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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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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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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12.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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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9쪽

230. 벽壁

DUMMY

“조금 더 기다리시게.”

무진신개가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말리고 나섰다.

“기다려서 한두 사람 더 온들 무엇이 달라지겠소? 부딪히는 것이 무인이라고 신개 선배가 누누이 말씀하시지 않았소? 무림맹은 이곳에서 세 명의 당주를 허무하게 잃었소. 어찌 맹주인 내가 가만히 기다릴 수 있겠소? ”

운월자의 비분강개에 찬 말투에 무진신개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아마 앞뒤 정황을 몰랐다면 자신이라도 이들과 똑같았으리라. 수하를 잃으면 복수해주고 싶은 것이 수장首長이고, 강자가 있다면 부딪혀 보고 싶은 것이 무인武人이다. 강하다고 피한다면 이미 무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알겠네. 내 더 이상 말리지 않겠네. 다만, 조심들 하게.”

무진신개가 물러나자 열 명의 사람들과 현무당 삼조원들, 척후병 하나가 고개를 올라갔다.


무림맹주 화산파 장문인 운월자···

소림 장문인 무승대사와 사제 무굉대사···

청성 장문인 진운···

곤륜 장문인 문진자···

남궁가주 남궁진걸···

사천당가주 당현모···

하북팽가주 팽윤기···

그리고 오늘 아침에야 전장에 도착한 제갈가주 제갈군과 총군사 제갈청···


가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과 가주들이 총출동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거의 일이백 년 이내에 이처럼 많은 장문인들과 가주들이 함께 검을 들고 적을 찾아 간 적이 어디 있었던가?

이들 모두는 동서남북이란 천외천을 부정하고 싶었다. 천외천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는 하늘이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림맹주님이야 먼발치에서 한두 번 봤지만 소림 장문인을 포함해 다른 분들 얼굴은 처음 보는군 그래.”

“왠지 나도 거물巨物이 된 기분이야. 큭”

“하긴, 이황야에 마교주,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장문인이나 가주들을 우리가 언제 이리 가까이에서 뵐 수 있겠나? 게다가 천외천이라는 북천에다 동천과 서천의 후예들이라니. 큭큭”

“출세도 여간 큰 출세가 아니지. 허허”

두원까지 항백과 경표의 너스레에 슬그머니 동참했다. 두원이 생각해도 태풍의 중심부에 자신들이 서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황야의 북경행. 역사가 바뀔 수 있는 사건이다.

이황야를 가로막는 의외의 인물, 북천···

무림맹과 마교의 동행···

마교주와 구대문파의 장문인, 오대세가의 가주들···

그리고 동서남북···

그들 하나하나가 자신 같은 일반 무인 입장에서는 감히 마주보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자신도 어딘가 모르게 흥분되는데, 젊은 항백과 경표의 설렘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고개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말을 탄 그들은 이내 고개를 넘어섰다. 고개를 넘자 약간의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널찍한 구릉 같은 얕은 언덕이 있었고 거기에 장원과 길에 면한 조그만 정자가 있었다. 고개 정상에서도 안력을 돋우면 충분히 바둑두는 노인 둘이 보였다.

“저들인가?”

“그렇습니다.”

운월자의 물음에 따라온 척후병 하나가 공손히 대답한다.

“자네는 내려가 보게.”

운월자의 말에 척후병이 잽싸게 다시 올라왔던 고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경도 좋지만 바둑두는 노인네의 엄청나면서도 잔인한 손속을 생각하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행은 아무런 말이 없이 고개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시간의 반도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운월자 일행이 언덕 정자로부터 십오장 거리 즈음에 멈춰섰다.

“말씀 좀 묻겠소? 당신이 북천이란 사람이오?”

운월자가 내공을 실어 바둑 두는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떨거지 대장들인 듯합니다.”

태상호법이 여전히 바둑을 두면서 운월자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회주, 북천에게 조그만 소리로말했다.

“그렇다면 손님 대접을 해야겠군. 떨거지 대장이라도 대장이니 말일세. 하하하”

북천이 태상호법을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그리곤 손에 든 바둑돌을 내려 놓더니 고개를 들어 운월자 일행을 보면서 대답했다.

“그렇다네. 내가 북천일세.”

“나는 무림맹주 운월자라 하오. 화산의 장문인직을 맡고 있소. 여기 계신 분들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이나 가주들이시오.”

운월자가 간단히 소개를 했다.

“무슨 볼일이 있는 겐가?”

구대문파와 장문인, 오대세가의 가주라고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천이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하대하자 운월자도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낼 정도의 운월자는 아니었다.

“이 길을 지나가도 되겠소?”

“그건 곤란하겠네.”

“왜 곤란하다는 것이오? 이 길이 당신 것은 아니지 않소?”

“산적이 산을 소유하고 있어 길을 막는다든가? 처음 들어보는 얘길세. 하하하”

북천이 조금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북천의 말에 운월자는 옳지 싶었다. 스스로를 도둑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것이라도 명분을 가지면 유리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당신도 도둑이란 말이오?”

운월자가 몰아붙였다.

“내가 언제 도둑이라 했는가?”

“도둑이 아니라면, 왜 이 길을 지나지 못하게 한단 말이오?”

“내가 언제 도둑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런 궤변이 어디에 있소?”

“나는 도둑일 때도 있고 도둑이 아닐 때도 있네.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돌이켜 보면 언젠가 도둑이었을 때가 있었을 걸세. 하하하”

“말장난 하지 마시오.”

“말장난은 자네가 먼저 하지 않았나?”

“내가 언제 말장난을 했다고 그러시오? 그저 길을 지나가도 되는지 물어 본 것이오.”

“상황을 모르고 물어 본 것인가? 알면서 물어 봤으니 애초 말장난인 게지.”

“됐소. 당신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오.”

“내 말이 그 말일세. 우리 사이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북천의 말에 운월자는 기분이 나빠졌다. 상대는 전혀 대화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때 운월자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무굉대사가 나섰다.

“말로 상대할 위인이 아닌 듯하오.”

그러면서 무굉대사는 운월자의 대답도 듣기 전에 북천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주먹으로 권풍拳風을 쏘아보냈다.


쾌애애액~

거칠게 공기를 찢으면서 권풍이 북천을 향해 날아갔다. 소림의 항마대력신권降魔大力神拳이었다.

북천은 자신을 향해 사납게 몰아쳐오는 항마대력신권의 권풍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가볍게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크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붉은 강기 한 토막이 손에서 뿜어져 나와 무굉대사의 항마대력신권을 향해 날아갔다. 붉은 강기 토막은 날면서 별다른 소리도 내지 않았다.

드디어 권풍과 강기가 부딪혔다.

사람들은 굉음과 후폭풍이 일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붉은 강기가 항마대력신권의 권풍을 뚫고 속도를 점차 빨리하면서 무굉대사에게로 날아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붉은 강기 토막이 꼬리처럼 항마대력신권의 권풍까지 몰고 날아가는 것이다. 항마대력신권의 권풍은 이제 북천에게로 날아가다가 방향을 바꾸어 붉은 강기 토막을 뒤따라 무굉대사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찌 저럴 수가···”

무굉대사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날린 권풍이 다시 자신에게로 날아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력한 강기에 부딪쳐 소멸되었다면 차라리 이해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무굉은 그저 물끄러미 날아 오는 자신의 권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제···”

무승대사가 큰소리로 넋을 잃은 듯한 사제師弟, 무굉대사를 깨우치면서 두 손을 뻗어 날아오는 붉은 강기를 향해 장풍을 날렸다. 금강일장金剛一掌이었다. 단순하지만 단 한번으로 금강석金剛石도 부순다는, 파괴력이 높은 장풍이었다.


콰콰콰쾅~~

이번에는 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굉대사가 뒤로 날아갔다. 결국 붉은 강기에 맞아 뒤로 날아간 것이다. 북천의 붉은 강기 토막은 무승대사의 금강일장에도 파쇄되지 않고 그대로 날아가 무굉대사를 타격한 것이었다.

뒤로 날아간 무굉대사가 신음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쓰러져 꿈틀대고 있었다. 다행히 절명하지 않고 목숨은 건진듯했다. 무승대사의 금강일장이 붉은 강기 토막을 파쇄하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위력을 줄였기에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무승대사가 무굉대사와 똑 같은 말을 되뇌듯 했다. 역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금강일장은 가히 무림일절이라 손꼽히기에 족한 것이다. 특히 위력 면에서는 장법 중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그런 금강일장이 조그만 강기 토막 하나를 파쇄하지 못하다니.

무승대사는 온 몸에서 기운이 빠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 한번의 부딪힘이었지만 상대가 무너트릴 수 없는 벽壁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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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251. 십 년 후 +19 18.03.30 1,609 56 18쪽
251 250. 구속과 자유 +4 18.03.20 1,597 46 10쪽
250 249. 용서와 응징 +5 18.03.13 1,623 41 10쪽
249 248. 형제 +5 18.03.06 1,739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3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3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2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2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2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49 45 10쪽
242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2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1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76 45 10쪽
239 238. 재격돌 +3 18.01.25 1,659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77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1 35 10쪽
236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1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3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49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0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1 39 10쪽
» 230. 벽壁 +3 17.12.27 1,833 44 9쪽
230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2 44 10쪽
229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2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0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3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2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5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85 41 11쪽
223 222. 다섯 개의 싸움 1 +2 17.11.28 2,024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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