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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97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2 19:04
조회
847
추천
45
글자
9쪽

위기일발(危機一髮),

DUMMY

***


“허허! 그것참!”

천마의 정체를 아무리 살펴봐도 신비하게 비칠 뿐이었다

“허허! 우습군요. 추풍은 염라대왕에게 백 년의 상해를 입히고 도주했지요. 자신의 족보를 몽땅 불사르고 옥황상제까지 때려눕히고 도망친 놈을 잡겠다니 정말 어리석소.”.

천마의 관상을 아무리 살펴봐도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저승은 물론이고 선계와 하등의 인연이 발견되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자신의 도술에 자신감을 잃은 듯싶었다.

“허허! 예전에 말이요. 박복한 운명을 타고난 놈이 있었지요. 내 그놈의 혼백을 취하다가 된통 혼난 다음부터 뭔가 잘못됐지요. 아무래도 눈알이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

천마는 저승사자의 주절대는 소리에 한마디 던졌다.


“킥킥! 아무리 들여다봐야 허탕일 것이다.”

“······”

저승사자는 뭔가 불길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품속에서 출생명부라고 적힌 책자를 꺼내 들었다.

붉은 바탕에 검은 책자,

그는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관상과 일일이 대조했지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천마가 칙칙하게 말했다.


“아마, 무덤이 먼저 보일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주관하는 월하노인이 방방 뜰 테고, 아기를 점지하는 삼신할미가 혀를 빼물고 자살하겠다고 소리치는 모습만 보일 것이다.”

저승사자는 천마의 말에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라! 당신이 옥황상제가 주관하는 비밀을 어떻게·····.”

천마는 그가 자신의 태생을 밝힐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월하노인과 삼신할미가 저주를 내렸을 것이다.”

저승사자는 놀라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정말 어이가 없었다.

출생명부는 염라대왕까지도 알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예언자처럼 알아내자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어허! 하여튼 좋다. 출생명부는 그렇다고 칩시다. 월하노인과 출산을 장려하는 삼신할미가 점지를 잘못해서 머리가 돌아 자살을 시도한 사실도 알다니 네놈은 정말 누구냐?”

저승사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그렇다면 네 녀석은 바로···!”

저승사자가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때쯤 그는 출생명부를 다시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주팔자가 적혀 있어야 할 부분이 비었다.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자국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저승사자가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에-효! 반갑지도 않은 녀석을 만나다니 재수가 없군.”

“피차일반이다.”

저승사자는 인간생명체의 주검을 주관하는 사자였다.

그런 자신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정대자 인상이 험악하게 변하고 말았다.


검은 망토가 바람도 불지 않는데도 허공으로 치솟았다.

쥐새끼처럼 생긴 수염은 곤두섰다.

깊숙하게 눌러 썼던 삿갓을 벗어 던졌다.

백태 눈동자가 비치면서 시퍼런 살기가 번뜩거렸다.

“썩을 놈, 네놈하고 무슨 악연인지 모르겠다.”

“망할 것, 그러니까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아라!”

“그런데 하나 물어보자.”

“뭐가 알고 싶냐?”

“네놈은 어떻게 만날 때마다 변하느냐?”


저승사자의 눈에는 호기심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망할 놈. 가던 길이나 가거라.”

“그동안 반노환동(反老換童)이라도 했느냐?”

반노환동은 늙은 몸이 어린애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왜? 만날 때마다 내 영혼이 변하니까 무섭더냐?”

“저승사자인 내가 어찌 너를 보고 무섬을 탈까.”

“그러면, 어찌 나를 저승사자를 본 듯이 물러서냐.”

“에-효! 썩은 구더기를 파먹고 살아난 네놈이 지겹다.”

저승사자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제기랄! 염(殮)할 때 만났으니까? 이번이 두 번째인가?”

천마가 키득거리면서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무덤에서도 만났으니까 아마 이번이 세 번째일 것이다.”

저승사자의 안색이 싹 변했다.

“네놈이 인주의 지독(蜘毒)에도 죽지 않다니 놀랍도다.”

“그동안 뭘 처먹었기에 짝짝이 눈동자가 변했느냐?”

저승사자가 마음 좋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썩을 놈. 난 이제 저승사자가 아니란 말이다.”

“네놈이 뇌물을 받아 처먹더니 승진한 모양이구나.”


“이놈아, 앞으로 나를 흑백무상(黑白無相)이라 불러라.”

“네놈이 하는 짓거리가 뭐냐?”

“네놈처럼 죽기 싫어서 도망치는 놈을 잡는 직업이다.”

“제기랄! 네놈을 만났으니 나는······,죽고 말겠구나.”

천마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살기 위해서 별의별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승사자를 만나다니 운수가 사납기 그지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릴 때마다 네놈을 만나다니·····!”

저승사자도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한숨을 토했다.


“인간의 혼백을 다루지만 네놈의 속은 알 수가 없었다.”

저승사자가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부채를 휘둘렀다.

천마의 코앞에서 공기가 갈라진 뒤였다.

회오리가 일면서 거미줄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죽음을 걷어 간다는 도술이 분명했다,

천마는 담담하게 머리를 흔들며 넉살 좋게 말했다.

“내게서 혼백을 분리한다면 염라대왕이 좋아하실 게다.”

저승사자의 표정이 싹 변했다.

“실수라고 놀려도 좋단 말이다.”


“이번에도 네놈은 나를 잡아갈 수 없다.”

‘네놈을 잡아다가 월하노인과 삼신할미에게 넘길 것이다.’

“삼신할미와 월하노인의 걸작품이 바로 나였거든.”

“흥-흥?”

저승사자의 인상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자신의 당황한 모습을 감추는 듯싶었다.

염화가 일고 있는 섭선을 흔들어 보였다.

섭선에서 백태 눈동자가 유난히도 강하게 빛을 품었다.

이는 틀림이 없었다.


천마를 휘감은 거미줄을 끊고 혼백을 꺼내려는 수작이다.

피-룩!

천마는 섭선에서 기체가 감겨들자 피실 웃었다.

“그것 보시오. 저승사자님 눈에 백태가 끼고 살결에서 흑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것이오?”

저승사자의 눈자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흰색 바탕에 검은 눈동자가 뒤섞이고 있었다.

“내가 살수를 추적하지만, 네놈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천마는 영리한 사람답다.


저승사자의 말투에서 오기와 함께 희망을 읽고 있었다.

“허허! 천계의 이단자를 찾는다면 별수가 없구나.”

천마가 저승사자의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조금은 떫다는 듯이 마늘 냄새를 푹푹 풍기면서 말했다.

“내 몸속에 댁이 찾고 있는 살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케-액! 살수라니···.에-효! 이 냄새는···.”

천마는 저승사자가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을 노렸다.

생명부록을 넘기는 순간에 행동했다.

잽싸게 쥐새끼처럼 생긴 수염까지 틀어잡고 뒤틀었다.


‘어어! 이놈아, 어서 이손 놓지 못할까?’

“가서 염라대왕께 전했으면 좋겠다.”

천마는 쥐 수염을 배배 꼬았다.

“난 불사신이라 염라전의 운명부록을 태운다고 전해라.”

“이놈 난 네놈의 혼백을 거둬갈 흑백무상이란 말이다.”

“흥-흥? 수염을 태우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구나.”

저승사자는 천마의 지독한 행태에 질렸다.

검은 망토와 백태 눈동자만 남기고는 저만큼 물러섰다.

“흥? 지난번에는 염라 수염이 탔으나 이젠 속지 않는다.”


섭선의 방향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된다.

‘따라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죽는다.’

섭선이 지금 천마의 정면으로 향해 있었다.

천마가 몸을 틀었다.

섭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상대를 지금 잘못 골랐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날 확률이 높았다.

“내가 죽기 일보 직전이지만 아직 숨이 붙어서 힘들다.”

천마는 인주의 공격으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싱글거리면서 소리쳤다.

“이놈아! 비켜설 수가 없으니 얼른 콱 뒈져라!”

저승사자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뜻이 엿보였다.

약간 어설픈 자세와는 달리 강한 척 가장하고 있었다.

“좋다. 네놈이 수염에 불질하면 사생결단을 내겠다.”

저승사자는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명운이 깃든 수염이 붙잡혀 긴장한 눈치가 역력했다.

천마는 이쯤 했으면 자신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승사자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섭선에 매달린 깃털이 곤두선 상태였다.

이것은 공격하겠다는 표시였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천마였다.

서둘러 한마디 던졌다.

“잠···깐, 지금은 조금 바쁘니 잠시 뒤에 만나자.”

저승사자는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에-효! 저승사자 주제에 인간이 속내를 알까?”

“내가 네놈을 죽고자 했으나 죽이지 못했다.”


“좋다. 수염을 놓아 주겠으니 내일에 간섭하지 말아라.”

천마가 틀어쥐었던 수염을 풀어주었다.

저승사자의 섭선에서 겨우 광채가 번뜩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가 등장했을 때는 죽음이 코앞이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순응하기 마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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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엽의(獵蟻), +12 22.05.13 793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800 32 9쪽
»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8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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