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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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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4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20 20:1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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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라즈베리 마들렌(1)

DUMMY

누울 카반은 잠깐의 침묵을 가졌다.


나는 그에게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줄 필요를 느꼈다.



사내에게 오늘 탄광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여러 발의 총성, 도망자의 외향,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던 푸른색 보따리에 대해.



이야기를 모두 전해 받은 누울 카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였다.


“쓸만한 패였는데 아쉽게 됐어.”

“흥! 인간은 훔치는 거 하나 못하냐! 냥 ”


나는 누울 카반의 대답을 기다리듯 말을 건넸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 무슨 말인가?”

“뭐. 전 노예니까 당신의 새로운 패가 되어드릴 수 있다는 얘기지요.”


잠시 고민하던 누울 카반이 화색 하였다.


“그 말은 대가 없이 일하겠다는 얘기인가?”

“현! 마음마저 노예가 돼버린 거냐 냥!”

“아뇨아뇨. 저와 고양이 자매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는 게 대가입니다. 귀족께서는 노예 몇 명 빼돌리는 것 따위 일도 아닐 거 아닙니까.”

“···”

“나으리?”


누울 카반이 뒤늦게 답하였다.


“아 신경 쓰지 말게. 노예치고는 자기 할 말을 하는 걸 보고 신기해서 그럴 뿐이니까.”


‘욕이야 칭찬이야.’




우리는 계획을 세웠다.


누울카반에게 필요한 것은 푸른 광석 1J, 르뱅의 말에 의하면 일주일 정도면 안전하게 빼돌릴 수 있는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이라고 한다.


푸른 광석을 온전히 결정체 모양으로 들고 다니면 발각되기 쉬우니 곡괭이로 부숴 반드시 분쇄 상태로 품에 숨기고 다닐 것을 당부했다.



누울 카반이 팔짱을 낀 채로 나머지 사항을 전달하였다.


“보따리 안에 분말을 채웠다면 와인렉에 비치되어있는 와인병을 차례대로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게. 순서는 스크리밍 이글 , 샤토 마고 , 르로아 리쉬부르, ··· ”


‘이글.. 뭐?’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말했다.


”어··· 죄송하지만 제가 술을 잘 몰라서요.“

”알겠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차례대로 첫 번째 줄 레드 와인, 두 번째 줄 화이트 와인, 두 번째 줄 레드 와인, ···“

“···”


내 표정을 본 누울 카반이 이마를 짚었다.


”··· 미안하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랬군.“

”현! 와인 정도는 공부하라냥!“


‘자존심 구기는군.’


아무튼 와인렉에 이런 장치를 숨길 수 있었던 것도, 특수제작한 병을 누울 카반이 귀족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일만 잘 풀린다면 자신의 와이너리에 초대한다나 뭐라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 작전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실수하면 나 또한 버려지는 패가 될 테니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사내가 내게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일이 잘 진행된다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걸세.”

“친구. 좋은 어감이네요.”


나는 악수를 건네받았다.



‘나가자 이곳에서.’





창 너머로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시내로 역마차를 찾으러 갔던 르꼬르동 브라운이 저택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누울 카반이 주방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만 나는 가보도록 하지. 기대하고 있겠네.”

“예. 모쪼록 안 들키고 잘해보겠습니다.”

“내가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라 냥! 훔치는 거 하난 자신 있으니!”


누울 카반은 주방 바깥으로 나갔다. 그의 모습을 뒤로한 채 나는 르뱅과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이만 우리도 갈까?”

“그래 이제 피곤하다냥.”


르뱅이 원통을 타고 앞장서 내려갔다.

나는 뒤를 따라 내려가려다 잠시 멈춰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탄광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직 새벽으로 보이나,

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대략 새벽 5시 정도로 시간이 추측됐다.

내려가면 잠시 눈을 붙일 시간 정도는 있겠지.


먼저 탄광에 도착한 르뱅은 손짓을 하며 내가 내려오길 재촉했고 마침내 탄광에 발을 딛자 그녀는 밧줄을 힘있게 잡아당겨 능숙하게 줄을 수거하였다.


르뱅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내 옷 끝자락을 잡아당겼다.


무릎을 살짝 숙여 얘기를 들었다.


“언니에게는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비밀이다냥. 광석도, 검은 면봉 아저씨도. 여튼 잘 자라 냥. ”

“그래. 너도 잘 자고.”


모든 것이 제 자리로 가듯 나는 원통 위로 올라가기 전과 같은 자세로 벽을 보며 누웠다.




·········




“놔 놓으라고!!”


‘벌써 아침인가?’


탄광 내부는 어제보다 소란스러웠다.

A 구역 뒤쪽에서 붉은 머리의 남자아이가 탄광 관리인들에게 두 팔을 붙잡힌 채로 끌려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저 남자아이도 어제의 나처럼 막 노예가 되서 끌려온 모양인가 보다.


남자아이가 탄광 내부가 떠나가라 고성을 내었다.


“너희들 후회할 짓 하는 거야! 나중에 살려달라고 빌빌 길어도 로톤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



팔을 붙잡고 있던 검정 베레모를 쓴 탄광 관리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제발 조용히 좀 해라.”

“뭐 조용히?”


남자아이가 붙잡힌 한쪽 팔을 빼내 주먹을 움켜쥐고서 탄광 관리인의 코 쪽을 향해 그대로 힘껏 꽂아버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탄광 내에 울리고, 관리인이 코를 집고서 뒤로 물러났다.


투둑... 사내의 아래로 붉은 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관리인이 눈에 쌍심지를 켠 채로 소년을 보며 말하였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관리인은 허리춤에 찬 총집에서 권총을 거칠게 꺼내 소년을 향해 겨누었다.


남자아이는 이에 질세라 더욱 소리를 질렀다.


“그래 쏴봐! 쏠 용기도 없는 주제에! 쏴보라고!”



<타앙-!>



관리인은 진짜로 총을 발사하였다.


언제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엄청난 굉음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귀를 막고 있었기에 소음으로 인한 이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관리인 권총의 총열 끝부분에서 올라오던 연기가 가시자. 사내는 총집에 권총을 도로 집어넣었다.


남자아이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


숨을 삼키며 상황을 지켜보았고, 잠시 뒤 자세히 보니 남자아이에겐 어떠한 상흔도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쓰러진 건 아마 다리에 힘이 풀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년이 앉아 있는 곳 바로 옆의 바닥에는 관리인이 방금 쏜 총알이 바닥에 박힌 채 주변에서 작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탄광 관리인이라고 해도 엄연히 노예의 소유자는 귀족이다.


허가 없이 그의 소유물을 없애버리는 것은 금지되어있을 터이니.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도망자는 예외겠지만 말이야.



상황을 정리하듯 다른 관리인이 나타나 소리쳤다.


“일이나 해라! 노예들아!”


홀로 돌바닥에 쓰러져 있는 붉은 머리 소년은 붉은색의 눈동자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다가 이내 발치에 떨어져 있던 곡괭이를 집어 쭈뼛쭈뼛 벽 쪽을 향해 갔다.


불과 하루 전, 내가 겪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자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녀석이 겪기엔 심한 일이긴 하지.’


여기에 들어온 이상 제 코가 석자였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진 않았다.

잊지 않고 사내가 말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후의 일은 따로 기술할 필요 없이 곡괭이를 들고, 광석을 캐고, 나르고, 감시가 소홀해진 틈에 광석 분말을 푸른 보따리에 따로 빼돌리는 식의 반복이었다.



<깡깡!>



그러다 아까 남자아이가 신경이 쓰여 고개를 흘끔 돌려봤다.


녀석에게는 오전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인지 표정은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은 채였다.


<깡깡!>


채광이 끝난 후, 식사 시간이 왔다. 우리는 벽에 나란히 붙은 채로 어제처럼 배식을 받았다.



이번에도 스프 위에는 잿빛 털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검은색의 내 머리카락으로 추정되는 것과 함께.


스프를 먹던 중 르뱅의 언니가 기침하였다.


“켁!”


그녀는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목에 걸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검은색 머리카락과 잿빛 털이 한데 엉켜 만들어진 헤어볼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검은 실 같은 것도 나왔어. 좀 심한 거 아니야?”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르뱅의 언니였다. 나와 르뱅은 아무튼 고개를 돌려 외면하였다.


“음 난 모르겠네.”

“나도 모르겠다 냥.”


르뱅의 언니가 미간을 좁히며 의문을 표했다.



르뱅과 그의 언니는 스프 이야기로 잡담을 나누었고, 나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마침 내가 고개를 돌린 쪽에는 붉은 머리 소년이 구석에 홀로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식사 그릇도 멀리 치워두고 몸에 무릎을 밀착한 채 팔로 감싸고 앉아 있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녀석은 허기를 견디지 못한 모양인지 치워뒀던 스프 그릇을 도로 가져와 입가에 가져다 대고 맛을 보았다.


“후룩- 켁!”


소년도 르뱅의 언니처럼 기침했고, 입에선 검은 실이 명주실 뽑듯 나왔다.


신 음식을 먹은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우우. 이게 뭐야···”



소년은 도로 스프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입이 삐죽 나온 표정을 보였다.

그 순간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소라게처럼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로톤.. 제발 구해줘.”

라며 작게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크흠!"



나는 초면인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스프에서 나온 것도 그렇고···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묘한 책임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발동하였다.



잡담을 나누고 있던 고양이 자매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하였다.


“저쪽으로 옮길까?”

“뭐, 그러던지 냥.”


르뱅이 코에 스프를 묻힌 채로 답하였다.


나와 묘족 자매는 붉은 머리 소년의 근처로 갔다.

내가 먼저 소년에게 조심히 말을 꺼내 보았다.


“저기.”



붉은 머리 소년은 고개를 올리지 않고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 채 있었다.


나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을 건네었다.


“어··· 괜찮다면 여기 앉아서 같이 밥 먹어도 될까?”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마음대로 해.”


르뱅은 곧바로 옆에 털썩 앉으며 당차게 말하였다.


“난 르뱅이다 냥! 반갑다 냥!‘


붉은 머리 소년은 고개를 조금 든 채로 르뱅을 바라보았다.


”바···반가워.“

”난 현이라고 해. 반가워.“


나도 뒤이어 말하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르뱅의 언니도 자기 소개를 하였다.


”··· 브륄레라고 불러.“



브륄레? 그러고 보니 여태까지 묘족 언니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알게 되었군.


나는 브륄레를 보며 말하였다.


”오늘 처음 들었어. 네 이름.“


붉은 머리 소년이 눈을 키우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야 너희들 친한 거 아니었어?“


브륄레가 심드렁히 말하였다.


”별로 안 친해. 얘랑 만난 지도 고작 하루밖에 안 됐거든.“

“······그렇구나.”


그 뒤 소년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아‘ 하며 덧붙였다.


“내 이름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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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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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8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7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2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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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깡깡 23.05.16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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