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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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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12.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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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0쪽

229. 혼담婚談

DUMMY

“서두르지 맙시다. 말을 들어보니 그자가 다른 데로 갈성싶지는 않소. 오늘은 이곳에서 묵고 내일 찾아가보도록 합시다.”

팽윤기의 말에 내심은 모두 북천이란 인물을 보러 가고 싶었으나 운월자는 감각적으로 한 호흡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내일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도록 합시다. 먼 길을 왔으니 오늘은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좋은 방도가 있는지 모색하는 것도 좋을 듯하오.”

무승대사가 운월자의 말에 동의하고 나서자 더 이상 조르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들 자신들의 문파나 가문에서 파견 나온 무인들과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미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고 다친 사람도 많았기에 장문인이나 가주로서 위로와 격려도 필요했던 것이다.



남궁가주 남궁진걸이 남궁이현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싸움터로 나온 남궁가 인물들을 만나 위로와 격려를 전한 후였다.

이번 싸움에서 남궁가는 남궁이현을 제외하고 여섯 명이 나와 하나가 죽고 둘이 다쳤다. 남궁진걸은 속으로 가슴 아팠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표도 내지 않았다. 무인武人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싸움터에서 무가武家의 가주가 가솔 한둘의 죽음과 부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의 심정을 밖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등지윤을 상대했다고?”

남궁진걸도 등지윤의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사파의 인물이라 마주친 적도 대면한 적도 없지만 대단한 고수임은 분명했다. 십여 년 전부터 그의 이름이 무림에서 갑자기 사라졌기에 최근에는 그의 존재감이 흐릿해졌으나 결코 자신의 아들에게 당할 인물은 아니었다.

남궁진걸이 아는 남궁이현은 삼 년 전 영웅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떠날 당시의 남궁이현이었다. 물론 그 뒤에 몇 차례 얼굴을 봤으나 검을 다루는 것을 직접 본 적은 없다. 무림맹에 있는 아들의 무공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는 소식도 듣기는 했으나 직접 본 바가 없었기에 그대로 믿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등지윤까지 상대했다는 소식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들이 겸손하게 답한다. 남궁진걸은 우선 흐뭇했다.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건방이 따라 는다면 차라리 실력이 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을 들고 따라 나오느라.”

남궁진걸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는 좀···”

남궁식연이 남궁진걸을 말리고 나섰다. 남궁식연은 남궁진걸과 같은 항렬이었으나 나이 차이가 많다 보니 오히려 조카뻘인 남궁이현과 더 친했다. 그것은 옆에 있는 남궁식호도 마찬가지였다. 남궁진걸과 남궁식연이 같은 항렬인데도 항렬자가 다른 것은 가주 적통의 경우, 다른 글자를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 구분을 위해서이리라. 아무튼 남궁진걸이 다른 항렬 글자를 사용한 경우였다.

“가만있거라.”

남궁진걸이 남궁식연의 말도 뿌리치고 남궁이현을 기어이 데리고 나갔다.

“과연, 형님다우십니다.”

남궁진걸이 남궁이현을 데리고 나가자 남궁식호가 졌다는 표정으로 남궁식연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언제나 무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불타오르는 형님, 남궁진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 오너라.”

“싫어요. 우리 집은 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사천당가주 당현모가 딸 당수진에게 애원하듯 말했지만 오늘도 딸은 아버지의 염원과는 별개로 움직인다.

“누가 차별한다고 하더냐? 오래 집을 비웠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얘기지.”

“전 무림맹에서 지내는 것이 좋아요.”

“그럼 집에 잠깐 돌아왔다가 몇 개월 보낸 후 다시 무림맹으로 돌아가거라. 엄마가 네 얼굴을 좀 보자고 하신다.”

“싫어요. 제 얼굴이 보고 싶으시면 엄마보고 무림맹으로 오시라고 하세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딸을 답답하게 바라보는 당현모였으나 그런 딸에게 큰소리 하나 지르 지 못했다. 예뻤기 때문이다. 무얼 해도 예쁜 딸인 것이다.

“에휴~”

한숨을 내쉬며 당현모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딜 가세요?”

“답답해서 바람이나 쐬련다. 남궁형님에게나 가봐야겠다.”

“남궁 형님요?”

아버지 당현모의 말에 눈이 반짝 빛나는 당수진이었다.

“남궁가주랑 오래 전부터 친했는데, 얼마 전부터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하기로 했다. 남궁가주께서 나보다 서너 살이 많으니 내가 형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저도 가서 인사드릴래요.”

“네가? 그럼 같이 가도록 하자.”

같이 따라 나서는 딸을 보며 당현모는 딸에게 어떤 사심私心이 있는 지 전혀 모른 채 기쁘기만 했다. 우선 퉁명스러운 딸이 자신과 함께 있겠다니 좋았고 형님으로 모신 남궁가주에게 딸을 자랑하고픈 마음도 많았기 때문이다.



“당 동생에게 이렇게 예쁜 딸이 있는지 몰랐군. 허허허”

“저도 이 친구가 이처럼 준수하고 늠름하게 성장한 줄 몰랐습니다. 하하하”

임시 천막 한곳에 모여 앉은 남궁진걸과 남궁이현, 당현모와 당수진이었다.

남궁이현과 당수진이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자 남궁진걸이 당수진에게 먼저 덕담德談을 건넸고, 당현모도 남궁이현을 바라보며 따라 덕담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덕담은 형식적인 덕담이 아니었다. 남궁진걸과 당현모는 진심으로 당수진과 남궁이현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두 사람은 남궁이현과 당수진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남궁이현과 당수진을 좋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성장한 뒤의 모습은 오늘 처음 보았기에 흐뭇한 마음이 더했던 것이다.

“너희들도 이미 서로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 현무당 삼조에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남궁진걸의 말에 남궁이현이 대답했다.

“하하, 인연이로고 인연이야.”

당현모도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었다.

“수진이는 험한 무림맹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구?”

남궁진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당수진에게 물었다. 당수진의 가냘픈 외모를 보고 성격도 그러려니 판단한 것이다.

“아닙니다. 모두 많이 도와주십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다소곳하지만 똑똑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허허허. 마음씨도 예쁘게 생긴 그대로구나.”

남궁진걸이 뭐가 그리 좋은 지 평소 아끼던 웃음을 남발하고 있었다. 남궁이현은 두 사람의 모습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평소 근엄하던 아버지에게 저런 자상한 모습이 있었나 싶었고, 왈가닥 당수진의 변모도 신기했다.

하긴 처음의 당수진은 다소곳했었다. 오늘도 예전처럼 다소곳했고, 저 모습에서 누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항상 괴롭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아버지가 어찌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놀라기는 당현모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퉁명스럽고, 고집세고, 왈가닥이던 딸이 저렇게 요조숙녀처럼 다소곳할 줄이야···

“자네, 이곳 일이 끝나면 사천으로 돌아가지 전에 우리 집에 들렀다 가세. 여기서 합비는 그리 멀지 않으니 같이 술도 한잔하고 그러세. 내 할말도 있네.”

남궁진걸이 당현모를 지긋이 바라보며 청했다. 당현모는 남궁진걸의 말 속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당수진이 탐나는 것이다. 며느리로.

“하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님. 저도 형님께 드릴 말씀이 있지 싶습니다. 하하”

“자네도 내 마음을 알겠는가?”

“여부 있겠습니까? 제 마음이 그 마음입니다. 하하”

“허허. 과연 자네와 나는 마음이 통하네 그래. 그렇다면 얘기는 다 끝난 셈이지?”

“그렇군요. 결론은 난 셈이지요. 아무튼 합비에서 자세한 얘기나 마무리하시죠.”

“그러세. 허허허”

“하하하”

남궁이현과 당수진은 남궁진걸과 당현모의 대화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얘기지?’

‘서로 무슨 얘기를 했다고 저리 마음이 맞아 저러시는 거지?’

젊은 두 사람은 늙은 두 사람의 대화를 종내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당연했다. 그것이 젊은 두 사람에 대한 혼담婚談인지 그들이 어찌 짐작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 이제 이곳 일을 마무리 하는 것이 남았군. 네가 보기에 북천이란 자는 어떠하더냐?”

당현모와 얼굴을 마주보며 실컷 웃던 아버지, 남궁진걸이 갑자기 얼굴 표정을 바꾸더니 대화의 화제를 바꾼다. 대단한 변화 초식이었다.

“저도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손을 섞어본 친구말로는 실로 대단한 사람이라 했습니다.”

“친구?”

“예. 주은백이란 친구입니다. 지금 이곳에도 있습니다. 그가 바로 서천의 후예입니다.”

남궁이현이 자신이 알고 있는 동서남북에 대한 얘기와 주은백과 북천의 대결 등에 대해 대략 설명했다. 당연히 그 속에는 묵진휘와 마교 교주에 대한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 마교주까지?”

“정말 동서남북이 있고 그들의 후예들까지 있는 셈이군.”

“그러게 말일세. 그 동안 우리가 너무 좁은 우물에서 살아온 게야.”

남궁이현의 말을 들은 아버지 두 사람은 정말 놀랐다. 남궁이현의 말은 직접 본 듯이 정밀했고 실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긴 동천과 서천의 후예와 가장 친한 친구인 남궁이현이었으니, 당사자들이 아니면 남궁이현을 제외하고 누가 동서남북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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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251. 십 년 후 +19 18.03.30 1,610 56 18쪽
251 250. 구속과 자유 +4 18.03.20 1,598 46 10쪽
250 249. 용서와 응징 +5 18.03.13 1,625 41 10쪽
249 248. 형제 +5 18.03.06 1,740 42 9쪽
248 247. 유훈함遺訓函 +5 18.02.28 1,674 42 10쪽
247 246. 확대되는 삼별조 +3 18.02.24 1,704 39 10쪽
246 245. 먹구름 속에 가리고 +4 18.02.19 1,974 53 10쪽
245 244. 아침 +4 18.02.13 1,963 44 8쪽
244 243. 삼천三天의 後裔 +4 18.02.09 1,783 48 12쪽
243 242. 긴 하루 +6 18.02.06 1,750 45 10쪽
242 241. 내리 사랑 +3 18.02.03 1,694 39 10쪽
241 240. 신뢰 +3 18.01.31 1,772 42 9쪽
240 239. 삼천三天 +4 18.01.28 1,777 45 10쪽
239 238. 재격돌 +3 18.01.25 1,660 42 11쪽
238 237. 역부족力不足 +4 18.01.22 1,578 35 11쪽
237 236. 즐기는 북천 +5 18.01.19 1,662 35 10쪽
236 235. 고개를 내려오다 +4 18.01.15 1,662 41 9쪽
235 234. 아버지의 눈물 +4 18.01.12 1,845 39 10쪽
234 233. 손님들 +8 18.01.08 1,850 43 10쪽
233 232. 저력底力 +7 18.01.05 1,871 47 11쪽
232 231. 황새와 뱁새 +3 18.01.01 1,732 39 10쪽
231 230. 벽壁 +3 17.12.27 1,834 44 9쪽
» 229. 혼담婚談 +3 17.12.21 1,934 44 10쪽
229 228. 천외천天外天 +3 17.12.18 1,903 43 11쪽
228 227. 바둑 두는 노인들 +2 17.12.15 1,811 44 10쪽
227 226. 유정검有情劍 +2 17.12.12 1,764 42 11쪽
226 225. 재 진군 再進軍 +2 17.12.10 1,823 40 11쪽
225 224. 목전目前에서… +2 17.12.07 1,896 38 10쪽
224 223. 다섯 개의 싸움 2 +2 17.12.03 1,986 41 11쪽
223 222. 다섯 개의 싸움 1 +2 17.11.28 2,025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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