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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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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0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6.04 13:15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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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DUMMY

중앙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한순간 달라졌다.


큰 창으로 해가 적당히 들어 주변의 따뜻한 공기가 서늘했던 몸을 녹였고, 저택 안 쪽부터 진한 나무특유의 고급스러운 향취가 풍겨오는 듯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복도 양 끝을 살폈다.


근처에선 그리 많은 사용인이 돌아다니고 있지 않아 전보다는 움직이는 데 큰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나는 위로 향하는 계단 쪽에 시선을 두었다.


흰색 석재로 비스듬히 쌓아 올린 계단 타일과 금색 손잡이의 조화가 참 우아하며 고풍스러웠다.


나는 잠시 르뱅을 멈춰 세웠다.


“르뱅, 지도상으로 서재가 어디지?”


르뱅이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듯 말하였다.


“계단 올라가면 바로 있다 냥. 근데 전에 어떤 사람이 서재에서 뭐 가져와 달라고 하지 않았나 냥?”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쓸었다.


“그렇지···. 탄광 관리인이 뭔가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했었지. 붉은 책 안에 있는 서류였던가.”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지.’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곧바로 의견을 합치하여 붉은 책을 얻기 위해 계단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2층으로 올라왔고, 이곳은 마치 진공상태의 백색소음이 들려올 듯한 호텔의 복도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어딘가 폐쇄적이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버건디색 카펫이 중앙에 쭉 깔려있어 발을 딛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이 들었다.


<쿵.쿵.>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황급히 모퉁이 벽에 몸을 밀착한 채 복도를 조심히 살폈다.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탄광으로 쫒겨날 때 내 몸을 종잇장 다루듯 가볍게 들고 나르던 두 덩치 사내가 2층 복도를 순찰하듯 걸어 다니고 있었다.


르뱅과 함께 본 지도에 의하면 2층엔 총 다섯 종류의 방이 있다고 했다.



라이메르 가 조상의 초상화를 전시해둔 <갤러리> 두 번째는 <사용인 개인 침실>, 세 번째는 <서재>, 네 번째는 <집무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의도를 알 수 없는 <찻잎 창고>였다.



아마 현재 층에 조상과 관련된 귀중품이 안치되어있는 방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경비가 삼엄한 것 같았다.



나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우리가 가야 하는 <서재>는 하필이면 반대편에 있어서 마치 6차선 도로를 횡단하는 심정으로 넓은 중앙을 지나가야 했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 두 덩치 사내의 외향을 살폈다.



둘 다 검은 수트 차림에 민머리를 지니고 있었고, 몸은 마치 밀대를 이용해 가로로 늘린 것처럼 비대하여 성인 남성의 몸을 약 서너 개 정도를 붙여놓은 듯한 외형이었다.



한마디로, 붙잡히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르뱅이 긴장한 고양이 눈을 뜬 채 나를 보았다.


“현! 어떡하냐 냥! ”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면 오히려 탄광 관리인이 우리를 일러바칠지도 몰라. 마음대로 저택 안을 돌아다녔다고.“


르뱅이 눈을 감고 꼬리를 전갈 모양으로 세웠다.



잠시 뒤, 르뱅은 결정을 내린 모양인지 검지를 치켜올렸다.


”그럼! 내가 먼저 가겠다 냥! 나는 안 들킬 자신 있으니. 현은 주머니에 있는 투명투명 팔찌를 끼고 나 다음에 건너와라 냥!“

“···.”


르뱅의 말 외에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작전은 따로 없었다.


계단 근처 모퉁이에 이렇게 계속 서 있는 것도 누가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다.


나는 르뱅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 르뱅 먼저 가.“



<쐐액->


르뱅은 양팔을 나란히 벌린 채 두 다리로 다다다 반대편으로 뛰어간 후, 서재 문, 양옆에 튀어나온 벽 사이 공간으로 작은 몸을 숨겼다.


나는 얼굴을 내밀어 덩치 사내들을 살폈다.


그들은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모양인지 다른 곳을 살피고 있다.



반대편에 넘어가 있는 르뱅이 나를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넘어와라 냥!”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 손목에 채웠다.


몸이 점차 투명해지며 복도의 버건디색 카펫이 투과해 보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투명화가 되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 위를 걷는 신선처럼 천천히- 발걸음 소리조차 나지 않게 복도 중앙을 지나갔다.


시야 맞은 편에는 르뱅이 그런 나의 위치를 어림짐작하듯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씩 걸을 때마다 곁눈질로 덩치 사내의 위치를 살폈다.


등을 돌린 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안전한 듯 보였다.



최대한 발 앞꿈치를 사용해 한 걸음을 내딛고 다음 걸음을,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둔 채였다.



<툭>



갑자기 내 위로 어두운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위로 올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어찌 된 영문인지 덩치 사내 중 한 명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뚜렷이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어?”


삽시간에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며, 발이 바닥에서 10센티 정도 떨어졌다.


그대로 나는 멱살이 붙잡힌 채 투명화가 풀리게 되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어떠한 말도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안개가 찬 듯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콜록!”



기침이 터져 나오고,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덩치 사내의 한쪽 팔을 밀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사내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단단한 고목의 뿌리처럼 도통 떼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상 더 목이 졸리게 되면 진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숨이 모자란 머릿속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다.


이대로 잡혔다간 이젠 감옥행이 아니라 저택 밖에 목이 내걸리겠지. 혹은 귀족의 집을 어지럽힌 죄로 죽을 때까지 두들겨 맞거나!


자긴 글렀으니 르뱅이라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라고 하려던 찰나,




<똑똑. 똑똑. 똑똑.>



“식사 도착했다 냥.”

“마님이 부른다 냥.”

“얼른 나와라 냥.”

“르꼬르동 브라운이다 냥”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쾌한 목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나와 덩치 사내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곳에선 르뱅이 복도를 누비며 이리저리 닫힌 문을 노크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뒤편에 있던 덩치 사내가 걸음을 돌려 르뱅을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내 멱살을 붙잡고 있는 사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팔린 듯 시선을 다른 데에 두고 있었다.



’이때다.‘



나는 팔목에 낀 팔찌를 뺐다가 다시 끼웠다.



<후웅->



멱살을 붙잡고 있던 덩치 사내의 손이 투명해진 내 몸을 통과하였다.



나는 푹신한 카펫 위로 엉덩방아를 찧고, 졸렸던 목을 매만지며 막혔던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허억···.”



지금 주마등 비슷한 걸 본 거 같은데. 기절할 뻔했던 순간을 넘기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고개를 들어 덩치 사내를 올려보았다.


그는 순식간에 사라진 내 모습에 당황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찾고 있었지만, 아마 찾지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르뱅이 어디로 갔지?‘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르뱅이 도망친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복도에 있던 문 중 하나가 열렸다.


“에드가님···?”


바로 내 눈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진주 머리띠를 쓴 그녀는 청초하고, 맑은 샘물과도 같은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위로 땋아 올린 갈색 머리에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이상적인 귀족의 모습 같았다.


그녀는 문밖으로 나와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에드가님이 아니셨나···?”



꼬리가 아래로 처진 빗금 모양의 눈썹을 띤 채 어딘가 실망한 듯한 표정을 띤 그녀는 복도 한가운데 서 있는 덩치 사내를 불렀다.


“저··· 호위 기사님?”


덩치 사내는 곧장 그녀의 앞으로 갔다.


그녀는 가슴께에 손을 얹은 채 몹시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꺼내었다.


“혹시··· 방금 어떤 분께서 방문을 두드리지 않았나요?”


덩치 사내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군요. 제가 예민했나 봐요. 바쁘신 와중에 불러서 죄송해요.”


덩치 사내가 꾸벅 인사를 건네고,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닫으려 하였다.


새롭게 나타난 이 여성은 대체 누구인가 고심하고 있을 때, 문 근처에 서 있던 나는 닫혀가는 문에 몸이 밀려 얼떨결에 방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당황하고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방 안으로 들어온 후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차고 있는 반지로 알아낸 사실은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만 투명화를 시켰다는 점일 뿐. 문이나, 지형 지물 같은 것은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머리를 짚었다.


‘하긴 넘어져도 바닥을 통과하거나, 계단에 기대도 뒤로 넘어지진 않았으니까.’


우선 여기서 나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선을 앞으로 두자 방금 보았던 진주 머리띠의 여성이 콧노래를 부르며 발코니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이 틈을 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등 뒤에 있는 문고리를 조심히 손으로 잡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누가 그런 장난을 친 거야?”

“잡아서 피해 배상금을 물도록 하자!”


바깥에선 아까 르뱅이 두드렸던 문을 열고서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어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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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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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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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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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7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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