!”


내가 어딘가를 보며 외치자 곧 마을회관 문이 열렸다.


“······?!!”


그리고는 유시진과 이장, 청년회장 등 화룡리의 어르신들이 등장했다.

양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잔들이 들려 있었고, 자리에 앉은 배우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리딩 전엔 루왁커피지.’


신문숙의 말대로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이 특제 커피가 딱이었으니까.


“아유,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실물이 너무 멋지시네!”


무리한 부탁을 한 줄 알았던 나는 재미난 광경을 감상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돌아다니며 커피를 건네고, 배우들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유시진과 어르신들은 배우들, 연예인들을 바로 앞에서 영접해 좋아죽겠단 표정이었으니까.


‘부탁하길 잘했네.’


마을회관에서 펼쳐지는 대본 리딩의 진풍경.

이미 시트콤과도 같은 이 상황에 나는 이 드라마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고 내심 느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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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4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50 113 14쪽
» 대본 리딩 +6 24.01.01 3,769 115 16쪽
41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2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5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4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0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0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0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1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6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4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8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3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7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8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3 17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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