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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05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10 06:00
조회
231
추천
9
글자
7쪽

62화. 개도둑 사건(1)

DUMMY

“할머니 놀러가요. 12일이 금요일이니까, 15일 저녁까지.”


- 인한이가 시간이 되겄어?


“오빠한테 전화해서 양 주방장님과 의논하라고 하면 되죠. 대신 여름에 휴가 안 가면 되잖아요.”


- 지금 인한이가 휴가 찾을 때여? 졸업한 지 몇 달 안 됐구먼.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야무진 인희가 인한에게 전화를 했다.


인한이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인희 눈치를 보던 인한이 말문을 열었다.


“인희야, 나는 14일 오후에 출발할게.”


“왜? 양 주방장님이 안 된대?”


“그건 아닌데 너무 미안하잖아.”


“지난달에 주방 식구 한 사람 더 뽑았잖아. 그런데도 안 돼?”


“이제 겨우 한 달 됐어. 그리고 우리 식당이 근무시간이 긴 편이 아닌데도 손님이 워낙 많잖아.”


순덕이 끼어들었다.


- 인희야, 인한이 말이 맞어. 식당일 하는 사람이 자꾸 자리 비우는 거 아녀.


인희의 입이 댓발은 튀어나왔다.


“그럼 평생 어디 못 가죠.”


- 워쩌겄냐, 직업이 그런디.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이여.


인한이 인희를 달랬다.


“그래, 내가 14일 날 최대한 빨리 갈게.”


- 근디 어디로 가는 겨?


인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유기견 보호소 근처예요.”


- 잉?


순덕이 벌떡 몸을 세웠다.


“지난번 구했던 애들 보고 싶지 않으세요? 계속 거기 직원과 연락하고 지내거든요. 이번에 간다고 했더니 오래요.”


- 그럼 가서 어디서 지낼 겨? 거기 시골이잖어.


“그 직원이 관리하는 시골집이 있대요. 가족들 모두 도시로 나가고 집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어쩌다 한 번씩 가서 청소만 하고 오는 집이 있대요. 거기 그냥 쓰래요.”


- 믿을만한 겨?


“그때 왔던 직원이니 믿을 수 있을걸요?”


인한이 거들었다.


“할머니, 그렇게 하세요. 다른 데 가봤자 지금 그 몸으로는 모텔이나 이런 숙박시설 들어가실 때 어려워요.”


- 그건 그려. 난 너희나 가라고 할려고 혔어. 지금 내 몸이 이러니.


“그러니 방법을 찾는 거죠. 검둥이도 견문을 좀 넓히고요.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 알게 해주려고요.”


- 견문은 무슨, 저 꼬맹이가 본다고 알어?


“흐흐흐흐흐. 경험하는 만큼 아는 것도 많아지지 않을까요?”


사실 인희는 검둥이도, 순덕도 좀 편안하게 쉬면서 자연을 즐기면 좋겠다 싶었다.


사방에 파란 싹이 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모든 게 푸르렀다.


사방에 꽃도 만발했다.


진드기는 무서웠지만 검둥이만 잘 챙기면 큰 문제없겠다는 게 인희의 생각이었다.




인한과 떨어져 인희하고만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13일 아침, 지난번 불렀던 그 택시가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밤 예약전화를 한 덕분이었다.


“어휴, 저놈이 그때 그 강아지예요? 진짜 많이 컸네.”


택시기사는 불러준 것이 고마웠는지 개가 두 마리나 탔는데도 싫은 소리 한번 안 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검둥이는 순덕이 하는 대로 따라 했다.


아주 얌전하게 있다가 몸이 뒤틀려하면 순덕이 인희에게 검둥이 간식을 주라 하곤 했다.


마침내 직원이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인희를 내려준 택시기사가 트렁크에서 큰 짐 몇 개를 내려놓고 떠나갔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오랜만에 와보는 시골마을이었다.


직원이 나와서 빈 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희가 직원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짐을 받아 안으로 옮겼다.


지난번 보았던 젊은 남자 직원이었다.


“인희 학생, 오느라 힘들었지?”


“감사합니다. 선뜻 잠잘 장소까지 구해주셔서 우리 할머니하고 검둥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할···머니? 어디 계시는데?”


두리번거리는 직원에게 순덕이 다가갔다. 검둥이도 순덕을 따라했다.


순덕이 킁킁 냄새부터 맡고 ‘왜? 내가 그렇게 궁금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인희가 쿡쿡거리며 순덕을 소개했다.


“우리 할머니예요.”


직원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눈이 커졌다.


“우리 흰둥이 이름이 할머니라고요. 누가 이름을 그렇게 부르면 오래 산다고 해서요.”


직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수긍하려 애썼다.


“···아, 개 이름이 할머니야? 아, 그렇구나. 그런 말이 있단 소리를 처음 들어봐서. 만나서 반가워.”


직원이 몸을 숙여 순덕을 쓰다듬었다.


순덕도 ‘앞으로 잘 부탁혀.’하는 마음으로 꼬리만 크게 흔들었다.


인희가 직원에게 나눠드시라며 큰 짐 하나를 내주었다.


몇 번을 사양하던 직원이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고 직장으로 돌아갔다.


직원은 내일 오후 2시경에 오기로 했다.


빈 집이라지만 관리가 잘 되었던 것인지 깔끔했다.


집보다 넓은 마당은 바닥이 시멘트로 마감이 되어있었다.


거실 가까이에 평상이 놓여있었고, 한쪽에 예전에 쓰던 농기구도 정리되어 있었다.


검둥이는 마당이 넓어서 좋은지 사방 천지를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인희가 순덕에게 물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 좋구먼. 고생혔어. 그런데 거기 개 사료라도 사가야 하는 거 아녀?


“매달 후원하고 있어요. 개들 맡겨놓고 그냥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오빠하고 의논해서 매달 보내요.”


- 잘혔어. 우리 인희가 다 컸구먼.


“할머니, 오늘은 검둥이도 그렇지만 할머니도 좀 편안하게 다니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유기견 보호소는 내일 가기로 했어요. 저는 청소하고, 짐 좀 정리하고, 식사 준비도 좀 하고 있을 게요. 할머니가 검둥이 좀 봐주세요.”


- 그려, 신경 쓰지 말고 일 봐.


인희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골이라 그런지 대문을 잠그지 않았다.


하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집이라고 해봤자 20여 채도 안 되어 보였다.


그것도 붙어있는 집이 많지 않았고, 사방에 논과 밭이었다.


순덕은 검둥이를 데리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오랜만에 목줄도 안 하고 도는 마을 산책이었다.


집집마다 대문이 조금씩은 열려있는 곳이 많았다.


집안에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개들만 한두 마리씩 집 마당에 묶여 있었다.


개들은 순덕을 보고 컹컹 짖어댔지만 딱히 공격성은 띠지 않은 소리였다.


사람들은 모두 논밭으로 일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개 도둑맞기 딱 이구먼.’


경계심이 없는 동네였다.


간간이 들리는 사람 기침소리로 보아 겨우 거동이나 하는 노인들이 있는 집도 있었다.


수캐로써의 순례를 마친 순덕이 검둥이를 데리고 느긋하게 빌린 집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서는 수돗물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신선한 바람에 한참 코를 들어 킁킁거리던 순덕이 평상에 올라가 느긋하게 드러누운 순간이었다.


순덕이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험한 냄새가 순덕의 감각을 자극했다.


순덕은 이 냄새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으나 분명한 것은 죽음의 냄새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순덕이 마당으로 내려와 털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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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6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9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200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6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5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4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7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90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198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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