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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702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9 00:22
조회
651
추천
23
글자
9쪽

미로진(迷路陣),

DUMMY

***


박쥐와 인주는 물론이고 여왕개미까지 천마를 쳐다봤다.

자신들이 먹잇감으로 점찍었던 놈인데 당당했다.

“아니! 그놈은 도술까지 연마했는데 감당이 되겠는가?”

복사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놈은 삼천이지만 우리가 합치면 오천이란 말이오.”

“오-호! 그러니까 쪽수로 이겨보겠단 말이군.”

“어떻소. 싸워 보면 당연히 우리가 이길 수 있겠지요?”

“허허허! 그거 좋은 생각이다.”


천마가 동의하자 모두가 머리를 끄떡였다.

“어차피 한번은 붙어야 하는데 이번에 아예 죽입시다.”

적에 적은 동지다.

여태껏 목숨 걸고 싸웠으나 어느새 의기가 투합했다.

이무기가 자신들을 찾기 전에 먼저 죽이자고 동의했다.

“이무기를 죽이려면 기습이 최고다.”

천마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복사가 앞장서며 말했다.

“나를 따르시오. 내가 그놈이 숨은 곳을 알고 있소이다.”

복사의 말에 박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놈이 숨었단 말이오?”

“그놈은 천마란 놈을 기다리며 백일 연공에 들었소이다.”

“백팔영사의 말대로 기습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여왕개미의 말에 박쥐가 맞장구를 쳤다.


“기습은 내가 최고이니 나만 믿어주시오.”

박쥐가 나서자 인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가 그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거미줄로 묶을 겁니다.”

“힘으로 하는 일은 내가 도맡아 하겠습니다.”

“허허허! 좋소이다. 그러면 백팔영사는 뭘 할거요.”

복사의 질문에 천마가 대답했다.

“나는 악마지도란 병기로 이무기의 목을 벨 것이외다.”


모두가 머리를 끄떡이며 의지를 다졌다.

“좋소이다. 그럼 내가 앞장설 것이니 나를 따르시오.”

복사의 뒤를 따라서 모두가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모두가 천년 요괴들이라 몸놀림이 번개처럼 빨랐다.

천마가 뒤늦게 따라붙었다가 멈칫했다.

눈앞의 정경이 확 변하면서 뿌연 안개가 보였다.

천마는 그것이 진법임을 한눈에 읽게 되었다.


이무기는 과연 요괴답게 영물이었다.

미로진(迷路陣)이란 진법을 설치해 진입을 막고 있었다.

복사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미로진으로 전진했다.

금방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같던 길을 되돌아 나오면서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오-호! 그것참 이상합니다. 안개 때문에 헷갈립니다.”

복사는 단순한 요괴다.


안개를 갈라내며 길을 찾는데 쉽지가 않았다.

장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천마진 정도는 천마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안개였다.

안개가 저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색다른 진법이 설치됐다고 판단한 천마였다.

천리안을 펼쳐서 사방을 훑고 있었다.


금방 허점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바로 안개가 땅바닥에선 미약하게 퍼진다는 사실이었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순간에 인주가 거미줄을 풀고 있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복사가 한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는 듯싶으니 되돌아갑시다.”

복사의 말에 인주가 머리를 끄떡였다.

“호호호! 만약을 대비해서 표시해 뒀습니다.”

인주의 말에 여왕개미가 말했다.

“우리 이러지 말고 땅굴을 파고 진입합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한 시진이면 충분합니다.”


“허허허! 그러면 이무기에게 들킬 염려가 있습니다.”

박쥐가 화가 치솟았는지 황금 망토가 휘날렸다.

“제기랄! 초장부터 이러면 쓰겠소?”

박쥐가 보란 듯이 황금 망토를 휘둘렀다.

금방 회오리가 일어나면서 안개가 흩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안개가 갈라진 곳에 천마가 보였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눈까지 감았다.

봉사처럼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부닥치기 일쑤였다.

그런 순간이면 어김없이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전진하고 후퇴하기를 반복한 관계로 속도가 느렸다.


방향을 잃었는지 정신없이 헤맸다.

그런 모습에 모두가 한껏 비웃었다.

기세가 오른 박쥐가 앞장서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대장이니 나를 따르시오.”

박쥐의 말에 독사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제기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여왕개미와 인주가 박쥐의 뒤를 따르는 순간이었다.


흩어졌던 안개가 사방을 순식간에 뒤덮어 버렸다.

박쥐가 연신 안개를 흩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때야 심각함을 깨달은 박쥐는 인주를 쳐다봤다.

인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호호호! 내가 앞장설 것이니 나를 따르세요.”

그나마 표시해 뒀기에 다행이었다.

눈에 익숙한 길로 오다가 천마와 마주치게 되었다.


복사가 참견하고 나섰다.

“아니 백팔영사는 아직도 거기에 있었소?”

천마가 머리를 끄떡였다.

그들이 돌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은 미로진이 설치되어 있소이다.”

복사는 물론이고 인주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미로진이 도대체 뭐요?”


“정신을 헷갈리게 만드는 진법입니다.”

“우린 천년이나 살아서 길이 익숙한데 어떻게·····?”

“너무 익숙한 길이라서 진법에 쉽게 걸려든 겁니다.”

“그래서 기어 다니면서 길을 찾았단 말이오?”

자존심이 상한 복사의 말에 장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물론입니다.”

“눈을 감았는데도요?”


“그건 진법을 답사하기 위해서 그랬던 겁니다.”

천마의 짧은 대답에 배짱과 용기가 묻어났다.

“제기랄! 그럼 앞장서시오. 그러면 뒤를 따르겠소이다.”

“좋습니다. 내가 앞장설 것이니 우선 엎드립시다.”

“기어서 가잔 말이오?”

“그렇습니다.”

“우린 천신을 꿈꾸는 요괴라 자존심이 있소이다.”


“생사가 오가는 마당에 자존심이 살려준답디까?”

천마가 엎드리자 인주와 여왕개미가 따랐다.

그들은 기어다는데 익숙한 요괴라 망설이지 않았다.

모두가 엎드린 상태로 천마만 쳐다보았다.

“쪽팔리니 빨리 갑시다.”

“뒷사람이 앞사람의 옷깃을 입에 물어야 합니다.”

“저런!”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일렬로 쭉 늘어진 상태였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되밟으며 따라가고 있었다.

장수는 진법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미로진을 통과해 마지막 관문에 도착했다.

천마가 뒤를 돌아보며 대원들을 바라봤다.

개성이 강한 놈들이 분명했다.


줄이 워낙에 길게 늘어진 상태였다.

실수가 이어지면서 진형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여왕개미가 당황한 상태로 천마를 쳐다봤다.

그는 봉사처럼 막대기를 흔들며 움직이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여왕개미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곁에 있던 인주의 신형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진 것이다.

여왕개미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행동했다.

눈앞에서 마귀의 환영이 일어나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왕개미는 봤다.

천마가 진법의 막장에 도달해 있음을 말이다.

“아니! 망할 놈의 개자식이 언제 저기로 갔다지?”

여왕개미가 천마의 행동을 가만히 살펴봤다.


녀석이 앞으로 걸었다가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여왕개미는 옳지 싶었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서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러자 환영이 사라지면서 복사와 박쥐가 보였다.

그런데 아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복잡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인주가 지나고 있는 것이었다.


인주는 아예 천마의 옷깃을 붙잡고 있었다.

여왕개미가 인주의 걸음걸이를 살펴봤다.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뒷걸음질이다.

굼벵이처럼 느려 터졌던 걸음걸이가 의외로 단순했다.

그것도·······,

복사와 박쥐와 다르게 반대로 걸었다.

천마는 벌써 백팔마귀의 진법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조심스럽데 뒤를 쳐다보며 인주를 찾았다.

잘 따라오던 인주가 진형이 갇혔는지 헤매고 있었다.

환영에 사로잡힌 듯이 신형이 심하게 비틀거렸다.

옆에는 복사가 진기를 일으키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진중의 뒤편의 박쥐는 아주 엉망이었다.

망각에 접어들었는지 순식간에 진형이 흐트러졌다.


마치 횃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움직였다.

정신없이 불빛으로 달려들었다.

천마는 그런 모습을 한눈에 읽고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식이라면 진기의 소모가 막대할 터였다.

진법에서 벗어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글렀다.

“제기랄! 내가 미로진을 연성한 적이 있어서 다행이다.”

장수는 고민에 빠졌다.


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순간이다.

인주도 환각에 빠진 듯이 정신이 없었다.

권각(拳脚)을 휘두르며 석상을 상대로 싸움이 한창이다.

때리고 갈기고 신형을 날렸다.

그렇게 사라졌다가 등장해서 치고받았다.

모두가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난리를 쳤다.

천마는 인주를 구해내기로 마음을 바꿨다.


눈을 질끈 감고는 거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툭툭하고 어깨를 두드린 다음에 기다렸다.

역시 생각한 대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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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6 20 9쪽
»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2 23 9쪽
11 편복(蝙蝠), +13 22.05.18 660 19 9쪽
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9 음한석지(陰寒石芝), +9 22.05.16 679 18 9쪽
8 백서(白鼠), +12 22.05.16 696 22 9쪽
7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4 26 9쪽
6 엽의(獵蟻), +12 22.05.13 793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800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8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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