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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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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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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7
글자수 :
365,815

작성
23.12.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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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DUMMY

이른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창밖에 얼굴을 기댔다.


‘몇 년 만에 상경하는 기분이네.’


이제는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잠깐 들리는 것.

돌아가야 할 나의 집은 충주시 노은면에 위치한 아늑한 시골 전원주택이었다.

넓은 마당과 텃밭에 있고 근처에는 커피나무까지 있는 곳.


그뿐만이 아니다.

집 안에는 요란하게 떠들고 다니는 사향고양이 한 마리와 든든한 백구까지 있다.


‘잘 있나 한번 볼까.’


나는 스마트폰 어플을 켜 집안에 설치된 홈캠의 화면을 확인했다.

유시진이 선물한 홈캠을 이럴 때 요긴하게 쓸 줄이야.


‘하긴. 지난번 유자한테 썼던 용도가 비정상이었지.’


홈캠 화면을 확인한 나는 텅 빈 거실을 확인한 후 방향을 돌렸다.

좌우상하 각도를 틀수도 있어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온 집사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물건이었다.


‘찾았···. 또 싸우고 있냐?’


식탁 위에 올라간 똥싸개 녀석이 백설기의 간식을 들고선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치고 있었다.

잠시 후 밑에서 가만히 바라보던 백설기가 양발로 식탁 다리를 세게 툭 치자, 곧바로 식탁이 흔들리더니 똥싸개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역시 힘캐야.’


거실 바닥으로 떨어진 간식을 손에 넣은 백설기는 여유롭게 승리의 만찬을 즐겼다.

그러자 분했는지 간식 먹는 백설기를 건들고 마는 사향고양이였다.


‘밥 먹는 개는 건드리는 거 아니랬는데···.’


똥싸개의 냥냥펀치를 기점으로 제72차 견묘대전이 발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가볍게 제압당하는 사향고양이 녀석이었다.


흐뭇한 얼굴로 다시 창밖을 본 나는 어느덧 회색 건물들이 들어서는 게 눈에 보였다.


그로부터 30분 뒤.

서울 강남에 진입한 고속버스는 높은 빌딩숲을 양옆에 끼고 달렸다.


‘강남···. 사람도, 건물도, 차도 진짜 많구나.’


거리의 상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 가게들이 많았다.

트리에는 하얀빛을 내는 전구들이 반짝거렸고, 꼭대기에는 별이나 캐릭터 굿즈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대미를 장식했다.


‘벌써 연말이군.’


그때.


고속버스가 신호에 걸리더니 빌딩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 앞에 멈췄다.

그곳에서는 어느 한 지상파의 연말 시상식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쟁쟁한 후보군들.

과연 올해에는 어떤 드라마가 작품상을 거머쥘 것이며, 극본상과 감독상은 누가 타낼 것인가.


‘보나마나 월광 분들께서 휩쓸겠지만.’


그 기라성 같은 스타 작가들을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들에겐 약점이 없었다.

아니, 개개인마다 약점은 있었지만 그것은 곧바로 보완됐다.


사건을 잘 터뜨리는 작가,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 대사를 기깔 나게 치는 작가 등 분야별 최고 작가들이 모여 안 그래도 수준 높은 작품을 완벽에 가깝게 빗어낼 수 있는 모임이 바로 월광이었다.


‘나도 잠깐 발을 담근 적 있었지. 박종범 작가님 추천으로···.’


마침 이 근처 청담이였다.

청담동에서 열린 월광의 정기적인 모임에서 나는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곳 또한 정치적인 인간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다 지나간 일이야.’


씁쓸한 침을 삼키며 나는 마침내 서울의 땅에 발을 밟았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나는 패딩을 여미고 JBS 대신 먼저 들러야할 곳에 가기로 했다.


내 거액의 돈이 묶여있는 곳.

서울의 전세 아파트였다.


“아, 여보세요? 네 사모님. 여기, 세입자 분이 찾아오셨는데요?”


공인중개소에 들어가 집주인을 기다리는 나였다.

전세 만료가 되는 시점은 다름 아닌 12월 31일.

불과 일주일밖에 안 남은 시점이었다.


-띠링!


한파에도 밍크코트를 입은 집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바쁜 사람을 왜 오라가라 하고 난리야.”


오자마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던 집주인이었다.


“다음 주에 전세금. 돌려주실 수 있는 거 맞으시죠?”


내가 담담한 얼굴로 묻자 그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누가 돈 띠어먹는 데? 어? 내가 돈이 묶여있어서 1월 중순쯤에 준다니깐.”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럼 저도 그쪽에 돈이 묶여있는 건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서울에 온 기념으로 가장 속물적인 말싸움을 벌이게 됐다.

돈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나에 대한 존중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의 퍼그처럼 주름진 얼굴을 가진 집주인의 사전에는 존중이란 개념이 일체 없어보였다.


“1월은 늦습니다. 계약된 날짜에 주시죠.”

“어머, 말하는 것 좀 봐? 세입자가 요샌 아주 갑이야 증말. 1월에 준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말이 안 통하는 상대는 언제나 피곤하다.

나는 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에겐 약간의 협박성 멘트를 섞어주면 용이하다.

그들은 상식보다 눈앞의 무력을 더 두려워하니까.


“아주머니, 그러다 뉴스에 나올 수도 있어요.”

“뭐, 뭐?! 뉴스?!”

“네. 전세금 안 돌려주고 그러면요.”


그러자 집주인은 콧방귀를 끼며 언성을 높였다.


“해봐. 어디 해보라고! 나도 아는 사람 많아. 나는 커뮤니티도 따로 있어, 이거 왜 이래? 거기 사람들 연락 한 통이면 달려와. 누구 앞에서 뉴스에 나온다 만다야?”

“······.”


나도 이렇게 까진 하고 싶진 않았는데,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나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마침 제이뉴스 측에서 전화가 왔다.


-지이잉!


내가 핸드폰을 꺼내자 집주인은 자연스레 화면에 눈길을 옮겼다.


[JBS 민가영 작가].


“······!”


그러자 JBS라는 글자를 본 집주인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방송국이 주는 위압감이 그녀에겐 엄청났던 모양이었다.


‘뭐야, 아는 사람 많다며.’


방금 전까지의 기백이 사라진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이라는 세 글자가 방송국이라는 세 글자 앞에 처참히 무너지는 형국이었다.

그녀는 요란한 케이스의 핸드폰을 꺼내 이리저리 손가락을 누르더니 뭐가 그리 화가 나는지 씩씩대며 나를 쳐다봤다.


“···알았어. 다음 주에 넣어주면 되잖아. 어? 으유, 진짜. 아저씨! 나, 가요!”


집주인은 괜히 공인중개사 아저씨에게 화를 내고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며 위에 달린 종이 딸랑 소리 내는 순간.


“저기요. ‘넣어줄게’라뇨. 뭐, 기부하십니까 지금?”


마지막으로 집주인의 뒷모습에 일침을 날렸다.

그러자 그녀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아, 알았어···. 미안해.”


그러더니 도망치듯 건물 앞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 올라타는 그녀였다.


‘후···.’


벌써부터 참 피곤하다.

맑은 공기로 정화됐던 내 마음에 다시 미세먼지가 끼는 기분이었다.

돈이 사람을 더럽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원래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걸까.


‘뭔가 정화되고 싶다.’


이대로 먹물이 낀 채로 촬영에 임하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나는 심호흡을 깊게 내쉬고는 잠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어···? 그대로 있네. 붕어빵 할아버지.’


시골로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맛봤던 붕어빵이었다.

나는 홀린 듯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보아하니 여전히 가격은 동일했다.


-팥, 슈크림, 고구마, 피자 : 3개 천 원.


“안녕하세요.”

“으이! 어서와여!”


여전히 구수한 말투의 할아버지였다.

그러고 보니 이 할아버지도 사투리가 충청도 같은데···.


“어? 피자맛이 새로 생겼네요?”

“그려! 이것도 장사니께, 신메뉴 개발을 한 거지 내가. 허허!”


할아버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고 말했다.


“팥 3개 주세요.”

“으이! 역시 스타디셀러!”


구수한 말투에 영어까지 섞어 쓰시는 붕어빵 할아버지였다.

이런 곳이야말로 오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할아버지의 붕어빵 장사가 잘되는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장사는 잘되시나요?”

“뭐 그냥. 이 노인네가 입에 풀칠할 정도는 벌지!”

“오. 무슨 맛이 제일 잘 팔려요?”

“아유, 무슨 얘들 앞에서 그런 걸 물어봐. 내가 무슨 붕어빵 귀라도 막고 말해야 하남?”


현란하게 밀가루를 붕어빵 틀에 넣으면서 농담까지 하는 할아버지였다.


“근데, 피자맛은 잘 팔려요?”

“잘 안 팔리믄 어뗘. 그래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디!”


뭔가 찡하게 가슴을 울리는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그때였다.

태권도복을 입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붕어빵 가게로 몰려들었다.


“할아부지! 피자맛 6개 주세요!”

“여기 천원짜리요!”

“제가 먼저 왔어요!”


갑자기 열댓 명의 요란한 손님들이 등장하면서 내가 서있을 위치는 비좁아졌다.

그런데, 죄다 피자맛을 고르는 아이들이었다.


‘얘네들이 좋아하는 구나.’


붕어빵 할아버지는 조막만한 손으로 천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욘 석들아. 붕어빵도 위아래가 있는 겨. 여기 잘생긴 엉아가 먼저 왔으니깐, 먼저 줄게. 괜찮여?”

“네!”

“근데 잘생긴 엉아 아닌데···.”


보통 속으로 할법한 얘기를 겉으로 꺼낸 아이들이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건넨 붕어빵 봉지를 받아들었다.

알맞게 익은 붕어빵을 하나 꺼내 입으로 넣으려던 순간.


아이들의 눈에서 초롱초롱한 별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 둘, 셋 넷···. 사람은 아홉 명인데 아까 6개를 시켰네?’


용돈이 모자란 것인지 아무래도 나눠먹을 생각인 녀석들이었다.

시골에서 느낀 ‘사람의 정’을 갑자기 붕어빵 가게에서 느끼는 순간이었다.


-톡, 토독···.


나는 핸드폰으로 앞에 적힌 할아버지의 계좌번호를 눌렀다.

그리고는 일정금액을 송금했다.


“할아버지.”

“으이?”

“방금 돈 보냈는데요. 얘들 붕어빵 20마리 먹고 싶은 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여! 골든벨 울리는 거여?! 꼬맹이들. 니네 계탔다 야.”


골든벨을 울린다는 것과 계탄 것이 무슨 뜻인지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나는 흐뭇한 얼굴로 붕어빵 가게를 나왔다.


잠시 후.

가게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나를 향해 외쳤다.


“잘가요! 잘생긴 혀엉!!!”


···자본에 굴복한 거냐 갑자기.

나는 그렇게 마음이 다시 정화됐고, 최종 목적지인 JBS로 향했다.


* * *


차민주 피디는 상암에 위치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이뉴스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그녀는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 마치 셀럽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워낙 요즘 방송계가 어렵잖아요. 차민주 피디님께선 어떻게 이런 작품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음. 아, 이거 또 실명 거론해도 되나? 원래 그 진 작가님이 기획안을 갖고 오셨거든요. 근데 좀 밋밋하달까? 그랬어요 저는. 확실히. 그래서 제가 좋은 방향으로 피드백을 드렸는데, 뭐, 이 작가님께서 글이 잘 안 나오시고 속도도 느리시고. 전 응원했는데, 결국 스스로 지쳐서 나가떨어지시더라고요.”


차민주는 제이뉴스의 댓글에서 본 자신을 향한 댓글마저 즐기는 듯 이번에도 가감 없이 인터뷰를 했다.


“아, 그러면 새로운 작가님을 붙여서 더욱 재밌는 대본이 탄생했다 이 말씀이신건가요?”

“그렇죠. 신인 작가분이세요. 김슬아 작가님이라고. 저와 함께 아주 마라맛 작품을 탄생시켰으니까요,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예인처럼 카메라와 조명을 받던 차민주는 이내 의자에서 내려와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요즘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이 취미였다.


‘어그로 끄는 거 성공했네.’


차민주는 자신의 성과에 대해 흡족해했다.


그때였다.


[피디님. 진우진 작가요. 오늘 JBS에서 뉴스 뜬다는데요?]


밀린 카톡을 읽던 도중 김슬아 작가에게 온 뜬금없는 메시지.

갑자기 시골로 유배갔던 진우진 작가가 뉴스를 뜬다고?


[게다가 제이뉴스래요! 피디님이 찍은 거. 지금 상암 왔겠는데요 그럼?]


김슬아 작가의 메시지를 읽은 차민주는 좋았던 기분에 스크래치가 나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구역인 JBS란 영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진우진.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인터뷰를 해?”


그녀는 잰걸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카페에서 나와 곧장 JBS 사옥으로 향했다.

이제는 자신의 친정, 자신의 모든 것인 JBS.

그곳에 감히 끈 떨어진 퇴물 작가가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차민주는 문득, 본인이 했던 것처럼 진우진 또한 언급할까봐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걸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자신이 개입해야 될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 * *


JBS 건물 앞에 도착한 나는 사라졌던 긴장감이 몰려왔다.

패배하듯 쫓겨난 이 건물.

이제는 당당히 새로운 작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나는 제이뉴스의 녹화 장소로 들어갔다.

다가갈수록, 내 심장 박동 수는 점점 빨라졌다.


.

.

.


“작가님! 여기 질문지 간단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처음엔 연예인인줄로만 알았던 민가영 작가.

그녀는 분장실에서 분장을 받고 있는 나에게 질문지를 건넸다.


‘왜 이렇게 긴장되지?’


제이뉴스, 유튜브 채널치고는 너무나 본격적이다.

역시 강주영 아나운서의 콘텐츠라 그런지 사실 채널에 출연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후우우···.”


점점 떨려오는 긴장감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누군가에게 엄청난 카톡이 쏟아졌다.

내용을 확인하려던 순간.


“움직이지 않으실게요.”


나를 분장시켜주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경고를 날렸다.

이것 참 어렵구만.

거의 이 정도면 몇 년 전 시상식에 올라갔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화장이었다.


‘미치겠다. 너무 떨리는데?’


나는 몰래 눈을 내리깔고 방금 전 날아온 카톡들을 확인했다.

안절부절 가만히 못 있어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작가님! 오늘 녹화 파이팅! 잘 나간다 진우진!]


거기에는 배우 차유정부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함께 작업해서 영광입니다.]


도강훈 감독까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놨다.


[작가님 파이팅. 늘 하던 대로, 있는 그대로. 진심은 통하니까요.]


그런데.


평정심의 메시지를 보자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간단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그녀의 메시지.


그래, 늘 하던 대로. 나를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거야.


‘진심이라···. 맞아. 이번 소설도 나의 진심이 녹아든 작품이었지.’


도시에서 내려온 내가 몸담고 있는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소설.

소설 속 내용과 주제 또한 내가 받은 상처와 치유, 관계 그런 것들이었다.


‘차민주처럼 하진 않겠어. 난 오로지, 작품 이야기만 한다.’


어떤 것을 굳게 결심하자 심장 박동수가 안정을 되찾았다.


진실의 힘.

누군가를 까 내리면서 작품을 홍보하지 않겠다.

나는 내 작품에 대한 진심을 전하면 되는 것이니까.


-진우진 씨, 자리에 앉으실게요!


분장을 마친 나는 마침내 세트장에 들어섰다.

수많은 스탭들, 번쩍이는 조명, 그리고 내가 앉을 자리.


‘하. 그냥 말하자. 나를, 있는 그대로.’


긴장되는 얼굴로 나는 테이블 앞 인터뷰 석에 앉았다.


잠시 후,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강주영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제인 작가···. 겸, 진우진 작가입니다.”


인사를 나눈 나는 녹화 시작을 알리는 조연출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서히 줄어드는 카운트.


고요한 마음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헉, 헉···.


시야에 누군가가 달려온 모습이 보였다.

곁눈질로 살짝 봤더니···.


‘차민주 피디···!’


그녀는 바쁘게 뛰어왔는지 이내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카운트가 끝나고 녹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재생됐다.

차민주 피디는 모니터링용 화면 앞에 계속 서 있었다.


‘걱정 마라. 저격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강주영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뉴스 강주영입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는데요. 그게, 이분은 이름이 두 개입니다. 먼저 첫 번째 이름은요, 장안의 화제인 신묘한 고양이 다방을 쓰신 제인 작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작가님께서 직접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작가님?”


강주영 아나운서가 나에게 공을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향한 카메라 한 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내 숨소리까지 들리는 아주 조용한 세트장.


“후···.”


나는 최대한 담담한 얼굴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된 표정, 그리고 눈빛.


내가 바라보는 건 카메라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맞서야 할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이었다.


힘겨웠던 과거를 똑바로 쳐다보는 마음으로 나는 카메라 렌즈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입을 열자 세트장은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한 마디를 내뱉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풀린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과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찬란했든, 절망적이었든 모두가 내 자신이었으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작가 진우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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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0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2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7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10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9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5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4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8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9 1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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