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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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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3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23 20:05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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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DUMMY

나는 원통을 향해 작게 외쳤다.


“문제 없어 르뱅.”

“그럼 빨리 오라 냥!”


르뱅이 재촉하듯 말했다.


곁눈질로 뒤편을 힘겹게 돌아보았다. 간신히 보이는 것은 초록색 모자뿐이었다.


이곳에서 초록색 모자를 쓸 사람은 말단 탄광 관리인뿐일 테니.

편지 속 협박범이 바로 이 자인가?



다시금 협박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 움직이는 거 뒤에서 다 보이니. 허튼수작 안 부리는 게 좋아.”


잠자코 앞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한 후에 뒤에 있는 여자는 도면 같은 것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을 내 시야가 닿는 곳에 던졌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지금 준 거 옷 안에 집어넣어. 그 위치에서 붉은 책안에 있는 서류를 들고와.”

“넵.”


곧이곧대로 요구에 따랐다.




의문의 여성은 내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강하게 압박했다.


순간적인 압박 때문에 기침이 터져 나왔다.


“켁!”


그녀가 살짝 화가 오른 듯 말하였다.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고개만 끄덕여.”




<끄덕끄덕>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방금 준 종이는 이 저택의 평면도야. 거기 적힌 2F 서쪽 갤러리에서 붉은 책에 담긴 문서를 들고나와.”


나는 검지를 들고서 딱 한 가지 질문만 하겠다는 신호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가 사인을 알아들은 모양인지 입을 열었다.


“딱 한 마디만 해.”

“당신은 아군인가요?”

“네가 하는 일에 달려있어. 아군이 될지 적군이 될지는.”


조교와 같은 답변에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허나 확실한 사실은 이 사람이 엉덩턱 사내한테 내 푸른색 보따리를 숨겨주었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 내 목숨을 구제해줄 능력이 되는 관리인과 연 쌓아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 이후 판단의 폭은 단순해졌다.


“임무, 하겠습니다.”


조여진 힘이 점차 풀려났다.


의문의 여성이 칼을 내리고서 뒤로 물러나자 나는 쓰라린 목을 매만지며 그녀와 눈을 마주 볼 수 있었다.


단검을 손에 쥐고 있는 여성은 생각 외로 미인이었다.


머리에 쓰고 있는 초록색 베레모 아래로 윤기 있는 곤색 생머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게 보였고, 그 아래 자수정같이 맑고 깊은 눈동자가 특히나 눈길을 끄는 여성이었다.



뭔가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날카로운 인상의 누님 스타일일 것 같았는데, 막상 얼굴과 전체적인 느낌 보니 어둡고 차가우며, 낯을 가리는 타입처럼 보였다.


그녀가 내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인지 눈을 바깥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녀의 오른쪽 얼굴 부분이 보였고 입가 아래에 작은 상처가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최근에 생긴 상처 같은데.. 얼굴이 하얘서 그런가 저런 작은 상처도 눈에 띄네.’


나는 정신을 바로 잡고서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굳이 칼을 들이미신 겁니까. 이런 내용이었다면, 말로 하셔도 됐는데.”



그녀가 한쪽 팔을 반대편 손으로 잡고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에 이런 부탁을 했더니 문제 일으켰던 녀석이 있었거든.”

“혹시 갈색 장발 노예인가요?”


그녀가 놀란 듯 입가에 손을 얹었다.


“어···어떻게. 네가 오기 전의 일이었는데.”


갈색 장발 노예는 아무래도 A 구역에서 그녀와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리인과 마찰이 있었으니 C 구역으로 보내진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그녀가 원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도 어쩐 일인지 당신처럼 음식물 쓰레기 통로를 이용해 저택을 오르내리고 있었어. 이 부탁을 맡기기에 적합한 인물이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경청했고, 잠시간 대화의 공백이 생겨나자 이를 메꾸듯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 일을 시키는 이유가 뭡니까?”



내가 질문을 하자 그녀는 입을 오므렸다 폈다 반복하며 말하길 주저하였다.

자수정색 눈동자가 깊은 슬픔을 느끼며 한층 어두워졌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알 거 없어.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네 알겠습니다.”


위에서 르뱅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현! 셋 셀 동안 올라오지 않는다면 디저트 다 내꺼다 냥!”



그녀는 초록 베레모를 쓰며 이만 내게 가보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나는 동아줄을 손으로 붙잡고 위로 올라갔다.


부엌 안으로 들어서자 르뱅이 한달음에 달려와 내 정수리에 냥냥 펀치를 시전했다.


<깡!>


“왜 이리 늦게 온 거냐 냥!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 냥!”




나는 쓰라린 정수리를 짚으며 르뱅에게 아래에서 있었던 일 전부를 들려주었다.


초록색 베레모 관리인이 푸른 보따리를 숨겨주었고, 내게 지도를 주고서 저택 내로 진입해 몰래 문서를 들고 오라는 내용을 전해주었다.


르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2층 서재로 잠입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갈색 장발 머리가 왜 관리인한테 화냈는지 알 것 같다 냥”

“왜···?”


르뱅은 대답 대신 평면도를 펼쳐, 2층 서재의 위치를 손으로 찍어 보여주었다.


“여기가 아까 그 여자가 말한 서재 위치다 냥.”



평면도에 써진 글씨는 내가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찬찬히 르뱅의 설명을 경청하였다.



르뱅이 처음 손으로 짚은 위치는 서재에서 한참 아래쪽에 떨어진 지하 1층 사용인구획 부엌이었다.


“여기가 우리가 있는 위치다 냥.”


얼핏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기 어려웠으나, 지하 1층 사용인구획에서부터 2층 서재까지 거쳐 가야 하는 방들을 하나하나 번역 받아 듣는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을 끝마친 르뱅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히 말하였다.


“베테랑 괴도고양이사전에 이런 도적질 루트는 원수한테도 추천 안하는 루트다 냥.”

“··· 그정도야?”


깡깡을 했던 탄광 구획은 지하 ???층으로 표기된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지역은 지하 1층인 사용인구획이다.


사용인 구획에서 위층으로 가기 위해선 중앙 나선형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다다르려면 총 두 개의 방을 거쳐 가야 했다.



‘상급 사용인 숙소와 남자 사용인 숙소.’


르뱅이 손으로 텁- 하며 벌레를 잡듯 지도를 누르며 말했다.


“저번에 봤던 르꼬르동 브라운의 숙소가 바로 중앙 계단 옆이다 냥.”

“아 그 이탈리아 음식 잘할 것 같이 생긴···.”

“르꼬르동 브라운의 후각은 강아지처럼 발달해 거의 개에 가까운 인간이다 냥. 만약 운 좋게 여길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운이 나쁘면 마담 맥케이에게 걸려 더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냥.”


‘마담··· 멕케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꺾었다.


“어마무시한 인간이라고 들었다 냥. 듣기로는 여자 사용인, 남자 사용인 할 거 없이 그녀가 서열이 위라고 들었다 냥. 심지어 르꼬르동 브라운도 찍소리 못하는 여자라 들었다 냥!”

“무··· 무섭네.”



<벌컥!>



순간 문이 열리며, 여자 구두 굽 소리가 주방 대리석 바닥과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울렸다.


나와 르뱅은 지난번처럼 <긴급대피소>로 몸을 숨겼고, 여자 구두굽 소리는 이리저리 주방 곳곳을 누비는 듯이 귀가 얼얼할 정도로 들려왔다.


이윽고, 날카롭고, 우아한 톤의 중노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생 상태 F-, 재고 상태도 개판이고, 공기 상태는 최악 D- , 창틀의 먼지는 안 닦은지 한 달은 넘어 보이고.”


잠시 뒤, 그 여성은 어떤 냄새를 맡은 듯 킁킁대었다. 이후 검지와 엄지로 날카로운 콧잔등을 누르며 히스테릭하게 말하였다.


”맙소사, 심지어 고양이 꼬순내까지 나네.“


르뱅이 부정하였다.


”난 아니다 냥.“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없어.“




심사 같은 것을 마친 중노년의 여성은 손에 핸들종을 들고서 좌우로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짤랑짤랑짤랑!!>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야 할 종소리에서 악마들이 낫으로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이 사용인구획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기상 기상!“


하나둘씩 사용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눈을 비비며 주방 내로 들어왔다.

다들 잠이 덜 깬 모양인지 비몽사몽한 표정을 띤 채 자리에 섰다.



주방 안에 들어온 사용인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똥을 먹어도 저런 표정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여자 사용인, 남자 사용인이 모두 주방 내로 들어왔고, 그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오와 열로 맞춰 선 채 각 성별의 대표로 보이는 사용인들이 인원을 세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


위생복을 입은 여자 사용인 대표가 손을 들고서 또각 구두 여성에게 말하였다.


”여자 사용인 정원 12명 열외 0명 이상입니다.“


그리고 남자 사용인 대표가 뒤이어 말했다.


”남자 사용인 정원 11명 열외 1명. 이상입니다.“


또각 구두 여성이 입을 열었다.


”왜 한 명이 비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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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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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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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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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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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1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3 내 이름은 현 23.05.17 88 3 12쪽
2 깡깡 23.05.16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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