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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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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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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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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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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강아지 살리기 (3)

DUMMY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누울 카반이 무언가 고민하듯 턱을 짚은 후 르꼬르동에게 무언가 건네달라는 손짓을 보내었다.


“안되겠소. 권총 좀 주게나.”

“귀족님, 무슨 생각인지 이해합니다만. 참고로 이미 ‘그런’ 방법들을 다 써봤는데 안 통했소. 저기 나무에 매달린 아가씨 말로는 강아지가 정령인가 뭔가라 안 죽는다고 하더랍니다.”

“··· 재앙이 따로 없군.”


그때, 르꼬르동의 뒤로 한 사내가 나타나 그의 어깨에 팔꿈치를 올리며 평온한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르꼬르동, 화재 진화까지 얼마나 걸리지?”



적발에 푸른 튜닉셔츠를 입은 던컨이였다.



“더.. 던컨님! 그게 현재 상황으로는 국가정령술사 아가페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불이 더 안번지기를 바랄 뿐이죠.”

“그러면 너무 늦지 않나?”

“예. 절망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던컨은 턱을 집은 채 잠시 고민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네 맞불 놓는다는 말 알고 있나?”

“알고는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과 그게···.”


잠시 뒤, 르꼬르동은 던컨의 말뜻을 이해한 모양인지 다급하게 사용인들을 불러보아 지푸라기와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집어 들게 시켰다.



“화단을 중심으로 크게 원으로 둘러서게!”


사용인들은 우선 지푸라기를 불이 번져 나오는 쪽에 깔아두었고, 나무 막대기 끝부분에 불을 붙인 채 대기하였다.


“자, 하나 둘 셋 하면은 다가오는 불 반대편에 경계선을 긋듯 불을 지르게. 하나, 둘.”



르꼬르동의 신호에 맞춰 사용인들은 들고 있던 불 막대기를 깔아놓은 지푸라기 위에 가져다 대었고, 지푸라기는 삽시간에 타올라 불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타버려 재가 되었다.



태울 것이 남지 않아 불은 더이상 크게 번지지 않았다. 던컨의 맞불 작전은 성공적이었고, 남은 건, 불꽃 강아지 뽀삐를 안전한 곳으로 연행하는 일이었다.


뽀삐가 다시 날뛰면 맞불 작전은 속수무책이 될 것이니.



사용인들이 원으로 둘러서서 천천히 뽀삐를 에워싸듯 다가갔다.


“자, 이리 온.”

“왕왕!”


뽀삐가 몸을 한 바퀴 훽 돌리자 공기 중에 남아있던 연기에 재차 불이 붙으며 사용인들을 위협했다.


“젠장! 저 망할 강아지!”



사용인들과 뽀삐 사이의 실랑이가 계속되던 차, 그 광경을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내 어깨를 누군가 툭툭 건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본 곳에는 훤칠한 키의 던컨이 서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제자리에서 펄쩍 뛰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불구경 온 거라면, 저택 감옥에서도 잘 보인다만.”

“저..저는 불을 끄는 걸 도와주려고 왔습니다! 어디까지나 저택 관리인이니까요.”

“호오 그래?”

“네!”


던컨은 달라진 내 복장을 눈으로 살폈다.



단호한 내 대답을 들은 던컨이 호박색 눈동자를 퍽 음험하게 뜬 채 간을 재듯 자신의 팔뚝을 두드렸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도와주러 왔다며. 그럼 당장 저 불꽃 강아지를 잡으러 가는 게 어때?”


나는 시선을 피하며 사내의 말에 얼버무리듯 답하였다.


“알아서 잘 처리하고 있는데요 뭘.”


뽀삐와 대치 중이던 사용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 내 몸에 불이 붙었어!!” , “누가 좀 도와줘!!” , “다들 대피하세!! 대피하세!!!”


눈만 슬쩍 던컨 쪽으로 옮겼고, 사내는 애써 간지러운 입을 참는 듯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강아지를 잡으면 절 감옥에 넣지 말아 주세요. 꼬마 고양이도 포함해서요.”

“그쯤이야. 약속하겠네.”


너무 담백한 그의 답변에 한편으로 의심이 가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한번 해보기로 하였다.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 손목에 끼우고, 옆에서 나를 맹하니 바라보고 있는 던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잠시 뒤돌아 계십쇼. 힘을 ‘개방’...해야하니 말입니다.”

“···음?”


나는 화끈해지는 얼굴을 애써 무시했다. 던컨은 뜻밖의 내 대사에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등을 돌려주었고,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없자 팔찌의 힘이 작동하여 몸은 투명 상태가 되었다.



다음 시선이 향한 곳은 사용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강아지 쪽이었고, 뽀삐는 송곳니를 드러낸 채 인간들에게 반항하고 있었다. 녀석이 화를 낼 때마다 꼬리에 있는 불꽃이 활화산의 분출구처럼 위협적으로 튀고 있었다.


“왕왕!”



녀석의 뒤쪽에는 그의 주인인 로쉘이 긴장한 채 손을 모으며 서 있었고, 그녀는 사용인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여러분들 꼬리를 잡으면 뽀삐가 안정될 거예요!”



르꼬르동이 화가 오른 듯 답하였다.


“아니, 근처도 못 다가가는데 꼬리를 잡으라니 차라리 죽으라고 하시게!”

“조금만 더 힘내봐요!”


‘꼬리?’


나는 로쉘의 말을 듣고 바로 불꽃 강아지의 꼬리 쪽으로 시선을 옮긴 후 그곳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뽀삐가 있는 곳까지 다다랐고, 녀석의 꼬리를 향해 손을 힘껏 뻗어 움켜쥐려···했 지만, 투명 팔찌의 능력 때문에 손이 녀석의 꼬리를 통과했다.


몸이 앞으로 쓸리며 볼품없이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모양 빠지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투명이었기 때문에


‘젠장!’



뽀삐는 투명 상태인 나에게 기시감만 느낀 듯 고개를 살짝 꺾었고, 이 틈을 타서 팔찌를 뺀 후 녀석의 불꽃 꼬리를 붙잡았다.



‘텁’



일순 정원 내에서 시간이 멈춘 듯 긴 침묵이 감돌았다.

사용인을 포함한 모든 인원의 시선이 일순 내 쪽으로 쏠렸고,

그 중앙에서 나와 강아지 뽀삐의 눈이 마주쳤다.



“멍?”



내가 붙잡았던 꼬리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일반적인 말티즈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해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용인 일동은 환호보다는 급작스레 나타난 나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내 정체는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사용인들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무릎을 굽히자 그순간 뽀삐가 달려와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에퉤퉤!”


뒤늦게 로쉘이 달려와서 뽀삐를 안아 들었을 땐, 이미 내 얼굴은 침 범벅으로 흠뻑 젖어있을 때였다.


“으으···.”

“뽀삐! 그러면 못 써”

“왕!”


나는 몸을 일으켜 몸에 묻은 흙과 잿더미가 털어냈다.


로쉘이 내 얼굴을 보자 한 손에 뽀삐를 안은 채 반응하였다.


“어, 감옥에서 봤던 분이다!”

“그냥··· 저택이라고 합시다. 아무튼 다시 만나게 됐네요.”

“왜 여기에 계세요?”

“저택 사용인이니. 뽀삐가 지른 불을 끄러 온 거죠.”


뽀삐가 나를 보자 방금 막 산책을 나온 강아지처럼 헥헥 거리며 기쁘게 반응하였다.



로쉘은 강아지의 머리털을 넘겨주며 나긋한 미소를 띠었다.


“뽀삐가 당신이 좋은가 봐요, 원래 사람을 무서워하는 아이인데.”

“사람들도 아마 뽀삐를 무서워할 겁니다.”


상황이 진정된 듯 보이자 멀리서 르꼬르동 브라운이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이 괘씸한 강아지 녀석! 어떻게 보상할 거냐!”

“그르릉.”


르꼬르동은 다시 뒷걸음쳤다.


“알겠다, 알았어.”


흡사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뽀삐의 자아는 악마와 천사를 순식간에 오고 가고 있었다. 녀석은 다시 천사의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저택 바깥쪽에서 우렁찬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려왔다 냥!!!”


르뱅과 그 옆에 하늘하늘한 색깔의 땋은머리를 지닌 여자아이는 자세히 보지 않았을 때는 르뱅의 또래쯤 돼 보이는 인간 꼬마애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평범한 아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떠한 기감이나 성격 때문이 아닌 소녀의 맨 이마에 보란 듯이 붙어있는 푸른색의 뿔(?)로 추정되는 막대기 때문이었는데 그게 자꾸만 시선을 끌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저건 대체 뭘까.



사용인과 던컨 무리가 로쉘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던컨이 로쉘에게 질문하였다.


“그럼, 방화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들어보실까? 주황 머리 아가씨.”


로쉘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외마디를 뱉었다.


“예?”

“그래, 개는 잘못이 없소. 주인이 항상 잘못이지. 불은 왜 또 지른 거요? 아까 사용인 숙소에 불 지른 것으로는 모자랐나?”


르꼬르동이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녀는 안고 있던 뽀삐를 품에 더 깊게 안았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용인 숙소에서 화재는 뽀삐가 맞지만, 여기서 일어난 불은 뽀삐가 아니라고요!”

“거참, 책임회피 하는 것도 정도가 있소! 아무튼 날이 밝는 대로 왕도의 경비병을 불러 이 죄를 톡톡히 묻게 할 것이니 각오하시게.”

“저··· 저는 정말 억울해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다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화재 진압에 대한 피로와 밤늦게 일어난 소동으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 있는 상태였는데 그 분노의 화살이 로쉘과 그녀의 강아지쪽으로 몰려져 있던 상황이었다.


무리도 아닐 테지.


다만 로쉘의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호소가 조금 마음에 걸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로쉘, 정말 뽀삐가 불 지른 거 아니에요?”


그녀는 유일한 아군의 등장에 몹시 감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였다.


“응응응!!!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불은 이미 나 있었어. 뽀삐는 순전히 그런 내가 위험할까봐 보석 안에서 나온 거였고, 뭐, 결과적으로 보면 불이 더 번져버렸지만···. 하지만 뽀삐는 최초 방화견이 아니라고!”



품에 안긴 뽀삐는 주인이 위세에 눌려있다고 느낀 것인지 그녀를 북돋워주듯 짖었다.


“왕!”



나는 턱을 짚고서 생각에 잠겼다.

불은 이미 나있었다라. 그럼 대체 누가 지른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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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강아지 살리기 (1) 23.06.10 19 0 10쪽
21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2) 23.06.09 20 0 11쪽
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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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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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5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7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8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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