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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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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56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16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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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신 전달 - 5

DUMMY

#2. 서신 전달 - 5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모든 의문을 떨쳐버린 소니언 단장의 눈은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아리엔스 백작을 응시했다. 그 의지를 느꼈는지 백작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와 레이먼이 케룸시티에 가줘야겠네.”


단장은 업무 차 몇 번 케룸시티에 가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의 출장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도 꽤나 진중해졌으리라.


“가서 무엇을 하면 됩니까?”


단장의 물음에 백작은 대답 대신 서랍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그리고는 단장과 레이먼을 바라보고 말했다.


“왕국 근위기사단 로터스 나이츠(Lotus Knights)의 단장인 플래밍 후작에게 이 서신을 전달해 주게. 아무나 보내기엔 마음이 영 놓이질 않아서 말이야.”


서신을 받아든 단장은 품안에 잘 갈무리를 하고는 다시금 백작에게 물었다.


“언제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백작은 몸이 찌뿌둥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켜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빠를수록 좋겠지. 내일 오전 중으로 출발하도록 하게. 여비에 관련해서는 재무부장에게 얘기해 두었네.”


목표가 정해지고 목적지가 정해지자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단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백작에게 인사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단장과 레이먼이 방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콰당!


레이먼이 문을 열자 웬 사내 하나가 방 안으로 쓰러졌다. 바로 레스피체였다.


바닥으로 넘어진 레스피체는 멋쩍은지 베시시 웃으며 방안의 아버지와 소니언 단장,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깜짝 놀란 방 안의 삼인방은 멀뚱멀뚱 레스피체를 쳐다봤고 레이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도련님! 혹시 엿 들으신 겁니까?”


레스피체는 레이먼의 물음에 말 없이 머리를 긁적였고 옆에 있던 소니언 단장은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그의 성미를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삼인방의 짧은 탄식들만 방안을 멤돌았고 레스피체의 아버지인 아리엔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들었느냐?”


레스피체는 무거운 아버지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무릎을 꿇고 사죄(?)의 자세로 재빠르게 변신한 뒤 말했다.


“아마...... 처음부터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



한 시간 전.


제레미는 또 시작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련님! 안됩니다! 그리고 저는 전혀! 저어~언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레미는 말을 마치고서는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걸 본 레스피체의 눈이 호기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에서 사뭇 진지한 눈으로 돌변했다. 그리고는 제레미의 앞으로 한발 한발 다가갔다.


터억.


레스피체는 자신의 양 손으로 제레미의 어깨를 굳게 쥐고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형!! 이건 기회야! 모든 정황을 따져봤을 때 지금 이건 엄청난 사건이라구! 같이 가자!”


고개를 돌린 자세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던 제레미는 살짝 호기심이 동했는지 곁눈질로 레스피체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마치 수련 뒤 먹는 저녁 식사 테이블을 바라보는 눈빛 이상으로 빛나고 있었고 자신의 동의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눈 여겨 보고 있던 땅의 토지매매계약서에 사인을 앞둔 그런 눈빛이랄까.


부동산쪽에 관심이 없는 제레미는 이내 고개를 다시 돌리며 말했다.


“안됩니다! 그러다 저희가 알아선 안되는 얘기를 듣게 되면 어쩌시려구요! 그러다 경을 칩니다요!”


엄연한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 제레미였지만 워낙 난감했는지 대륙 표준 노예톤(?)이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혹시 몰래 엿듣다 걸리기라도 한다면 레스피체야 식사금지에 외출금지 정도로 끝나겠지만 영지의 일개 평기사였던 자신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제레미의 완강한 반대에 레스피체는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을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는 씨익 웃으며 제레미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이건 어때? 같이 가준다면 다가오는 영지 연례 파티에서 선물을 주지!!”


제레미는 영지 기사단의 기사로써 종종 파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기에 레스피체의 제안은 그에게 솔깃한 제안이 아니었다.


“에이~ 도련님! 저를 뭘로 보시고! 저 제레미! 이래뵈도 마음만 먹으면 파티에 충분히 참여 할 수 있습니다! 워낙 그런 자리를 즐기지 않아서 문제지......”


레스피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제레미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을 내려 양 허리에 올려놓으며 얘기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럼 그럼! 형은 그런 사람이지! 내년이면 기사단에서 훈련조장으로 승진 한다며?”


히죽


레스피체의 칭찬에 제레미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히죽 웃었지만 이내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제레미는 릴리안 기사단에 입단한지 5년차로써 젊은 평기사들 중에서는 그 실력을 꽤나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신참 기사들을 지도하는 데에서 특출난 면모를 보여줬기에 내년부터는 견습기사들의 전체적인 훈련을 지도, 감독하는 훈련조장으로 진급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독 칭찬에 약한 성격 탓에 그의 진급은 레스피체에게 좋은 약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의 표정변화를 포착한 레스피체는 말을 이어나갔다.


“캬~ 정말 대단해!!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훈련 조장이라니! 릴리안 기사단의 역대 훈련조장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진급하는 거라며?”


히죽


“커흠!! 아무리 띄워 주셔도 안되는 건 안됩니다!!”


다시 한 번 좋아 죽을 뻔한 제레미는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하지만 예상대로라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레스피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이런 칭찬 따위에 훈련조장님께서 흔들리면 쓰나!! 그나저나 선물이 뭔지 안 궁금해?”


제레미의 고개가 살짝 돌아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레스피체는 말을 이었다.


“다가오는 연례 파티에서 에블린 누나를 소개시켜 주지!!”


그의 말을 들은 제레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반쯤 돌아왔던 고개를 서둘러 정면으로 돌려놓으며 놀란 토끼눈으로 레스피체를 바라봤다.


“에...... 에블린 아가씨를 말입니까......?”


에블린. 제레미는 이 이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영주관 전속 시녀로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단 세 번의 대화로 상대의 마음을 뺏을 수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밀당의 고수였다.


‘걸렸어!!’


제레미의 흔들리는 눈을 놓칠 레스피체가 아니었다. 팔십퍼센트 이상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이 든 레스피체는 쐐기를 박았다.


“거기다 단 둘만의 브런치 타임도 주선해 주지!! 크하하하하하!!”


제레미는 갈등에 휩싸이고 말았다. 정정당당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신념이냐 아니면 에블린과의 달콤한 시간이냐...... 그의 눈은 폭풍이 몰아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제레미는 레스피체의 예상보다 반듯한 인물이었다.


“그래도 안됩니다!! 얼른 댁으로 돌아 가셔요!! 저는 볼일이 생각나서 이만......”


더 이상 레스피체에게 붙잡혀 있다간 결국 의롭지 못한 일에 동행하게 될 것만 같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쳇...... 안통하는 구만. 에블린 누나가 형의 첫사랑인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어야 했나......”


레스피체는 은밀한 호기심은 함께해야 두배(?)라는 자신의 철칙을 관철시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근처에 있던 작은 돌맹이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쨍그랑!


“뭐야!!? 세게 차지도 않았는데....... 음......”


자신이 찬 돌맹이가 근처 인가의 창문을 깨버리자 잠시 당황하며 주변을 살피더니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서둘러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창문을 깨버린 집이 조그맣게 되어 희끄무레 하게 보이는 갈림길에 도착할 때 쯤 레스피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머릿속에 다시금 영주관의 모의(?)가 다시 떠올랐다.


“에잇! 아버님이 날 죽이기야 하겠어?”


레스피체는 결심을 한 듯 영주관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영주 집무실.


아리엔스 백작은 레스피체를 무릎 꿇려 손을 들게 한 뒤 의자에 앉아 몰려오는 두통을 막기 위해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 옆으로는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는 소니언 단장과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레이먼이 서 있었다.


팔이 아픈지 계속해서 위로 치켜든 팔이 떨어지려 하는 레스피체를 바라보던 소니언 단장은 아리엔스 백작에게 말했다.


“영주님. 벌써 삼십분째 입니다.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지요.”


소니언 단장의 말에 레스피체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아리엔스 백작은 완강하기 그지 없었다.


“손 똑바로 안 들어!!?”


아리엔스 백작의 불호령에 잠시나마 희망을 맛봤던 레스피체는 다시 울상이 되어 고개를 떨궜고 소니언 단장은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 이었다.


아리엔스 백작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마음에 안든다는 눈빛으로 레스피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너도 케룸시티에 가고 싶다는 것이냐?”


백작의 말에 레스피체는 얼른 고개를 들고서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소자 올해로 스물 둘이옵니다. 사내로 태어난 이상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 한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존경해 마지않는 소니언 단장님과 레이먼경과 함께이니 더 없는 기회라 생각되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레스피체는 어느새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동행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


고 그걸 바라보던 아리엔스 백작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제멋대로 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소니언 단장과 레이먼의 말에 절대 복종 하도록!”


예상치 못한 백작의 허락이 떨어지자 소니언 단장은 놀란 눈으로 백작을 바라보았고 레이먼은 레스피체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아리엔스 백작에게 삼박 사일을 빌고 사정을 해도 허락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레스피체는 생각보다 간단히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영지 밖을 벗어난다는 기대감에 단순한 편지 전달의 동행을 머릿속에서 스펙타클 대 모험 서사시로 바꾸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한껏 고무되어 있는 레스피체를 바라보던 아리엔스 백작은 고개를 돌려 레이먼에게 말했다.


“처음으로 영지 밖을 나가는 것이니...... 레이먼! 자네가 필요한 것들을 좀 일러주게나.”


백작의 말에 레이먼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집으로 데려다 드리면서 알려드리도록 하죠.”


말을 마친 레이먼은 레스피체와 함께 집무실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소니언 단장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영주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당연히 반대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단장의 물음이 이해가 된다는 듯 아리엔스 백작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내 나이가 스물 둘이면 경험을 쌓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이지. 그저 아들 키우는 애비의 결정이라 생각 해주게.”


백작의 말을 끝으로 집무실은 침묵이 흘렀고 불을 밝히던 촛불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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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7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5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3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3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2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2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6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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