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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모 님의 서재입니다.

삐뚤 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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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모
그림/삽화
시인 소설가 가재모
작품등록일 :
2023.12.26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8 09:0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18
추천수 :
0
글자수 :
169,642

작성
24.01.1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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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크리스마스 이브, 짝사랑 고백한 여자 침대에 눕혀 놓고도 노터치

DUMMY

8회차/삐뚤 빼뚤


가재모




수능 이후 대학 입시 발표도 끝났고 졸업을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그해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몇일 3일전 까지만 해도 겨울 답지 않게 영상의 온화한 날씨가 계속 되었다.



거리 큰 상가와 교회 건물마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튜리에 오색 조명이 아름답게 명멸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짓날, 옛날부터 동지는 가족 모두의 건강과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옛날에는 한국에는 지금처럼 현대식 병원과 약국이 없었고 당시에는 각종 전염병이 창궐해서 줄 초상을 치르는 예가 허다했다.



그래서 동짓날에 어머니들이 붉은색의 팟죽을 자식들에게 먹이며 건강히 자라기를 바랬던 것이다.



반대로 자식들이 공손하게 조부모와 부모들에게 올리는 팟죽은 다가올 소한과 대한의 매서운 한파를 넉넉히 이기시라는 염원이 담긴 간절한 효심의 표현이었다.



아무튼 손인자의 고향에서도 붉은 팟죽을 쒀서 가족들과 나눠 먹었다.



그런데 기상대의 예보와 같이 12월23일 밤부터 북극 권의 한냉 기류가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충청도에도 영하 10도 아래로 수은주를 끌어 내려 갑자기 한파가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부터 찌뿌렸던 날씨는 오후부터 문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온 산하를 순백색의 면사포로 뒤덮을 기세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누구든 처녀 총각이면 설레이기만 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새벽 일찍 눈을 뜬 손인자는 입시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인자는 자기방 커튼을 살짝 제키고 밖을 내다보니 예기치 않게 흰 눈발, 그것도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에 가슴까지 괜히 싱숭 생숭해졌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눈 발이 너무 커서 30미터 이상은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손인자는 눈 내리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동안 짝사랑했던 동급생 류일열의 모습이 침전해 있던 가슴 속에서 불현듯 눈발 처럼 다가오기시작했다.



더구나 손인자는 최근 자기 아버지, 손석봉이 의형제처럼 자별하게 지내왔던 류광석의 아버지, 류준수간에 애들이 성장하면 양가가 미래 사돈이 되기로 은밀하게 언약을 해왔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류준수가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 서울 큰 병원까지 오르 내리면서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류준수는 암진단을 받으면서 자기 멘탈이 허약해져서 하루라도 빨리 손인자와 류광석의 약혼과 혼인을 서두르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손인자는 고등학교 2년 선배인 류광석 보다는 같은 반의 반장이며 류광석의 사촌 동생인 류일열을 1년 이상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엄한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지 류일열은 그런 손인자의 애틋한 첫사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무덤덤하게 대했던 것이다.



류일열이 자기를 다른 여학생에게 대하듯 차갑고 무덤덤하게 대했기 때문에 손인자는 그럴 때마다 애 간장을 태우기가 일수였다.



손인자는 다른 반였지만 단짝 여자 친구인 성인순과 크리스마스이브에 눈내려 서정적 풍치가 그림 속같은 저녁에 읍내 닭튀김집에 들어갔다.




통닭 한 마리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반 마리씩을 시켜 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손인자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류일열이 자기 단짝인 황순구와 같이 둘이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졸업 말년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다른 좌석에 잡았다가 여학생측에서 합석을 제안하자 순순히 응해줬다.



남자들은 통닭 한마리씩을 시켰고 남자들끼라만 마실 수 없다면서 500짜리 생맥주 4잔을 시켰다.



손인자는 짝사랑 상대인 류일열과 마치 무슨 운명처럼 마주 앉게 되었다.



주문한 튀김 닭과 생맥주가 나오자 류일열이 생맥주 잔을 들어 건배를제안했다.



류일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위하여! 하고 선창하면 다같이 ‘위하여!’로 복창하겠습니다.”한 뒤에 선창과 복창이 이어졌다.



생맥주를 남자들처럼 따라서 마시다 보니 여자들의 얼굴이 선홍 빛으로 곱게 물들어 갔다.



그동안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여학생들 입장에서는 남녀간 학생들 끼리 오손도손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눴던 경험이 없던 터라 모두가 달 뜬 기분이었다.



더구나 맥주를 마셔서 취기까지 오르니 속에 있던 말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누구는 누구와 짝궁이고 누구와 누구는 목하 연애중이라는 말까지 터져 나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성인순이 손인자한테 다짜고짜로 질문을 던졌다.



“야 손인자 네가 속으로 짝사랑한 애가 너희 반 누구냐?”



손인자가 얼굴이 더욱 빨개져서 머뭇머뭇 하다가 술기운으로 답했다.



“바로 내 앞에 앉은 애잖아.”



“저런 세상에...이건 운명 같다. 아니 그럼 류일열 너는 눈치도 못 챘냐?”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 애가 나를 짝사랑 하는지 전혀 몰랐어.”



황순구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깐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게 짝사랑이지 안 그렇냐? 왜 등 뒤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거 있잖아?”



성인순이 거들었다.



“ 이 바보! 천지! 쑥맥아. 같은 반 남학생인데 그런 고백도 못하고 너 혼자 엎치락 뒤치락했냐? 이 바보야.”



“야! 성인순 너나 나나 피장파장이야. 너도 짝사랑 고백 못해서 오늘도 나와 둘이 여기서 만났잖아.”



성인순은 손사래를 치면서 반박했다.



“그건 아니고 나는 고백을 했지 그런데 그 애가 제 애인이 벌써 따로 있다는 거야. 한번 제대로 채였지. 그래서 혼자인 거야.”



황순구가 화랑도 정신이 발단했다.



“그거나 저거나 십보 백보다. 성인순 너 나하고 한번 정식으로 사귈래.”



성인순이 갑자기 얼굴이 붉디 붉은 홍당무가 되어 고개만 끄덕였다.



생맥주 두 잔씩을 다 마시고 나니 여자들이 혀가 꼬부라지고 자세가 흩트러지기 시작했다.



류일열이 좌석 정리에 나섰다.



류일열이 퇴김 닭값과 맥주 값을 정산하고 자리로 돌아와 남자들이 여자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류일열은 많이 취기가 오른 손인자를 부축해서 택시를 잡으려 했으나 쌓인 눈 때문에 택시가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가까운 모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한 50미터 전방에 모텔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눈에 보였다.



류일열이 손인자의 어깨를 부축해서 데리고 가는데 갑자기 손인자가 발을 잘 못 딛어서 눈 위에 큰 대자로 나딩굴고 말았다.



마침 바지를 입었기에 망정이지 치마를 입었으면 망신을 당할 뻔했다.




이때 류일열은 손인자를 부축해서 걸리기 보다 차라리 업고 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단 손인자를 등에 업었다.



류일열은 모텔에 도착해서 방을 잡아 침대에 그녀를 외투만 벗겨서 누이고 이불을 덮어 주고 10시 반경까지 기다리다가 먼저 간다는 메모 한장을 남기고 카운테에 내려와 정산을 했다.



그리고 여주인 한테 손인자를 잘 부탁한다고 하고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손인자가 11시 반경에 맥주를 많이 마셔 화장실에 가고 싶어 일어났는데 침대 옆을 보니 하얀 쪽지가 눈에 띄었다.




내용을 보니 류일열이 쓴 쪽지였다.



술이 과하게 취한 자기를 모텔 침대에 눕혀 놓고 지켜보다가 10시 반경에 자기 집으로 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기 아랫 도리를 보니 낮에 입었던 바지와 혁대가 아무런 변함이 없었고 위 옷, 외투와 모자만 옷장에 가지런하게 걸려 있었다.



류일열은 자기 첫사랑이라고 고백까지 한 손인자를 눈길을 마다하고 자기 등에 업고서 모텔 침대까지 눕혀 놓고 이불까지 덮여주고는 휑하니 자기 집으로 가버린 류일열이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은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해서 눈에서 넘어져 다리가 불편해 혼자서 읍내 여관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들어 가겠다고 전화를 하고 바로 침대에 누었다.




술이 아직 덜 깼는데도 금방 잠이 오지 않았다.




술김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기가 류일열에게 첫사랑을 고백했던 가슴 떨렸던 기억이 생각났다.




작심하고 마신 술에 취해서 류일열의 부축을 받으며 서있다가 다리를 헛딛어서 뒤로 홀랑 넘어져 엉덩이가 얼얼했던 느낌도 생각났다.




그리고 류일열이 자기를 등에 한참을 업고 모텔로 들어가 방을 잡고 침대 위에 자기를 눕히고 외투와 상의를 벗긴 다음 이불까지 덮어주고 잠시 옆에 있었던 것까지 어렴푸시 생각났다.




그 다음 류일열은 자기 손 한번 잡아주거나 입술은 고사하고 볼에 입맞춤 한번도 해주지 않고 이후에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취기가 확 올라와서 그만 잠들어 버렸던 같았다.




손인자는 속으로 "아무리 목석 같은 인간이라도 첫사랑을 고백까지 한 여자를 업고 모델 침대에 눕혀 놓고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면 그게 다 큰 남정네인가?"하는 회의가 들었다.




손인자는 속으로 "남자가 클 것 다 컸을 것이고 자랄 것 다 자랐으면 자기 자신이 처녀를 업어다가 침대에 눕혀 놓았으면 발동이 걸리는 게 정상이 아닌가? "라고 자문자답했다.




자기가 아무리 교장 아들이라고 해도 남자면 의당 호기심이 발동 했을것인데 자기를 짝사랑했다는 처녀의 섬섬옥수도 안 잡아보고 입술도 한번 대보지 않고 갔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보다는 섭섭한 감정이 앞섰다.




손인자는 천장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 바보, 천치, 쑥맥. 목석같은 인간아! 엿이나 먹어라. 에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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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 원양 참치잡이의 신지평 열려 24.02.18 7 0 7쪽
14 운좋게 통발에 두서 마리씩 연달아 나오는 꽃게에 선장과 선원들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고 24.02.10 8 0 8쪽
13 류일열 형제, 본격적인 서해안 꽃게 잡이 참여 24.02.05 7 0 10쪽
12 손인자 시어머니인 박금순을 "엄마"라고 부르고 24.01.30 9 0 9쪽
11 류준수 예증없이 전립선암으로 판명돼 적출 수술 받아 24.01.28 6 0 10쪽
10 류광석이 뱃일을 시작했고 손인자는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류준수를 극진히 모셔 24.01.25 10 0 10쪽
9 죽마고우인 양가 부친의 약속대로 류광석와 손인자 백년가약 24.01.21 11 0 11쪽
» 크리스마스 이브, 짝사랑 고백한 여자 침대에 눕혀 놓고도 노터치 24.01.18 13 0 10쪽
7 류일열 형제, 서툴렀지만 묵직한 손맛과 순은 빛 갈치들이 줄줄이 낚여 올라와 24.01.09 10 0 9쪽
6 류일열 형제, 류항목 선장의 배 타고 주꾸미 잡이 나서다 24.01.04 8 0 8쪽
5 류일열 형제의 주꾸미 잡이 일정이 잡히고 류광석의 미망인이 뱃일에 참여키로 24.01.02 8 0 7쪽
4 운명의 장난처럼 류일열 형제는 친척 형인 선장으로부터 뱃일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 나간다 23.12.29 10 0 9쪽
3 류일열, 류이열 형제가 대형 선사 선장인 류황묵으로 부터 하나 하나 뱃일을 익혀 나가 23.12.27 12 0 10쪽
2 류준수는 죽은 아들이 빌린 돈 대신에 중고배를 동생 류학수에게 반환하다. 23.12.27 11 0 9쪽
1 귀어촌한 류광석 콘파스 태풍으로 떠내려 가는 배 붙잡으려 다가 심정지로 귀천 23.12.27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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