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사합니다

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소리감투
작품등록일 :
2023.05.16 00:56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2
추천수 :
18
글자수 :
138,993

작성
23.05.21 13:10
조회
48
추천
1
글자
9쪽

라즈베리 마들렌(2)

DUMMY

이내 소년은 입을 우물거리며 이름을 말하길 주저하였다.


“내 이름은··· 어.”

“음?”


잠시 뒤, 소년의 입술이 쭈뼛 나오며 붉은 눈동자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내 이름···은.”



‘흠. 이거 예감이 좋지 않은데.’


나는 소년을 향해 손바닥을 보인 채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말하지 않아도 돼.”


소년은 눈물이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황급히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며 말하였다.


“미안. 이름이 없어 난···.”

“아니야.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건 너 잘못이 아니니까.”

“···응.”



그리고 분위기는 묘하게 가라앉고 말았다.

이걸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하며 머리를 짚을 뿐이었다.


그 순간 르뱅이 손을 번쩍하고 들었다.


“그럼 내가 이름을 붙여주겠다 냥!”


나는 르뱅에게 되물었다.


“이름을?”

“현, 네가 전에 말했다! 노예라고 부르는 건 정 없다고 냥!”


분명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녀석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기특해라.


르뱅이 눈동자를 위로 향하게 둔 채 꼬리를 살랑살랑하며 적당한 이름을 찾기 시작하였다.


“흐음···.”


그리고 결정된 듯 붉은 머리 소년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펴 보이며 말하였다.


“마들렌 2호 어떻냐 냥?”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의문을 표하였다.


“그냥 마들렌도 아니고 굳이 왜 2호야?”

“흥! 1호는 이미 있다 냥! 중복된 이름이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그거다 냥!”



르뱅 옆에 앉아 있던 브륄레가 점잖게 말하였다.


“르뱅, 2호라고 붙이는 게 더 정이 없어 보여.”


나도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르뱅은 눈동자를 굴려 우리를 휘-하고 둘러본 후에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정정하였다.


“알겠다 냥! 그렇담 여기 머무는 동안에는 특별히 마들렌 1호의 자리를 너한테 위임하겠다. 냥! 부디 그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임해줘라 냥!”



붉은 머리 소년은 잠시 동안 르뱅을 바라본 후에 이내 강렬한 눈빛을 띠며 당차게 일어서 답하였다.


“응응! 책임감! 알겠어! 절대 먹칠하지 않을게!”


둘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 손을 내밀어 악수하였다.


나는 그런 르뱅과 소년을 올려 보았다.


’둘이 어려서 그런가 묘하게 코드가 잘 맞네.‘



하지만 세상에는 동심이 있다면 그것을 깨는 현실 또한 존재하는 법.



브륄레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르뱅. 마들렌의 껍질은 노랗잖아? 근데 이 친구의 머리 색깔은 새빨간걸?”


이에 충격을 받은 르뱅이 두 눈을 키우며 악수하던 손을 순간 놓았다.


“혀···협상 결렬이다. 냥..”



붉은 머리 소년의 두 눈이 슬프게 변하였다.


이런···. 나는 팔짱을 낀 채. 르뱅에게 일러주었다.


“그럼 르뱅의 의견을 반영해서. 라즈베리 마들렌. 줄여서 라마렌 어때? 라즈베리의 색깔은 붉으니까 이 아이의 특징도 품고 있잖아.”


쭈그러져 있던 르뱅이 화색 하였다.


“오오! 그거 좋다 냥! 마음에 든다 냥!”

“나 마음에 들어! 너무 좋아!”


라마렌은 주먹을 움켜쥔 채 내 쪽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중앙에 서 있던 관리인이 천장이 울리도록 우렁차게 소리쳤다.


“노예 새끼들아 일어나! 쓰레기 먹은 걸 소화해야지!”


나는 굽혔던 무릎을 피며 말하였다.


“그럼. 일어나자고.”



고양이 자매와 붉은 머리 소년도 따라서 일어났다.


나는 고개를 꺾은 채 붉은 머리에 붉은색 눈동자를 지닌 희고, 유약한 몸을 지닌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라마렌.’


언뜻 보면 그저 모음과 자음을 갖다 붙여 만든 단어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모든 것을 잃은 노예가 가질 수 있는 이름뿐이니까.


르뱅이 그런 소중한 것을 붉은 머리 소년에게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붙여준 이상, 녀석도 함께 내보내 줘야지. 나가자 여기서.’



채광은 계속되었다.


<깡깡!>



<깡깡!>



그러던 중, 오늘은 돌벽에서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킹킹!>


기존의 푸른 돌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는 달리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음이 들려왔다.


“어? 뭐지 이거.”


이상함을 느끼고 곡괭이로 그 부분을 더 파보았다.



아직은 돌벽에 그 무언가가 파묻혀 있던 때라 형태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더욱 열성적으로 돌벽을 파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돌무더기 사이로 백옥색의 조각 같은 것이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손을 뻗어 집어 든 후, 가까이 가져와 살폈다.


이 물건은 흡사 팔찌 조각 같아 보이는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 또한 너무 낡아서 단정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노예에게 버리는 쓰레기란 있을 수 없는 법.


나는 황급히 바지 주머니 속에 그 조각을 챙겨 넣었다.


만약 탈출하게 되면 혹 전당포 같은 곳에도 팔 수 있으니까. 용도야 무궁무진할 것이다.


‘근데 이거 유물 같은 거면. 나 부자 되는 건가?’


현은 남모를 행복감을 느꼈다.




그 순간 뒤에서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만지작거리고 있지?”

“허헙!”


절로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어깨가 튀어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탄광에 처음 왔을 때, 나의 두개골을 곡괭이로 부수려 했던 엉덩턱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 커터를 쥔 채로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마치 가위를 사용하듯 찰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삐딱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왼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얼버무렸다.


“보···보면 모르십니까?”

“모르겠으니 묻는 거다.”

“··· 노예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죠. 푸른 광석을 캐는 것을 말예요.


사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걸걸하게 웃었다.


”저번에 내가 너한테 먹여줬던 니킥이 꽤 효험이 있었나 보군. 절반 정도 만족스러운 답변이 나왔어.“

“그··· 그렇군요.”




엉덩턱 사내는 가슴 쪽 포켓에서 갈색 시가를 한 개비 꺼내 물고는 커터로 밑동 부분을 잘라내었다.


<찰각.>


<툭.>


잘린 시가의 밑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시가의 끝부분에 불을 지폈다.



“너도, 어제 총성 들었지?”

“··· 예. 워낙 큰 소리였으니까요.”


사내가 엄지로 미간을 긁적이며 덤덤하게 말하였다.


“아주 쥐새끼 같은 놈이야. 광석이나 빼돌리고.”

“···”


나는 침묵을 지켰다.



엉덩턱 사내는 엄지와 검지로 시가를 집은 채 연기를 빨아들인 후,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푸른 보따리 가지고 있나?”



나는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듯 깊게 침을 삼켰다.


나는 목을 죄며 억지로 소리를 내었다.


“푸른··· 보따리 말입니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묘하게 끝 목소리가 떨렸다.


엉덩턱 사내가 평온하게 답했다.


“그래. 보따리.”

“···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걸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엉덩턱 사내는 시가를 태우며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였다.



“···”


불편한 정적이 흘렀다. 현실에선 고작해야 10초 밖에 안되는 침묵이었지만, 내게 있어선 우주가 새로이 탄생할 만큼의 체감상의 시간이 흘렀다.


엉덩턱 사내가 끄덕이며 말하였다.


“증명해봐.”

“예?”

“여기서 옷을 벗던 뭐하던, 없다는 걸 증명해보라고.”


그 말을 한 후, 사내는 도로 입에 시가를 물었다.



이 무슨 막무가내인가. 다짜고짜 증거 하나 없이 와서 보따리가 없다는 걸 증명하라니.


벗느냐. 증명하느냐.



내게 남은 끔찍한 선택지 중, 그나마 덜 끔찍해 보이는 선택지를 택하기로 하였다. 나는 공항검색대에 선 사람처럼 양팔을 벌린 채 섰다.


“보따리라···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엉덩턱 사내는 벽 쪽에 서 있던 초록색 베레모를 쓴 탄광 관리인에게 시선을 보낸 후, 턱만 내 쪽으로 튕겨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다가온 관리인이 양팔 소매와 바지 주머니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조사하였다. 식은땀이 났지만 최대한 내색하지않으려 눈을 내리깔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꼼꼼한 조사 끝에 탄광 관리인이 뒤로 물러섰다.


“없습니다.”


엉덩턱 사내는 턱을 위로 살짝 치켜들고서 가만히 나를 내려보았다.


“···”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주변의 시선은 우리 둘 사이의 흐르는 불편한 기류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얇은 땀방울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지금 주머니 속에는 분명히 푸른 보따리가 있으나 왜인지 초록색 베레모 관리인이 이를 숨겨주었다. 이 기회를 더 확실하게 다지기 위해선 도박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먼저 정적을 깨고서 입을 열었다.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뒤져보셔도 됩니다.”


가만히 사내의 반응을 기다렸다.


잠시 뒤 엉덩턱 사내가 피던 시가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발로 뭉개버렸다.


“직접 뒤지고 말고는 내 선택이다. 노예인 네놈이 판단하는 게 아니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쩌다보니 이세계 힐링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코레의 숲 (2) 23.06.17 11 1 10쪽
30 코레의 숲 (1) 23.06.17 9 0 10쪽
29 S급 길드 울프단 (2) 23.06.16 15 0 10쪽
28 S급 길드 울프단 (1) 23.06.15 13 0 10쪽
27 초희귀 정령의 주인이 되었다. 아마도. 23.06.15 13 0 10쪽
26 이름없는 아이 (2) 23.06.14 11 0 10쪽
25 이름없는 아이 (1) 23.06.14 16 0 10쪽
24 강아지 살리기 (3) 23.06.13 19 0 10쪽
23 강아지 살리기 (2) 23.06.12 23 0 10쪽
22 강아지 살리기 (1) 23.06.10 19 0 10쪽
21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2) 23.06.09 20 0 11쪽
20 마님은 왜 돌쇠에게 마들렌을 주었을까? (1) 23.06.06 22 0 10쪽
19 냥들의 침묵 23.06.05 20 0 10쪽
1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23.06.04 22 0 9쪽
17 판도라의 항아리 (2) 23.06.03 21 0 9쪽
16 판도라의 항아리 (1) 23.06.03 26 0 10쪽
15 하나뿐인 내 전우 (2) 23.06.02 22 0 10쪽
14 하나뿐인 내 전우 (1) 23.05.29 32 0 11쪽
13 거룩한 고양이 23.05.28 26 0 10쪽
12 고양이 교육법 23.05.27 25 0 10쪽
11 뭍에서 뭍으로 23.05.26 30 0 11쪽
10 예스마담 23.05.24 32 1 11쪽
9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2) 23.05.23 37 0 9쪽
8 「나는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1) 23.05.22 44 1 11쪽
» 라즈베리 마들렌(2) 23.05.21 49 1 9쪽
6 라즈베리 마들렌(1) 23.05.20 51 1 11쪽
5 낭만고양이 대작전(2) 23.05.19 58 1 11쪽
4 낭만고양이 대작전(1) 23.05.18 73 2 11쪽
3 내 이름은 현 23.05.17 88 3 12쪽
2 깡깡 23.05.16 114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