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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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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55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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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서신 전달 - 3

DUMMY

#2. 서신 전달 - 3



똑 똑!


“들어오게.”



영주의 집무실.


영주 집무실의 늦은 시간은 꽤나 어두웠다. 타 영지의 영주 집무실 같았으면 컨티뉴얼 라이트(Continual light : 2써클)가 걸려있는 마법기라도 있어서 환했겠지만 아리엔스 영주의 스타일상 그런 곳에 돈을 쓴다는 것(늦은 시간에도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 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덕에 집무실 내부는 몇 개의 촛불로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기사단장 소니언 마커스와 마법부장 레이먼입니다.”


집무실로 들어온 소니언 단장과 레이먼은 정중히 영주인 아리엔스 백작에게 인사를 건냈다. 아리엔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답을 했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아리엔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일단 앉아서 차나 한잔 하면서 얘기하지. 그나저나 단장. 레이먼에게 얘기는 들었는가?”


백작의 물음에 소니언 단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만......”


“음...... 좋아. 레이먼! 정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게나.”


백작의 요청에 레이먼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빛의 의지에 대한 것입니다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빛의 의지’ 란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 성교회의 마지막 지도자였던 성황 앙그마르 교황이 남긴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은 거의 전설로만 존재한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성교회의 붕괴 과정에서 행방을 알 수 없을 뿐 아직까지도 어딘가에 실존한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지요.”


현재 오르비스 대륙에는 신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신성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문헌들을 살펴본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350년 전까지만 해도 성황을 중심으로 한 성교회가 존재했고 그 힘은 당시 최강국이었던 오르도 제국에 밀릴만한 것이 아니었다.


레이먼의 말을 조용히 듣던 소니언 단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책에 성교회의 붕괴 과정이 적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말이야. 거기다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성교회와 제국이 어떠한 계기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는지도 말이지.”


레이먼은 단장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습니다. 거기까지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내용들과 학자들의 가설이지요. 그리고 그 가설들을 제외한 성교회의 멸망과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성교회와 직접 검을 맞댔던 제국의 역사서에도 이 전쟁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그때의 정황을 알 방법이 없지요.”


소니언 단장은 머리가 복잡했다. 갑자기 이러한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얘기를 들으니 마치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단장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레이먼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레이먼은 단장의 물음에 살짝 흥분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빛의 의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단장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레이먼에게 물었다.


“아니. 이보게. 그것과 우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타났다고 해도 어차피 역사서 아닌가?”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단장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냥 성교회의 역사서이지요. 모습을 나타내지만 않았어도 말입니다.”


단장은 여전히 선문답을 하는 듯한 기분에 속이 답답해지는 듯 했다.


“이보게. 레이먼! 알아듣게 얘기를 해보게.”


단장의 다그침에 레이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도 말씀 드렸다시피 ‘빛의 의지’라는 책은 그냥 봤을 때는 성교회의 몰락이 담겨진 역사서입니다. 하지만 단장님도 아실겁니다. 그 때 당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성교회와 제국은 어느 한쪽도 쉽게 무너질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단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렇지. 당시 성교회의 파라딘과 제국의 3대 기사단은 대륙에서 최강의 집단이었으니까......”


레이먼이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두 나라는 어떻게든 부딪힌다면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국은 무혈입성에 가깝다시피 성교회의 심장부인 테미스 신전에 입성했고 성교회는 붕괴하였지요.”


단장은 일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겨우 균형을 이루고 있던 두 나라가 국운을 걸고 맞부딪혔다. 하지만 제국의 역사서를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본다면 레이먼의 말처럼 전쟁 직후 제국은 거의 피해가 전무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실정이었다.


레이먼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단장님. 성교회와 제국. 이 아슬아슬한 힘의 줄다리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 않습니까?”


벼락.


순간 단장의 머릿속을 벼락처럼 내리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장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레이먼을 바라봤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힘의 줄다리기. 바로 현 시점의 케룸 왕국과 오르도 제국이었다.


“설마......?”


단장의 물음에 레이먼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안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작은 영지일 뿐일세. 이만한 일에 왕실에서 내밀만한 패가 아니야!”


지금껏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아리엔스 백작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렇네. 단장. 자네의 말이 맞아. 우린 이런 일에 내밀만한 패가 아니지. 우리 따위는 제국의 일개 기사단만 와도 하룻밤 사이에 피바다로 만들 수도 있어.”


소니언 단장은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작에게 물었다. 단장의 목소리는 살짝 격앙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 일에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잘못하다간 전부 다 죽습니다!”


아리엔스 백작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 전 케룸 시티에 다녀온 것을 기억하는가?”


기억을 못할 리가 없었다. 백작이 자리를 비운 뒤 그 업무 공석을 메우기 위해 전 부서의 수장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빴으니 말이다.


“물론 기억합니다만...... 갑자기 그것은 왜......?”


단장의 물음에 백작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작년 연말 감찰에서 우수한 영지의 영주들만 전하께서 불러들여 공을 치하하셨지. 거기엔 우리 릴리안 영지도 포함이 되어 있었고. 오랜만에 뵙는 전하라 난 꽤나 들떠 있었다네.”


단장은 백작과 전하의 관계를 익히 잘 아는 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셨겠지요. 칠 년만에 뵙는 전하셨으니 말입니다.”


단장의 말에 백작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응시하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여전하시더군. 여전히 야망으로 들끓고 계셨어. 팔 년전 자신의 큰형님을 쳐낼 때처럼 말이야.”


릴리안의 영주인 마이어 폰 아리엔스 백작은 팔 년전 국왕의 삼남이었던 아르미스 황자가 일으킨 반정에서 근위기사단인 ‘로터스 나이츠(Lotus Knights)'의 기사로써 아르미스 황자 편에 서서 싸웠다. 그때 당시 태자궁에서 벌어진 칠일 전투에서 태자를 사로잡은 공으로 평기사에서 기사단의 수뇌부로 진급하며 백작의 작위를 하사받았다.


하지만 반정으로 인한 혼란이 수습되자마자 시작된 공신들의 권력싸움에 지친 아리엔스 백작은 근위기사직을 반납하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청하였으며 이에 릴리안 영지의 영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아리엔스 백작은 천장을 향해 있던 고개를 내리고는 찻잔을 매만지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일정을 마치고 릴리안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중 전하께서 나를 부르셨다네. 그리고 한가지 제안을 하시더군.”


소니언 단장은 궁금하다는 듯 백작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제안이라 하시면......?”


찻잔을 매만지던 백작은 고개를 들어 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화끈한 불꽃이 되어 달라 하시더군. 성냥처럼 말이야.”


성냥. 단순히 불을 붙이는 용도로 사용되는 도구이지만 재밌는 것은 상냥을 켜고 나서는 불이 잔잔하다. 하지만 켜지는 그 순간은 꽤나 격렬했다. 그 얇은 모양새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얘기를 종합해 봤을 때 성냥이 되어 달라는 말은 그 제안의 내용을 너무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단장은 식은땀이 나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는 침을 한번 삼켰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까?”


아리엔스 백작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단장의 물음에 답했다.


“물론. 가장 화려한 성냥이 되어드리겠다 했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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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7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5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3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3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5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2 0 9쪽
» 서신 전달 - 3 16.01.15 312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6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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