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7,996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8.01.15 11:49
조회
1,664
추천
41
글자
9쪽

235. 고개를 내려오다

DUMMY

“두 노인이 나타났다. 그자들이 고개를 내려온다.”

고개를 감시하던 무림맹 무사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가 감시하던 고개에 백의白衣를 깨끗하게 갖춰 입은 두 노인이 나타난 것이다.

무사의 큰 고함 소리에 임시천막 곳곳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뛰쳐나왔다.

“그자들인가?”

“부···분명합니다. 바둑 두던 노인 두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물음에 척후병으로서 북천과 태상호법을 봤던 무인 하나가 대답했다.

“비상 종을 울려라”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비상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그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자들이 고개를 내려오고 있답니다.”

제갈청이 무림맹주 운월자에게 긴급히 보고했다.

“모두 피하라고 이러게.”

운월자가 어두운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모두 맞서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주 운월자와 함께 온 월령도 감세곡이었다. 감세곡은 북천의 무위를 직접 보지 않았기에 감히 싸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의미 없네. 괜히 아까운 목숨만 버릴 뿐이야. 어서 피하도록 지시를 내리게.”

무림맹주 운월자가 감세곡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제갈청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고 제갈청이 천막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무림맹 무인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북천이 고개를 내려오고 있다 합니다.”

마교 천주대 대주인 철혈마도 하오성이 급히 천막으로 들어오더니 다급하게 뱉었다.

두 영주와 삼마존은 소교주 유긍연을 바라보았다. 유긍연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다.

교주는 자신이 도착하기 전에 북천을 공격하지 말라 일렀다. 하지만 북천이 먼저 공격해 들어오면 어찌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유긍연이 두 영주와 삼마존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갑시다. 천주대는 뒤에서 대기하도록.”

유긍연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천주대주 하오성은 급히 천막을 나갔다.

“저희가 먼저 막아보겠습니다. 소교주께서는 뒤에 계십시오.”

성휘령주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유긍연에게 말하자 삼마존도 고개를 끄덕이며 성휘령주 뒤에 붙어섰다. 북천을 함께 막아볼 테니 소교주는 뒤에 있으란 뜻이었다.

“영주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두려워 뒤에 물러서 있다면 장차 어찌 교주가 되겠습니까? 누가 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오히려 싱긋 웃으며 직선적으로 대꾸하는 소교주에게 성휘령주는 사실 할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주은백과 서설란도 소식을 듣고 천막으로 찾아왔다.

“마침 맞게 왔군. 함께 나가볼까?”

유긍연이 반갑게 주은백과 서설란을 맞더니, 먼저 성큼성큼 걸어 천막을 나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두 영주와 삼마존이 유긍연의 뒤를 따라 나갔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죄다 도망가는군요.”

뒤로 물러나는 무림맹 정예들을 보며 태상호법이 비웃었다.

“도망가는 쥐새끼까지 굳이 잡을 필요는 없겠지.”

회주, 북천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느릿느릿한 걸음을 걸었다.

태상호법은 회주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었다.

‘그도 분노하고 있는가?’

자신할 수 없었다. 얼굴을 통해 회주의 마음을 짐작할 수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사람이 회주였다.

‘그는 무슨 생각일까?’

태상호법은 눈앞에 있는 놈들을 깡그리 죽여버리고 싶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처절한 응징과 복수를 하고 싶었다.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내려왔다. 그런데 회주는?

갑자기 회주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도 자신의 제자의 죽음에 분노하는가?

저들을 모두 쓸어버림으로써 무림을 장악하려는 옛날의 야망이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회주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회주가 변심을 했다는 증거나 정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 길을 걷고 있는데도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지. 지금 이 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충분할 뿐.’

태상호법이 분노 뒤편에 있는 잡념을 떨어 버리려 했다. 지금 와서 회주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가 이 길을 걸으며 맞서는 놈들을 함께 죽여 준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저기 몇 놈이 나타났군요.”

“안면이 있는 놈들이군 그래. 서천과 남천의 후예들이군. 또 다른 젊은 놈은 본 적이 없는데 저놈이 동천의 후예인가?”

북천이 나타난 사람들을 살피더니 유긍연을 동천의 후예로 짐작했다.

“그럴 리가?”

태상호법 도욱찬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에 삼천의 후예가 모두 있다면 누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단 말인가? 물론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이곳에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제 그런 것도 상관없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상관없다. 모두 죽여버리면 그뿐.’

태상호법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또 보게 되는구나.”

북천이 주은백과 서설란에게 말했지만 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땐 네놈들 스승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자비를 기대하지 말거라.”

“당신에게 자비 따위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북천의 말에 서설란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허허허. 남천이 성깔 사나운 제자를 뒀구나. 그런데 네놈은 누구냐? 동천의 후예냐?”

서설란의 대꾸에 북천이 귀엽다는 듯 웃더니 고개를 돌려 유긍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오. 나는 마교의 소교주 유긍연이라 하오. 이쪽은 마교의 영주들이고 여기는 삼마존이라 하오.”

유긍연이 태연한 얼굴로 답하더니 두 영주와 삼마존을 소개까지 했다.

“껄껄껄.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고, 교주가 아들 놈은 잘 뒀군 그래. 동천의 후예는 어디 있느냐?”

북천이 유긍연에게 웃음을 보내다가 고개를 돌려 주은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도 곧 올 것이오.”

주은백이 대답했다.

“그 놈이군 그래.”

북천이 태상호법을 돌아보며 말하자 태상호법이 이를 악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아들의 원수는 동천의 후예로 귀결되는 셈이었다.

“우리 사이에 더 할말이 있겠는가?”

북천의 물음에 군더더기는 없었다.

“없소.”

주은백의 대답에도 군더더기는 없었다.

“자네도 나서볼 텐가?”

북천이 태상호법을 돌아보며 물었다.

“마교 소교주라는 놈을 맡아보지요. 교주에게도 아들을 잃는 슬픔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태상호법이 북천의 뒤에 있다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그러시게. 무림맹 떨거지들은 도망갔나 보군?”

북천이 태상호법의 대답에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

그때 주은백 일행 뒤로 무림맹주 운월자, 감세곡, 제갈청과 남궁진걸, 당현모, 청성 장문인 진운이 나타났다. 무승대사 등은 자기의 사문으로 돌아갔다. 이곳에 남아 할 일이 없었던 것이고 운월자도 귀가歸家를 종용했다. 괜히 이곳에 있음으로 해서 자괴감만 커질 뿐이었다.

“그래,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이 좋겠지.”

북천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한 손으로 다른 손의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상대에게 준비하라는 뜻이었고 그럴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북천의 행동에 따라 주은백을 비롯한 사람들이 검이나 도 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인영이 허공으로 치솟더니 북천을 향해 도刀를 베어가기 시작했다.

월령도 감세곡의 너무나 갑작스런 공격이었다.

‘안돼~’

운월자가 안돼라고 소리치려 했으나 그 말은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감세곡을 가만히 바라보는 북천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만 어릴 뿐 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감세곡의 월령도가 거의 북천의 머리를 쪼갤 듯 내려쳐질 때 무림맹 인물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감세곡의 공격이 너무나 절묘했고, 그의 도가 북천의 머리에 거의 닿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북천이 감세곡의 월령도를 마치 어린아이 장난감처럼 두 손가락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도 끝에는 감세곡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얼마 전 하북팽가의 팽윤기가 당한 것과 똑같은 꼴이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북천의 대응 방식이었다.

팽윤기에 대해서는 그의 도를 부러뜨린 후 내던져 버렸지만, 이번에는 감세곡의 도를 빼았더니 그의 도로 단숨에 감세곡의 목을 베어버렸다.

감세곡의 머리가 털썩 하고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일장 조금 못 되는 거리를 뒹굴었다. 그러자 주위의 모든 공기가 움직임을 멈추고 정지한 듯했다. 북천을 둘러싼 모든 공간이 싸늘한 겨울처럼 얼어붙은 듯 보였다. 당연히 무림맹 지도부도 얼어붙은 듯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북천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격류激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2 251. 십 년 후 +19 18.03.30 1,613 56 18쪽
251 250. 구속과 자유 +4 18.03.20 1,601 46 10쪽
250 249. 용서와 응징 +5 18.03.13 1,632 41 10쪽
249 248. 형제 +5 18.03.06 1,744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8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9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9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6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6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54 45 10쪽
242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8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5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81 45 10쪽
239 238. 재격돌 +3 18.01.25 1,663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80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4 35 10쪽
»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5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8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52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3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5 39 10쪽
231 230. 벽壁 +3 17.12.27 1,838 44 9쪽
230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7 44 10쪽
229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6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5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6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5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9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90 41 11쪽
223 222. 다섯 개의 싸움 1 +2 17.11.28 2,027 4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