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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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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8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17 20:10
조회
88
추천
3
글자
12쪽

내 이름은 현

DUMMY

묘족은 꼬리를 살랑이며 한쪽 손에는 곡괭이를 짊어진 채로 걸어갔고, 그중 언니가 줄곧 나를 곁눈질하며 걷다가 무언가 내게 말해주었다.



“오늘 일은 좀 쉬울 거야. 원래 신고식 때는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발령받고 다음부터는 비교적 느슨한 지역으로 보내져, 우리가 그랬거든. 그러다 문제 일으키는 짓을 하면 다시 C 지역으로 보내지는 방식이지.”


나는 녀석의 말에 턱을 집고서 생각에 빠졌다.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 거지?”



르뱅이 뒤에서 불쑥 나타나 내게 물었다.


“노예, 너 담금질이라고 알아?”


담금질이라. 역사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나는 들고 있던 곡괭이를 이리저리 돌리며 답하였다.


“뜨거워진 쇠를 차갑게 했다가 뜨겁게 하는 뭐 그런 건가?”



묘족 동생은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채 선서하듯이 말을 끝마쳤다.


“난 몰라~ 아무튼 인간들 말로는 담금질하는 거래. 고양이인 나로서는 인간들의 심리를 알지 못하니까. 냥.”

“담금질이라···”




마침내 우리는 채굴 장소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묘족들의 말마따나 감시하고 있는 감독관들의 수가 눈에 띄게 적어 보였다.


르뱅은 자신의 허리춤에 두 손등을 힘차게 얹고, 고개를 치켜올리며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내 말이 맞지? 훨씬 편해 보이지? 냥?”



묘족 언니가 내 얼굴에 검지를 들이밀며 경고하듯 말하였다.


“노예, 그렇다고 또 집중 풀고서 곡괭이 놓치면 이번엔 진짜로 머리가 날아갈 거야.”


나는 땀으로 흥건해진 두 손으로 곡괭이의 나무 손잡이 부분을 움켜쥐었다.


“그···그래.”




그때,


<“비켜!!! 옆으로 제발 비켜서!!! >



탄광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만 들은 소리가 아닌 모양인지 옆에 서 있던 고양이 자매도 까치발을 하고 귀를 쫑긋쫑긋 세운 채 탄광 안쪽을 바라봤다. 다른 노예와 관리인들도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도망자다!! 잡아!!>


그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 주변에 있던 관리인들이 일제히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소리가 들려온 쪽에 겨눴다.

나머지 인원은 노예들에게 총을 겨누며 동굴 벽 쪽으로 밀쳤다.


“모두 떨어져 있어!”

“두 팔은 뒤통수로 올려! 빨리!!”


머릿속은 산소가 부족해진 것처럼 어지러워졌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차분히 뒤통수에 두 손을 올리고서 심호흡했다.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적어도 내 머리에 총구멍이 날리는 없겠지? 이대로··· 가만히 있자.



옆을 보니 고양이 자매들도 군말 없이 얌전히 두 손을 뒤통수로 올리고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녀석들의 꼬리 상태로 보아 아마 이런 소동이 오늘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닌 모양인가 보다.



“헉헉.”


탄광 내부에서부터 숨을 헐떡이며 나온 한 사내가 있었으니,


그의 외향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도망 노예였다.

헝클어진 갈색 장발의 추레해 보이는 사내의 외향은 흡사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도 이견이 없어 보였다.



그는 무엇인가를 훔치고 달아나려는 것인지 한쪽 손에는 검은 때가 탄 푸른색의 보따리를 쥐고 있었다.



<“발포!”>


관리인들은 가차 없이 갈색 장발의 사내에게 총을 갈겨댔다.



두, 세 발의 총성, 아니 다섯 발 이상 울렸다.

그건 그렇다 쳐도 총소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흡사 천둥을 고막에다가 내리꽂는 듯한 큰 소음이 들려왔다. 안 그래도 큰 총성이 동굴 안에서 울리니 내 골까지 울릴 지경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멍멍해진 귀를 털어냈다.


“아이고 귀야···”


그때,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풉..”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고양이 자매가 뒤통수에 두 손을 올린 채 팔꿈치를 위로 올려 자신들의 귀를 막은 채 있었다. 저 자세라면 총성의 소음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고양이 녀석들··· 저런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줄 것이지.


나는 멍멍해진 귀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개를 조금씩 흔들었다.


<삐----이이이>



이내 이명이 잠잠해지자 차차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탄광 내부에서 도망자가 발생했고, 그자가 A 지역으로 나오자마자 총이 발포되었다.


그리고 저 차가운 돌바닥에 쓰러져있는 사내의 시체가 바로 도망자의 결과겠지.


‘끔찍하구만.’


뭐, 도망자에게 총을 쏜다거나 하는 처우는 대강 예상은 했던지라 그리 놀라울 건 없었다.

오히려 저렇게 죽음을 맞이한다면 최소한 앞으로 ‘깡깡’ 할 일은 없을테니.. 이 또한 탈출 방법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나는 씁쓸하게 숨을 뱉으며 고양이 자매에게 조용히 말을 꺼내었다.


“그래도 최소한 저 사람은 내일 아침에 채광할 일은 없겠네.”


고양이 언니가 대수롭지 않게 답하였다.


“뭐··· 그럴지도?”


탄광 관리인이 흩어져 있는 집중을 모으기 위해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곡괭이 들어!”


하나둘 나를 포함한 노예들이 곡괭이를 챙기며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고양이 자매가 두 손을 하늘 위로 길게 뻗어 올렸다.


“야아-옹!”


자매는 유연하게 몸을 늘렸고, 그 순간 고양이 다운 울음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진짜 고양이 같네.”


묘족 중 동생인 르뱅이 냥냥 펀치를 내 머리 위로 꽂았다.


<깡!>


“어딜 감히 그런 약한 놈들과 비교하는거냐 냥!”

“아오··· 아파”


냥냥 펀치의 위력은 강력했다. 머리 위로 강한 진동이 울렸고, 정수리 부분이 돌에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멀리서 감시하고 있던 탄광 관리인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뭘 실실대고 있냐 노예들아! 빨랑 곡괭이 들어”

“넵.”


괜히 불똥이 튈새라 잽싸게 답하였다.




나는 발치에 있던 무거운 곡괭이를 위로 들어 어깨에 짊어졌다. 곡괭이질을 2시간 정도 하고 나자, 우리에게 밥시간이 주어졌다.


학창 시절 급식을 배급받는 것처럼, 노예들은 벽에 한 줄로 붙은 채로 관리인들이 나눠주는 무언가를 손에 받아들었다.


<텁.>


녹이 슨 양철 접시다. 사용한 지 1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때가 곳곳에 껴있다.


“으..”



바로 앞에 서 있던 묘족 꼬마 르뱅은 어딘가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음식 냄새를 맡기 위해 까치발까지 하고서 귀를 팔랑거렸다.


“흐음~ 좋은 냄새로고!”


나도 킁킁. 하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우욱.’


생선 비린내에 레몬 껍질 냄새까지 ··· 뭐야 이 난해한 악취는



“다음.”


우리가 배식을 받을 차례가 되었고, 탄광 천장에서부터 기다랗게 연결된 원통 호스가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면 코끼리 코 같기도 하다.


고양이 언니가 그 호스 아래로 배식판을 가져다 댔고. 옆에 관리인이 곤봉을 이용해 원통을 텅텅! 하고 두드리며 신호를 보내었다.



<쿠구궁>


그러자 천장에서부터 무언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원통 아래로 끈적하고 거무튀튀한 무엇인가가 식판 위로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다음.”


르뱅도 같은 방식으로 식사를 배급받아갔다.


“다음.”


고양이 자매가 한 것처럼 나도 식판을 원통 아래로 가져다 대었고, 잠시 뒤 검은색 액체가 떨어졌다.


우리는 탄광 내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식사를 시작하였다.


나는 접시 안에 든 스프를 숟가락으로 한술 떠보았다. 기분나쁠 정도로 꾸덕한 질감이다.



“후릅 ··· 꿀꺽”


코를 막고서 스프를 삼키던 중 목에 웬 고등어 가시 같은 이물감이 느껴졌다.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빼보니, 잿빛 털 같은 게 빠져나왔다.


“켁! 이게 뭐야.”


묘족 언니가 고개를 빼꼼 하고서 내 손바닥에 얹어진 털을 바라보았다.


“이리 줘봐.”



내게서 잿빛 털을 가져간 묘족 언니는 유심히 관찰하더니 짧은 시간 내에 결론을 내렸다.


“이거 고양이 털 같은데? 그러고 보니 요새 스프 안에서 자주 나왔었지.”

“아니 이게 왜 여기 있어?”


묘족 언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지. 다만 우리에게 배급되는 스프는 귀족이 먹고 난 음식의 부산물이나 썩은 식재료들로 만드는 거야.”


‘그냥 음식물 쓰레기잖아.’


묘족 언니가 이야기를 갈무리 짓듯 손을 털며 말하였다.


“정리하자면, 여기서 뭐가 나오건 이상할 건 없다는 거지.”



잠잠히 있던 르뱅도 입을 열었다.


“C 구역은 탄광 내에서 나오는 지네들로 블록도 만들어 먹는데. 편식하면 안 돼 노예!”


그 말을 듣자 속이 울렁거렸다.


“그만. 그나마 남아있던 식욕마저 사라질 것 같아···”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우리는 식사를 재개하였다.

나는 코를 막고서 남은 스프를 모조리 들이켰고, 고양이 자매는 맛있게 스프를 먹고 난 후 식기를 설거지라도 하듯 혀로 핥아서 반짝반짝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 노예가 아니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익숙해 보이는 모습인데.



묘족 언니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르뱅.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언니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응응! 천천히 다녀와 언니, 천천히.”


르뱅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쾌하게 답하였다. 나는 동생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묘족 꼬마의 태도에 묘한 기류가 흘러나온 탓이다.


묘족 언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르뱅은 계속해서 손을 좌우로 흔들었고, 마침내 그녀가 사라지자 이번엔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는 어디 안 갔다 와도 괜찮아?”

“음··· 난 딱히.”



묘족 꼬마 르뱅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음···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우측으로 살짝 꺾은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뭐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마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


그 순간! 르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넣고서 우물우물거렸다. 합! 찹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뭘 본거지?’


선생님 몰래 책상 서랍 속 과자를 먹는 학생처럼 르뱅의 동작은 너무 대놓고 하면서 또 재빨랐다.


“너 뭐 먹어!”


나는 충전 케이블을 씹는 애완동물을 발견한 집사처럼 르뱅에게 반응하였다. 반면에 르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쪽으로 음식물을 보내 왼쪽 볼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르뱅은 입 안에 우물거리던 무언가를 모두 먹은 후, 입을 열었다.


“알 거 없다. 냥.”


미세하게 녀석의 입가에서 달콤한 향신료의 냄새가 났다. 굳이 분류하자면 디저트 쪽이었다. 아까 언니가 떠날 때 묘하게 반가워했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군. 뭔지 모르겠지만 만약 저게 먹는 거라면 나도 먹어야겠어!


“어디서 훔쳤어. 그거.”

“흥. 착한 묘족만 받을 수 있는 상이야.”

“안 말하면 언니한테 이른다.”



언니라는 얘기가 나오자 르뱅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모른다 냥..”


보아하니 저 디저트를 훔쳐 왔다는 사실을 르뱅의 언니가 알게 되면 큰일 나는 모양인가보다.


“이제 와 고양이인 척해도 소용없어. 순순히 실토하시지! 안 그럼 네 언니한테 이르러 갈 테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르뱅이 황급히 내 팔을 잡아당기며 억지로 앉혔다.


“알았어! 그럼 노예! 너한테도 이거 얻는 곳 어디인지 알려줄 테니까 언니한테는 절대 이르지 마! 언니가 알면 내 짧은 묘생이 마감하게 될거라고오··· ”

“알았어. 다만 조건이 있어.”

“뭔데냥.”

“한 배를 탔는데 노예는 너무 차갑지 않냐. 앞으로 나를 현이라고 불러. 노예 말고. 오케이?”

“언니한테만 말하지 않는다면야 무슨 말이라도 듣겠다 냥.”


나는 르뱅 하고 약속도장까지 꽝 찍은 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르뱅이 내게 바짝 붙어 설명을 시작하였다. 본인이 이름 붙이길 이 작전의 이름은 ‘괴도낭만고양이 <르뱅>!!’ 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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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강아지 살리기 (1) 23.06.10 19 0 10쪽
21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2) 23.06.09 20 0 11쪽
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19 냥들의 침묵 23.06.05 20 0 10쪽
1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17 판도라의 항아리 (2) 23.06.03 21 0 9쪽
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15 하나뿐인 내 전우 (2) 23.06.02 22 0 10쪽
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5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 내 이름은 현 23.05.17 89 3 12쪽
2 깡깡 23.05.16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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