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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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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33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6.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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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판도라의 항아리 (2)

DUMMY

“그나저나 너희들 다음 일자리는 구했어?”

“그건··· 차차 알아봐야지.”



내 말에 잠시 품 안을 뒤적이던 로쉘이 명함 크기의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받아든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길드 모집- 신생 길드 <뱀 머리 기사단> 길드원 모집 중.

입회 문의는 가까운 구청 길드 사무소에서.


뱀 머리 기사단의 <3가지 약속>

-경력을 보지 않습니다.

-출신을 보지 않습니다.

-능력을 보지 않습니다.]



악성 찌라시 같은 명함을 앞뒤로 돌려보았다. 뒷면은 빈종이인 단면에만 쓰여 있는 명함이었다.


“··· 이게 뭐야?”

“일 구하기 시원치 않을 때는 길드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니까. 생각 있으면 한 번 입회해봐. 제때 밥도 나오고 홀로 노숙할 걱정도 없다고.”


로쉘은 쿨하게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르뱅이 명함을 품에 넣은 후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길드 재밌겠다 냥! 현 나중에 우리도 탄광 나가서 길드나 차리자 냥!”


로쉘이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탄광?”


나는 르뱅의 입을 틀어막으며 로쉘을 서둘러 보내려 손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 나중에 봬요. 로쉘!”


로쉘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마저 가던 길을 갔다.




이내 로쉘이 유유히 사라지고 나와 르뱅은 감옥을 빠져나와 복도를 조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르뱅이 품에서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를 살폈다.



감옥의 위치는 저택을 정면에 두고 바라봤을 때 1층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곳이다.

아까 던컨과 로톤이 식사했던 접객실 정반대 위치한 곳이다.



다시 탄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회랑을 지나 중앙 건물로 갈 필요가 있었다.

중앙 건물에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있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르뱅은 까치발 걸음으로 건물 복도를 지나갔다.

복도 양쪽에는 양손 도끼를 한 손에 든 채 나란히 서 있는 철제 갑옷들이 강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복도를 빠져나오자 중앙 건물로 향하는 탁 트인 회랑이 나타났다.


고한 벽돌로 켜켜이 쌓아 만들어진 아치형 벽은 얼핏 보기에도 꽤 손이 많이 갈 것으로 보였다.




아치형 벽을 통해 보이는 훤히 보이는 바깥의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오전에 내렸던 비로 인해 특유의 비 냄새가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맑게 갠 하늘과 그 아래 낮은 높이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어느 마을 풍경은 옅은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서양 수채화를 보는 듯 했다.


나는 자리에 멈춰서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앞서가 있던 르뱅이 내 쪽으로 다가와 얼굴을 살폈다.


“무슨 문제있냐 냥?”

“아니, 그냥 날씨가 좋아서.”


르뱅과 나는 잠시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탄광에 있었던 시간 때문에


<찰그락 찰그락>


그 순간, 우리가 나왔던 통로로부터 철갑옷이 움직이며 나는 쇠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소음은 점차 회랑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르뱅의 센서가 기민하게 작동하여 나와 르뱅은 단숨에 아치형 회랑의 벽 뒤편 사각지대에 몸을 숨겼다.


간발의 차로 철갑옷을 입은 경비병이 회랑으로 뛰어나왔다.


“이 녀석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어디로 간 거야!”



보아하니 저 경비병은 우리가 감옥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모양인가 보다.


경비병은 무거운 철갑옷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회랑 중앙을 지나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순간 브레이크가 걸리듯 급하게 걸음을 멈추었다.


하필이면 경비병이 서 있는 곳 바로 뒤편이 우리가 숨어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있는 걸 알아챈 건가?’




조마조마하며 긴장하고 있던 차, 중앙 건물에서부터 한 인물이 회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왼편으로 깔끔하게 넘긴 금발에 벽안을 지녔으며 백색 수트를 입은 고풍스러운 외향의 귀족 사내였다. 나를 시장에서 사들여 탄광으로 보낸 바로 그 귀족이었다.


경비병이 금발의 사내를 향해 숨을 고르며 경례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에드가 라이메르님!”


금발의 에드가는 평온한 표정으로 경비병을 향해 물었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가.”

“그··· 그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까 던컨 라이메르님께서 감옥에 방문하셨습니다.”


에드가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


“형님께서. 감옥에?”

“예···예! 아까 그래서 가둬놨던 죄수들이···있었는데 그게.”


경비병이 마저 말을 채 끝내기 전, 회랑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경쾌한 목소리로 앞선 말을 덮었다.


“계속 찾고 있었잖아 빅터.”


던컨은 뒤로 묶은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잰걸음으로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경비병이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


“톰입니다.”

“그래 빅터, 아까 보니까. 저택 현관 쪽에 웬 수상한 강아지랑 노숙자가 있더라고 거기 좀 가보는 게 어때? 이빨도 날카로워서 문짝을 다 뜯어먹을 기세야.”


던컨은 회랑 바깥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경비병이 우물쭈물하며 답하였다.


“지··· 지금 말입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가보는 걸 추천하네.”



경비병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실질적으로 저택 주인인 금발의 에드가의 눈치를 살폈다. 잠시 뒤 귀족 사내는 턱을 옆으로 튕겨 그에게 한 번 가보라는 무언의 명령을 내렸다.


경비병은 두 사내에게 예를 갖춘 후, 회랑을 지나 중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여전히 아치형 벽 뒤편에 몸을 숨긴 채 있는 상태였다.


나는 힘들게 숨을 뱉으며 르뱅을 향해 말하였다.


“르뱅. 경비병도 갔으니, 곧 있으면 우리도 들어갈 수 있겠어.”

“팔이··· 저리다 냥···.”


던컨은 경비병이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살핀 후에 금발의 에드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일을 열심히 하네. 아주 보기 좋아.”


에드가는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던컨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더 용건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텁>


던컨은 금발의 에드가의 팔을 붙잡고 그를 멈춰 세웠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건 어떻게 생각해. 생각이 좀 바뀌셨나?”


그가 뒤로 물러서며 던컨을 바라보았다.


“··· 이런, 왜 형님께서 오랜만에 저택에 방문하셨나 했더니.”

“잘 생각해봐 에드가. 지금 가지고 있는 토지 크기에 가히 세 곱절은 족히 뛰어넘을 황금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에드가가 던컨을 무시하고 옆으로 지나갔다.



이에 던컨은 뒤를 돌아선 에드가를 향해 조소를 품으며 말하였다.


“그 평민의 여인을 아직도 못 잊어서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에드가는 걸음을 멈추었다.


“예?”



회랑 내에 긴 침묵이 흘렀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던 내 등에 흐르던 땀이 식어 서늘한 추위가 감돌았다. 르뱅도 눈치를 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던컨은 곤색 튜닉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이며 더욱 설득하는 자세로 나섰다.



그는 호박색 눈동자를 크게 뜬 채 걱정 어린 시선으로 금발의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내 사랑하는 동생아. 상실이란, 품으면 품을수록 산 자의 생기를 갉아먹으며 자라는 벌레란다.”

”말씀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던컨은 에드가의 한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허심탄회하게 말하였다.


”다 잊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거지. 과거란 아무리 생각해봐야 언젠가 버려지길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에 불과해. 한때 가지고 놀다 버려진 기억일 뿐이지.“


에드가는 이 이상 던컨의 이야기에 싫증이 난 듯 자리를 뜨려 걸음을 옮겼다.


“500년을 넘게 산 형님이 내린 결론이 그것이라면, 저는 결코 영생을 살고 싶지 않군요.”

“···.”


던컨은 떠나가는 에드가를 향해 외쳤다.


“나 역시 한정된 시간 속에서 후회에 빠져 사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구나. 동생아.”


에드가는 그렇게 건물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르뱅이 형제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 다 한 마디도 안 지려 하네 냥.”


원래 세계에선 나에게도 두 살 위에 형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런 광경이 꼭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우리도 자주 티격태격하곤 했으니까.


“형제는 형제네.”



나는 회랑에 홀로 서 있는 적발의 사내를 보았다.

‘그나저나 저 던컨이라는 사내··· 정말 500년이라는 세월을 산 건가. 얼굴은 영락없이 20대 같아 보이는데. 아니면 이세계에서 쓰는 농담인가?’



잠시 후, 던컨도 회랑을 벗어나 중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우리는 회랑 바깥으로 나와 뻐근한 몸을 풀 수 있었다.

르뱅이 귀족들이 떠난 건물 쪽을 바라보며 구시렁거렸다.


“아무리 묘족이라지만, 유연성에도 한계가 있다 냥! 왜 이리 말들이 많은 건지 냥!”


나는 작게 웃었다.


“고양이 1승이네. 유연성은 묘족보다 고양이가 더 좋으니까.”


르뱅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한 손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말 다 끝났으면 냥냥 펀치를 집행해도 되지 냥?”

“자, 이제 중앙 건물로 들어가자.”

“이리 와라 냥!!”


나는 회랑을 지나 중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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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2) 23.06.09 20 0 11쪽
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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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 판도라의 항아리 (2) 23.06.03 22 0 9쪽
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15 하나뿐인 내 전우 (2) 23.06.02 22 0 10쪽
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6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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