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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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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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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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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1. 비극, 누군가의 입장

DUMMY

아릿시안이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 연합국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그 세가 줄어들고, 지금의 시대가 왔다. 아릿시안 역시 중북부에 머무르면서 현재는 타국으로 시선을 잘 돌리지 않고 있는 상황.


어쨌든 현대의 ‘자유 연맹’에 속해 있는 여러 국가들에서는, 노예 제도란 거진 폐기된 무언가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늘 있게 마련이었고. 같은 민족이나, 혹은 인접국의 국민들을 자신의 도구로 써먹기 위하는 속 검은 이들이 깨나 있었다.


그런 더러운 인간들의 야욕을 위해서 암암리에 노예 시장 따위가 발달해 있었고. 그건 각국의 변방에 거하는 난민들, 혹은 도우러 올 자도 없을 만치 한미하고 가난한 삶을 사는 시골 지역의 인간들을 ‘상품’으로 취급했다.


현대에 대대적인 전쟁은 거진 사라졌다지만, 중앙 정부의 눈길에서 벗어난 지방에서는 간혹 교전이 일어나고는 한다. 영지 간의 전쟁이기도 한데. 타국과의 분쟁보다는 자국 내에서의 분쟁이기에 왕실도 크게 신경쓰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 소요에 감추어서 빈약한 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다시금 암시장에 팔아넘기고 그 대금을 전리품 삼아서 영주들끼리 노나먹는 일 또한 있었다. 아마, ‘로멜리아 가家’ 또한 그런 야욕의 희생양이 되었을지 모른다.

전대 가주가 속절없이 당하고. 이후에 국내를 여행하던 와중에 그 후계자인 두 아가씨가 죽었다면 말이다.


변방의 힘없는 가문이란 그런 법이었다. 이 시대는 아직도 야만스런 흔적들이 남아있다. 선진화의 물길이 군데군데 있기는 했지만. 그건 일부였고. 비율을 따지자면 당연히, 전근대 사회의 그것이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콘란드 대륙은.


인간들끼리의 문제만 셈해도 그런 꼴이었고. 거기에 온갖 자연 재해나 몬스터들의 문제를 추가하면 더욱 답이 없어진다.


플레이어들은 그런 곤란한 시기에 내던져졌다. 어떤 선택을 하고, 각국과 각 지역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가 플레이어들에게 제시된 문제였고.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 답을 제출해야만 했다. 무슨 퀘스트를 깨고. 이 작품 속 호스트인 NPC들에게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내역 자체가 콘란드의 역사가 되어가게끔 지어진 게, 이 비련시 온라인이었다.


알사드 대공이 ‘선의善意’를 가장해서 여태까지 데려오고 있었던 여러 재능 넘치는 고아들,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도 그런 사업의 일부였다. 사실은.

알사드가 ‘도와주었다’라고 기억하고 있는 검은 늑대단의 단원들이 많았지만. 개중에는 알사드 가문에서 꾀하고 있던 속 검은 사업이 발단이 되어서 그들의 인생에 큰 해악이 된 케이스가 종종 있었다.

발단이 어떻게 되었건, 알사드 대공으로서는 질좋은 초인 병력의 견습생들을 얻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므로. 그가 딱히 밝히지는 않는 일이었지만.


본부에서 일을 보며 다양한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행정관’들에게는 은밀하게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모든 행정관들이 알지는 못했고, 일부의 인원들이 안다.


‘루드’는 그 정도로 상세하고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세르게이 알사드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고, 그가 행하는 일의 방식을 알고 있었기에. 간접적으로 확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쨌건 세르게이 알사드는 드러나지 않은 해악이요 거대한 문제였다. 산슈카 국내에 있어서도, 필리아의 중부 지방에 있어서도 말이다.


그리고 수완이 대단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왕실은 세르게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현재의 왕, 벨케임 왕이 다소 둔한 탓도 있었다.

그가 ‘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꼭 국왕의 무능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대고가四大古家’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가 생각보다 큰 탓도 있으리라. 그건 단단하고 견고한 결속이다.


산슈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가장 오래된’이라는 말이었고. 그 길고 긴 역사를 함께 겪어온 가문들 간에는 일반적인 상리를 초월하는 유대감이 있었다. 그건 산슈카의 ‘역사와 정통’에 대해서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는 이들이 가지게 될 유대감이었다. 물론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의 경우에는 없는 것이었고.


벨케임 사슈나 7세의 경우에는 명확하게 갖고 있는 자부심이었다.


알사드 가가 섣불리 멍청한 짓을 할 리 없다. 라는 막연한 신뢰감이 일을 이토록 키웠을 수도 있다. 사슈나와 알사드 가문 간의 연계는 아주 오랜 신뢰의 역사였으니까.

로멜리아는 세월이 흘러 한미해졌고. 또 변방에 위치하며 중앙 정계와는 거리가 멀어졌기에 눈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이었지만. 여태까지 세를 유지하면서 산슈카의 내치內治에 개입해 온 알사드는 왕실의 든든한 벗이자 우군이었다.


선대의 덕이나 공功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번 알사드와 벨케임 사슈나 6세 간의 우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게, 지금의 알사드와 사슈나 가문간의 관계성이니까. 세르게이는 그 점을 잘 이용했다. 여태까지 그런 것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구는 게 그의 연기가 추구하는 방향이었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의 신뢰를 사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경계를 사지 않는 일이었지.


두 이야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지나치고 대단한 신뢰와 가까운 관계성은, 결국 어떻게든 상대의 시야 안에 들어가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세르게이는 ‘사고를 치지 않는’, 그저 게으른 대공이라는 이미지를 굳혀가면서 뒤로 활약을 했다.


남몰래 사병력을 확증했고, 그것을 왕실에 알리지도 않았다. 그의 병력들은 정해진 인원을 제외하고는 외부에 알려지는 기록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언제나 바깥에서 일을 했다. 임무 중인 검은 늑대단들이 그러하듯. 외부 임무를 맡은 대공가의 병력들이 알사드의 문장을 내세우는 일도 없었다. 그건 철저하게 금지된 일이었으니.


있는 듯 없는 듯. 산슈카의 내부에 존재하는 철저한 비밀조직. ‘알사드 대공가’의 다른 이름이었고, 그것들의 수장이 세르게이 알사드라는 인물이다. ‘게으른 대공’은 참으로 천재적인 이명이자 이미지Image였다.

그저 무능한 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세르게이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고.


세르게이 알사드가 서부 화신 사막의 부족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나열하면 입에 담기도 힘들고. 일일이 세기도 힘들 것이었다. 그가 죽였던 수많은 사람의 대다수가 그 쪽에 있었으니까. ‘기록’에 잘 남지 않고. 또 여러 왕실들과 정식 수교를 맺지 못한 집단이라는 게 그런 법이었다. 악의에 노출되기가 쉬웠다.


이 시대에 ‘대중大衆’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의 눈이 닿지 못하는 곳들. 세르게이는 악랄하게 그런 곳들을 털어먹었고. 재산과 함께, 인간의 몸뚱이나 생명까지도 거래 상품으로 삼으면서 여러 범죄 조직들을 운영했다.


‘대공가’가 후원하고 있는 여러 개의 가문들이 또한 있었다. ‘정통파’에 속한 이들 중에서 특심特心한 야욕을 갖고 있는 작자들이 있었으니.

‘운트 작힘 백작’ 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알사드는 가장 먼저 정통파에 속한 이들 중에서 자신의 말귀를 잘 알아먹을 사특한 인간들을 기용했고. 나아가서는 중립파와, 신진파의 인물들까지 포섭을 했었다. 직접적으로 할 때도 있었고. 그의 휘하에 있는 다른 인물들을 기용해서 할 때도 있었다.


결국 ‘돈’과 ‘실력’을 보여주면 속이 검은 작자들은 쉽게 따라오는 법이었다. 그에게는 강대한 기사단과 술사들, 오랜 역사로 이어져 내려온 아티팩트들이 있었고. 긴 시간 가문을 휘어잡고 힘을 길러오면서 특수 전력들의 몸집을 비대하게 키워두었다.


내외국의 범죄 조직들과 결탁하면서 남몰래 운용하고 있는 재력 역시 왕실의 그것과 비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해졌다. 혹은, 현재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국고 속의 재화보다 더 많을 지도 몰랐고.


왕실이 돌리고 있는 산슈카 전역의 돈보다 많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대단한 부분이다.


정확히 ‘대공가家’를 뜻하지는 않아도, 그 언저리에 있는 어딘가가 주인이라는 티를 내면서 긴 기간 여러 괴물들을 끌어들였다. 운트 작힘처럼, 마음 속에 독사가 들어 있는 괴물들 말이다. 심지어 작힘 백작이 신진파였던 것처럼, 현재의 정치적 세력도와는 상관 없이 공격적으로.


인접국, 타국의 고관 대작들과는 깊은 연을 맺지 못했지만. 적어도 최고위는 아니어도 중위에 있는 신하나 귀족들과는 긴밀한 연을 맺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모두 ‘그럴싸한’ 먹잇감을 던져주었다. 돈이던 사람이던, 마약이던 나라에서 금기시 하는 여러 물품들이건.

욕심에 눈이 먼 작자들은 멍청하게 굴기 마련이었고. 생각보다 세르게이의 생각대로 여태까지 일이 잘 굴러왔다.

그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고, 그가 터뜨릴 여러 가지 일들의 여파를 최대한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매개들이었다.


결국 키 포인트는 ‘산슈카’국이 보유하고 있는 오랜 물건이다. 정통성을 가장 부정하는, 사이코패스인 그가 가장 매달리고 있는 게 ‘역사적 유물’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이기도 했다.


루드는 그런 길고 거대한 서사의 전모를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강 ‘어느 정도의 크기이겠구나’, 짐작은 한다. 세르게이 대공이 가끔씩 보여주는 면모들로 인하여.


자신이 그 계획의 어느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것인지도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공의 심기가 거슬려진다면.

아마 행정관이던 뭐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당장은 아니어도, 대공은 머릿속에서 무수한 인간들을 부릴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인간이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사지死地로 발령을 받아 죽을 수가 있다.


툭,


루드는 원형의 나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게오르그 후딘. 그리고 히베 유란.


두 사람이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거, 잘못 되고 있는 거 아닐까 지금.


지금이라도 대공가의 전력을 제대로 동원해서 척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공가의 앞마당에서 중진이자 간부급 둘이 죽임당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자 장면이었다 그건. 루드에게.

행정관은 돈과 사람, 계획을 다룬다. 그것들이 무너지고 손실이 났을 때, 가장 큰 책임을 무는 것도 행정관들이다.


루드는 잘 되리라 여겼던 자신의 미래가 어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머리가 좋은 인간이니까. 상황이 틀어졌을 때의 미래를 짐작하는 것도 남들보다 훨씬, 아주 빠르다.


그것도 제법 선명하게 그의 눈앞, 머리 위 부근에 나타난다. 루드의 뇌는 초AI, 만물박사가 제법 성능이 좋은 것으로 세팅을 해두었다. 설정값에 의하면 그는 적어도 영재는 되는 부류였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천재가 될 수도 있었고.

물론 물리적인 재능이 인생에 있어 절대적인 요건이 되지는 않는다. 천재도 얼마든지 비참하게 죽는다. 삶의 지혜를 깨달은 둔자가 명석함을 자랑하는 천재보다 더 행복하게, 오래, 잘, 살기도 하는 것이 세상의 진실이다.


루드는 착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포기한 인물이다. 그러려고 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것이 이미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을, 청년은 알지 못한다. 혹은 알았으나 인지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그가 세팅된 처음, 혹은 루드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계획되었을지 모르는 불안한 미래가 점차 현실로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건 또 제냐 킴이라는, 선악 수치를 제법 잘 가꾸어 온 어느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한 미래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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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234. 소란의 끝 24.03.23 14 1 19쪽
234 233. 쟈섹의 고민 24.03.22 13 1 16쪽
233 232. 달밤의 요란 24.03.20 18 1 14쪽
» 231. 비극, 누군가의 입장 24.03.20 12 1 12쪽
231 230. …아직도? 24.03.20 14 1 12쪽
230 229. 좋은 밤 24.03.19 13 1 16쪽
229 228. 괴물의 위용에 대하야 24.03.19 16 1 13쪽
228 227. 구조하러 온, 괴물 24.03.19 17 1 16쪽
227 226. 대립 24.03.19 14 1 14쪽
226 225. 술사조 조장 24.03.19 12 1 11쪽
225 224. 부부단장, 히베 24.03.18 15 1 24쪽
224 223. 작게 숨을 내뱉었다. 24.03.17 16 1 23쪽
223 222. 누구의 끝, 그 다음 24.03.15 17 1 16쪽
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9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7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217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4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8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5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6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20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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