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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42,384
추천수 :
7,507
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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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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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DUMMY

늦은 밤.

JBS 사옥의 어느 회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럼···. 회의해보고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현란하고 긴 손톱으로 핸드폰을 쥔 민가영 작가는 멍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를 지켜보던 제이뉴스의 강주영 아나운서와 메인피디 남상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된건···가?’


남상철이 작가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민가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언니! 됐어요! 제인 작가님 출연하시겠대요!”

“정말? 와, 진짜 구사일생이다 우리! 다 너 덕분이야!”


민가영과 강주영은 서로 껴안더니 빙글빙글 돌았다.

메인피디 남상철은 그 모습에 저 혼자만 소외감을 느끼며 나지막이 말했다.


“쫄린다 쫄려. 정말 피디도 오래 못 해먹겠다. 3일 전에 겨우 섭외라니.”


피디의 중얼거림에 민가영 작가는 이내 현실로 돌아온 듯했다.

그러더니 남상철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저, 근데 3일 전이 아니에요 피디님.”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녹화 크리스마스 날로 전달한 거 아니었어?”


민가영 작가는 강주영 아나운서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작가님께서···.”

“뭐? 빨리 말해 민작가!”

“당장 내일 녹화 뜰 수 없냐고 하시는데요?”


···이건 또 뭔 소리?

안 그래도 불과 3일 전에 섭외해서 죄송해 죽을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저쪽에서 뜻밖의 제안을

내놓았다.


강주영 아나운서는 피디를 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가능해요 피디님?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 안 되는 게 어딨습니까? 무조건 되게 해야죠. 내가 욕 받이를 하면서라도 스탭들 무조건 오게 만들 테니까, 민 작가. 그대로 진행해.”

“넵! 피디님.”

“아, 작가님. 그럼 제인 작가님 질문지는 언제 쯤 나올까요? 저도 같이 할게요.”

“정말요? 고마워요 언니! 제가 일단 초벌 좀 먼저 해서 내일 새벽에 보내드릴게요!”


제이뉴스의 회의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번에는 차민주 피디의 예상치 못한 저격성 발언에 인기 동영상 순위권에 들기도 한 상황.

그런데 그 저격의 대상인 제인 작가가 그 다음 게스트로 출연한다? 남상철 피디로서는 싱글벙글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복이 아주 알아서 굴러들어온단 말이지.’


하지만 강주영 아나운서의 생각은 달랐다.

JBS의 윗선에서 압박해 반강제적으로 초대석에 앉혔던 차민주 피디.

그녀는 사전에 협의된 내용을 벗어나 자극적인 멘트를 쏟아냈지 않은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진우진 작가와 제인 작가라는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나타났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이에 대해 강주영 아나운서는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제인 작가님에게 발언의 기회를 드려야 해요. 어떻게 보면 가만히 있다 돌 맞은 격이잖아요.”

“맞아요 언니!”

“아마 지난 방송을 보셨을 테니 제인 작가님도 할 말이 있으실 거예요. 차민주 피디의 발언에 대해 또 그분의 생각이 나름 있으실 테니까.”


차근차근 말하던 강주영은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그러자 화제성에 목말라있던 남상철 피디도 반성한다는 듯 숙연히 자신의 머리를 쳤다.


“에휴. 나도 참 괴물이다 괴물. 국장님한테 칭찬받았다고 이젠 화제성 밖에 안 보여.”

“근데, 화제성은 등장 때부터 이미 제인 작가님이 압도하고 갈 것 같은데요?”


민가영의 말에 강주영은 긍정적인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왜요. 작가님 말 잘해요? 하긴, 글도 잘 쓰면 말도 잘 하시려나?”

“아뇨, 그게 아니라···.”


민가영 작가는 긴 손톱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다가 심상치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인 작가님 남자시던데요?”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강주영과 남상철이었다.

그런데 민가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본명이 진우진이시래요. 소설 쓰기 전에 드라마도 쓰셨다고···.”

“지, 진우진이라고?!”


안 그래도 요 며칠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을 조심하라는 당부를 받은 남상철이었다.

그런데 자꾸만 폭탄 발언을 하는 민가영 때문에 혈압이 또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네. 전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모르겠는데. 유명한 분이세요?”


그러자 남상철 피디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도저히 말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얼굴.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 진우진 작가 몰라? 강 아나운서님. 모르세요?”

“당연히 알죠. 저희 JBS에서도 신인상 받으셨잖아요. 와, 그분이셨구나.”


강주영 또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동시에 남상철 피디는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오래전 이야기를 푼다는 느낌으로 비장하게 말했다.


“지금은 나왔겠지만···. 글을 얼마나 잘 썼으면 입봉작 쓰자마자 월광에 들어갔겠어.”

“···월광이요?”

“몰라, 월광? 스타작가들만 들어간다는 비밀 사모임! 서은하, 지연수, 박종범 다 거기 소속이잖아.”

“헐! 다 대박작가잖아요! 뭐, 그렇게 짱짱해요 거기?”


놀란 민가영의 얼굴에 남상철 피디는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년간 자취를 감쳤던 진우진 작가가 활동을 시작했다니, 그것도 제인 작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거 잘하면, 업계 판도가 다시 뒤집히겠는데?’


그리고 내일, 뜬금없이 소설로 부활한 그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될 터.

남상철은 녹화에 만반의 준비를 가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 *


나는 늦은 밤에도 카톡을 해오는 CX미디어 박연지 피디가 내심 귀여웠다.

차민주 피디의 신묘한 고양이 다방 저격 동영상을 이제야 본 모양이었다.


[아니. 본인도 CX미디어 출신이면서. 어떻게 내가 맡은 작품을 깔 수가 있어요? 아직 드라마화 발표도 안 했는데 기어코 초를 치네 정말..]


얼굴도 모르지만 여기까지 부들대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백번 이해됐다.

CX미디어에서 제작하게 될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까는 것은 그야말로 선전포고였으니까.

자신의 영역인 JBS에서 라이벌인 CX미디어를 공격했다.


‘가만. 내가 거기에 출연해서 우리 드라마를 기습 홍보하면···?’


JBS에서 라이벌 채널의 드라마를 홍보하는 꼴.

적진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가 차민주 피디를 골탕 먹일 수 있는 것이었다.


[피디님. 사실 저 내일 제이뉴스 녹화하러 갑니다.]


야밤에 생뚱맞은 소리를 들은듯한 박연지 피디는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깜짝 놀랐다.


[네?!!!!! 거길 나간다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차민주 편 바로 다음에요? 헐. 뭐지...]


말을 잇지 못하는 박연지 피디였다.

나는 좀전까지 부들대던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뉴스 나가서 홍보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드라마화 확정 발표, 해도 되는 거죠?]


[당연하죠 작가님! 원래 홍보는 돈 주고도 하는 건데, 제이뉴스라면 충분히 화제성 잡죠!]


기분 전환에 성공한 것 같은 박연지는 이어서 나에게 물었다.


[근데 작가님. 직접 나가시는 거예요? 얼굴까지요.....?]


[네. 제가 마음을 바꿨거든요.]


사실 아직 두렵기는 하다.

오히려 세상에 처음 나가는 것이면 그렇지 않을 것인데, 이미 나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태반인 이 업계에서 소설가로서 재등장한다면 적지 않게 파장이 일 테니까.


[방송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업로드 된다네요.]


[너무 기대돼요 작가님! 100퍼 인급동 오를 걸요? 차민주는 몇 위까지 갔더라...? 암튼 작가님은 1위 찍으실거예요! 아, 왜 제가 떨리지?? 작가님 진짜... 파이팅!!!!!!!!]


느낌표를 수없이 찍은 박연지와의 톡이 끝났다.

내일은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가는 날.

사실 그곳을 떠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다.


‘근데, 왜 벌써 떨리지?’


박연지의 응원에도 심장이 조금 쿵쾅거렸다.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과, 내 과거를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중압감.

사실 이 업계는,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가 넘쳐났다.

그런 쓸데없는 정치질과 인간관계에 지친 내가 다시 그것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큰 결심이었다.


-뭘 그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냥?


-왈왈!


나의 두 동물이 다가와 근심어린 얼굴을 해주었다.

이거,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나.


“똥싸개야. 혹시 차분해지는 영약은 못 싸니?”


-이봐 찐. 나도 내 똥에 대해 잘 모르겠소로이다! 내가 무슨 만능 똥자판기냥?!


“알았어. 아무튼 너, 내일 하루 비워도 혼자 밥 챙겨먹을 수 있지?”


-당연하소로이다.


“백설기도 사료도 잘 챙겨주고. 괜히 또 싸우지 좀 말고.”


-흐흐. 당연하소로이다. 아주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염려 마라냥.


녀석이 씩 웃는 얼굴을 했다.

아무리봐도 내가 없을 때 백설기를 골탕먹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차피 싸움은 설기가 이기니까.’


나는 백설기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아깐 목에 홈캠 달고 생난리 치느라 고생많았다 설기. 앞으론 그런 일 없을 거야.”


-왈! 왈왈!


그래, 인생 뭐 있겠는가.

용맹한 백설기처럼 다시 세상 밖에 나가보는 거다.


*


야심한 밤, 나는 패딩을 챙겨입고 읍내에 있는 영심이 치킨으로 향했다.

뉴스 출연에 대한 소식을 유자와 도강훈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하니 이미 둘은 벌써 와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다시 또 와주셔서. 특히 감독님. 제가 두 번이나 오게 했네요.”

“아닙니다 매니저님. 저 사실 중간에 카페 들려서 전화 돌리고 있었습니다.”


든든한 두 사람이었다.

제인 작가가 제이뉴스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하려던 그 때.


“어서오십시오 손님. 영심이 치킨입니다.”


갑자기 앞치마를 두른 채 다소곳한 아주머니가 서있었다.

뭐지, 얼굴은 예전의 그 욕쟁이 아주머니가 맞는데···?


“어, 안녕하세요.”

“네 손님. 자리에 착석하시면 주문 받겠습니다.”


내가 당황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유자가 조심스레 속삭였다.


“제가 여기 너무 친절하길래 아까 물어봤는데요. 얼마 전에 컨셉을 바꾸셨대요.”

“컨셉을 바꿔요?”

“네. 원래 욕쟁이인가? 그 컨셉으로 했다가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상냥한 컨셉으로 바꿨대요.”


그렇게 컨셉을 휙휙 바꿀 수 있는 건가?

저 아주머니, 그런데 연기력이 아주 출중하다.

마치 슛 들어가면 돌변하는 배우처럼 욕쟁이일 때와 또 다른 캐릭터를 뽐내는 영심이 아주머니였다.


“자, 그럼 건배!”


유자의 발랄한 외침과 함께 우리는 맥주잔을 부딪혔다.

우리 셋은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켰고, 나는 이 모임의 목적을 꺼냈다.


“사실, 제인 작가님께서 뉴스에 출연하시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유자는 입에 있던 맥주를 내뿜을 뻔 했다.

도강훈도 놀란 눈치였다.


“제인 작가님이요? 뉴스에 직접?”

“네.”

“그럼 얼굴. 뉴스에 얼굴 나오는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유자는 설레는 표정으로 마구 어깨춤을 쳤다.


“어머 마침내! 얼마나 예쁘실까? 엄청 진중하시고, 차분하시겠지? 아. 어디에요? 어느 채널? 네? 네?”

“···JBS 유튜브 채널, 제이뉴스입니다.”


나는 잠시 들뜬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두 분에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유자는 안주로 나온 뻥튀기 과자를 집어먹으며 물었다.

도강훈은 아까부터 생각이 많아진 건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 있었다.


“이번 뉴스 출연에서 저희 드라마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너무 좋죠! 그 정도 채널이면 사람들 엄청 많이 볼텐데?”

“네. 그래서 미리 선제 작업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선제 작업 말입니까?”


도강훈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네. 먼저, 차유정 배우 측에서는 소속사인 JN 엔터에서 보도자료를 미리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12월 25일, 방송 직후 언론에 배포할 거고요.”

“오, 좋은데요?”


나는 감탄하는 유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자 씨께서는 기습 신곡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기습 신곡 발표요?”

“네. 저번에 커피나무 앞에서 하셨던 것처럼, 저희 OST를 미리 맛보기로 보여주는 거죠.”

“아. 그거 좋은데요? 그럼 궁금증을 자아내서, 자연스럽게 저희 드라마에 관심이 쏠릴 테니까!”


이어서 도강훈을 쳐다보자 들을 준비가 돼있다는 눈빛을 보내는 그였다.


“감독님께서는 어렵겠지만, 가장 유능한 감독들로 팀을 꾸려주셨으면 합니다. 금액은 CX미디어에서 최대한 예산을 받아놓는다고 하네요.”

“아, 예. 저도 들었습니다. 제 인맥 총동원해서 한번 드림팀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우와 감독, 유능한 스탭, 거기에 OST까지.

모든 홍보자료가 뉴스에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퍼질 수 있다.


‘물론 화룡점정은 제인 작가의 정체겠지만.’


든든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내일 있을 뉴스 출연에만 침착하게, 내 작품에 대해 인터뷰하면 되는 일이었다.


‘자극적으로 하지 않을 거야. 누구처럼.’


오로지 내 작품의 내용만으로 홍보한다.

얕은 술수는 실력 없는 사람들이 행하는 짓일 뿐이니까.


“제인 작가님은 대체 정체가 뭘까요? 그렇게 글을 잘 쓰시는 걸 보면 기성 작가분이신가?”

“그렇겠죠 아마?”


유자가 추측하자 도강훈이 대답했다.

참 제인 작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그녀는 갑자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제인 작가님, JBS는 어떻게 가세요? 매니저님이 다 데려다주시죠?”

“아니요. 이번엔 혼자 가십니다.”


어차피 그게 나니까.

그러자 유자는 발을 동동 굴리며 울상을 지었다.


“네? 아니 그럼 어떡해요. 제인 작가님 혼자 서울 잘 갈 수 있으려나? 근데 집이 어디세요? 여기 주변이신가?”

“예, 뭐, 그렇습니다.”

“아, 내가 같이 가면 좋은데. 왠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네. 그죠?”


나는 유자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자는 마치 본인이 매니저인 것처럼 걱정 세례를 퍼부었다.


“너무 혼자 섬처럼 있으시겠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을 거 아니에요···.”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별 걸 다 걱정하는 유자였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다라···.


‘제인 작가는 그렇겠지만.’


하지만 진우진은 달랐다.

누구나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꼬이기 마련이니까.


‘아는 사람···. 많지. 서울에.’


지독한 개인 주의자였던 나도, 한때는 작가 사모임에 속해있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곳은, 일종의 작가 카르텔이었다.


* * *


청담동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는 아침 일찍부터 7명의 스타작가가 모였다.

각기 다른 장르의 업계 탑 드라마 작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사모임.


[월광]이었다.


“언니. 그 소식 들었어요?”


차민주의 추천으로 가장 나중에 월광에 가입한 김슬아 작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테이블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서은하는 대본에 열중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슬아야. 다른 땐 몰라도 대본 볼 때는 조용히 해야지.”

“아, 죄송해요 언니!”


드라마 업계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들의 품평 시스템.

아무리 최상위권의 스타작가라도 약한 파트가 있는 법이었다.

이들은 촬영이 임박한 각자의 대본들을 서로 돌려봐 그 약점들을 매워주는 일종의 상부상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 17씬에 주인공 감정라인이 좀 이상하네요. 다른 건 다 좋은데?”

“아, 역시 좀 걸린다더니. 서은하 작가님 덕에 살았군요.”


박종범 작가는 서은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한 번의 피드백을 값으로 매기자면 몇 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였다.


이제야 서은하는 김슬아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저도 방송국 아는 피디님한테 방금 들은 건데요···.”

“뜸 들이지 말고.”


그러자 김슬아는 최대한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진우진 작가님이···. 복귀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서은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작가 경력 20년차인 그녀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줬던 진우진.

항상 연례행사처럼 받던 극본상과 작품상을 그 녀석이 나타난 뒤로 모조리 빼앗긴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그녀에겐 그야말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신인이 자신의 콧대를 일그러뜨렸으니까.


듣기로는 최근에 하던 작품이 일그러져 대뜸 절필하고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 줄로만 알았다.


“너 확실해?”

“네. 이따가, 제이뉴스에 녹화뜨러 오신대요. 어디더라, 충주에서 올라오신 다는데···.”

“뭐?”


놀란 건 서은하뿐이 아니었다.


한때 진우진을 보조작가로 쓴 적 있던 박종범 작가.

그는 한때 자신의 밑에 있던, 어쩌면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진우진이 복귀한다는 소식에 입 꼬리를 씩 올렸다.


‘돌아왔구나, 진우진.’


존재를 감췄던 진우진 작가의 복귀 소식.

시골에서 나타난 그의 등장에 업계에는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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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9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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