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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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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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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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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1.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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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8. 재격돌

DUMMY

유긍연이 펼친 탈명단혼의 검은 연기를 향해 날아온 장풍은 태상호법의 위기를 감지한 북천이 쏘아 보낸 것이었다. 북천의 장풍에 천마의 절기 중 하나인 탈명단혼이 그야 말로 연기처럼 사라졌고 유긍연은 장풍에 맞아 튕겨 날아가더니 입으로 피를 한바탕 게워낸 후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탈명단혼이 그리 허무하게 파훼되다니···’

유긍연은 내상으로 인해 속이 진탕되는 것보다 머리 속이 더 진탕되는 느낌이었다. 탈명단혼은 천마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마교 최상승의 절기였다. 물론 자신의 성취가 완벽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아버님이 말씀하신 것보다 더 강하다···’

유긍연이 놀람으로 북천을 바라보니, 북천은 가만히 태상호법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상호법의 어깨에서는 피분수가 솟아나고 있었는데, 유긍연이 펼친 탈명단혼에 의해 오른팔이 잘려나갔기 때문이었다.

도욱찬은 검을 잡고 있는 것이 힘이 들어 검을 든 팔을 스스로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팔은 잘려 나간 뒤였다. 팔이 잘려 나갈 때의 고통이 도욱찬에게는 막연한 힘겨움으로 다가간 것이다. 그리곤 팔을 내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도욱찬이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팔에는 여전히 연검이 쥐어져 있는 채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유긍연을 바라본다. 유긍연을 바라보는 태상호법의 눈에는 이미 싸움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고 없었고 일렁이던 불꽃은 꺼져버린 뒤였다. 그러한 점은 유긍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서 두 사람의 싸움은 더 계속될 수 없었다.


“드디어 자네들이 나서는 것인가?”

북천이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주은백을 보며 물었다. 주은백 곁에서 서설란도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북천 주위에는 두 영주와 삼마존, 남궁진걸과 당현모가 있었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운월자를 위시한 무림맹 원로들이 서있었으며, 그 뒤에는 현무당 삼조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훨씬 더 먼 곳에서는 무림맹 정예들과 마교의 천주대 무인들이 북천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상호법과 유긍연 역시 또 다른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북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북천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주은백과 서설란이 북천에게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전에 볼 때 보다 적지 않은 깨달음이 있었군 그래.”

북천이 주은백과 서설란을 번갈아 보면서 다시 한마디 했다.

사실 주은백과 서설란은 북천과의 대결 이후 큰 진전이 있었다. 이미 하늘에 닿아 있던 두 사람에게 북천이란 새로운 차원의 하늘은 충격이었고 다른 의미에선 새로운 개안開眼이었다. 절대고수인 주은백과 서설란이 북천으로 인해 새로 눈을 떴으니 어찌 진전이 없었겠는가?

그걸 알아보는 북천이었다.

북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주은백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서설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네들이라면 대접이 달라야지.”

북천이 흐트러져 있던 소매를 다시 걷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두 사람에게는 살수를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지배의 대상이었지만 남천과 서천의 후예들이라면 제압의 대상은 될지언정 지배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수많은 시간이 흐른다 한들 자신의 발꿈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나 남천과 서천의 후예라면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초제근剪草除根···애초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

목숨을 살려주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


다시 세 사람이 삼각형 모양으로 대치하고 섰다. 재격돌이었다.


주은백이 북천을 향해 검을 곧추세웠다. 그러자 검 주위에서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람이 커지면서 북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만들었고 그 범위와 세기를 점점 넓혀나갔다. 이제 주위에 있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더니 풀들 마저 바람에 누웠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더니 어느덧 나뭇가지들마저 제법 사납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옷소매가 펄럭이자 놀라 눈이 휘둥그래지다가 이내 눈을 다시 찌푸렸다. 바람에 흙먼지가 날리면서 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단한지고···”

운월자가 격한 감탄을 토해냈다.

‘어찌 이 넓은 범위에 이처럼 거센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

‘아직 젊은 서천의 후예가 저러할진대 서천이란 사람은 또 어떠할 것인가?’

놀라기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소교주가 아직은 미치지 못하겠구나.’

주은백을 바라보는 두 영주의 심정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마교와 교주 및 소교주에 귀속시켰고 그들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했다.

무림맹 정예들의 놀람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일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서천에서 좋은 바람이 부는구나.”

북천이 흐뭇한 듯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벌려 주은백의 바람을 맘껏 맞아 들였다. 북천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러는 사이 기합성은 다른 곳에서 울려 퍼졌다.

서설란이 서있던 자리에서 기합성과 함께 왼발을 옆으로 벌리며 검을 횡으로 크게 그었다. 그러자 푸른 강기가 바다의 너울인 듯 북천에게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남천의 독문무공인 청해신공 중 거경창파巨傾滄波였다.

주은백의 바람 속에서 펼쳐지는 서설란의 거경창파는 실로 장관이었다.

“실로 바다에 온 듯 하구나.”

운월자가 다시 격한 탄성을 토해냈다. 주은백의 거친 바람 속에서 서설란의 거경창파가 푸른 색을 띠며 북천에게로 몰려가자 실로 바다에서 큰 너울이 밀려드는 것과 같은 장관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서설란의 거경창파가 북천에게로 몰려가는 것과 때를 맞추어 주은백이 풍정風精을 펼치며 북천에게로 날아들었다. 거센 바람 속에서 풍정이 펼쳐지자 북천 주위에는 거센 바람이 씻은 듯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만이 감도는 듯했다. 그 사이를 주은백의 검이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북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선채 그 모든 것을 관조하듯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곤 일순간 두 팔을 앞으로 뻗더니 주먹을 쫙 펴면서 손바닥을 최대한 펼쳤다.


쿠아아아쾅~ 카카카캉···

북천이 손바닥을 펴는 순간 큰 파도가 바위 절벽을 사납게 두드리듯, 거센 북풍이 깊은 계곡을 무서운 속도로 흘러 내려오듯 사납고 거친 굉음이 울려 퍼졌고 흙먼지와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휩쓸려 하늘로 날아 올랐다. 조그만 돌들이 바람에 날려 파편처럼 사방으로 비산했고 그 사이로 붉은 빛과 노을 빛, 푸른 빛이 불꽃놀이처럼 사방에서 번쩍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었다. 이것이 싸움이 아니었다면 구경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을 것이고 일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친 바람과 충돌의 여파에 순간 휘청거렸고 일부는 놀라고 두려워 땅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그런대로 중심을 잡고 서있던 사람들도 일순간 눈을 찌푸려야 했다.

바람과 먼지, 굉음과 눈부신 섬광이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천상天上인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가 이내 지옥인 듯한 광경을 만들었다 했기에 사람들을 놀라면서도 신비로워했고 감탄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 사람의 격돌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한마디로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닌 천외천의 숭고하고 장엄한 장관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그런 광경을 표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아~”

“으~”

어떤 사람은 절로 모르게 감탄을, 어떤 사람은 신음 같은 소리를 뱉어냈다.

“죽더라도 저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군.”

경표가 여전히 눈으로는 허공에 터지는 섬광을 보면서 불쑥 말했다.

“그러려면 자네나 나는 족히 백 년 이상은 수련을 해야 할 게야. 그것도 주대협이나 묵대협을 스승으로 모시고.”

항백이 퉁을 주었지만 그 얼굴은 자신도 그랬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세 사람의 격돌은 그처럼 장관이었고 황홀함이었다.

“보이는 게 있어요?”

당수진이 초조한 목소리로 남궁이현에게 물었다. 자신은 섬광과 바람과 먼지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보이지 않소. 조금 기다려봅시다.”

남궁이현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섬광은 그쳤고 굉음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흙먼지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었으니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흙먼지는 좀처럼 땅으로 내려앉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문드문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도 흐릿하지만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모두 서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이 북천인가?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이 북천이기를 바랐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윤곽이 보다 분명해졌다. 무릎을 땅에 대고 있는 사람은 가냘프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였다. 서설란이었던 것이다.

주은백이 서설란에게로 다가갔다.

“괜찮으시오?”

주은백이 서설란에게 물었다. 주은백도 곳곳에 무복이 찢기고 상처에서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지만 그리 큰 상처는 없는 듯했다.

“괜찮습니다.”

서설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하지만 입에서는 연신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이를 악다물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속에서 넘쳐 올라오는 피를 이를 악다문다고 모두 막을 순 없었다.

“대단하구나. 짧은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어. 너희가 내 나이가 되면 서천이나 남천, 나보다도 낫겠어. 허허.

북천이 두 사람을 향해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북천의 무복은 깨끗한 상태 그대로였고 먼지 한 톨 묻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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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248. 형제 +5 18.03.06 1,744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8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9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9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6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6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54 45 10쪽
242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8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5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82 45 10쪽
» 238. 재격돌 +3 18.01.25 1,664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80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4 35 10쪽
236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5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8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52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3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5 39 10쪽
231 230. 벽壁 +3 17.12.27 1,838 44 9쪽
230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7 44 10쪽
229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6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6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6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5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9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90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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