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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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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31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6.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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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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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코레의 숲 (1)

DUMMY

로톤이 가리킨 곳엔 던컨이 말한 궁전 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입구에서 봤던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나무에, 똑같은 썩은 풀들만 자라있는 풍경만 계속 보일 뿐이었다.



라마렌이 로톤을 향해 속삭이듯 말하였다.


“로톤, 이거 미로 같은 거 아냐···?”

“흠··· 몇 년 전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당황스럽군.”



그 때, 쐐액- 하며 어디선가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눈에 들어온 건 머리에 갓 같은 것을 쓴 소녀였다.


그녀는 나무를 방패 삼아 몸을 숨긴 채, 숲의 초입부터 줄곧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언젠가부터 매우 티 나게 따라오기 시작했었다.



‘누굴 위한 은신인지···. 게다가 저 머리에 있는 갓은 대체 뭐고.’


나는 도움을 요청하듯 그녀를 불렀다.


“저기 꼬마야! 우리가 길을 잃었는데, 숲 안으로 들어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혹시 아니?”

“······.”


갓을 쓴 소녀는 내 목소리를 듣자 황급히 나무 안으로 몸을 숨겼다가 왼쪽 얼굴만 살짝 내민 채 가만히 있었다.



혹시 쓰는 용어가 달라 소통이 안된 걸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소녀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검은 물웅덩이가 있는 남쪽 방향을 가리켰다.


로컬이 하는 말이니. 우리는 소녀의 말대로 그 방향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고마워!”




나와 일행은 모두 검은 물웅덩이를 밟고 남쪽을 향해 걸어갔고, 그 순간 소녀가 대뜸 그로테스크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


타 언어인 듯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 섬뜩한 괴성이 몰고 올 폭풍은 피부로 여실히 느껴졌다.



괴성이 숲 전체에 울리자 나무 위에서부터, 수풀 사이사이 방 금전 소녀와 동일하게 머리에 갓을 쓴 이들이 속속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어두운 숲 내부로 인해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 거대 박쥐 떼처럼 보이기도 하여 공포감은 배가되어 갔다.




위기감을 느낀 로톤이 소리쳤다.


“뛰어!”


우리는 정신없이 나무숲 사이를 뛰기 시작하였다. 두 다리의 종착지가 이제는 왕궁이 아닌, 숲의 출구이길 바라며 냅다 뛰었다. 숨은 점점 차오르고, 장시간 걸음으로 인해 다리가 욱씬거려 힘이 빠져갔다.




브륄레가 로톤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수염 아저씨! 아까 그 터널 같은 거 좀 빨리 만들어봐!!”


로톤은 무기로 사용할만한 유물을 찾는 듯 정신이 없어 보였고, 라마렌이 대신하여 그녀에게 답해주었다.


“누나! 포탈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열어야 돼! 잘못하면 우리들 몸이 분해될 수도 있어.”


르뱅이 우는 소리를 내었다.


“실용성 없다 냥!!!”




내 팔찌도 적들이 온통 나무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젠장! 전설급 유물이라면서 기능은 하등 쓸모가 없네!!’


그때, 별안간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수히 많은 무언가가 일제히 땅에 박혀나갔다.



그 수가 워낙 많아서, 처음에는 웬 나뭇가지가 떨어진 건가. 생각했는데 땅에 박힌 물건의 끝부분에 달린 깃을 발견하고 나서야 나는 이게 화살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제는 정말, 정말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끝도 없는 숲길에 이제 체력의 한계에 다다를 즈음, 팔찌로 위치를 살피던 로톤이 우리를 향해 독려하듯 소리쳤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숲의 출구다! 버텨라!!!”

“헉헉···.”




드디어 저 멀리 나무숲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고, 로톤은 포탈을 열기 위해 숨을 고르며 침착하게 반지를 돌렸다. 그리고 앞으로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무렵, 로톤이 포탈을 열기 위해 손을 펼치던 그때,



“아!!!”



뒤에서 일행의 외마디가 들려왔다. 화살에 맞은 것은 라마렌이었다. 그는 흙바닥에 나뒹굴어지듯 넘어졌고, 발목에는 화살이 스치며 생긴 자상과 함께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앞서 가던 로톤과 묘족 자매가 쓰러진 라마렌을 발견하고서 황급히 걸음을 돌렸다.


“라마렌!”



라마렌은 신 음식을 먹은 것처럼 얼굴을 구기며 한 손으로 자상의 옆 부분을 지압하듯 눌렀다.


“으··· 로톤.”



덫에 걸린 사냥감을 마무리하러 온 검은 그림자들이 머리 위에 하나둘씩 늘어났고, 더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한 우리는 두 손을 들어 항복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었다.




나무 위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길을 잘못 들어서 이곳에 갇히게 됐어요. 해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살려줘 냥!!”


삶을 위한 비장한 외침은 넓은 숲속에 길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머리 위 수많은 그림자 중 하나가 앞으로 빠르게 착지하였다.

흡사 자객과 같이 가벼운 착지를 한 이가 내 앞에 멈춰 섰다.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차고 있고, 오른쪽으로 한 번 묶어 내린 흑발에 선명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난데없이 화살을 쏠 것 같은 인상처럼 보이긴 했다.




여하간 생긴 외향이나, 기세가 남달라 무리 중 우두머리로 추측되었고, 내가 이 사람을 잘 설득하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 저희는···.”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기도 전에 그녀는 대뜸 한 손에 단도를 꺼내 쥐고서 내 목을 향해 겨누었다.


“코레님의 영역에 들어온 인간은 모두 척결이다.”

“예···?”


르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우리는 묘족이니, 해당 없지. 냥?”

“인간과 함께 온 종족도 구분 없이 척결이다.”

“오옹.....”


르뱅이 실망스러워하며 손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최대한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며 얘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 대화를 풀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 쪽으로 기회가 올 것이다. 가령 시간을 벌어 로톤이 다시금 포탈을 연다던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얽혀 있는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나가듯 차분하게 대응하였다.


“알겠습니다. 이곳의 법이 그러하다면 따라야지요. 다만, 인도적으로, 부상당한 이를 제대로 치유하고서 죄를 물은 뒤, 진행하셨으면 합니다.”


안대를 낀 우두머리 여인은 같잖다는 미소를 지었다.


“상관없어. 이미 죽음의 샘을 밟았으니, 너희는 풀어줘도 오늘을 못 넘기기고, 고통스럽게 죽을 테니까.”

“뭐?”


우리가 무언갈 밟았던가. 싶던 차에 머리를 스쳐간 것은 갓을 쓴 한 소녀의 손짓에 따라 걸어간 방향 발밑에 있었던 검은 물웅덩이였다.


‘설마 아까 밟았던 검은 물웅덩이가 그런 의도였나?’




우두머리는 손에 쥔 단도를 가볍게 돌리며 말하였다.


“타 종족이 그 샘을 밟으면 저주로 아주 느리게-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 너희는 그 고통을 이기기 어려워. 나에게 미리 목을 베어달라고 빌게 될 거야. 그래서 내가 친히 내려와 준 거고.”


나무 위에선 나머지 인원들이 낄낄거리며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패배한 용사의 비참한 말로를 구경하러 온 관중처럼.


‘그럼 숲의 출구까지 구태여 이렇게 쫓아왔던 건, 순전히 유희를 위한 것이었단 건가?’



밟기만 해도 하루를 못 넘기고 죽는 죽음의 샘.



저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진짜 여기서 죽는 건가?

탄광 내에서 총을 맞고 허무하게 죽었던 그 사내처럼?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녀는 들고 있던 단도를 집어넣고, 뒤편에 쓰러져 있는 라마렌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 부탁대로 상처는 치료해줄게. 오롯이 저주의 고통을 느끼는 데 방해만 될 테니까.”



라마렌은 처음엔 다가온 그녀를 경계하였으나, 로톤이 괜찮다는 시선을 보내자 이내 발목을 내주었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라마렌의 발목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댔고, 주위로 밝은 빛이 발하자 방금까지 피가 흐르고 있던 상처 부위가 빠르게 아물었다.


그녀가 굽혔던 허리를 펴고 일어서던 찰나였다.


“자 다 됐······ 으아아악!!!”


라마렌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고는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뒷걸음질 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몇몇 인원들이 황급히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안위를 살폈고, 개중에는 칼을 꺼내 라마렌을 겨누는 인원도 있었다.



나는 마침내 내려온 인원들의 머리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고, 이제 와보니 그들이 머리에 쓰고 있던 갓은, 갓은 갓인데, 분류하자면 버섯갓이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숲속에 있는 버섯 인간이라 있을 법하지.’


우두머리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라마렌의 얼굴을 가리키며 힘겹게 말을 뱉었다.


“어서 여왕님께···! 여왕님께 알려야 한다!!”


단말마와도 같던 그녀의 외침이 코레의 숲 내에 울렸고, 우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손과 발이 결박된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방금의 소동으로 미루어보면 당장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어쩐지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죽음의 샘의 저주는 오늘 내로 풀지 못하면 죽는다고 하였으니, 지금 우리에게 흘러가는 시간은 곧, 생명이 갉아 먹혀가는 것과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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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코레의 숲 (2) 23.06.17 12 1 10쪽
» 코레의 숲 (1) 23.06.17 11 0 10쪽
29 S급 길드 울프단 (2) 23.06.16 15 0 10쪽
28 S급 길드 울프단 (1) 23.06.15 13 0 10쪽
27 초희귀 정령의 주인이 되었다. 아마도. 23.06.15 13 0 10쪽
26 이름없는 아이 (2) 23.06.14 12 0 10쪽
25 이름없는 아이 (1) 23.06.14 16 0 10쪽
24 강아지 살리기 (3) 23.06.13 19 0 10쪽
23 강아지 살리기 (2) 23.06.12 24 0 10쪽
22 강아지 살리기 (1) 23.06.10 19 0 10쪽
21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2) 23.06.09 20 0 11쪽
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19 냥들의 침묵 23.06.05 20 0 10쪽
1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17 판도라의 항아리 (2) 23.06.03 21 0 9쪽
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15 하나뿐인 내 전우 (2) 23.06.02 22 0 10쪽
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6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3 내 이름은 현 23.05.17 89 3 12쪽
2 깡깡 23.05.16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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