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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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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69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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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DUMMY

다음날 아침, 클레멘타인 자작은 평소와 다름없이 저택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 자신을 찾아온 카스티에 공작의 명을 받들기 위함이 분명했지만 그 명의 무거움에 비해 자작의 행동들에는 굉장히 여유가 넘쳤고 심지어 나른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서신은 오르도 나이츠로, 그리고 이 서신은 에이머스 백작가의 둘째 도련님께로 보내주게.”


집을 나설 준비를 마친 클레멘타인 자작은 서재에 들러 순식간에 서신 두통을 적었고 시녀들에게 각각의 행선지를 알려준 뒤 서두르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서재에 놓인 여러 검들 중 가장 낡은 검을 손에 쥐고는 방을 나섰다.


“지금 나가십니까?”


서재를 나서는 자작의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한 화이트 집사였다.


“음.... 오늘은 늦게 들어올 듯 하니 그렇게 알고 있게나.”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시지요.”


화이트 집사는 자작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화이트 집사는 자작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유심히 쳐다봤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자신과 오래도록 함께한 클레멘타인 자작의 달라진 모습을 잡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그의 시선이 한 곳에 가 닿았다.


“오늘은 기사단으로 출근하시지 않으십니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자작은 고개를 돌려 화이트 집사를 쳐다봤고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아~ 오늘은 휴가를 냈다네. 바람이나 좀 쐴까 하고 말이야.”


자작의 말에 화이트 집사도 밝게 웃으며 답했다.


“출근 하실 때 지니시는 검이 아니 길래 여쭤본 것이었는데 역시 그랬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가끔은 머리를 식히셔야지요.”


사실 근위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황제의 공식적인 일정이 있지 않는 이상은 이런 저런 잡무들만 존재했기에 그다지 머리 아픈 위치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황궁을 수호하는 임무들은 젊은 기사들이 도맡아 하기에 클레멘타인 자작과 같이 나이가 있는 기사들은 그 외적인 부분들만 담당했다. 자신의 달라진 점을 한 번 만에 찾아낸 화이트 집사의 눈썰미에 놀란 자작은 이내 표정을 감추고는 저택을 나섰다.


“자.... 그럼 어디부터 돌아야 하나....”


저택을 벗어난 자작은 천천히 말을 몰아 시내를 향했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워낙 햇빛이 쨍쨍했기에 그다지 신경쓸만한 바람은 아니었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세크레타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리를 가득 메워버렸다.


시내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자작의 귀를 때리기 시작하자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해가 벌써 중천이라..... 잘됐군. 식사부터 하면 되겠어.”


자작은 어느 덧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너무 여유로웠나 라는 생각에 혼자 머쓱해졌지만 아침도 먹지 않은 탓에 금세 허기가 몰려왔다.


‘세크레타의 집(Secreta's House)'라는 이름을 가진 여관은 두 채의 건물로 되어있었는데 둘 다 3층으로 된 꽤나 규모가 있는 여관이었다. 그 중 한 채는 손님들이 묵을 여관으로 사용했고 한 채는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크레타에서는 알아주는 맛집이었기에 여관을 이용하는 손님들 외에도 단순 식사만을 위해 이용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자작이 식당의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여기 시금치 샐러드와 버섯 수프, 그리고 빵 한 덩이!”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자작이 식당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많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1층에만 5명에 달하는 점원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선 자작을 자리로 안내하기 위해 점원 하나가 달려왔지만 자작은 주위를 슥 훑더니 점원에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자작은 평소처럼 느릿한 걸음으로 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여기 자리가 남는 것 같은데 앉아도 되겠나?”


자작이 테이블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갓 서른을 넘긴 듯해 보였고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자작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자작을 쳐다봤지만 이내 다시 접시로 코를 박았다.


“굳이 이런데서 식사 안하셔도 될 분이 어쩐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다시 접시에 코를 박고 음식에 집중하던 남자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자작은 쓴 웃음을 지으며 의자를 빼어 앉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을 내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 말이지.”


자작은 자리에 앉자마자 왼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로 고개는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작이 다시 고개를 남자에게 향할 때쯤 남자의 고개도 들어져 눈이 마주쳤다.


“이런 서민적인 식당의 소문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신 지는 처음 알았군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지었다.


가볍게 미소를 교환한 자작은 음식들을 주문했고 요리사들이 많은 식당이었는지 많은 손님에도 불구하고 음식은 비교적 빨리 나왔다. 빵을 스프에 찍어 한입 베어 문 자작은 남자를 향해 말했다.


“요즘 일거리는 좀 있는 편인가?”


한참 포크로 버섯야채볶음을 뜨고 있던 남자는 자작의 말을 듣자 포크를 놓아버리고는 대답했다.


“어휴.... 말도 마십시오. 이런 평화로운 시대에 일거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귀족 나부랭이들 경호나 하며 간신히 먹고 살..... 이런...... 죄송합니다. 말이 잘못 나와 버렸네요.”


한참 말을 이어가던 남자는 순간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 또한 방금 자신이 말한 귀족 나부랭이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됐네. 나야 뭐 귀족이니 평민이니 하는 구분법을 좋아하진 않으니까.”


예상치 못한 자작의 부드러운 말에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귀족을 상대로 장난을 쳐도 될 만큼 제국의 기강은 흐물흐물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단순히 저랑 밥이나 먹자고 오신 건 아닐 테고....”


자신의 앞에 놓인 남은 음식을 입속으로 구겨 넣어 삼킨 뒤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남자의 말에 자작은 그저 허허 웃기만 하고 있었다.


“오늘 참 이상하시네요..... 알게 된지 3년 정도 되었지만 오늘 같은 모습은 처음 보는 군요.”


물 잔을 손에 쥐고는 자작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가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자작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말했다.


“검이 빛을 볼 때가 된 게지.”


남자는 마시던 물을 다시 쏟아 냈고 놀란 눈으로 자작을 바라볼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자작은 다시금 세크레타 탐방(?)을 시작했다. ‘세크레타의 집’에서 나온 그는 천천히 말을 몰아 가기 시작했는데 재밌는 것은 분명 갈수록 주변에 상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이동한 그는 목적지를 향한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엄청난 수의 좌판과 상점의 대로를 만날 수 있었다.


세크레타의 시내에서 이어지는 상가 거리는 제국 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거리였다. 물론 어느 국가의 수도나 이러한 점은 대동소이 하겠지만 지금 자작이 지나고 있는 이 거리는 커도 너무 컸다. 짐마차가 세대는 거뜬히 동시에 통과할만한 너비의 길도 그렇거니와 그 길이에서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자작은 상인들이 내뿜는 특유의 활기에 자신 또한 활력을 얻는 듯 한 기분이 들어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라이트 상단’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는 큰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말에서 내린 자작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들을 향해 다가갔다.


“여기는 라이트 상단의 본관입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의 경비는 덩치가 우람하고 매서운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수수한 복장을 한 손님을 향한 깔보는 듯한 시선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눌릴 클레멘타인 자작이 아니었다.


“베니 라이트에게 클레멘타인 자작이 찾아왔다고 전해주게.”


자작의 말에 경비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이 상단의 후계자를 찾아온 것도 물론이거니와 그 신분이 귀족이라는 것도 크게 한몫했으리라.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90도로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경비는 급히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사내와 함께 나왔다.


“클레멘타인 자작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연락을 주셨다면 제가 찾아뵈었을 터인데 어쩐 일로 이 누추한 곳에 직접 납시셨습니까.”


“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라이트 상단의 본관이 누추하다는 말은 처음 듣는 군. 그렇다면 우리 집은 마구간으로나 써야 할 걸세.”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농담을 건넨 자작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받은 사내도 미소로 화답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서 말씀 나누시지요.”


사내는 직접 앞장을 서 자작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고 몇 개의 홀을 지나자 화려하게 장식 된 접견실이 나왔다.


“여봐라. 여기 차를 좀 내오거라.”


자작을 소파로 안내하고는 시녀를 불러 차를 가져오라 한 뒤 사내는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이군, 베니. 그간별일 없었는가?”


“예. 소인이 별일이랄 게 있겠습니까.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요.”


“허허. 대륙에 별일이 많기로는 라이트 상단이 최고라는 소문은 헛소문이었나 보군.”


자작과 베니라 불린 사내의 대화는 꽤나 화기애애했다. 차를 마시며 한동안 담소를 나누던 둘은 곧 의도치 않은 정적을 맞이했고 그 정적을 깬 사람은 클레멘타인 자작이었다.


“그나저나 내 검 좀 봐주겠는가?”


검이라는 자작의 말에 베니의 눈빛이 한순간 빛났다. 자작이 허리에 매어져 있던 검을 풀어 앞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테이블에 검이 오르자 베니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검을 들어 올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좋은 검이군요. 하지만......”


베니가 말을 끌자 자작은 괜찮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본 베니가 입을 열었다.


“많이 낡았군요.”


말을 마친 베니는 조심스레 검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래. 많이 낡았지. 아무래도 내가 수련기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검이었으니까.”


“하온데 이 검을 봐 달라 하심은....?”


베니가 의아한 눈초리로 자작을 쳐다보며 얘기하자 자작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낡은 검을 바꿔야 할 것 같아서 말이네. 오랜만에 새로운 검을 쥐고 싶다고나 할까?”


“검이라면 오르도 나이츠의 상징인 ‘질서의 검’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계속해서 의문이 풀리지 않는 듯 베니는 재차 자작에게 물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근위기사’로써만 사용해야 하는 검이지. 그러기에 폐하께서 직접 하사 하신 것이고.....”


자작이 유독 ‘근위기사’로써 라는 말을 강조하자 베니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새로운 검이 필요할 때가 되었네. 그리고 그 검은 자네에게도 필요하겠지.”


이어진 자작의 말에 베니는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자작에게 말했다.


“혹시 언제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3일 뒤, 세크레타의 남쪽에 있는 푸스 마을 이네.”


베니는 자작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충분하겠군요. 그때까지 검을 준비하겠습니다.”


베니의 대답을 들은 자작은 빙긋 웃었고 오늘의 다음 행선지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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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8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3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4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6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3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5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6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4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3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3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7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6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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