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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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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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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2.1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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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8. 천외천天外天

DUMMY

유정검과 화호법이 그렇게 장원을 떠났다.

화호법은 원래 성정이 무인의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의 여린 마음이 커서도 바꿔지지 않았다. 고아로 자라다 태상호법의 눈에 띠어 어릴 때부터 북천회에 몸담고 있었는데 유정검이 북천회에 들어오면서 둘 사이에 연분緣分이 싹텄지만, 태상호법의 눈이 있어 유정검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돌아가야지?”

서홍이 묵진휘에게 물었다. 이황야 대열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시간이 있으시면 북경 근처 안가安家까지 함께 갔으면 하오. 금의위 놈들이 아직 등 약재상을 찾고 있을 지 몰라 하는 말이오.”

조부태감이 묵진휘에게 등각규 약재상의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북경 근처에 있는 안가까지만 간다면 놈들이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오. 거기서 이황야께서 북경에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소.”

조부태감이 다시 한번 요청했다. 묵진휘의 무공을 두 눈으로 보곤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함께 한다면 금의위 놈들이나 북천회 정도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조금 통통한 편인 등각규 약재상도 애절한 눈빛을 묵진휘에게 보내고 있었다. 한번 납치되어 봤기에 두려운 것이다. 그것은 봉두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북경 안가까지 함께 갑시다.”

묵진휘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황야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가 등 약재상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황야 일행의 장정이 동광현 입구에서 멈춰선지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며칠 전 허세학 부맹주와 무현대사가 말 등에 올라 돌아왔을 때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여섯 명이 가선 단 두 명만이 돌아 왔을 뿐이었고 그나마 두 사람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었다.

무림맹 정예들은 그 길로 고개 너머 노인들을 향해 달려갈 태세였으나 허세학 부맹주와 무현대사가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겨우 젊은 발걸음들을 잡을 수 있었다.

허세학 부맹주는 그날로 무림맹의 운월자에게로 전서구를 띄웠다. 북천이 나타났으며 자기로서는 불가항력不可抗力이라는 내용이었다.

고개 너머에 북천이 있다는 말은 마교에게도 전해졌지만 그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삼마존은 교주로부터 이미 북천이 나타나면 기다리란 지시를 받았었고, 북천이 마교에 나타나 한바탕 휘젓고 갔다는 사실도 알았기 때문에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전서구로 교주에게 현재의 상황을 전했을 뿐이다.

개방 역시 무진신개의 지시로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무진신개가 주은백에게 물었다. 현재로선 기댈 곳이 서천의 후예인 주은백 뿐이었다. 자신들로서는 동서남북에 대해서 대응 자체가 불가不可하다는 것을 이미 선대先代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선, 묵진휘 그 친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저 혼자로서는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상정문을 통해 남천의 후예에게도 소식을 넣었습니다. 그녀도 올 것입니다. 또 마교 교주께도 연락이 갔으니 그분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떻게 맞대볼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은백이 조금은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신의 마음 또한 당장 고개 너머 북천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지만 이미 한번 상대해본 적이 있기에 그나마 답답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이다.

주은백의 말에 무진신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무진신개도 이미 동서남북간의 관계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한정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았다. 다수多數의 군중들은 호흡이 짧고 가빴다. 북천에 대해 본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이 많은 수가 한 사람 때문에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특히 무림맹 정예들이 그러했고 개방도들 또한 그러했다. 그마나 무진신개의 위엄 때문에 개방도들의 답답함은 무림맹 정예들만큼 표출되지 않을 뿐이었다.

마교는 일사분란하고 지휘계통이 분명한 조직이다. 위에서 대기하라면 군말 없이 대기한다. 하지만 정파 무인들은 달랐다. 조직보다는 개인을 중시하고, 지휘계통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었다.

이황야도 아무런 말 없이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천막으로 된 이황야의 임시 거소가 관도 옆에 세워졌고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머물렀다. 장시랑의 말에 의하면 이황야는 독서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 좋다는 말도 했다 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 특히 무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는 이 와중에 책을 읽는 것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 시간이 좋다니.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저 그러려니 했다. 애초부터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이황야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과 굳이 비교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따분한 듯 하지만 또 금방 흐르는 것이 시간이었다. 그리고 대치 정국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운월자와 구대문파 및 오대세가의 장문인과 가주들 몇이었다. 물론 그들을 수행하는 무인들도 함께였지만 전력戰力으로 나온 인원은 아니었다.


“맹주님을 뵈옵니다.”

전장에 새로 나타난 무림맹주 운월자를 보며 허세학 부맹주가 인사를 올렸다. 핏기 없는 얼굴에 부축을 받아 서있었지만 예의를 갖추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당당해 보이기도 했다. 허세학 부맹주가 예의를 갖추자 무림맹 정예들이 동시에 맹주에 대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앉으시오. 수고가 많았소.”

운월자가 허세학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손을 잡는다.

“소임을 완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오. 며칠 전 전투얘기는 오면서 들었소. 허 부맹주께서 얼마나 수고하셨는지 모두 알고 있으니 그런 말씀 마시오.”

운월자가 허세학 부맹주를 따뜻하게 위로했다.

“그나저나 그자가 그토록 강하단 말이오?”

운월자가 본론을 꺼내었다.

“한 수 밖에 보지 못했으니 정확하게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제 스승님 이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니, 그렇게나?”

허세학 부맹주의 말에 운월자가 놀란 듯 되물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허세학이 말하는 스승이란, 전대 최고수 중 하나로 평가 받았던 패황도覇皇刀 길영佶影을 말하는 것이다.

패황도는 한 자루 커다란 도를 들고,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장악하고 있던 무림에 홀연히 나타나 모든 비무比武를 승리로 이끌며 당대를 풍미했던 고수였다. 물론 은퇴하거나 칩거하고 있던 소림이나 무당 등의 고승高僧이나 도사道士들이 모두 그와 겨루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패황도가 명백한 천하 최고수인지 아닌지는 단정할 수 없었으나, 사람들은 그를 천하 최고수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마 그가 많은 비무를 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무위武威를 본 것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

운월자 옆에 있던 고승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물은 사람은 무굉대사였고 옆에 있는 사람은 당대 소림사의 장문인인 무승대사였다. 웬만한 일로는 소림사를 벗어나 무림에 나타나지 않는 무승대사까지 이곳에 온 것이다.

허세학 부맹주가 무림맹으로 전서를 보내면서 동서남북에 대해 아주 간략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동서남북이란 천외천天外天이 있었고 북천회의 회주는 그 중 하나인 북천이라고.


허세학이 부상을 입고 돌아온 날, 무진신개와 주은백 등이 모였었다. 상황을 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허세학은 상황을 설명한 후 무진신개에게 도대체 북천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떻게 그런 무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림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지 너무나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허세학은 분명히 자기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진신개에게 다그쳐 물은 것이다. 무진신개는 조금 난감했다. 함께 싸우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주은백의 양해를 얻어 대략적인 내용을 허세학에게 말한 것이다.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

사람은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세상의 이치에 대해 고민하며 산다. 무인은 무의 이치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자연은 너무 복잡하고 거대해 사람이 오감五感을 통해 경험하는 범위는 사실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가 모든 것인 줄 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알지 못하던 세계가 있고 그것이 더욱 중차대한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격이다. 무인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확인하고자 한다. 또 한편으론 호사가를 중심으로 한 일부의 사람들은 그런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세계를 찾아 다니기도 한다. 아무튼, 사람들은 그런 충격의 세계,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천외천이라 불렀고, 무림에는 언제부턴가 천외천이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어렴풋이 인식되어 왔다. 물론 호사가들을 중심으로. 하지만 확인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동서남북이라는 천외천이 실제 존재한다고 허세학이 알려왔으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당연히 그러한 소식은 장문인들이나 가주들을 이리로 불러 모으는 기폭제가 되었다.

“계속 고개 너머 정자에서 바닥을 두고 있다 하오.”

무림맹 무인들이 고개 너머 먼 발치에서 계속 북천을 정탐하고 있었고 북천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태상호법과 바둑만 두고 있었다.

“지금 가보도록 합시다.”

성격 급한 하북 팽가의 가주 팽윤기였다. 삼 년 전쯤부터 폐관수련에 들었다 이번에 출관했다는 그였다. 사실 사람들은 몰랐지만, 팽윤기는 삼 년 전쯤 무한에서 불측은비 서은후와 대결했었고, 거기서 패한 것이 폐관수련의 계기가 되었다. 출관 후 팽보기의 첩자 소식을 듣곤 북천회에 대한 분노에 젖어 있다 북천이 나타났단 소식을 듣고 이리로 달려온 것이다. 이래 저래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폐관수련하면서 나름 무공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그것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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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250. 구속과 자유 +4 18.03.20 1,597 46 10쪽
250 249. 용서와 응징 +5 18.03.13 1,623 41 10쪽
249 248. 형제 +5 18.03.06 1,739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3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3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2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2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2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49 45 10쪽
242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2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1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76 45 10쪽
239 238. 재격돌 +3 18.01.25 1,659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77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1 35 10쪽
236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1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3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49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0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1 39 10쪽
231 230. 벽壁 +3 17.12.27 1,832 44 9쪽
230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2 44 10쪽
»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2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0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3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2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5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84 41 11쪽
223 222. 다섯 개의 싸움 1 +2 17.11.28 2,024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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