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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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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2.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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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41. 내리 사랑

DUMMY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후폭풍이 지나고 흙먼지가 가라앉자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교주로군.”

“과연 동서남북이외다. 이제야 이백여 년 전 파천마제께서 왜 청해로 돌아오셔야만 했는지 실감이 나외다.”

두 사람의 첫수는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 듯했다.

북천이 교주를 인정하는 말을 하자 교주도 상대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 대한 굴복이나 승복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허허허. 그걸 알고 있다면 자네도 청해로 그냥 돌아 가는 것이 나을 것이네.”

“당신이 세상에서 물러나면 나도 청해로 돌아가겠소.”

북천의 비아냥 섞인 말에 교주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나와 함께 한다면 어떻겠는가?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는가?”

북천이 교주에게 타협을 제안했다. 북천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만큼 교주의 무공은 북천에게도 놀라운 것이었다.

“내가 바로 마교의 교주외다. 마교의 교주는 누구와 타협하거나 누구와 공모하지 않소.”

하지만 교주는 북천의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

“허허허”

교주의 거절에 북천이 허탈한 듯 익히 알고 있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는 자네도 준비하게.”

북천이 주은백을 보며 마치 귀중한 정보를 주는 것처럼 선심 쓰듯 말하자 주은백이 예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북천이 다시 두 팔을 앞으로 조금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 팔 위에 붉은 강기로 형상화된 검劍 두 자루가 생겼다. 의검意劍이었다.

“받아 보시게.”

북천의 말과 함께 두 자루 검이 각기 한 자루씩 교주와 주은백을 향해 날아갔다. 주은백으로서는 몇 차례 본 의검이었다.

붉은 강기로 형상화된 검이 날아오자 주은백과 교주도 각기 검으로 날아오는 붉은 북천의 검에 맞섰다.

다시 요란한 굉음이 울렸지만 처음 같지는 않았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흙먼지가 일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거칠기 보다는 국부적으로 집중된 힘이었기 때문이다.

교주를 향해 날아갔던 북천의 붉은 검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요란한 금속성 굉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주은백을 향했던 붉은 검은 주은백의 옆구리 옷자락을 한 자 가량 베며 지나갔다. 다행히 상처는 없는 듯했다.


“저 녀석은 서천을 꼭 빼닮았군요.”

언덕 위에 서있던 남천이 동천에게 말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주은백에게 닿아 있었다. 주은백을 보는 두 눈에 정겨움과 애틋함이 함께 베에 있었다.

“너무 자유로운 바람 같소. 모질지 못하오. 저리해서는 북천을 이길 수 없소.”

“서천이 그걸 몰랐겠어요? 하지만 자기가 지향하는 것을 바꿀 순 없었겠죠.”

“그렇소. 그래서 나도 서천을 좋아하지.”

“북천은 단호하고 분명해요. 그래서 강한 것이겠지요?”

“그렇소. 하지만 그것이 북천의 약점이기도 할 것이요.”

“하지만 아무도 북천의 약점을 증명해 내지는 못하고 있죠.”

“그러나 언젠가는 북천의 약점이 증명될 것이오.”

“동천의 무공에 의해서 말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소.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오. 허허”

남천의 물음에 동천이 허허로운 웃음을 날리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다시 받아 보시게.”

북천의 말과 함께 이번에는 네 개의 검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언제나 공격은 북천이 먼저 했고 상대는 북천의 공격을 받았다. 미리 정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양상은 반복되었다.

이번 공격에도 두 사람의 대응은 비슷했다. 교주는 마혼으로 날아오는 북천의 붉은 검 두 개를 베어버렸고 주은백도 동일한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결과는 조금 달랐다.

교주의 모습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주은백은 허벅지를 베었는지 잘려진 옷자락 사이로 제법 많은 피가 베어 나왔다.

교주가 걱정스러운 듯 주은백을 바라보았지만 주은백은 여전히 단호한 시선으로 북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교주도 눈길을 돌려 북천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내 검을 한번 받아보시오.”

교주가 북천을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교주가 선공先攻을 하려는 것이었다. 선공의 의미에는 주은백을 북천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좋지. 구경해보겠네.”

북천이 호기심이 인다는 듯 웃었다.

“천마참天魔斬이란 것이오.”

“들은 적이 있지. 천마의 최고 절기라지?”

교주의 말에 북천이 더욱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천마참이 천마의 비전절기로서 마교 최고의 절기임은 중원에도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 실체를 구경한 사람은 없었지만.

당연히 구경하던 사람들도 큰 호기심을 보이며 두 눈을 크게 치떴다.


교주가 마혼을 양손으로 맞잡고 북천을 겨누자 마혼에서 검붉은 연기가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 유긍연이 태상호법과의 대결에서 시전한 탈명단혼과 비슷한 연기였다. 하지만 색깔이 검붉은 색으로 달랐고 연기의 양도 달랐으며 양태도 달랐다. 마혼에서 피어 오르는 검붉은 연기는 한편으론 안개와 비슷하기도 해, 하늘로 피어 오를 뿐만 아니라 땅으로도 내리깔리고 있었다.

마혼에서 피어 오른 연기 같은 것이 점점 많아져 쌓이고 쌓이더니 차츰 하나의 형상을 취해가기시작했다. 그것은 유긍연의 탈명단혼에서 보였던 아수라와 비슷한 듯도 했고 천상天上의 무인武人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직 완전한 형상이 갖춰지지 않아 그 모습을 단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실로 기묘한 무공입니다.”

당현모가 남궁진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군. 좀 전 소교주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짙군.”

“저것을 마주대한다면 웬만한 사람은 두려움에 절로 무릎이 꺾이겠군요.”

“감히 맞설 엄두가 나지 않겠어. 허허”

남궁진걸도 당현모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천마참을 보게 되다니···”

검마존이 신음 같은 탄성을 발했다. 그도 실전에서 사용되는 천마참은 처음 보는 것이다. 교주가 누구를 상대로 천마참을 시전했겠는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척~

그때 곁에 있던 도마존이 한쪽 무릎을 땅에 꿇으며 부복했다. 천마참은 천마의 현신이랄 수도 있었다. 당연히 경배敬拜의 대상이었다.

도마존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땅에 부복하면서 고개를 숙여 경배의 예를 취하자 검마존과 권마존 역시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고 두 영주와 소교주 유긍연도 그러했다. 그러자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마교의 천주대 무인들이 일거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여 경배의 예를 취했다.

실로 일사불란하면서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마혼에서 피어 오른 연기의 형상은 여전히 너울거려 그것이 아수라인지 천상의 무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듯한 웅장하고 근엄한 힘을 표출하고 있었다.

“과연, 천마天魔로고.”

북천이 천마참을 보며 실로 감탄하고 있었다.


“가라~”

그 순간,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던 교주의 단호한 기합성이 울려퍼졌다. 그러자 검붉은 연기가 일렁이더니 천상의 무인인 듯 아수라인 듯 여전히 불분명한 형상이지만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던 그 무엇이 쏜살같이 북천에게로 쏘아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 찰나의 순간, 딱 정도로 먼저 북천의 손이 앞으로 뻗어지더니 기합성도 없이 순간적으로 자그마한 붉은 구슬 하나를 주은백에게로 쏘아보냈다.

“네놈을 먼저 제거해야겠구나.”

붉은 구슬이 날아간 뒤에 들려온 북천의 목소리였다. 북천은 교주의 천마참을 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맞서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승부에 주은백이 함께 공격해온다면 곤란했다. 먼저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말할 수 없는 재빠름으로 강기 구슬을 쏘아 보낸 것이다. 실로 북천에게서 볼 수 없었던 다급함이었고 한편으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암수라고 한다면 실로 그 순간의 적절함에 찬탄할 수 밖에 없는, 절묘한 공격이었다.

교주의 천마참은 북천에게로 날아가고 있었고, 그보다 조금 앞서 북천의 붉은 구슬은 주은백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주은백은 순간 당황했다. 아니 조금 놀랐다. 그도 교주의 천마참을 구경하고 있었다. 차마 그 순간 북천이 기습처럼 공격해 올지 몰랐다.

주은백보다 더 놀란 사람이 있었다. 교주였다. 천마참은 한 순간으로 쏘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반호흡 길게 쏘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수록 장강의 물결처럼 강력한 힘이 천마참에 실리는 것이다. 아직 마지막 한 모금의 진기를 천마참에 실어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 붉은 구슬이 주은백에게로 날아가고 있었고 주은백의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짧은 순간, 딸애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남은 한 모금의 진기를 싣지 못한다면 천마참의 위력은 완성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리하면 주은백을 도울 순 없다. 물론 주은백이 북천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보기에 주은백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 경험이 미숙한 것이다. 설령 준비하고 있었다 해도 북천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었다.


“타앗~”

검붉은 연기 속에서 교주의 기합성이 다시 울렸고, 천마참 속에서 환한 섬광이 일더니 주은백에게로 날아오는 붉은 구슬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엄청난 굉음 두 개가 거의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콰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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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49. 용서와 응징 +5 18.03.13 1,623 41 10쪽
249 248. 형제 +5 18.03.06 1,739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3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3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2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2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2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49 45 10쪽
»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3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1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76 45 10쪽
239 238. 재격돌 +3 18.01.25 1,659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77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1 35 10쪽
236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1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3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49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0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1 39 10쪽
231 230. 벽壁 +3 17.12.27 1,833 44 9쪽
230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2 44 10쪽
229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2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0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3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2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5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85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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