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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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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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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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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낭만고양이 대작전(1)

DUMMY

르뱅이 내게 바짝 붙어 설명을 시작하였다.

본인이 이름 붙이길 이 작전의 이름은 ‘괴도낭만고양이 <르뱅>!!’ 이라고 한다.


이 작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달마저 잠들 때 시작된다고 한다.


“그럼 그 도둑질을 매일 하는 거야?”


냥냥펀치가 내 정수리에 꽂아졌다.


“그럴 리가 없지!”



‘비밀 통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적당한 날짜를 조율한다고 한다.

비밀 통로가 이어진 곳은 귀족 저택의 주방, 만약 그곳에서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바로 그날이 적기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강조하길···


“언니가 깊게 잠들었는지 확인하는 게 첫 번째야. 이게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문제지!”

“그다음은?”

“잠든 것이 확인됐다! 그다음은 비밀 통로를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거야~”

“비밀 통로?”




비밀 통로란 즉, 아까 노예들이 스프를 배식받았던 원형 통로를 뜻한다.


문득 식사 때 씹혔던 고양이 털의 이물감이 떠올랐다.


‘그게 르뱅의 머리카락이였나···.’


생각해보니 속이 많이 안 좋아졌다.


옆에 있던 르뱅이 고개를 갸우뚱 꺾었다.


“무슨 문제라도?”

“아니야. 계속 얘기해.”


르뱅은 오늘이야말로 괴도 낭만고양이 작전을 거행하기에 적합한 날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오늘이 귀족의 연회라 먹을 것이 많은 날이라나 뭐라나.



어느덧 일을 마치고 온 묘족 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있어들?”


르뱅은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괜스레 찔린 모양인지 허리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서 숨을 삼켰다.


“냥!”


갑작스레 당황해하는 르뱅의 모습을 포착한 묘족 언니는 이에 의구심을 품으며 취조하듯 르뱅을 몰아세웠다.



“르뱅! 너 노예 끌어들여서 또 이상한 괴도 짓 하려는 거 아니지?”

“아···아니다냐앙..”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는 르뱅이었다.



불현듯, 머리가 번뜩였다.


여기서 만약 내가 도둑고양이 작전을 못 하게 될 경우, 탄광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마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



나는 침착을 유지하며 팔짱을 꼈다.


“르뱅이 앞으로 나를 노예가 아닌 현으로 부르겠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으음?”


묘족 언니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뒤 그녀가 입가에 손을 얹으며 놀랍다는 표정을 보였다.


“정말?? 르뱅은 인간의 말이라면 질색을 할 텐데.”

“이, 이걸 통성명이라 하나. 암튼 그걸 했다 냥!”


이에 르뱅이 어설프게 답하였다. 그 얘기를 들은 묘족 언니가 짝짝 박수를 쳤다.


“어머 잘됐네. 그럼 나는 앞으로 노예 현이라고 불러야겠다.”


그 말을 들은 노예 현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설명하기도 따분할 업무에 다시금 투입되어 노란빛의 햇볕이 스며들던 탄광 바닥이 붉은 노을을 지났다가, 어느덧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갈 때 쯤이 되어서야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하루 내내 노예들을 감시하고 있던 관리인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그중에서도 말단처럼 보이는 초록색 베레모를 쓴 한 명만 감시용으로 A구역에 잔존 해있었다.


채광하는 동안 그들의 대화 내용을 얼핏 들었는데, 초록색 베레모는 말단 관리인, 검정 베레모는 일반 관리인으로 구분한 듯 보였다.



말단 관리인은 푸- 하고 한숨을 내쉬며 간이 의자에 앉아 초록색 베레모를 푹 눌러 써버렸다.

마치 저 모자 위에 ‘건들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것처럼 느껴진다.


시선을 다시 내가 자야 할 곳으로 옮겼다.


이런 차가운 돌바닥에서 잠을 자라는 건가? 눈으로 보고도 여기에 누워야 하는지 믿기 어려웠다.


“으으··· 담 걸리겠는데? 여기서 자면.”



멀리 있던 묘족 언니가 내게로 걸어와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었다.


쥐어진 걸 매만져보았다.

까슬까슬한 촉감에 푹신함이 느껴졌다.


솜털이나 버려진 옷가지들을 모아 최대한 모양을 잡은 이불 같았다.


“뭐야 이건?”


묘족 언니가 두 팔을 올리고서 샤프하게 답했다.


“요즘 인간들은 약해서 이런 거 없으면 다음 날 골골대더라고. 괜히 내일 네 몫까지 일하기 싫어서 주는 거니까. 그거 덮고 자.”


마지막 말만 했으면 더 고마웠을 테지만 뭐, 이런 간이 이불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녀석의 따스한 마음은 잘 전달되었다.



“고마워. 잘 쓸게.”

“그래.”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내게 물었다.


“현이라고 했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한 손을 흔들며 제 갈 길을 갔다.


“잘 자고. 노예 현씨.”

“그래. 너도 잘 자.”



녀석에게 받은 까슬까슬한 이불을 덮고서 바닥에 누웠다.

바닥은 흡사 지하철의 시멘트 바닥처럼 차가웠고, 곳곳에는 작은 돌들이 튀어나와 가시덤불 위에서 자는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이건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


‘아니 대체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어떻게 잠을 자는 거지?’


다른 사람들의 숙면법도 다 고만고만하였다. 참고할 건 없었다. ‘그냥 여기서 빨리 도망치는 게 최고의 숙면법이리라.’ 나는 그리 생각하였다.



이불을 덮고 벽으로 시선을 보낸 채 누웠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도망에 대한 열망과 계획들로 내 머릿속은 밤이 되어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쭙잖은 도망은 오전의 도망자처럼 허무한 죽음을 의미한다.



<타—앙!>



탄광 내에 번개라도 친 듯이 강렬했던 총성은 탈출에 대한 열의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내 머리를 단숨에 차갑게 식히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여길 빠져나간다...’


고민하며 자리를 뒤척이길 여러 번, 어느 순간 의식이 점차 가라앉아갔다.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깊은 새벽이었다. 나는 상체를 올려 잠에서 깨어났다.


충분한 숙면을 취해서 일어나진 게 아니라, 주변이 추워서 그런건가.. 콧잔등 쪽에 계속 통증이 느껴져 강제로 일어나게 됐다.


‘코가 왜 이렇게 아프지.’


그 순간 눈앞에 르뱅이 나타나 내 코를 향해 젤리 손을 휘둘렀다.


<깡!>


후추를 먹은 것처럼 코가 매웠다.



“왜 이렇게 안 일어나냥!


나는 반쯤 풀린 눈으로 붉어진 코 매부리를 매만졌다.


“왜 깨웠어.”

“일어나라냥! 오전에 한 얘기를 벌써 까먹은 거냐 냥?”

“으···어?”


생각해보니 녀석과 오전에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 것기도 하고..

나는 귀찮아서 도로 이불을 덮었다.



“다음에 해 다음에.”

“발톱 꾹꾹이를 당하고도 그런 말 할 수 있나 보자 냥.”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돈해 일어섰다.


“하암.”



르뱅과 함께 추운 탄광 내를 걸어 식사를 배급받았던 원통 앞에 도착했다.


차가운 바람과 꿉꿉한 냄새가 출구에서부터 풍겨 나오고 있었다. 절대 들어가기 싫어지는 비주얼이었다.


“정말 올라갈 거야? 나는 못 들어갈 것 같은데.”


르뱅이 각도기를 재듯 한쪽 눈을 감고 두 손을 펼쳐 내 몸을 어림짐작했다.


“현 정도 크기면 충분하다 냥! 조금 구기면 되겠지.”

“뭘 구긴다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초록색 베레모를 쓴 감독관은 저녁과 같은 자세로 숙면하고 있었고, 노예들은 오전의 일로 다들 피곤했던 모양인지 깊게 잠들어있었다.


지금 저택에 다녀와도 문제 생길 건 없어보인다.


‘그래. 잠깐만 다녀오자.’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르뱅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원통 위로 몸을 날렸고, 단숨에 원통을 타고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통. 통.>


원통이 작게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내 원통 위까지 도착한 르뱅이 동아줄을 아래로 내려주었다.

신속정확한 묘족 꼬마의 실력에 소리 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 줄에 몸을 실어 위로 올라갔다.


원통 밖으로 나와 주방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는 짙은 톤의 우드 질감의 주방 가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새벽의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스며드는 창가 아래엔 와인이 빽빽하게 채워진 와인랙이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위에 창문. 너무 높이 있어서 도망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네.’



높은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하나 달려있었지만, 불은 꺼져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저 많은 양초에 일일이 불을 지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 고풍스러움이란 번거로운 것이군.



르뱅이 말하길 오늘은 백의의 귀족이 타 귀족 가문 인사들을 본인의 저택으로 초청해 연회를 벌이는 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방 선반 위에는 그들이 먹고 남은 디저트, 스테이크, 스프 등등이 유려한 디자인의 접시 위에 버려지지 않은 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누가 먹으려고 놔둔 것처럼.


어째서 르뱅이 이 저택의 연회에 대해서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것이 베테랑 도둑고양이의 정보력이라는 걸까?



르뱅이 내게 물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냐 냥.”

“아··· 우리 무슨 디저트를 찾는다고 했지?”


르뱅은 디저트의 식감을 상상하며 푸근한 미소를 띠었다.


“내가 찾는 디저트는 말이야 레몬처럼 상큼하고,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껍질을 가지고 있어!”


잠시 카페알바를 한 전적이 있는 현씨는 짐짓 아는 체를 했다.


“아, 나 그거 알 것 같다. 마들렌이라고 하는 프랑스식··· ”



<깡!>


냥냥펀치가 정수리에 꽂아졌다.


“르뱅이 좋아하는 디저트니 르뱅 쿠키라고 부를거다. 냥.”


쓰라린 정수리를 짚으며 말하였다.


“알았어. 르뱅 쿠키를 찾아보자.”



르뱅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선반 이곳저곳을 뒤져 보았다.

역시 이 분야의 베테랑다운 움직임이었다.


르뱅이 신나게 주방을 뒤적거리며 혼잣말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요건 맛없고ㅡ, 요것도, 으-”


그렇게 주방 안에서 발견된 디저트는 총 4개였다. 그중에서 우리가 들고 내려갔을 때 들키지 않을만한 크기를 추려내니 1개 정도였다.



나는 옆에 있던 초코 쿠키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래도 요런 거는 들고 가서 먹어도 되지 않을까?”


르뱅은 내가 들고 있던 초코 쿠키를 도로 내려놓았다.


“나만의 신념이다. 냥. 생선을 많이 잡고 싶다면 작은 생선은 풀어줘야 하는 법. 그게 우리 엄마가 알려준 고기 많이 잡는 방법이라 했다.”



‘말은 꼭 포획 금지 체장 물고기 놓아주는 어부 같네.’


르뱅은 그 말을 한 후에 자신의 과자를 절반 잘라 손을 뻗어 내게 나눠 주었다.


“오늘 고생 많았다 냥. 나중에도 또 올라오자.”

“그래.”



행복한 미소를 띤 것도 잠시, 돌연 르뱅의 표정이 위험을 감지한 동물처럼 날카로워졌다.


“현! 나를 따라오라냥.”

“어?”


나는 상황을 인지할 새도 없이 녀석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해 갔다.



그 순간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저택과 이어진 주방 문이 단숨에 열리며, 노란 불빛이 내부로 스며들어왔다.


“이 도둑고양이 녀석 당장 나와!”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머리에는 높은 쉐프 모자를 썼고, 복장은 조리사의 흰색 위생복에, 커다란 코, 빗금 모양의 콧수염, 위생모 아래로 삐져나온 짙은 갈색 뽀글머리가 있는 저 사내는 어딘가 이탈리아 음식을 잘 만들 것 같은 외향을 지니고 있었다.



사내는 한 손에 조리도구를, 다른 한 손에는 기름 램프를 든 채로 자리에서 방방 뛰며 성을 내었다.


“당장 나와! 부스럭거리는 소리 다 들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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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강아지 살리기 (1) 23.06.10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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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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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17 판도라의 항아리 (2) 23.06.03 21 0 9쪽
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15 하나뿐인 내 전우 (2) 23.06.02 22 0 10쪽
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6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4 2 11쪽
3 내 이름은 현 23.05.17 89 3 12쪽
2 깡깡 23.05.16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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