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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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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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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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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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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90. 턱 밑에서

DUMMY

릿샤는 빠르게 빠지면서 점점 거리를 늘렸다. 검은 용과 먼 거리가 될수록 브레스가 닿는 시간이 늘어나고, 점점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여유 시간이 길어지니까 말이다. 대각으로 움직이느라 자칫하면 브레스에 닿을 수도 있었지만, 다른 스킬들을 포기하고 이동기에만 전력을 집중하고 있으니 그리 쉽게 당하지 않는다.


릿샤가 뒤로 빠져서 돌절벽 부근에 한 번 닿았다가, 검은 용을 바라본 채 왼쪽으로 빠져 날아간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이미 일각이 여러 번 부서져 전체 면이 리모델링 되었던 돌절벽이, 다시금 박살난다. 그 윗단을 시작으로 전체면이 붕괴했다. 브레스의 위력은 강력하다. 그것을 절제 없이 쏟아내다 보면 검은 용의 총 재생량에 손실이 많이 갈 정도로 말이다.


아직은 두 번에 불과했고, 검은 용에게 있어서는 여유로운 페이스였다.


다만 날파리들의 공격력이 생각보다 거세어서, 재생력이 많이 깎이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이기는 하다.


브라운은 멀찌감치 피해서 절벽이 박살나는 걸 본다. 갈색 매의 시선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라이엔도 식겁했다. 별로, 절대, 맞고 싶지 않은 공격이었다. 멀리 돌아서, 검은 용의 시야에서 최대한 벗어나서 라이엔에게로 돌아가는 브라운이었다.

퍼드덕거리는 매는 허공을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릿샤는 돌절벽이 부서지는 걸 보며, 측면으로 최대한 이동한다.


그것을 따라 브레스가 굽어진다.


굽이치는 거대한 강줄기처럼, 다만 그것이 검고 허공을 수놓고 있다는 것이 다르기는 했다만, 그 물줄기가 산세를 깎아나가기 시작했다.

고압으로 분사되는 워터 제트포처럼 검은 선이 퍼지면서 암벽들을 부숴나갔다.

검은 용의 브레스는 그야말로 파괴적인 위력이었고, 도시 따위에서 이런 놈을 잡았다가는 궤멸적인 피해가 생길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로키 시티 근처에 검은 용을 데려가는 건 절대 말아야 할 일이었다. 가급적이면 여기서 확실하게 잡아내야 했다. 너무 길어져서도 안되고. 로그아웃을 하고, 씻고, 밥을 먹고. 또 휴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도 끝은 내야만 했다. 릿샤는 허공을 질주하듯 날아가며 그렇게 생각했다.


릿샤 애드윈의 왼쪽 옆으로 부서지는 암벽의 절벽이 있었다.


릿샤가 주위 광경이 빠르게 변할 정도로, 최고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화살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난다.

바람의 소리가 보호막 너머에서 들려온다. 쉬이이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압이 느껴진다. 그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다거나, 불편해서 적당히 보호 역장을 만드는 것도 있었다. 릿샤의 시야에서는 불투명한 푸른 보호막 때문에, 바깥의 색깔이 조금씩 달리 보였다. 보호 역장이 늘 깔끔한 상태로 빛을 비추는 건 아니었고,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면서 빛을 냈기에 늘 다른 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뒤에서는 쿠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형 건축 건설업에서나 들을 법한 굉음이 이어졌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도 그와 별로 다름이 없었다.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릿샤를 쫓아 검은 용이 고개를 휘젓고 있었으므로. 거리가 있으니 검은 용의 아가리 앞에서 뻗어 나오는 것과 그것이 고갯짓의 방향대로 먼 거리의 다른 위치를 때리기까지 시간차가 있다.

릿샤가 피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금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결국 검은 용의 고갯짓을 피할 수는 없었고, 브레스가 날아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절벽은 브레스가 닿자 폭발을 일으켰고, 다이너마이트 수십 개를 그 뒤에서 한번에 터뜨리는 것처럼 차례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시금 산사태가 일어났고, 아랫단에 붙어 있는 제냐와 호아킨으로서는 또 골치 아픈 전장이 형성되는 중이었다. 검은 용의 몸 위에서 공격을 하면서, 갑자기 날아 오는 바윗덩이나 흙더미가 있다면 타이밍에 맞추어 알아서 뛰었다. 혹은 검은 용의 몸짓에 깔릴까봐 바깥으로 피할 때도 있었고.


그럴때는 마치 바다의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듯. 밟을만한 좋은 재료를 찾아 출렁거리는 흙더미의 파도 위에서 버텨야 했다. 거대한 괴물 사자도, 제냐도 모두 균형 감각이 좋았기에 산사태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호아킨은 부지런하게 뛰다가 그립을 무느라 벌린 입 사이에, 흙이 튀어 좀 짜증이 났다만. 어쩔 수는 없었다. 인간형으로 싸움을 계속한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어려웠으리라. 변신술사에게는 변신술사의 방법이 있는 법이었다.

인간형으로 싸운다고 해도 호아킨 팍스는 충분히 강력한 전사이며 물리 스텟의 보유자이기는 했다만. 이미 익히고 갈고 닦아온 여러 스킬종들이 완전 변신 상태에서의 그의 육체적 능력을 더욱 돋궈주는 중이다. 짐승의 모습으로 싸우면서 제대로 된 무술을 익히지 못했다면 또 말이 달랐을테지만.


호아킨은 고개와 양 앞발, 그리고 뒷발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이미 익히고 있었다. 완전변신 상태로 인간형의 자신을 만난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격살할 수 있는 그다. 애초에 뻥튀기처럼 부풀려지는 스텟이 상당했다. MP조차도 조금 늘어난다.


데슈칸 산맥은 오랜만에 격변을 맞이하고 있었다. 긴 능선처럼 이어지는 산세 속에 살아가는 괴물이, 검은 용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검은 용만 하더라도 몇 개체가 더 있었고. 이보다 강한 놈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놈들이 싸우는 일은 흔치 않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겠다고 들이 박는 인간들도 별로 없었고.


데슈칸은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바뀌어 온 모습에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산맥 전체로 보면 미미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카운트 산의 남면은 전면적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라이엔은 그 광경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저 근처에 절대 끼어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는 중이다. 원래 라이엔보다 레벨도 높고, 레벨에 비해서도 내실이 아주 튼튼한 자들이 여러 명 모여서 도전해야 하는 레이드였다.


적은 레벨과 적은 수의 인원으로 이렇게 플레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의 게임 오버가 그대로 마지막이 되는 괴랄한 룰을 가진 게임이었다. 이따위로 불편한 게임성이 어디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거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감당하지 않으면 변변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끔 해두었다.


극한의 설정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인간들만이 끝에 다다를 수 있도록 지어진 게임이다. 라이엔으로서는 참 성향이 지독한 양반이 개발진으로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는 점이었다. 즐기라고 만들어둔 게임에 과도하게 많은 생각, 사상, 철학 따위를 담고 그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게임성으로 구현을 해두었다.


누군가의 작가주의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취미가 유별난 인간이었다.


용의 고개와 허리가 기이하게 꺾였다. 애초에 고개나 허리라고 할만한 관절 부위도 전혀 없는 놈이었지만, 굳이 이해하기 편하게 그 몸뚱이의 동작을 설명하려고 쓰는 단어들이었다.


릿샤는 푸르스름한 시각 속에서 끊임없이 날아간다.


어느새 절벽의 끝에 다다랐고, 릿샤는 검은 용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곁에는 바람들이 있었다. 푸르스름한, 혹은 녹빛의. 그런 빛깔의 구체와 연기들이 머물면서 몸을 띄우고 방향을 바꾸고, 속력을 높이거나 줄인다.

지금은 오로지 높이는 데에만 전력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이기는 했다.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어 틀면서 검은 용에게로 돌진한다.


검은 용의 아가리와 가까이 갈수록 결국 브레스를 빠르게 맞게 되는 셈이었다. 훨씬 여유가 적어지고, 고갯짓에 따라 더욱 빨리 반응해서 먼 거리를 움직여야만 한다. 그러나 검은 용에게도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한 릿샤의 돌진이었다.


호아킨과 제냐는, 그 아래에 있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릿샤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검은 용의 브레스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릿샤가 그 아래로 해서 파고들듯이 날아가자, 이미 고개는 뒤로 완전히 꺾여 땅바닥을 때린다.


콰아아앙!


하고, 매설되었던 폭탄이 대량으로 터져나가듯 남면의 비탈길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린다. 브레스의 위력은 강력하다. 릿샤 역시 맞는다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방어력에 온전히 힘을 다 쏟는다고 해도 말이다.


푸르스름한 방어막이 조금 더 빛깔이 진해졌다. 릿샤가 거기에 MP를 더욱 투입한 탓이다. 비행에 방해되는 장애물들을 막는 정도의 얇은 막으로는 브레스를 잠시도 막아주지 못하리라. 위험성이 높아졌으니 조심하는 의미에서 MP의 소모 비율을 바꾸었다.


속력 역시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결국 MP를 이전보다 많이 소모하는 셈이다.


바람처럼 나는 여인이었다. 검은 용의 브레스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릿샤는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검은 강을 느낀다. 검은 용의 아가리가 더욱 아래로 내려온다.


콰과강.


폭발하는 지면의 굉음 역시 들린다. 찰나의 순간에 운명이 결정될 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마 그녀에게 있어 가장 게임 오버에 가까운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많았었지만.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충분한 보상을 받은 다음부터는 잘 없던 상황이었다.


현실에서의 삶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삶의 고비라는 건 계단식이라서. 한 번 뛰어넘고 나면 그 아래 수준의 것들은 그래도 버틸만하게 되는 셈이다. 평탄함이라는 건, 무수하게 많은 고비를 넘은 이에게만 오는 자유였다.


릿샤 애드윈은 오늘까지 자유로웠다.

그리고 오늘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거칠고 낭만적인 질주였다. 도전을 향한, 말이다.


도전은 리스크와 같은 말이라고 해도 좋았다. 리턴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인간은 리스크에서 자신의 눈을 돌리려고 하니까 말이다. 죽어도 좋다면 덤벼 들어라. 그게 젊은이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대의 정신이 젊은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악한 일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인간처럼 쓸모없는 것이 달리 없겠지만.


바르샤 애드윈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취미로서 즐기는 시나리오 온라인, 콘란드 대륙의 릿샤 애드윈은 조금 정적이었을지 모른다. 휴식하기 위해서 들어온 세계이니, 굳이 열을 낼 필요가 없잖은가.


릿샤는 그런 자신에게서 조금 탈피를 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갑자기 달려 들어가는 지금의 행동은 말이다.


혹은, 가장 위험해 보이는 유속의 브레스를 파고 들어가, 검은 용의 고개 아래에 있는 게 결국 이 지루한 레이스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는지도 말이다.


릿샤의 도발적인 전진에 호아킨과 제냐 역시, 우뚝 솟은 검은 용의 몸뚱이 아래로 모여 들어야 했다. 결국 놈이 제 몸에 브레스를 처박는 일이 가장 어려울테고, 처박더라도 고개에 가까운 자리에는 닿지 않을 테였으니까.


검은 용은 멀리까지 빛을 비추는 망루처럼 굴었다. 대낮의 허공에 검은 어둠을 뿌리고 있으니 정확하게 대비되는 일을 하는 녀석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형상이 대충 비슷하다는 뜻이다.


릿샤는 망루의 빛을 피해 그 아래로 숨어 들어, 랜턴 바로 밑자리를 차지하려고 애를 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실천하려는 대도大盜와 비슷할 지도 몰랐다. 검은 용의 목숨을, 망루의 멸망을 바라는 도둑이었다.


검은 용으로서는 접근을 절대로 허락해서는 안되는 인간이다. 등대지기도 없는 우뚝 솟은 망루는 기이하게 그 윗대가리를 접고 휘두른다. 검은 용의 브레스가 기이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잘못 레버를 당긴 호스처럼 이리저리 브레스를 뿌렸다.


정원은 아니고, 데슈칸 산맥의 한 면이었다. 거기에는 자랄 풀들도 나무도 거진 없고, 덩그러니 산사태의 흔적만이 남은 자리였으나. 파괴적인 광선이 한 번 더 그 속을 헤집어놓고 있다. 밭을 갈아 엎는 갈고리처럼 검은 선이 지나가는대로, 깊은 이랑과 고랑이 생겨났다. 거친 토목 건설법이다.


릿샤는 용케, 맞지 않고 가다가 구체로 이루어진 보호막의 윗단이 검은 브레스에 슬쩍 걸렸다.


정확하게 직선으로 퍼지는 데서, 군데군데 방사형으로 튀는 구간이 있었다. 완벽하게 깔끔한 선형은 아닌 탓이다. 브레스를 물줄기라고 했을 때 그 방울 방울에 조금 맞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릿샤가 만들어낸 보호막이 조금 흔들렸다.


체급에 있어서는 차이가 많은 상대다. 정면으로 맞는다면 수 초만에 방어막은 사라지고, 내부에 있는 릿샤만이 독기와 마기로 범벅이 되어 절명하리라.


뭐, 거기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은 몇 종류가 있기는 하겠다만. 어쨌든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리스크를 크게 짊어지고 있는 돌진이라는 점도 변함이 없었고.


허공을 날아, 릿샤는 침을 꿀꺽 삼키고 부릅뜬 표정으로 턱밑을 노렸다.


아가리의 바로 아래를 향해 날아간다. 그걸 따르는 검은 선이 검은 용 자신의 몸뚱이를 때렸다. 멍청하게 그것으로 치명상을 맞지는 않는다. 애초에 제 몸에서 나온 광선이라 그런지, 친화적인 면이 좀 있어 보였다.


강력한 폭발력은 검은 용의 몸을 때려서 충격을 보냈지만, 그 브레스에 담긴 마기나 독기로 인한 추가적인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 정도 물리적 충격은 검은 용에게 있어 그리 큰 피해가 아닌듯 보였고.


릿샤는 어쨌든 살아서, 순식간에 수 백여 미터를 날아 검은 용의 몸뚱이 근처로 왔다. 수직으로 솟은 그 기둥에 딱 달라붙자, 더 이상 고개가 젖혀지기가 어려웠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보호막 째로 검은 용에게 박았고 멈췄다. 릿샤는 거기서 쉬지 않고 곧장 수직으로 올라간다.


가장 안전한 곳은 말했듯 검은 용의 턱주가리 바로 아래였다. 직접 구체를 만들고, 선형의 에너지가 발출되는 그 지점의 아래가 아니라면 이 놈은 제 몸을 뒤틀어서 어떻게든 릿샤를 잡아먹으려 할 테였다.


릿샤가 허공을 달린다. 최태현은 깨름칙한 표정으로, 먼 곳, 썬더스의 등 위에서 화살을 붙들고 있었다.


이미 시위에 걸린 자철시가 작게 떨린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검은 용과, 그에 딱 붙어 있는 세 명의 동료가 그의 계산을 어지럽게 하고 있는 탓이었다.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보여주는 가상의 궤적이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었으니. 어느 각도에 맞춰서 발사를 해야 할 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최태현은 이내 아예 멀어 보이는 쪽으로 화살을 갈겼다. 어쨌든 ㄴ자로 솟은 몸에서, 아래에 있는 하반신에는 동료들이 없었으니.


검은 용의 대가리 근처에 공격을 날려서 전황에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포기하고, 안전하게 쏘았다.


시위에 걸린 화살을 놓아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화살은 허공을 날았다.


그 화살이 머뭇거리다가 피해간 곳.


검은 용의 턱 아래에 도착한 릿샤는 보호막을 풀고 그 놈의 몸뚱이에 딱 달라 붙었다. 검은 용은 소스라치듯 짜증을 내면서, 그 몸을 그대로 접어 아래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턱 바로 아래에 붙은 릿샤도 끌려간다. 검은 용은 지면에 대가리를 처박으려 한다. 브레스는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었고, 데슈칸 산맥의 한 면은 깊은 구석까지 그 내면을 보이고 있었다.


검은 용의 브레스가 지반 공사를 하듯이 지면을 꿰뚫고 내부의 속살을 드러내게끔 만든다. 굉음은 계속해서 사냥꾼들의 귓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릿샤는 거기에 붙은 채로,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 손을 검은 용의 외피에 딱 붙였다.


불의 성질을 가진 MP가 급격하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허공에 구체를 형성하는 것이 쉬웠고, 초월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의 몸 내부에 직접 스킬을 시전하는 건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좋다. 애초에 그렇게 메커니즘이 짜여져 있는 버프 스킬, 혹은 디버프 스킬의 경우에는 몰라도.


투사체를 형성해 때려 박는 공격 스킬들을 상대의 몸 내부에 만드는 일은 온갖 일들이 가능한 게임 내부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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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4. 부부단장, 히베 24.03.18 14 1 24쪽
224 223. 작게 숨을 내뱉었다. 24.03.17 15 1 23쪽
223 222. 누구의 끝, 그 다음 24.03.15 17 1 16쪽
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8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5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217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3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9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20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4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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