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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모 님의 서재입니다.

삐뚤 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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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모
그림/삽화
시인 소설가 가재모
작품등록일 :
2023.12.26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8 09:06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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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642

작성
24.02.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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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열 형제, 본격적인 서해안 꽃게 잡이 참여

DUMMY

시인/소설가 가재모의 13회차/ 삐뚤 빼뚤


가재모(장편 소설집, "얼레리 꼴레리" 저자)



꽃게는 1년에 잡는 시기가 5개월 뿐이다.



특히 봄 꽃게를 최상품으로 치기 때문에 선원도 선장도 쪽 잠을 자면서 양망과 투망을 끝임 없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제철을 맞은 봄 꽃게는 안흥항 위판장에서 하루 대여섯 번 정도 경매가 이루어진다.



암 꽃게 최상 품의 가격은 1kg에 6만 원까지 호가하는 비싼 어종이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팔도록 인기가 높은 것은 봄철 암 꽃게의 ‘천하 일미’의 맛 때문이다.



소위 ‘밥도둑’이라고 불리는 게딱지 구석구석에 황금 색의 알로 가득한 간장 게장과 된장을 풀어 끓인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맛의 꽃게 탕은 ‘사람 죽인다.’는 최고의 별미다.



옛날부터 “길 떠나는 나그네, 꽃게는 쳐다 보지도 보지 말라”는 속담은 먼 길 정처 없이 가던 나그네의 발길도 멈춰 세울 만치 꽃게의 유혹은 강력하다는 뜻이다.

-------

이날은 류일열과 류이열 형제가 류항목 선장의 배를 타고 서해안 안면도와 마금포 해역에서 꽃게 잡이에 나서는 날이다.



류일열 형제는 금요일 오후에 도착해 류항목 선장을 초대해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들면서 꽃게 잡이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꽃게 맛은 봄철이 최고지. 동생들도 들어봐서 알겠지만 제철 꽃게는 짭조름 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일품인 데다가 필수 아미노산과 칼슘, 특히 타우린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어. 어부들은 꽃게 성어기인 4월 초부터 통발 등을 구비한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거야. 보통 어선의 규격에 따라 10-20명의 선원들이 풍랑 주의보가 뜨거나 기계 고장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육지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에 꽃게 잡이 조업을 계속 이어 거는 거야. 이런 패턴으로 꽃게 잡이 어로 작업은 6월 중순인 금어 기까지 계속되지. 평균 약 4000개에서 7천 여 개의 통발을 준비해 15군데에서 20개 군데 이상의 어장에 통발을 내리고, 다시 올리는 소위 양망과 투망 작업이 반복되는 거지. 통발로 꽃게를 잡는 일은 거센 파도를 헤치는 것은 물론이고 배가 고장 나는 상황이나 목숨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도 계속된다는 말이지. 첫날은 새벽 5시 집합해서 목표 어장으로 출발할 거야”



“류이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 형님 2박 3일인데 늦은 밤에 몇 시에 작업이 끝나며 잠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나요?”



“아 그거 하루에 4시간에서 4시간 반 정도 쪽 잠을 자야만 하고 작업 재개하게 되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고된 육체 노동을 강인한 인내심으로 극복해야 하네. 어부들은 흔히 꽃게 잡이 현장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니까 단단히 각오를 해야 되네.”



걱정과 염려는 류일열도 마찬 가지였다.



“전쟁이라니 겁나네요.”



“너무 겁 먹을 필요 없어. 닥치면 다 해내게 되어있어.”



류일열이 이번에 올라 탈 어선은 류항목 선장이 운용하는 것으로 지난번 갈치 잡이 배 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선원만 열다섯 명이었고 외국인과 초보까지 절반이 넘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추진되는 꽃게 잡이는 중간에 운반선 2-5척이 교대로 꽃게 잡이 어선과 육지를 오가며 꽃게를 운반하고 쌀과 반찬, 물 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하루 투망 되는 통발의 개수는 무려 4,000개. 양망과 투망 작업은 분업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꽃게잡이 선원의 출결 확인 작업이 끝나자 승선 전에 앞잡이, 통털이, 잇감, 게발 등 4개의 작업팀으로 나눠서 적정 인원을 배정했다.



‘앞잡이’ 팀은 통발을 건져 올리고 줄에서 분리하는 일꾼이었다.



‘통털이’ 팀은 잡아 올린 꽃게를 통발에서 털어내는 작업자였다.



‘잇감’ 팀은 통발 안에 미끼를 넣는 작업자를 말한다.



‘게발’은 꽃게의 집게 발을 가위로 하나 하나 자르는 일꾼이었다.



이렇게 나눠진 작업 팀이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쉼 없이 조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운 좋게 만선 풍어를 맞아 안흥 앞 바다에 풍악이 울려 퍼질 것을 꿈꾸며 출어에 나서는 꽃게 잡이 고참 선원들의 이야기는 류일열 형제 같은 초짜들에게는 흥미진진했다.


류항목 선장이 최고 고참 대우를 해주고 있는 홍사율은 고등학교 졸업하자 매냥 놀 수는 없어서 막 노동인 건축 현장이며 중국집 요리사까지 이일 저일 다해 보다가 결국 꽃게 배를 타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한 번 꽃게 잡이를 나가면 어지간히 나쁜 날씨가 아니고 서는 3개월 동안 항구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



바다 위에서 먹고 자며 쉴 틈 없이 일하다 가끔 땅을 밟았다고 한다.



"한 3개월쯤 일하다 보니 죽을 고생으로 인해서 몸이 견디지 못했어요. 파도가 세면 꽃게가 많이 잡힌다는 속설이 있어요.그런데 위험 부담으로 일반적으로 파도가 너무 센 날은 안 나가지요. 류항목 선장은 합리적인 분인데 내가 그전 선박 회사에 있을 때 그 배 선장은 겁이 없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라 그런 리스크를 안고 바다로 곧장 나가곤 했어요.파도가 거친 날은 파고가 4미터에서 5미터나 되거든요. 그런 파도가 다가오면 큰 절벽 하나가 다가오는 느낌에 심장이 오그라들지요. 그 파도가 배전을 치면 뱃전이 물 바다가 돼버려요. 참으로 공포스럽고 무섭지요.나는 교회 신자가 아닌데도 하나님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왔어요.그래서 밧줄로 몸을 기둥에 단단히 묶어 놓고 일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류항목 선장은 그런 모험은 하지 않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뱃일한지 5년 차라는 박광호도 끼어들었다.



“내가 이전에 다른 선사에 있을 때 태풍급 강풍으로 파도가 흉용해서 작업하던 팀원들이 뱃전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상황을 그 배 선장에게 보여 줘야만 마지못해 철수하는데 우리 류항목 선장은 강풍이 불어와 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하면 자신이 선제적으로 철수를 독려한다고 말했다.”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홍사율이 류일열 형제를 비롯한 초보자들을 위해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바다 위에도 엄연한 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에 선원법이나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입니다.그러나 실제로는 법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구석들이 태반입니다. 선원들은 '보합제'라는 일종의 성과급제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먼저, 전체 어획량을 토대로 계산한 수입에서 어선을 운영하는데 든 경비를 제합니다.나머지 금액에서 선주가 50%, 선장과 선원들이 50%를 가져 가는구조입니다.어획량에 따라 수입이 변하는 것이지요.”


류일열이 홍사율에게 물었다.



”선원의 경우에 한달 급여가 평균해서 얼마나 됩니까?”



“아 그거요. 선주는 처음엔 대박을 칠지 쪽박을 깰지 예측할 수 없는 마당에 도박을 걸지요. 많이 잡으면 많이 주겠다고 선언하지요. 그러면 선원들은 기를 쓰고 뼈가 빠지도록 수고 해서 어창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운이 좋게 여러 번 만선을 하게 되면 말단 선원도 한 달에 600만~700만 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의 하나 예기치 않는 선원이 부주의로 사고를 당해 죽게 되면 보상금은 선주와 선원들이 경비로 분류해 각자 분담을 해야 하므로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뱃사람이 바다에서 죽고 사는 것은 병가지 상사로 치부하기 때문에 사망 사고를 당해도 피해 가족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울고 불고 하는 일이지 다른 사람들은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때 박광호 선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바다에서만 사고 납니까? 인구 대비를 해도 사고는 육지에서 더 많이 나겠지요. 교통 사고로 죽고 부상 당한 사람이 더 많겠지요. 자살하는 사람도 육지가 당연히 많겠지요.”



“그 말은 맞는 말 같습니다. 나도 아직 까지 배를 타고 가다가 자살하는 사람을 본일이 없습니다. 아무튼 사망 사고를 당해서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작심 3일이 예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꾸역 꾸역 배에 다시 올라타게 됩니다.”



류일열이 맞장구를 쳤다.”



“그게 바로 바다 중독입니다.”



지난번 갈치잡이에 함께해 친해진 홍사율이 류일열에게 자기 경험담을 털어놨다,



“서해안 뱃일을 하다 보면 중국의 어선과 싸움이 나서 육박전도 벌어졌고 서로 회 칼을 들고 죽인다고 옥신각신 했던 적도 몇 번 있었어요. 또 언젠가 뱃전에서 통발 던지던 팀원의 발이 밧줄에 걸리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간신히 건진 적도 몇 번 있었지요.. 제일 무서운 것은 태풍과 맞서 싸웠던 경험이었어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하고 나니 그다음엔 세상에 무서운 게 별로 없었어요. 뱃사람들은 성난 파도와 싸우다 보니 사람들이 거칠지만 거친 만큼 밤 잠자리에서도 거칠게 자기 마누루라이든 애인이든 간에 여자를 잘 다루다 보니 술집에 가면 나를 보고 선장이 아닌데도 마도로스 홍이 왔다고 반기지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뱃사람들은 전쟁터의 전우애 같은 뜨거운 우정과 의리가 있다고부러워합니다.”

--------------

류항목 선장이 꽃게잡이 조업은 일이 힘들 거라고 사전에 류일열 형제에게 이야기를 해줬지만 실제 선상에서 이루어 지는 작업은 힘에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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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 원양 참치잡이의 신지평 열려 24.02.18 7 0 7쪽
14 운좋게 통발에 두서 마리씩 연달아 나오는 꽃게에 선장과 선원들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고 24.02.10 8 0 8쪽
» 류일열 형제, 본격적인 서해안 꽃게 잡이 참여 24.02.05 7 0 10쪽
12 손인자 시어머니인 박금순을 "엄마"라고 부르고 24.01.30 9 0 9쪽
11 류준수 예증없이 전립선암으로 판명돼 적출 수술 받아 24.01.28 6 0 10쪽
10 류광석이 뱃일을 시작했고 손인자는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류준수를 극진히 모셔 24.01.25 10 0 10쪽
9 죽마고우인 양가 부친의 약속대로 류광석와 손인자 백년가약 24.01.21 11 0 11쪽
8 크리스마스 이브, 짝사랑 고백한 여자 침대에 눕혀 놓고도 노터치 24.01.18 12 0 10쪽
7 류일열 형제, 서툴렀지만 묵직한 손맛과 순은 빛 갈치들이 줄줄이 낚여 올라와 24.01.09 10 0 9쪽
6 류일열 형제, 류항목 선장의 배 타고 주꾸미 잡이 나서다 24.01.04 8 0 8쪽
5 류일열 형제의 주꾸미 잡이 일정이 잡히고 류광석의 미망인이 뱃일에 참여키로 24.01.02 8 0 7쪽
4 운명의 장난처럼 류일열 형제는 친척 형인 선장으로부터 뱃일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 나간다 23.12.29 10 0 9쪽
3 류일열, 류이열 형제가 대형 선사 선장인 류황묵으로 부터 하나 하나 뱃일을 익혀 나가 23.12.27 12 0 10쪽
2 류준수는 죽은 아들이 빌린 돈 대신에 중고배를 동생 류학수에게 반환하다. 23.12.27 11 0 9쪽
1 귀어촌한 류광석 콘파스 태풍으로 떠내려 가는 배 붙잡으려 다가 심정지로 귀천 23.12.27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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