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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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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9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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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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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고양이 교육법

DUMMY

<퉁퉁>


무게를 실을 때마다 사다리의 철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이윽고 나는 주방에 도착했다.

주방 안은 아까의 화재로 인해 약간의 탄내가 돌고 있었으며 사용인들은 모두 화재의 진원지로 간 모양인지 자리를 비운 채였다.


주방 바닥에 발을 조용히 내려놓고 주변을 찬찬히 살펴봤다.


닫혀있었던 하얀색 와인랙 위 창문은 환기를 위해 열어둔 것으로 보였고, 푸르스름한 달빛이 바닥에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나의 다음 시선은 주방 문을 향했다.

문은 견고히 닫혀있는 상태였다.


누군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 나는 조심히 문 쪽에 귀를 대 보았다.


“······! ······”


“···.”



미세하게 바깥에서 누군가를 꾸짖는 듯한 높은 톤의 여성의 목소리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점차 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문에서 물러나 몸을 돌려 내가 올라왔던 원형 통로 쪽으로 뛰어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던 브륄레와 내려가려는 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브륄레가 잿빛 눈동자로 나를 맹하니 올려보았다.


“뭐야 왜 갑자기 내려와.”

“말할 새 없어 빨리!”


나는 빠르게 사다리에 몸을 실었다.



<벌컥>



잠시 뒤 주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르꼬르동의 목소리와 마담 멕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브륄레는 원통 위로 들키지 않을 정도로 고개만 빼꼼 올린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멕케이가 냄새를 맡고 미간을 좁혔다.


“또 이 냄새야.”


르꼬르동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타는 냄새를 말하는 거요?”

“아니, 다른 냄새.”


르꼬르동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도통 멕케이의 포인트를 잡지 못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멕케이가 한쪽 벽에 등을 기댄 채 르꼬르동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까 잡은 고양이는 어떻게 했어?”


르꼬르동이 결연한 투로 답하였다.


“그 도둑고양이 녀석은 방금 동물 케이지 안에 가둬뒀으니, 날이 밝는 대로 탄광 노예로 보내 버릴 걸세. 한 번 뼈 빠지게 일해봐야 진정한 노동의 대가를 깨우치겠지.”


멕케이가 턱을 짚으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흐음- 자네, 보기와는 다르게 잔인한 구석이 있군. 그 지하 탄광에 보낸다니.”

“나도 할 때는 하는 사람이오!”



사다리에 매달려있던 브륄레가 나를 바라보았다.


“지하 탄광이라면 우리가 있는 곳을 말하는 건가?”

“뭐 그렇겠지.”



<벌컥>


그리고 주방문이 다시금 열렸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르꼬르동과 멕케이가 자세를 고쳐 잡았고, 새로이 주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르꼬르동은 자신의 위생모를 내려 정중히 인사를, 맥케이는 자신의 검정 사용인 원피스의 양옆 끝부분을 검지와 엄지로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네었다.



이윽고 어느 근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멕케이, 내일 우리의 큰아들 던컨이 올 거야.”


멕케이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답하였다.


“예 마님. 여느 때처럼 50종의 디저트를 준비해놓으면 되겠습니까?”

“응.”


마님이라 불리는 여성이 내 시야 안에 들어왔다.

그녀는 옥빛 눈동자에 금발을 지닌 청초한 이미지의 중년 여성이었으며 판타지 속 등장하는 엘프의 여왕을 보는 듯한 몽환적인 외향이었다.


“그 아이는 고메체리가 들어간 달콤한 케이크를 좋아하니까. 종류별로 부탁해.”


멕케이가 허리를 숙였다.


“예 마님. 달리 부탁하실 건 없으십니까?”


금발의 마님이 자신의 코 주변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 주방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들어온 마님의 지적에 르꼬르동이 어- 하는 소리를 내며 침을 삼켰다.

옆에 있던 멕케이가 르꼬르동의 입을 틀어막듯 먼저 말을 꺼내었다.


“새로 들어온 사용인이 아직 요리가 서툰지 적은 양의 음식을 태워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님.”


마님이라 불리는 그녀는 옥빛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똑같은 음가로 말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르꼬르동, 디저트는 내일 목수의 날 오전까지 가능하겠지?”


디저트 담당 르꼬르동이 고개를 조아렸다.


“여···여부가 있겠습니까. 제 혼을 담아서 만들겠습니다!”


마님의 입가에 얇게 호선이 그려졌다.


“그래. 밤이 깊었어. 어서 가서 쉬려무나.”

“예 마님. 좋은 밤 되십시오.”


르꼬르동과 멕케이가 인사를 올렸다.

금발의 마님은 주방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주방문의 경첩이 쇠 소음을 내며 천천히 닫혔고, 르꼬르동과 마담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멕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르꼬르동. 아까 화재로 소실된 재료들에 정확히 어떤 것들이 있었지?”


르꼬르동이 눈자위를 위로 올리며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가만있자. 카멜크림, 삭힌 정어리, 양양이 버섯, 산양 궁뎅이 허브, 그리고 고메체리···.”


그가 천천히 고개를 멕케이쪽으로 돌렸다.


“고메체리.. 고메체리도··· 불타버렸소.”


멕케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큰일이야. 고메체리가 들어가지 않은 디저트를 내놓으면 우리 목도 함께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고.”


르꼬르동이 발을 좌우로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해 하였다.


“게다가 마님이 오전까지 디저트를 만들라고 하셨으니, 지금 당장 고메체리를 구해와야 하오! 맥케이”



멕케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슨 수로! 당장 장터에 가도 이 계절에는 아무도 고메체리를 판매하지 않는단 말이야. 저택 냉동고에 보관해놓은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 불타버렸으니.”

“으으···.”


멕케이와 르꼬르동은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걸터앉아 머리를 싸매었다.



”내가 해결해줄 수 있다. 냥!“


그 순간 주방문을 열고서 나타난 인물이 있었으니. 이는 다름 아닌 르뱅이었다.


르뱅은 허리춤에 손등을 얹은 채로 입은 ’ㅅ‘모양을 한 채 꼬리를 힘차게 좌우로 살랑거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브륄레가 순간 당황하며 사다리를 타고 원통 위로 올라가려 하였다.


“르뱅?”


그런 그녀를 내가 간신히 붙잡았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

“···.”


르뱅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은 우리만이 아닌, 르꼬르동과 마담 멕케이도 그런듯 보였다.

상급 사용인 두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았다.



르꼬르동이 말을 더듬거리며 문 앞에 서 있는 르뱅을 가리켰다.


”부···분명 아까 동물 케이지 안에 가둬놓고! 자··· 자물쇠까지 채워놨는데!!!“



르뱅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며 두 사용인 앞쪽으로 무언가를 툭-하고 던졌다.


“아- 이 녀석을 말하는 거냐 냥?“



<팅!>


르꼬르동의 발치에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부서진 철제 자물쇠가 애처롭게 떨어졌다. 하트 모양의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르꼬르동이 황급히 자물쇠(였던 것) 쪽으로 무릎을 굽혔다.


“로빈!”


르뱅이 검지를 빙빙 돌리며 말했다.


“괴도 르뱅을 가두려면 그 정도 퍼즐, 500년은 이르다 냥.”

“...고양아 근데 아까 무슨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정확하게 얘기 좀 해봐.”



마담 멕케이의 입장에선 한낱 도둑고양이에 불과한 묘족을 포획하는 것보다 디저트를 만들지 못할 경우 마님의 처벌이 더 두려웠기 때문에 우선은 고메체리를 입수할 방법을 찾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르뱅이 폴짝 주방의 중앙에 커다란 선반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곧장 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들고서 르꼬르동과 마담 멕케이를 자신의 앞으로 불러 모았다.


르뱅은 검지를 치켜올린 채 당부의 말을 하였다.


“내용을 전부 읽은 후에 아래에 사인해라. 냥. 그러면 협력하겠다.”


르꼬르동이 르뱅이 꺼낸 종이를 손으로 집고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다.



[낭만고양이 협약]


제1 조항- 매일 아침, 갓 구운 디저트는 귀족의 밥상으로 가지 말고, 르뱅한테 바로 줄 것.


제2 조항- 매일 식사하기 전 르뱅의 조상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릴 것.


제3 조항- 매주 광부의 날에 르뱅이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특강을 진행할 것.


제4 조항- 매주 목수의 날에는 지하 탄광 노예들을 위해 원통에 음식물 쓰레기 말고, 특식(빵, 스프, 통닭 등등 맛있는 거.) 을 내려보낼 것.



르꼬르동이 주먹을 움켜쥐고 위로 치켜들며 데모하듯 나섰다.


“이딴 불공정 조약은 불한당도 안 건넨다 이 도둑 고양이 녀석!”


옆에 있던 마담 멕케이는 눈이 침침한 모양인지 안경을 약간 내리고서 아직도 종이의 첫 번째 줄도 채 못 읽고 있었다.


“···”


르뱅이 마담이 읽고 있던 종이를 홀랑 뺏어버리며 삐진 듯 고개를 왼편으로 돌렸다.


“묘족에게 무례한 말투다 르꼬르동! 심지어 호의를 베풀었는데! 냥!”




르꼬르동이 주방 선반 위에 올라가 있는 르뱅을 붙잡으려 두 손을 텁- 하고 잡았으나 르뱅은 특유의 날랜 몸놀림으로 그의 두터운 손을 유유히 피해 르꼬르동의 머리를 사뿐히 즈려밟고 도망쳤다.


“이···이 고양이 녀석!”


선반 위를 유유히 점프하며 도망 다니는 르뱅과 그를 쫒아 다니는 르꼬르동, 그리고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 마담 멕케이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첫 번째 줄의 초입 부분만 읽었던 마담이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르꼬르동, 디저트 준비까지 4시간 남았네.”



르꼬르동이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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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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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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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 고양이 교육법 23.05.27 26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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